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2 - 하 -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 밀레니엄 (아르테)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덮으면서 한동안 커다란 아쉬움에 목말라야 했다. 이야기가 안겨 준 감정의 교감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영원히 더 이상 스티그 라르손이라는 저자의 글을 볼 수 없음이 그리 만들었다. 저자는 단순히 은퇴 후 노후를 위해 무려 2,000페이지에 달하는 밀레니엄 시리즈를 집필하기로 하였다고 하나, 그 동기의 단순함은 금방 의미를 잃게 되어 버리고 그가 만든 세상으로, 우리의 아이들이 조앤.K.롤링의 해리포터에 열광하는 것처럼 그리 되어 버리고 만다.


이 책은 사전에 캐릭터를 적확하게 구성하여 놓은 후 플롯을 가미한 흔적이 역력해 보인다. 이는 저자가 가진 현장 경험과 인종주의에 대한 르포르타주 전문기자라는 직업에서 비롯되는 것 일게다. 자로 잰 듯 한 시공간의 구성과 연결과정의 정교함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으며 요즘 시대 트렌드를 반영한 작품임을 대번에 알게 한다.


저자는「말괄량이 삐삐」로 잘 알려진 스웨덴의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한다. 이런 영향으로 인하여 밀레니엄의 주인공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현대판 삐삐의 재탄생이라 한다. 두 인물 간 캐릭터가 닮았다고 하기에는 왠지 무리수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뤽 배송 감독의「니키타」의 여주인공을 떠올리게 하며 전사적인 이미지가 더 강하게 떠오르니 말이다.


밀레니엄은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작은 아직 읽어 보지 못한 터라 그 정확한 이야기를 알 수는 없으나 2부에서 거론된 인물들을 보면 새로운 사건을 이끄는 인물을 제외하곤 중심인물들인 천재 해커소녀 리스베트 살란데르와 밀레니엄의 스타 기자 미카엘 블롬크비스트가 그대로 등장하며 이야기 간 연결이 반드시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1부를 읽지 않았더라도 2부를 읽어 가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으며 단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정도에 그친다.


또한 이 책은 사건의 전개나 해결을 위주로 하기 보다는 인물의 환경이나 환경을 구체적으로 묘사함으로써 공포와 긴장감을 극대화 시키는 장르인 스릴러 소설로 분류되어 있다.(네이버 국어사전참조) 이에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와 병폐에 대해 다분히 고발적인 내용을 그 모티브로 차용하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폭넓은 경험이 기반이 되었기에 독자로 하여금 감정적 교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론화 되지 못한 문제를 끄집어내어 함께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이야기는 리스베트의 어린 시절의 고통스런 과거의 한 장면에서부터 시작되며 이 책의 부제가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로 명명되었는지를 암시하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이러한 자극적이고 낯선 부제를 저자는 무슨 이유로 사용 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모든 것이 정리되며 왜 그렇게 하였는지 절실하게 공감하게 한다.


주인공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부조리한 남성 중심의 권력구조의 암투에 가려 희생된 지옥 같은 유년기를 보내게 되며 그 과정에 무수히 많은 여성의 노예화, 상품화 되는 모습을 보고 자라게 된다. 철저히 소외당한 아픔을 극복하고 스스로 자력구제에 나서는 계기를 만들며 우연한 기회에 찾아든 살인사건의 중심에서 그녀의 강인한 정신력과 번뜩이는 기지를 바탕으로 악을 응징하는 모습에 환호하게 한다.


반면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의협심이 강하고 탁월한 기자정신으로 무장한 캐릭터로 등장하며 시종일관 정의감에 불타 오르는 캐릭터로 등장하며 이 책과 유사한 소설의 등장인물과 궤를 같이 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의 상세한 묘사와 사실감 넘치는 표현으로 저자의 꼼꼼한 성격을 다시금 느끼게 하며 특이한 캐릭터인 금발거인의 등장은 소설의 재미를 부가시키게 한다. 아마도 007시리즈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 출연한 죠스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할 것이며 극적요소에 필요불가결한 장치로 악을 상징하는 피조물로 이용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아 이 책은 탄탄한 스토리구성에 상당한 공을 들여 만든 작품임에 틀림없으며 빠른 속도감 있는 전개와 다양하게 얽힌 복선구조의 암시로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게 만드는 이야기이다. 여러 등장인물들과의 주인공 사이에서 발생하는 대립구조는 가히 이 작품의 백미라 할 만 한다.


저자는 또한 프랑스의 유명한 수학자 페르마의 정리의 소개로 또 다른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아마도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에서 이야기의 실마리로 작용하는 피보나치 순열에서 영향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수학적 소재가 동일패턴이라는 관점을 견지한다면 페르마의 정리에 대한 해답과 이야기의 결말에 대한 의미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맥상통함을 의미한다 하겠다.


이렇듯 손에서 내려놓기 아쉬울 만큼 빠져 들어 읽었다. 두꺼운 분량에 비하여 읽는 과정은 너무도 순식간에 지나가 버려, 다시 3부가 나오기를 목 놓아 기다려야 하는 것이 오히려 읽어 내는 것 보다 더 힘들게 할 것 같다. 스티그 라르손의 소설적 상상력에 놀라게 될 것이고 블록버스터에 버금가는 이야기에 누구나 단번에 매료될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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