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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
가이도 다케루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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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종족 보존이 자연적 현상이 아닌 인간에 의해서 좌우될 수 있을까? 세상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불임부부들이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를 너무도 원하나 생리적 장애와 기질적 장애에 의하여 생산되지 못하는 것을 말이다. 그와 반대로 쾌락적 행위의 결과에 뒤따른 신성한 책임에 대하여 도외시하는 사람들에 의하여 수없이 많은 새로운 생명이 배수구를 따라 떠내려 사라진다. 실로 아이러니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모든 사회적 현상이 인간이 신의 영역에 보다 더 근접하였음을 말해 준다. 저자는 본인의 눈을 통해 바라보고 각인된 부조리한 현실을 픽션으로 대체하여 공론화시킴으로서 나름의 해결방법을 제시코자 한다.


강한 흡인력이 전해오는 이야기다. 깔끔한 이야기 전개와 저자의 상세한 설명이 전문적인 의학지식 없이도 빠른 이해를 도와주며 부담 없이 몰입 가능하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가 가진 역량이며 경험에서 터득한 필력일 것이다.


예민한 사회적 문제인 낙태, 대리모, 난자제공행위 등 이 시대를 관통하는 민감한 문제에 대하여 다양한 캐릭터를 창출하여 현실의 갈등과 주인공 리에가 가진 이념과 대립되는 구도를 그려 나간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담고자 시도하고 노력한다. 허구의 형식을 빌린 사회 고발성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다.


불임부부가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행하고도 해결되지 못하는 경우 음성적인 방법으로 부부의 정자와 난자를 체외 수정시켜 대리모에 의한 임신인 즉 차복借腹의 형태로 변형된다. 저자가 이야기를 통해 말 하고자 하는 깊은 속내는 이 속에 녹아 있다.


대리모 문제는 다양한 문제와 직면해 있다. 새 생명의 탄생과 둘러싼 정서적 문제, 윤리적 문제와 기존 규범을 뒤흔드는 가족제도문제, 인권침해문제 등 얽히고 섫힌 복잡 미묘한 문제로 발전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저자가 리에를 통하여 성취한 결과물은 현실 속에서 구현되기에는 비현실적인 것으로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을 과감하게 지적하며 관료주의에 빠져 탁상행정의 결과물로 붕괴되는 지역의료기관(2차의료기관)의 사회적 문제를 통해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 접근성의 시간적 소요 등 - 작가 특유의 기지를 발휘하여 미디어와 접목시켜 해결코자 한다.


저자가 의료행정의 실태와 문제에 대한 관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며 이미 우리나라에도 많은 진료기관들이 자본주의 매카니즘에 가려 위태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많은 것을 담고자 한 저자의 의도가 돋보이는 책이다. 허구적 상상과 현실의 적절한 조화로 사회적 문제에 대한 공유의 폭을 넓힌 저자의 취지에 부합했다. 결국 저자가 제시한 문제의식을 받아 들이는 것은 독자의 몫이겠으나 피할 수 없는 진실은 인간생명의 존엄성은 부인하기 어렵다는 것에 있다. 아마도 성모 마리아를 차용하여 극적 피날레를 더하는 저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가히 짐작이 가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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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만 더 -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마지막 행동
스티븐 C. 런딘, 카 헤이저먼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김영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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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힘에 겨워 지쳐 쓰러지고 싶을 때가 있다. 최선을 다해 내가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으나 기대했던 결과에 턱없이 못 미치는 현실에 하염없이 황망함에 빠진다. 누구나 그런 경험은 한 번쯤은 있으리라. 성공의 순간은 쉬이 잡힐 듯 말 듯 하다 매번 사라지고 마는 신기루처럼 현실은 냉정하게 반응한다. 이 순간 너무도 숨이 차 더 이상 기력이 없음에 절망하고 부질없는 일이라 되뇌이며 결국 현실에 안주하는 삶에 머무르고 만다. 

한 걸음만 더... 참으로 어렵고 힘들다. 이 책은 인간이 완벽하지 못함에 착안하여 누구에게나 비켜가지 않는 절망과 같은 슬럼프에 대한 극복과정을 비즈니스 우화의 형식으로 부드럽고 힘차게 풀어 나가고 있다. 

우리에겐 다소 낯설고 생소한 쥐잡이꾼을 통해 바라본 세상 모습이다. 거리공연가로 활동하며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기대에 찬 관중과의 관계 속에 얽힌 순간 순간을 자분자분 그려내고 있다. 쉽게 읽힐 만한 책이며 배울 점이 그득하다. 다소 식상한 스토리 전개과정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궁극적인 목적이 그것이 아님을 상기할 때 그리 못 봐줄만하진 않다.

이야기는 최선을 다해 성공가도를 달리던 영업사원이 슬럼프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순간에서 부터 출발한다. 그는 어머니의 별세를 기화로 미루어 왔던 휴가를 떠나게 되며 그 곳에서 자신의 상처 난 마음을 보듬어 줄 멘토를 만나게 되어 재기하게 된다는 딱 헐리우드식 익숙함이다.

허나 주목할 점은 이야기가 아니라 그 속에 녹아 있는 인간관계의 기술에 있다. 저자는 인간이 타인에게 미치는 상관관계와 그러한 상황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이는 원만한 소통을 의미한다. 원치 않는 결과가 생긴 순간을 떠올려 보면 대개 소통부재가 원인임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불안정한 상황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과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1. 기회의 땅을 확보하라.
2. 곤경의 실타래를 풀어라.
3. 혼잡을 역이용하라.
4. 마음의 버팀목을 구축하라.
5. 매끈하게 끝을 맺어라.
6. 종지부를 찍어라.
7. 신명에너지 마당을 활용하라.

명쾌하고 간결한 문구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흘러 들을 게 없다. 차곡차곡 마음 깊이 받아들이면 될 성 싶다. 성공을 위해 내달리기 이전에 우리를 돌이켜 살필 줄 아는 지혜를 얻게 될 것 같다.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열독하면 흐트러진 우리의 정신에 단비를 주는 고마운 책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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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 다르지 않다 인물로 읽는 한국사 (김영사) 5
이이화 지음 / 김영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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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아닌 중립적인 견지를 고수하며 글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빈약한 문헌을 바탕으로 약전조차 남아 있지 않은 과거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는 것은 무릇 어둠속을 헤매는 것과 흡사하다. 이미 기성사실이 되어 굳어 버린 개념의 틀을 밀어 버리고 다시금 채워 간다는 것은 크나 큰 모험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기존의 역사서와는 달리 유물론적 시각이 아닌 유심론적인 관점에서 우리의 역사를 재조명했다. 이에 더 나아가 과거를 이어 온 우리의 현재에 일침을 가하는 근엄함을 더하고 있어 통쾌함 마저 든다. 허나 이 책을 온전하게 소화해 내기 위해서는 시대적 사실과 등장인물에 대한 배경적 지식이 깔려 있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자가 군데군데 이해하기 쉽게 해독하여 살을 덧붙여 놓았으며 전문적인 지식은 부러 피했다.

 


이 책은 우리 민족과 호흡을 같이 한 종교인들에 대한 전기를 모아 집대성하였다. 쉽게 들어 알 수 있는 인물부터 생소한 인물에 이르기까지 시종일관 치우침 없이 잘못된 점은 바로 잡아 가며, 미시적인 관점에서 기술하였다. 저자의 오랜 경험을 통해 이룬 통찰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음은 물론이다.

 


크게 4분류로 나누어 첫번째, 중생과 함께 한 원효, 의상, 의천, 도선과 외세에 맞서 이름을 드높이 세운 지눌, 무학, 휴정, 유정, 경허에 대한 발자취를 그렸다. 두 번째로 무지몽매한 민중들을 구도하고 피안을 제시한 정염, 정작, 이지함, 서기, 남사고와 세 번째로 민족 근대종교의 시발점인 천주교의 권철신, 윤지충, 권상연과 기독교의 김교신, 함석헌에 대해 서술하였다. 끝으로 암울한 을사늑약으로 나라를 읽은 현실에서 발현된 동학의 최제우, 나철, 강증산, 최시형, 손병희에 대한 객관적이고 숨겨진 역사를 보여준다.

 


이렇듯 인물의 시대적 상황과 배경을 중심으로 가감 없이 기술된 덕에 그저 주입식, 단편적 사고에 그치는 독자들의 지식의 폭을 넓혀 주리라 기대 된다. 또한, 맹목적으로 신격화 내지는 우상화 되어 버린 인물들을 재해석하여 제도적 틀에서 벗어난 그들의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를 극명하게 일깨워 주며 아낌없는 비판의 시각을 멈추지 않는다.

 


역사라는 것이 쓰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과장되거나 축소될 수 있을지 모르나 진리만은 다르지 않음을 저자는 깨우쳐 주려 한다. 어느 책에선가 이런 말을 본 적이 있다. 글과 문자성은 자유를 줄 수도, 억압을 줄 수도 있는 두 가지 힘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아마도 우리가 알아 버린 진리와 시각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것 또한 각자의 몫임을 저자는 애둘러 표현하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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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愛 탄생 - KBS 러브 인 아시아
KBS러브인아시아 제작팀 엮음 / 순정아이북스(태경)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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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우연히 캄보디아에서 온 맑고 큰 눈을 가진 여인을 텔레비전을 통해 본 기억이 얼핏 떠오른다.

그녀는 말 설고 물 선 타국의 땅에 사랑 하나만을 굳게 믿고 혈혈단신 건너왔다 한다. 지독한 향수병에

고생하고 따갑게 쏘아 보던 날선 시선들에 몸서리치며 앓기를 반복하며 이제는 한국의 아줌마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말끄러미 웃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저 어설픈 외국인 며느리가 나와 우리 문화 속으로 들어오는 통과의례에 따른 열병 정도로

쉬이 보아 넘겼다. 허나 가족愛탄생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고 그들의 눈을 통해 우리가 가진 

비열함에 새삼 부끄러움이 앞서게 하였다. 

 

이 책은 한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인기리에 방영한 덕택 인지 이야기 하나 하나마다 뭉클하지 않은 사연이 없을

정도로 심금을 울리게 한다. 책은 4개의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으며 마치 귀에 익은 성우가 나와 대본을

찬찬히 읽어 주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그들이 우리 문화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가는 과정을 때로는 담담

하게 때로는 희망에 들떠 때로는 그네들이 겪었을 아픔을 함께 나누며, 우리와 함께 소통하여 우리가 

되었음을 일러준다.

 

오랜 수행의 고통을 힘겹게 이겨내 얻은 깨달음을 티베트의 창공에 날려 버리고 사랑을 찾아 날아온 

티베트인 치미, 스치는 옷깃 인연처럼 지극히 우연히 만나 사랑으로 발전한 순수한 눈을 가진 파키스탄인

임란, 남편만을 믿고 정들었던 고향을 등진 채 떠나 와 황망하게 미망인이 되어 버린 필리핀인 테시스비, 

여느 여염집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아가는 스리랑카인 마두샤니. 이들의 삶이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안다. 

단지 우리와 다른 피부색을 가지고 빈곤한 나라에서 태어났음을 바라보는 우리의 못난 시선에서 비롯된 

아픔인 것을 말이다. 

 

낯선 환경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이루고자 한 꿈을 개척해 나가는 필리핀인 아나벨, 서로가 인연이었음을

알았기에 물리적 장애에도 개의치 않고 한곳만을 서로 바라보며 사랑을 키워 가는 라오스인 케오메리, 

높은 신분을 가지고 태어 나 명예로운 삶이 보장되었던 삶을 히말라야 깊은 산속에 묻어 버리고 사랑을 

찾아 떠나 온 명랑 쾌활한 네팔인 두루가, 우연을 가장한 필연처럼 동서지간이 된 캄보디아인 촘과 뚜온. 

이들을 통해 그들도 우리와 같음을 다시 한 번 주억거리게 된다. 우리가 던진 비뚤어진 시선과 단절된 

마음의 벽으로 상처가 나버린 소외된 우리의 이웃을 그들이 우리를 대신해서 끝없는 사랑으로 품어주었음을 

말이다.

 

반듯하게 자라 쉼 없이 희망을 노래하는 아이들을 기른 곧고 바른 심성을 가진 필리핀인 테레시타, 이웃의 

아픔을 온몸으로 함께 이해하며 도움의 온정을 나눈 베트남인 투옅, 태어난 나라가 달라도 함께 사이좋게 

살면 한 핏줄이 되어 가족으로 된다는 믿음으로 사랑을 이룬 키르기즈스탄인 촐펀, 화마가 가져다 준 상처를 

사랑의 힘으로 치유한 인도네시아인 예티. 이들 속에서 우리는 다시금 우리가 만들어 낸 알량한 자긍심이 

덧없음을 깨닫게 한다. 

 

우리 사회는 빠르게 변하여 수없이 많은 다문화가정을 양산해 가고 있다. 준비가 덜 된 탓일까 아니면 그저 

소외된 계층의 아픔정도로 치부해 버리고 마는 탓 일까? 이 책은 이러한 편협한 시선을 벗어나 우리가 해결

하지 못한 과제를 이들을 통해 희망이 있음을 발견하고 나아갈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함께 읽고 그들의 아픔을 이해해 나가면 좋을 것 같다. 그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깨우치고 

그들도 우리처럼 순수한 영혼을 지녔으며 울컥한 사랑이 살아 있는 뜨거운 영혼이라는 진실을 말이다. 

그저 낯선 이방인이 아닌 우리의 이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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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 2008년 문학수첩작가상 수상작
주영선 지음 / 문학수첩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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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본연의 내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절제된 표현속에 완성된 보기 드문 수작

 

과장된 수사적 어구나 군더더기 없는 수식어 없이 마치 사실화로 그려 진 한폭의 그림처럼 조그만 농촌 마을을 둘러 싼 인간 본연의 감성을 이토록 잘 다룬 작품을 최근 들어 읽은 적이 드물다. 저자는 작중화자를 통해 인간이 처한 상황을 여러 가지 각도에서 감성적인 부분을 지극히 배제한 채 사실적 문체로 담담히 그려내어 독자의 감정이입의 방해되는 요소를 제거하여 친절하게 도와주고 있다. 또한, 전편全篇에 걸쳐 작중인물들에 대한 심리적 묘사에 보다 주력하기 위해 사실적인 부분을 부각시켜 강조함으써 인간 본연에 담긴 이면을 지나친 수식어 없이도 무엇을 말하는지를 독자 스스로 쉽게 알아 가게 하는 힘이 느껴진다. 이처럼 이야기는 자연스러운 문장완성도로 지루함없이 단숨에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 듯 그렇게 다가서는 작가의 필력이 스며 들어 있다.

 

그렇다고 괜실히 무겁고 딱딱하기 그지 없는 주제로 한없이 빨려 드는 것은 아님에는 틀림없다. 인간이 가진 어두운 면을 새로운 소재로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하기 그지없는 촌락村落의 모습을 현실감있게 담은 것을 보면 자칫 무겁게 흐를 수 있는 모티브를 다분히 고려하여 의도에 넣은 작가의 꼼꼼한 배려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방인인 작중화자를 통해 마을 터줏대감 노릇을 하는 세 노파의 틈바구니에서 살아 남기 위하여 끝없이 자맥질치는 모습이 영락없는 우물안 개구리같아 보인다. 그 속에 감춰진 이면에 인간이 가진 비열함, 음습함이 우리 사회가 지닌 한 단면을 그대로 무대만 달리한 채 통채로 옮겨 놓은 착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정직함과 공정함을 소신으로 보이지 않는 세력들과 오롯이 싸워 이겨내고자 하는 작중화자 진료소장은 어느 사이 자기 편에선 듯 하다 다시금 건너 자신을 향해 삿대질을 하는 사람들 틈속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지리멸렬한 환멸을 느끼며 서서히 비굴함으로 무장한 그들속에서 영원히 아웃되고 만다.

 

이를 통해 소통부재가 가져다 주는 그늘진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며, 겉과 속이 다른 내면을 가지고 버젓이 뻔뻔하게 자신의 의도를 드러내어 성취시키고자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현실세계의 전형적인 권력암투과정을 이 속에 녹아 낸 것을 보면 작가의 필력이 다시금 떠올라 놀랍기 그지 없다. 그래서 이 책은 쉽게 읽힐 만한 책이며 빠르게 몰입하게 하는 -즉각적인 반응이 오는-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우리 사회는 보이지 않는 계약들이 수없이 많이 얽혀 돌아 간다. 이러한 관계속에서 서로의 영역을 구축하고 이익되는 방향을 취하고자 다수의 힘 내지는 군중심리를 이용하여 반대편의 세력에 대항해 나간다. 그러한 비논리적인 대화를 시도하면서도 서로에게 공생하며 끝내는 얻고자 하는 바를 치부를 다 들어 내 놓고도 서슴럼없이 삼켜버린다. 그 과정에 진실은 그저 거추장스러운 겉옷에 불과한 사치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처리되어 더 이상 망설임이나 부끄러움없이 당연시하게 받아 들여 감추어 둔 비열함을 재포장해 나가며 합리화 시켜 나간다.

 

이러한 왜곡되고 일그러진 패배의식으로 가득찬 인간들에 대한 사실감있는 묘사는 섬뜸하다 못해 두렵기 그지없다. 그들 모델들의 역할을 통해 엿보이는 인간세상은 소통이 사라진 일방통행으로 가득찬 위험천만한 베란다 난간을 걸어가는 작중화자의 딸인 자폐아 지우를 연상케 한다. 이를 통하여 나만의 정신세계에 갇혀 소통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아이와 불의에 타협하지 못하는 작중화자는 서로 닮아 있음을 떠올리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인간의 원초적인 오랜 물음에 대한 풀리지 않은 해답처럼 머릿속을 휘젓고 돌아 다니는 것은 나만은 아니리라 생각되며 인간은 과연 선할까 아니면 악할까 하는 원초적인 물음을 너무도 쉽게 이끌어 낸 작가의 이야기는 분명 대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책을 덮은 후 밀려오는 인간에 대한 자기 반성과 공허함에 한동안 숨이 멎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착각이 오랫동안 지배하게 만드는  것은 애써 감춰온 이면을 들켜 버린 부끄러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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