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 윈프리의 시대 - 대통령을 만든 미디어 권력
제니스 펙 지음, 박언주.박지우 옮김 / 황소자리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오프라 윈프리, 미국을 대표하는 문화아이콘으로 추앙받는 움직이는 미디어 신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녀가 가진 핸디캡과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기회의 땅, 미국에서 성공을 거머쥔 당찬 유색인종으로 입지전적적인 인물이다. 그녀가 이룬 성과는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상관관계는 가히 파격적이라 할만하다.  


치솟는 인기의 비결에 자신감 넘치는 긍정에너지에서 찾는다. 현재의 그녀를 만든 배경이 무엇인지, 그녀가 가진 삶의 철학은 무엇인지에 관해 끊임없이 회자되며 대통령을 만든 무소불위의 권력에 놀라움을 넘어 경이로운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꾸준한 자기관리와 변신으로 난공불락의 요새를 만든 그녀의 이면을 내밀히 드려다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 하겠다.  


이 책 <오프라 윈프리의 시대>의 저자 제니스 펙은 오프라가 뿜어내는 아우라의 허상과 사회적 현상에 대해서 집중 해부하고 그녀가 지향하는 가치관을 총체적으로 분석하여 이념적 접근을 시도하였다. 누구나 그녀의 성공적인 삶을 동경하는 사회적 통념 속에 비판적인 시각으로 우상을 깨트리기란 쉽지 않은 일임에 분명하다. 그러하기에 저자의 용기와 건전한 비판의식이 돋보이는 책이라 하겠다.  


저자는 오프라를 둘러 싼 배경을 논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학문적 접근과 시대 배경적 상황을 통찰하여 객관적 검증의 담보가치를 높여 놓았다. 1970년대 들어 미국사회는 이념적 이데올로기의 소강상태에 접어들어 새로운 사상의 출현에 목말라 하였다. 이러한 배경적 필요에 의해 자유 시장 경제체제를 주축으로 한 자본주의를 더욱 강화한 신자유주의가 도출되었으며, 이는 사회계약관계의 기저를 이루는 공동사회의 기반을 허물고 이익사회로의 이전을 불가피하게 하였다.  

  

신자유주의는 국가의 참여를 제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고 책임에 대한 분배를 오롯이 개인으로 전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개인에 대한 책임의식은 주류미국사회에 불안한 동요를 형성하게 되고 갈피를 잃은 국민정서를 통합하는 의식강화로 신사상이 만연하는 상태로 진입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태에 오프라는 기존의 신변잡기식의 토크쇼를 탈피하고 테라피 요법으로 무장한 개인역량강화에 주력하는 시대적 담론을 충실히 따르게 되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와 같이 오프라가 포착한 사상적 본질에 렌즈를 맞추어 놓고 있다. 오프라 쇼에서 보여 지는 실제 이미지와 달리 불평등한 구조적 차별을 조심스럽게 담론화 시킴으로써 오프라의 속살 벗기를 시도하였다. 더불어 오프라가 신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이념적 토대이외에도 그녀를 재무장시킨 배경으로 고대 힌두교를 바탕으로 발전한 신사상이 한 몫 하였음은 책 전반을 통해 내비치고 있다.  

 

국내에도 열광적인 인기몰이를 하였던 <시크릿>의 이념적 토대에 오프라는 취사선택하는 임기응변적 면모를 보였다. 줄 곧 그녀가 보여 온 정신요법과 개인의식강화가 실언이 아니었음을 현실화 시킨 구체적인 증거로 <시크릿>의 “구하라, 믿으라, 받으라.”의 행동강령을 보기 좋게 재포장하였음 두말할 나위 없다.

  

 

이처럼 오프라가 가진 역량은 시대 흐름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잡아 붙들어 매는 것에 있음을 알게 된다. 이미 기존의 가치체계를 무너뜨리고 우월적인 지위를 형성한 담론들에 대해 치부를 드러내는 비판적 시선을 보내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 할 만큼 무모한 일로 비쳐질 수 있다 하겠다.  



하지만 저자의 용기 있는 건전한 비판은 건강한 사회를 이루는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하겠다. 저자가 주장하는 오프라의 이중성과 신귀족계층에 기댄 우민화 과정은 암묵적 합의로 이루어 진 비열한 세계의 한 단면이라 하겠다. 그녀가 보인 오만함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자기강화를 빗댄 이념적 자포자기에 다름이 아닌 것은 씁쓸한 현실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사회적 담론이 개인의 이익을 보장하고 추구하는 것이 일견 잘못된 시각은 아님에도 승자독식의 원칙에 의한 불가피한 희생은 우리 사회가 책임져야 할 공통의 의무임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에 저자가 오프라란 거대 미디어 스타를 주목하고 그녀의 영향력이 사회 전반에 건전한 상식을 차단하는 것으로 인식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라 하겠다.  


이렇듯 열광적인 지지에 묻혀 일그러진 속내를 드려다 보는 것은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로 진행하는 통과의례로, 저자의 생각과 이야기에서 균형감 있는 유연한 의식을 고양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보인다. 책 속에 담긴 무수한 단상들을 읽어 내다보면 한층 성숙하고 객관적인 시선을 확보하는 가치를 발견하지 않을까 한다.  


오프라를 통해 오프라를 바라보는 신선한 재미를 오롯이 만끽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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