지하철 史호선 - 기차로 떠나는 한국사 일주
강응천 지음 / 효형출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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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공부를 위해 샀다기 보다 재미나 혹은 개인적 효용을 위해서 구매를 했다고 보는 게 적합할 듯 싶다. 책의 내용이나 표현은 참 가볍고 읽기 편하다. 즉 이 책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을 위한 일종의 안내서인 셈이다. 특히 지하철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역사의 흔적들을 작가 특유의 재밌는 필치로 써내려가고 있다. 예를 들어 의정부시나 석수역, 지지대는 그 이름이 어떻게 유래되었는지 그 유래가 나온다. 나처럼 역사와 현실을 연계하고 싶어하는 이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정보다.

책의 절반은 수도권 지하철과 관계되는 역사 이야기지만 나머지는 기차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역사 이야기로 전환된다. 이렇게 되면 책 제목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분명 ‘지하철‘이 주된 내용일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또한 지하철 인근의 역사 흔적들 뿐만 아니라 그 역이 속한 도시 전체의 역사들이 나온다. 그래서일까? 어느 역에서 내리면 어떻게 갈 수 있다는 등의 친절한 설명이 없다. 대표적이 것이 위에 설명한 지지대란 곳이다. 이곳은 의왕에서 수원으로 넘어가는 높지 않은 언덕인데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곳이다. 즉 제목에 부합되지 않는 주제인 셈이다. 물론 그래도 이 책은 재미로 읽기에 충분하다.

아울러 이 책은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미래에 이런 형식의 책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의욕을 던져주었다. 전문 역사학의 분야에 들어가기엔 부족한 내가 그 언저리 부문에서 뭔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발동한 것이다. 물론 그것은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출발하겠지만. 죽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 살아 숨쉬는 역사를 만들고 싶은 욕구를 이 책이 자극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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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재기

사실 제목처럼 그렇지는 않지만 최근 몇 년 새 책을 사는 빈도가 잦아졌다. 그것도 동네에 알라딘 중고서점이 들어서면서 더 심해졌다. 오늘도 세 권을... 얼마전에는 퇴근 후 다른 곳에 간다고 뻥(?)을 친 후 중고서점에 들렀다가 가족들에게 들켜버렸다. 하필이면 아내가 운전해 지나가던 방향에 내가 불법주차를 해둔 것이다. 그후 아내보다 딸에게 의심과 추궁을 당하고 있다.

좁디 좁은 내 방에 슬슬 책을 둘 공간이 부족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거실과 식탁 등 책 놓을만한 곳이 있으면 두고 본다. 아무래도 아내의 입장에서는 남편의 이러한 책쌓기 놀이가 못마땅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잘 인내해주고 있지만 적어도 경계는 지켜주길 바라는 눈치다. 특히 밥 먹는 식탁 위에 책을 두지 말라고 강한 어조로 말한다. 이 경우 을의 위치에 있는 나로서는 반드시 따라야 할 수밖에 없다. ㅎㅎ

지난해 책 사라며 어머니가 주신 금일봉이 있는데, 이 돈이 요긴하게 잘 쓰이고 있다. 중고서점에서 막지르게 되는 원천이기도 하다. 중고서점의 특성상 지금 사두지 않으면 내일은 없을 수 있기 때문에 눈에 띄면 그냥 사는 것이다. 물론 중복구매와 처럼 후회할 경우도 제법 생기지만. 다행히 요즘엔 이전 구매를 확인해주기 때문에 실수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사재기든 즉흥구매든 당장 읽을 책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구매한지 몇 년이 지난 책도 있고, 샀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경우도 있다. 소장한 책이 적을 때는 그 책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는데 지금은 나이 들어 그게 불가능해짐으로써 실수가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어쩌겠는가 무능해진 자신을 한탄할 수밖에.

그래도 나는 좋다. 술 안마시고, 담배 안피고 그 돈으로 책을 살 수 있어서. 남들은 무슨 재미로 사느냐 하지만 나는 책 사는 재미로 산다. 웃기는 소리겠지만 나의 놀이터가 바로 그 중고서점이다. 큰 돈 안들이고 막 살 수 있는 그곳. 시간 되면 내일 또 들를지 모르겠다. ㅎㅎ 규모가 작아서 아쉽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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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7-01-13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배 안피고 술안마시는 것 대신으로 책을 사는 것이 훨씬 낫지요..그럼요..

knulp 2017-01-13 09:24   좋아요 1 | URL
그렇겠죠? 감사합니다. 술은 워낙 알콜분해가 안되는 사람이라...^^

cyrus 2017-01-13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인생을 즐겁게 살 수 있는 자신만의 물건이 있다는 건 정말 잘 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

knulp 2017-01-13 19:49   좋아요 0 | URL
ㅎㅎ 다행이네요. 그래서 서점이 놀이터 같더군요^^

:Dora 2017-01-13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건전한 취미를 갖고 계십니다

knulp 2017-01-13 19:50   좋아요 1 | URL
건전한게 좋은 거겠죠?ㅎㅎ
 
남과 여 (2disc)
이윤기 감독, 전도연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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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과여>를 보고

공유를 사랑하는 아내를 둔 덕에 보게 된 영화다. 내게 잘 생긴 남자는 별 의미없는 상대여서 눈길도 주지 않던 영화였는데 결국엔 공유 덕분에. ㅎㅎ 물론 연기 잘하는 전도연도 있기에.(결말에 대한 스포일러 있을 수 있음)

이 영화에 대한 어느 평론을 읽으니 이런 제목을 붙여 놓았다. ‘끝을 알고 시작한 사랑‘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해 못했지만 보고나서는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제목이었다. 왜 그럴까? 그것은 이 영화의 주인공인 이상민(전도연)과 김기홍(공유)이 유부녀-유부남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족을 놓을 수 없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유부남인 내가 바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나는 이 영화를 공감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상민과 기홍은 내적인 아픔이 있는 존재들이었다. 상민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이성적인 남편과 자폐 아들이, 기홍에게는 조증의 아내와 우울증을 앓는 딸이 있다. 가족이 힘이 되기보다 상민과 기홍에게 적잖은 심적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마음을 나누며 가까워지다 서로 깊이 사랑하게 된 것이다. 헤어질 상황이 만들어졌지만 서로는 헤어지지 못했다. 그것은 그들의 내면에서 윤리와 사랑이 갈등하며 공존했기 때문이었으리라.

상민은 이혼을 했지만 기홍은 가족을 지켰다. 이것을 옳고 그름의 문제로 보고 싶지 않다. 그것은 개인의 선택이었을 따름이다. 기홍이 핀란드로 떠난 후 상민은 그를 찾아 나섰다. 식당에서 기홍 가족의 단란한 모습을 본 상민은 뒤돌아서고, 우연히 이를 본 기홍이 뒤따라 나서지만 이 장면을 딸이 지켜본다. 결국 기홍은 손에 차 열쇠만 쥐고 차를 타지 못한다. 그는 사랑과 지켜야 할 가족 중 가족을 택한다. 상민 역시도 헤어진 가족과 완전히 떨어질 수는 없었다.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자폐아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그녀는 크게 운다. 이들의 사랑은 쉽지 않았다. 그것은 영화 군데군데서 찾을 수 있다. 그래서 ‘끝을 알고 시작한 사랑‘이라는 제목을 붙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

핀란드 설원도 멋있었지만 성인들의 내적 갈등을 그린 장며들이 더 인상적이었다. 다만 공유가 결혼하여 아이를 낳은 뒤 아빠 역할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았다. 전도연 엄마 역할에 비해 공유의 아빠 연기에는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았다. <부산행>에서 나 혼자 느꼈던 것처럼. 이제 39세의 노총각에게 넘 큰 바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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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2 0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knulp 2017-01-12 00:37   좋아요 1 | URL
네, 그냥 그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영화가 끝나도 그 속에 느껴진 아픔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듯했습니다.ㅎㅎ

:Dora 2017-01-12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유를 이렇게 소비하지 말라!!...라는 댓글을 읽었어요 ㅋㅋㅋ

knulp 2017-01-12 13:09   좋아요 0 | URL
ㅍㅎ 그런가요? 저는 유부남이라 약간의 동질감까지 느꼈는데^^
 

요 몇일 사이 목이 아프고, 가벼운 두통과 미열, 그리고 몸살 증세까지 이어졌다. 감기로 인한 인후통인지 몸살인지 잘 구별되지 않았다. 참다 결국 동네 이비인후과 문을 두드렸다. 진료를 마친 의사는 편도선염이 강하게 의심되지만 독감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한다. 그러더니 편도선염 약으로만 하루치를 처방해 줬다. 이 약 복용 후의 상태를 확인하고 정확한 처방을 내리겠다고 했다. 다행히도 하루가 지난 오늘은 목에 약한 통증만 남았다. 이는 결국 내 증세가 편도선염이라 걸 증명하는 것이었다. 다행이다.

의사에게 물었다. 편도선염에 자주 걸리는 이유가 뭔가요 하고. 그리고 의사의 말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원래 목 안의 편도는 세균의 침입을 막아주는 1차적 보루라고 한다. 그런데 이 편도는 성장하면서 차츰 사라지는데 간혹 성인이 되어서도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문제는 성인의 편도는 더이상 살균 기능을 하지 못하고 세균을 그저 모아두고만 있단다. 그러니 편도 안에서 세균들이 정상세포와 싸움을 벌이고 그 결과 염증이 나타난다고 한다. 보통 1년에 5번 이상의 편도선염이 나타나면 수술을 해서 편도를 제거한다고 덧붙인다. 나는 그나마 나은 셈인가?

손님이 없었였던지 의사의 친절한 조언을 덧붙인다. 지금 덜 아픈 것은 ‘주사빨과 약빨인거 아시죠? 오만하시면 안됩니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웃었다. 결국 나는 연이틀째 엉덩이 주사를 맞아야 했다. 남들은 없어진 편도를 달고 있는 어른인 관계로.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 증세는 반복될 것이고 나는 병원 신세를 져야할 것이다. 답답한 일이다. 이틀 뒤에 또 병원에 오란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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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1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knulp 2017-01-11 23:4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유레카님. 다행히 약을 복용하니 통증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곧 정상으로 돌아오리라 봅니다. 어여 주무세요^^

책읽는나무 2017-01-12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감기증상이 올때 늘 편도가 잘 붓는데 그런증상이었나 보군요ㅜ
여튼 감기 빨리 나으시길 바랍니다
목감기 심할땐 전 생강차나 배즙을 달여 먹는데 좀 빨리 낫는 것 같더라구요
따뜻한 물 많이 드세요^^

knulp 2017-01-12 09:31   좋아요 0 | URL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오늘 달여보겠습니다. 저는 코와 목이 제일 약한 부위인가 봅니다^^

cyrus 2017-01-12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도에 세균이 남아 있으면 몸속 다른 신체기관에 침투할 수 있어요. 그러면 합병증이 생깁니다. 완전히 치유되길 바랍니다. ^^

knulp 2017-01-12 12:09   좋아요 0 | URL
ㅎㅎ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리 큰병 아니니 염려마세요. 초기에 잡아서인지 열도 덜하고 살만합니다.

:Dora 2017-01-12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사 한 대 맞으시면 빨리 낫는뎅

knulp 2017-01-12 12:50   좋아요 0 | URL
벌써 두 대 맞았습니다ㅋㅋ
 
역사비평 117호 - 2016.겨울
역사문제연구소 엮음 / 역사비평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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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였기에 그랬지만 18세기 이후 한양의 인구는 타지역에 비해 폭증했다. 30만을 넘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 속에서 상업이 발달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모든 면이 서울에 집중됨으로써 지방 차별이 강화되었고, 시간이 갈수록 이는 노골화되었다. 누구를 위해서? 이는 현재의 한국과도 맞닿아 있다. 모든 것이 서울 중심인. 세종시라는 특별자치시를 만들었지만 아직은 시작하는 단계이고 그 역할은 미미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안희정 지시와 남경필 지사가 세종시를 정치.행정수도로 완성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다만 이 혼란스런 와중에 이런 주장을 했다는 점에서는 의심을 줄 수밖에 없지만.

19세기에의 서울은 외척 세도가들의 지지대에 다름 아니었다. 세도가를 정점으로 형성된 서울의 이익 집단들은 부정비리, 매관매직 등의 본산이자 지방 차별의 장본인이었다. 18세기 서울의 활력이 은연중에 근대도시의 이미지를 향해 있다면, 19세기 지방 사람들의 주기적이고 대규모적인 저항 또한 서울 확대가 불러온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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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11 1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득권층은 자신들의 힘을 펼칠 수 있는 장소, 공간을 선호합니다. 단순한 이유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죠.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벗어나거나 그들이 누리던 이익이 분산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겁니다.

knulp 2017-01-11 12:3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깊이 공감합니다. 기득권층은 지금 가진 힘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는 이들이죠. 예나 지금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