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 윈프리의 시대 - 대통령을 만든 미디어 권력
제니스 펙 지음, 박언주.박지우 옮김 / 황소자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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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프라 윈프리, 미국을 대표하는 문화아이콘으로 추앙받는 움직이는 미디어 신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녀가 가진 핸디캡과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기회의 땅, 미국에서 성공을 거머쥔 당찬 유색인종으로 입지전적적인 인물이다. 그녀가 이룬 성과는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상관관계는 가히 파격적이라 할만하다.  


치솟는 인기의 비결에 자신감 넘치는 긍정에너지에서 찾는다. 현재의 그녀를 만든 배경이 무엇인지, 그녀가 가진 삶의 철학은 무엇인지에 관해 끊임없이 회자되며 대통령을 만든 무소불위의 권력에 놀라움을 넘어 경이로운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꾸준한 자기관리와 변신으로 난공불락의 요새를 만든 그녀의 이면을 내밀히 드려다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 하겠다.  


이 책 <오프라 윈프리의 시대>의 저자 제니스 펙은 오프라가 뿜어내는 아우라의 허상과 사회적 현상에 대해서 집중 해부하고 그녀가 지향하는 가치관을 총체적으로 분석하여 이념적 접근을 시도하였다. 누구나 그녀의 성공적인 삶을 동경하는 사회적 통념 속에 비판적인 시각으로 우상을 깨트리기란 쉽지 않은 일임에 분명하다. 그러하기에 저자의 용기와 건전한 비판의식이 돋보이는 책이라 하겠다.  


저자는 오프라를 둘러 싼 배경을 논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학문적 접근과 시대 배경적 상황을 통찰하여 객관적 검증의 담보가치를 높여 놓았다. 1970년대 들어 미국사회는 이념적 이데올로기의 소강상태에 접어들어 새로운 사상의 출현에 목말라 하였다. 이러한 배경적 필요에 의해 자유 시장 경제체제를 주축으로 한 자본주의를 더욱 강화한 신자유주의가 도출되었으며, 이는 사회계약관계의 기저를 이루는 공동사회의 기반을 허물고 이익사회로의 이전을 불가피하게 하였다.  

  

신자유주의는 국가의 참여를 제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고 책임에 대한 분배를 오롯이 개인으로 전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개인에 대한 책임의식은 주류미국사회에 불안한 동요를 형성하게 되고 갈피를 잃은 국민정서를 통합하는 의식강화로 신사상이 만연하는 상태로 진입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태에 오프라는 기존의 신변잡기식의 토크쇼를 탈피하고 테라피 요법으로 무장한 개인역량강화에 주력하는 시대적 담론을 충실히 따르게 되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와 같이 오프라가 포착한 사상적 본질에 렌즈를 맞추어 놓고 있다. 오프라 쇼에서 보여 지는 실제 이미지와 달리 불평등한 구조적 차별을 조심스럽게 담론화 시킴으로써 오프라의 속살 벗기를 시도하였다. 더불어 오프라가 신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이념적 토대이외에도 그녀를 재무장시킨 배경으로 고대 힌두교를 바탕으로 발전한 신사상이 한 몫 하였음은 책 전반을 통해 내비치고 있다.  

 

국내에도 열광적인 인기몰이를 하였던 <시크릿>의 이념적 토대에 오프라는 취사선택하는 임기응변적 면모를 보였다. 줄 곧 그녀가 보여 온 정신요법과 개인의식강화가 실언이 아니었음을 현실화 시킨 구체적인 증거로 <시크릿>의 “구하라, 믿으라, 받으라.”의 행동강령을 보기 좋게 재포장하였음 두말할 나위 없다.

  

 

이처럼 오프라가 가진 역량은 시대 흐름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잡아 붙들어 매는 것에 있음을 알게 된다. 이미 기존의 가치체계를 무너뜨리고 우월적인 지위를 형성한 담론들에 대해 치부를 드러내는 비판적 시선을 보내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 할 만큼 무모한 일로 비쳐질 수 있다 하겠다.  



하지만 저자의 용기 있는 건전한 비판은 건강한 사회를 이루는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하겠다. 저자가 주장하는 오프라의 이중성과 신귀족계층에 기댄 우민화 과정은 암묵적 합의로 이루어 진 비열한 세계의 한 단면이라 하겠다. 그녀가 보인 오만함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자기강화를 빗댄 이념적 자포자기에 다름이 아닌 것은 씁쓸한 현실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사회적 담론이 개인의 이익을 보장하고 추구하는 것이 일견 잘못된 시각은 아님에도 승자독식의 원칙에 의한 불가피한 희생은 우리 사회가 책임져야 할 공통의 의무임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에 저자가 오프라란 거대 미디어 스타를 주목하고 그녀의 영향력이 사회 전반에 건전한 상식을 차단하는 것으로 인식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라 하겠다.  


이렇듯 열광적인 지지에 묻혀 일그러진 속내를 드려다 보는 것은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로 진행하는 통과의례로, 저자의 생각과 이야기에서 균형감 있는 유연한 의식을 고양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보인다. 책 속에 담긴 무수한 단상들을 읽어 내다보면 한층 성숙하고 객관적인 시선을 확보하는 가치를 발견하지 않을까 한다.  


오프라를 통해 오프라를 바라보는 신선한 재미를 오롯이 만끽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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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잔치는 끝났다 - 버블 붕괴기의 재테크 전략 40
최성준.고은정.남영식 지음 / 원앤원북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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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요동치는 물가와 급변하는 세계경제의 불황의 틈바구니에서 갈피를 잃어가고 있다. 기존의 관념과 이론으로는 올바른 가치정립 가능성이 희박하며 불안하기 짝이 없는 현실을 살아간다. 이러한 혼란의 시기에 우리가 가진 자산을 보존하고 현명하게 투자하여 성공할 수 있는 남다른 안목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이다.

 


이 책 「재태크, 잔치는 끝났다」는 암흑기에 빠진 경제적 불안요인을 헤쳐 나가는 이정표와 같은 나침반을 제공하고 있으며 현실적인 상황에 맞는 재테크 방법을 습득하여 활용함으로써 기본에 충실한 책이라 하겠다.

 


이미 미디어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금융상품인 펀드, 보험, 예금상품에 대하여 전체적인 이론과 투자지식을 개관하고 부동산투자의 허와 실을 되짚었으며 현실에 맞는 대안상품으로서의 재태크 방향을 설계하고 있다.

 


저자는 재태크의 궁극적인 목적인 노후문제, 주택문제, 자녀학비문제를 중심으로 연령대에 맞는 투자환경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문제는 한국사회가 가진 총체적 불안감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으로 다양한 함의를 제공하고 간과해서는 안되는 우울한 현실적 문제의 반영이다.

 


일반적으로 학업을 마치고 경제적 활동을 시작하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미혼 젊은 세대에게는 재테크의 목적달성을 위한 환경적 토양을 다지는 시기로 종자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녀문제와 주택문제가 겹치는 중장년기에는 다양한 금융상품의 포트폴리오 구성과 현금유동성의 확보 및 연금으로 노후를 대비하는 재태크 강화에 역점을 두었으며 은퇴기에는 유동자산의 극대화로 풍요로운 노후를 설계하도록 하였다.

 


이렇듯 생애주기를 대상으로 소개하는 전통적인 재태크 방법론에서부터 금융상품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되짚어 주고 직접투자상품에 대한 상품적 기초지식과 부동산 세제, 정책의 변화에 따른 대응방안을 소개하였다.

 


한때 10년에 10억 모으기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그 기반을 확대하였으며 현재에도 그 열기가 식을 줄 모르는 현실이다. 이러한 이면에는 경제적 자유로부터의 진정한 부를 성취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그 목적만큼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하겠다.

 


그러나 저자가 이 책 「재태크, 잔치는 끝났다」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재태크의 목적달성을 위한 방법론적 다양성을 일축하고 편협한 사고와 정보부재에 의한 뒤늦은 참여의 어리석음을 통렬하게 지적하는 것은 결과에만 집착한 간결함이 낳은 결과라 할 것이다.

 


이렇듯 균형감 있는 재태크 요소들을 익히고 급변하는 경제상황에 예의주시함으로써 올바른 자산증식과정을 통해 현실적인 전략적 방법의 통찰력을 키우는 힘을 얻게 할 것이며 불안한 이때 방향을 제시할 든든한 네비이게이션과 같은 역할을 하리라 판단되며 일독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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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 - 한 서번트 이야기
캐슬린 루이스 지음,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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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걷지 말고 믿음으로 걸어라.

모든 세상은 언제나 나와 함께 있다.

어떤 순간에도 내 눈앞에 있다.

내가 보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말이다.




우리가 가진 편견은 지독한 이기심에서 분화되어 나타난다. 정상인이라는 범주에서 나와 다름에 비정상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날 서린 시각으로 ‘장애인‘이라는 이름의 멍울을 씌운다. 온전히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오롯이 홀로서기를 하려 해도 이미 장애인이라는 이름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마치 가슴 깊이 새겨진 주홍글씨처럼.




그래도 이런 불협화음의 세상이 아름다울 수 있고 가슴 한 켠 따뜻함이 베어 나오게 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극복한 초월적인 사랑과 기적과 같은 놀라운 일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어머니의 사랑의 힘은 실로 위대하며 숭고하기까지 하다. 이 책의 저자 케슬린 루이스는 렉스의 장애를 사랑의 힘으로 극복했다.


그녀는 시신경형성부전장애와 소통이 사라진 자폐를 가진 렉스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  놓았다. 이러한 현상은 렉스가 가진 천재적인 음악성에서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으나 어디까지나 사랑의 힘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에 그 아름다움이 깊고 넓다 하겠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아픔과 기적과 같은 일에 목이 메어 한동안 먼 하늘을 바라봐야만 했다. 그녀와 렉스가 만들어 낸 믿기지 않는 일에 가슴 먹먹한 감동의 파편들이 오래도록 대기 중에 감싸고 도는 것을 느끼게 한다.




렉스는 시각장애를 가진 동시에 선천적으로 두개골을 이어주는 투명막이 없어 신체활동에 부적응하는 심각한 기능적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게다가 자폐적 성향까지 갖추고 있는 소위 복합장애를 가진 아이이다. 이런 다중장애를 가진 아이가 기인적인 일로 경이적인 천재성을 나타내는 것을 서번트 신드롬(savant syndrome)이라 한다.(책 표지 날개면 하단참조)


렉스가 가진 영민한 능력이 이 책을 통해 소개되고 많은 사람들이 감명을 받아 눈물을 흘리게 만들겠지만 그 보다 더 렉스와 닮은 수 없이 많은 장애를 가진 아동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교육프로그램에 강한 눈길을 이끌게 한다. 미국사회가 가진 평등화된 시스템이자 부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체계적인 장애아동에 대한 교육체계와 사회 구성원들의 성숙한 문화가 든든한 주춧돌이 되었기에 오늘날의 렉스가 빛을 발하는 견인차가 되지 않았나 싶다. 렉스에게는 그를 지지하는 좋은 스승이 함께 하였고 탁월한 천부적인 능력을 발굴하여 다듬고 빛나게 하였다.


허나 렉스가 거둔 놀라운 성공은 그녀에게 있음을 안다. 그녀에게 닥친 믿기지 않는 현실이 지금의 성공에 서야 담담히 회상하고 곱씹을 수 있는 일이겠으나 보이지 않는 암울한 터널을 뚫고 나오게 만든 힘이 오늘날의 렉스를 있게 하였다.



끝없이 추락할 것만 같은 절망의 늪에서 끈질기게 부딪히고 이겨낸 그녀에게 어머니의 또 다름 강함에 숙연해 지기까지 한다. 또한 편견의 시선에 무심히 동참했던 방관자적 삶을 돌아보게 하고  삶을 새롭게 통찰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더불어 살아가는 참된 의미와 진한 감동을 얻게 만들 렉스의 이야기를 함께 하기를 권한다.




사랑해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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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2 - 하 -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 밀레니엄 (아르테)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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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덮으면서 한동안 커다란 아쉬움에 목말라야 했다. 이야기가 안겨 준 감정의 교감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영원히 더 이상 스티그 라르손이라는 저자의 글을 볼 수 없음이 그리 만들었다. 저자는 단순히 은퇴 후 노후를 위해 무려 2,000페이지에 달하는 밀레니엄 시리즈를 집필하기로 하였다고 하나, 그 동기의 단순함은 금방 의미를 잃게 되어 버리고 그가 만든 세상으로, 우리의 아이들이 조앤.K.롤링의 해리포터에 열광하는 것처럼 그리 되어 버리고 만다.


이 책은 사전에 캐릭터를 적확하게 구성하여 놓은 후 플롯을 가미한 흔적이 역력해 보인다. 이는 저자가 가진 현장 경험과 인종주의에 대한 르포르타주 전문기자라는 직업에서 비롯되는 것 일게다. 자로 잰 듯 한 시공간의 구성과 연결과정의 정교함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으며 요즘 시대 트렌드를 반영한 작품임을 대번에 알게 한다.


저자는「말괄량이 삐삐」로 잘 알려진 스웨덴의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한다. 이런 영향으로 인하여 밀레니엄의 주인공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현대판 삐삐의 재탄생이라 한다. 두 인물 간 캐릭터가 닮았다고 하기에는 왠지 무리수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뤽 배송 감독의「니키타」의 여주인공을 떠올리게 하며 전사적인 이미지가 더 강하게 떠오르니 말이다.


밀레니엄은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작은 아직 읽어 보지 못한 터라 그 정확한 이야기를 알 수는 없으나 2부에서 거론된 인물들을 보면 새로운 사건을 이끄는 인물을 제외하곤 중심인물들인 천재 해커소녀 리스베트 살란데르와 밀레니엄의 스타 기자 미카엘 블롬크비스트가 그대로 등장하며 이야기 간 연결이 반드시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1부를 읽지 않았더라도 2부를 읽어 가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으며 단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정도에 그친다.


또한 이 책은 사건의 전개나 해결을 위주로 하기 보다는 인물의 환경이나 환경을 구체적으로 묘사함으로써 공포와 긴장감을 극대화 시키는 장르인 스릴러 소설로 분류되어 있다.(네이버 국어사전참조) 이에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와 병폐에 대해 다분히 고발적인 내용을 그 모티브로 차용하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폭넓은 경험이 기반이 되었기에 독자로 하여금 감정적 교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론화 되지 못한 문제를 끄집어내어 함께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이야기는 리스베트의 어린 시절의 고통스런 과거의 한 장면에서부터 시작되며 이 책의 부제가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로 명명되었는지를 암시하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이러한 자극적이고 낯선 부제를 저자는 무슨 이유로 사용 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모든 것이 정리되며 왜 그렇게 하였는지 절실하게 공감하게 한다.


주인공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부조리한 남성 중심의 권력구조의 암투에 가려 희생된 지옥 같은 유년기를 보내게 되며 그 과정에 무수히 많은 여성의 노예화, 상품화 되는 모습을 보고 자라게 된다. 철저히 소외당한 아픔을 극복하고 스스로 자력구제에 나서는 계기를 만들며 우연한 기회에 찾아든 살인사건의 중심에서 그녀의 강인한 정신력과 번뜩이는 기지를 바탕으로 악을 응징하는 모습에 환호하게 한다.


반면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의협심이 강하고 탁월한 기자정신으로 무장한 캐릭터로 등장하며 시종일관 정의감에 불타 오르는 캐릭터로 등장하며 이 책과 유사한 소설의 등장인물과 궤를 같이 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의 상세한 묘사와 사실감 넘치는 표현으로 저자의 꼼꼼한 성격을 다시금 느끼게 하며 특이한 캐릭터인 금발거인의 등장은 소설의 재미를 부가시키게 한다. 아마도 007시리즈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 출연한 죠스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할 것이며 극적요소에 필요불가결한 장치로 악을 상징하는 피조물로 이용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아 이 책은 탄탄한 스토리구성에 상당한 공을 들여 만든 작품임에 틀림없으며 빠른 속도감 있는 전개와 다양하게 얽힌 복선구조의 암시로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게 만드는 이야기이다. 여러 등장인물들과의 주인공 사이에서 발생하는 대립구조는 가히 이 작품의 백미라 할 만 한다.


저자는 또한 프랑스의 유명한 수학자 페르마의 정리의 소개로 또 다른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아마도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에서 이야기의 실마리로 작용하는 피보나치 순열에서 영향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수학적 소재가 동일패턴이라는 관점을 견지한다면 페르마의 정리에 대한 해답과 이야기의 결말에 대한 의미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맥상통함을 의미한다 하겠다.


이렇듯 손에서 내려놓기 아쉬울 만큼 빠져 들어 읽었다. 두꺼운 분량에 비하여 읽는 과정은 너무도 순식간에 지나가 버려, 다시 3부가 나오기를 목 놓아 기다려야 하는 것이 오히려 읽어 내는 것 보다 더 힘들게 할 것 같다. 스티그 라르손의 소설적 상상력에 놀라게 될 것이고 블록버스터에 버금가는 이야기에 누구나 단번에 매료될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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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의 역사 - 진실과 거짓 사이의 끝없는 공방
황밍허 지음, 이철환 옮김 / 시그마북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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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너도 나도 법의 잣대에 맞추어 시시비비를 가리고 분쟁을 해결코자 하는 세상이다. 그로 인해 소송이 남발하고 사법적 정의 구현과 소송경제에 반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해 평균 민사소송 건수만 백 만건이 넘어 선다고 한다. 이것이 법치국가가 지향하는 실체적 진실추구와 사법적 정의를 실현시키는 시스템의 올바른 정착인지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러나 그 속내를 자세히 들여 다 보면 여전히 일반인들이 제대로 된 법률서비스를 보장받기에는 취약한 구조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차별적 대우가 발생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더구나 현학적이고 난독 불가에 가까운 판례 및 법률조문과 여기에 절차적 복잡성, 소송에 따른 경제적 손실 등 가히 선별적 접근만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총체적 불합리성의 문제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닌가 보다. 이 책의 저자인 황밍허의 중국 또한 그러하며 미국은 그 심각성이 더 할 나위없다. 한마디로 소송천국의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소송경제에 반하는 현실적 문제와 신뢰받는 법원이 되기 위해 추구하여야 할 혜안을 찾고자 각 나라별 법정의 역사를 통해 오늘을 살피고자 하였다. 나아가 중국이 오랜 전통문화를 가진 문화의 중심임을 은연중에 각인시키고 뒤쳐진 자국의 법률문화를 개선하고자 하는 저자의 애국심에 찬 열의를 엿 볼 수 있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 법정을 중심으로 법정과 관련된 역사, 소송당사자, 재판관, 법정공방과정, 법정문화, 정의의 해석, 그 밖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심판을 중심으로 법치에 기반을 둔 각국 판례를 들어 전개하고 있다. 이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역사 속에 스며든 비화를 곁들였으며 현대 법치주의의 투쟁과정을 관련 사진과 자료를 통해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끔 조목조목 기술하고 있다.


두꺼운 책임에도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게 구성되었으며 법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어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쓴 글이다. 다만 이 책이 중국의 현재 사법부를 염두에 두고 엮은 책이라, 우리 현실과는 동떨어진 내용이 다소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유교문화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낯설게만 보이지 않으며 날로 발전하는 중국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인다면 좋을 듯 싶다.


중국은 예로부터 유가사상이 지배적 가치관으로 자리 잡고 있던 터라 분쟁해결을 위한 소송을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한다. 이를 통해 지방관은 소송을 직접 해결하는 것을 꺼려하였으며, 재판관으로 송사에 참여 하기는 하나 법률적 지식이 터무니없이 빈약하여 올바른 판단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한다.


이러한 비현실적인 구조를 돕고자 형조비랑과 같은 요즘의 별정직 공무원(?)이 등장하였으며 더불어 일반인들의 소송을 보조하는 송사(현대의 변호사)가 자연스레 생겨났다 한다. 이 책의 전반에 걸쳐 소개되고 있으며, 법치가 인본중심이 아닌 왕권중심의 도덕적 윤리관에 치우쳤던 어두운 역사와 이권에 결탁한 소송과정을 언급함으로서 인권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해 준다.


저자는 또한 현직 판사답게 근현대의 유명한 각국 사건의 판례를 통해 자신만의 색깔로 냉철하고 논리정연하게 담아내고 있다. 아테네의 현자 소크라테스의 "악법도 법이다."라는 유명한 격언을 남긴 소송비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제국주의 망령에 얼룩진 나치전범재판과정, 우리의 아픈 역사와 무관치 않은 일본의 전범재판과정을 낱낱이 담았다.


또한 전대미문의 O.J.심슨 사건과 모순으로 점철된 사람과 원숭이에 관한 재판을 소개하였다. 이 두 사례 속에 담긴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사고와 성숙한 시민의식 및 법치에 대한 경외심을 알게 된다. 스스로 만든 규범(무죄 추정의 원칙)의 모순에 빠져 자가당착의 길로 빠지기는 하였으나 미국사회의 사법에 대한 개방성과 투명성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단편이라 하겠다.


이를 통해 서구 국가의 성숙한 법치에 대한 경외심과 그로부터 특권을 가진 자 없이 법 앞에서 만민이 평등함을 깨닫게 하여 준다. 아마도 저자는 이러한 서구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시민의식이 새삼 필요함을 못내 부러워하였는지도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잘 만든 책이다. 실생활에 알아 두면 좋을 법한 내용들을 담고 있어 지루하기만 한 법과 친숙하게 다가 설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저자의 해박한 철학, 세계사, 중국사에 관한 지식을 덤으로 얻을 수 있어 부담 없이 일독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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