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과의 대화 - 넬슨 만델라 최후의 자서전
넬슨 만델라 지음, 윤길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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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넬슨 만델라는 우리나라의 김대중 전 대통령님과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 필리핀의 코라손 아키노 여사와 함께 1980년대에 전세계적으로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물이셨죠. 이 네 분은 한결같이 청년기 이후 생애의 대부분을 반민주적인 독재 정권에 맞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오랫동안 투쟁했지만, 그 댓가로 기나긴 세월을 옥고와 연금 생활로 보내야만 했습니다. 현재는 김대중님과 넬슨 만델라, 코라손 아키노 세 분은 오랜 감옥 생활과 자택 연금에서 풀려난 후 대통령이 되어 각 국의 민주주의를 현격하게 발전시켰고, 만델라와 김대중 두 분은 노벨 평화상도 받으셨지만, 다른 한 분인 아웅산 수치 여사는 1991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이후로도 무려 20년 동안이나 긴 강제 연금에 시달리다가 최근인 2010년에야 비로소 풀려났지만, 아직도 민주화 투쟁에 헌신하고 있는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네 분 중 세 분은 우리와 가까운 아시아 국가들의 민주화 운동 지도자들로써 우리의 80년대 민주화 투쟁 과정괴 비슷한 궤적을 겪어온 국가들로써 김대중 대통령과의 관계를 통해서도 우리에게도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만, 넬슨 만델라는 아시아와 거리적, 문화적으로 먼 남아프리카라는 사실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민주화 투쟁에 대해 상대적으로 잘 모르는 까닭에 세계적으로는 가장 널리 알려진 민주화의 상징적인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의외로 잘 알려져있지 않은 인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대중들 사이에서 만델라의 삶에 대한 인식과 평가이 다소 엇갈리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물론 무지에 기초한 것이지만 단순히 오랫동안 감옥생활을 했다는 것 뿐이라고 폄하하는 시각도 분명히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만델라는 추장의 손자로 1940년대 남아프리카에서는 이례적으로 법과대학을 나왔고, 대학 재학 중에 아프리카 민족회의(ANC)에 들어가 청년동맹을 설립하고 반 아파르트헤이트 운동을 벌였습니다. 50년대에는 민권 변호사로 일하면서 ANC 부의장에 취임했고, 60년대에는 군사조직 민족의 창을 만들어 첫 사령관이 됩니다. 그런 활동의 결과로 62년에 체포되었고, 64년에 국가반역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아 로벤 섬에 수감되었고, 82년에 케이프타운 교외의 포르스모아 형무소로 이감되었다가, 대통령과의 대담을 거쳐 72세가 된 19902월에야 비로소 27년 간의 긴 수형 생활을 끝내고 석방됩니다.

 

그러니 만델라는 단순히 오래 감옥 생활을 했을 뿐인 상징적인 인물도 아니고, 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단순히 오래'도 아닙니다. 장래가 보장된 추장의 손자에 1940년대에 법과대학을 나와 변호사가 된 사람이 무장 투쟁까지 하게되고, 이후 일생의 거의 1/3에 달하는 기나긴 기간을 좁고 거친 감옥 속에 갇혀있었으니까요.

 

만델라 대통령이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는 2009년의 영화 <인빅터스>에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주인공인 맷 데이먼이 동료들과 함께 만델라 대통령을 이해하기 위해 그가 갇혀있었던 교도소를 찾아가 비좁은 감옥방을 둘러보면서, 이 사람은 이 좁은 감옥과 비좁은 마당에서 27년 간 갇혀있으면서 무엇을 생각했을까? 왜 신념을 꺾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그 답은 모건 프리먼이 연기하는 만델라 대통령의 첫 만남에서 간접적으로 보여집니다. 만델라 대통령은 50명이 넘는 럭비 선수들의 얼굴과 이름을 일일이 외워서 선수 한 명 한 명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각자의 이름을 부르면서 손을 굳게 잡습니다. 그러면서 감옥에서는 외울 얼굴도 이름도 많지 않았고, 그나마도 모두 증오스러운 사람들이었다. 그에 비하면 지금 이 일은 오히려 행복한 일이다 라고 말이지요. 평생의 1/3을 타의에 의해 구금되어 살았지만 그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잃지않았던 것이 바로 만델라 대통령을 그토록 존경받게 만든 뿌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맷 데이먼과 동료들은 물론이고 그 장면을 보는 관객들에게도 공감하게끔 만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석방 후 인종틍록법 철폐를 통해 350년 간 지속되어 온 인종분규와 아파르트헤이트를 종식시키고, 94년 남아공화국 역사상 최초로 모든 인종이 참여해 실시된 총선에서 승리해 대통령이 된 후에에 연립 정권을 국민 통합 정부를 수립한 후, 화해와 관용의 정신으로 민족 화해를 주창하며 흑백의 대립과 격차 해소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노력했고,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통해 과거의 인종 탄압 희생자들의 무덤에 비석을 세워 그들의 희생을 잊지않도록 하면서도, 과거에 탄압했던 국가 폭력 가해자들이 진심으로 죄를 고백하고 뉘우친다면 그들을 사면하는 관대한 화해 정책을 시행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만델라는 1994년 자서전인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을 출간하였고, 그 책은 전세계적으로 600만부 이상이 판매되는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출간된 만델라의 또다른 자서전인 <나 자신과의 대화><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과는 상당히 다른 내용과 형식의 자서전입니다.

 

만델라는 무엇이든 버리는 법 없이 모든 것을 기록하고 보관하는 엄청난 정리벽의 소유자였는데, <나 자신과의 대화>는 바로 만델라의 이 개인 문서 보관소에 보관되어 있던 단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만델라의 개인 기록에 근거하여 만델라의 생애를 시기별, 관계별로 새롭게 조망하고 있습니다.

60년대부터 써온 일기장과 27년의 수감 생활 동안에 쓴 편지와 일기들, 노트와 사적 대화의 녹취록, 각종 서한과 연설문 등 넬슨 만델라 재단이 수집한 자료들을 토대로 정리해 놓은 이 책을 통해서는 그의 험난했던 일생과 그 기간 동안의 고뇌와 갈등 등 다면적인 내면을 진솔한 고백으로 읽어낼 수 있는데, 그 자체가 개인의 회상과 고백을 넘어 우리 시대의 중대한 역사적 기록으로써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대학생 시절 아파트르헤이트 종식 운동을 했고, 막 상원위원이 된 작후에 로벤 섬의 감옥으로 가서 만델라의 삶의 의미를 돌이켜 보았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 책의 서문을 쓴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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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
해리 S. 덴트 & 로드니 존슨 지음, 권성희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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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해마다 연말연초가 되면 여러 경제 연구소와 경제 학자들은 새로운 해의 경제와 경기를 전망하는 책과 보고서들을 앞다투어 내놓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 경제연구소의 SERI가 대표적인 예이죠. 그런데 오랫동안 이러한 경기전망서를 읽다보면 내노라하는 경제학자들이 모여있는 유명한 경제 연구소가 심혈을 기울여 분석하고 전망한 것들이 불과 1년 앞조차 제대로 내다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깨달게 됩니다. 그래서 과거에 제대로 전망이나 예측을 하지 못한 연구소나 저자의 책은 그다음부터는 거들떠보지 않게 되곤하죠.

그런 점에서 이 <2013-2014 세계 경제의 미래>는 일단 눈길을 끌만 합니다. 이 책의 저자인 해리 덴트는 경제예측 연구소인 HS덴트의 설립자로 1980년대 말에 절정에 달했던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진 것을 예측했고, 1990년대에는 당시 3,000 포인트를 밑돌던 다우존스가 1만 포인트 선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적중시켰던 성공적인 선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해디 덴트는 주류 경제학에서는 금리와 통화량을 조절함으로써 거시경제를 조정할 수 있다고 보지만, 덴트는 이와는 정반대로 근본적으로 경제의 큰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사람들의 소비 결정이고, 경제 현상을 제대로 분석하고 예측하기 위해서는 인구구조와 이에 따른 소비의 변화를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독자적인 논지를 토대로 덴트와 공저자인 로드니 존슨은 이 책에서 미국의 급격한 경기 하강 추세로 인해 향후 몇 년 이내에 다우존스가 3,800 포인트까지 추락하고, 최근들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가격도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단기적으로는 무척이나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습니다.

 

덴트는 현재의 경기 침체의 원인은 그동안 과도하게 부풀려졌던 자산과 부동산의 버블이 까지고,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소비 인구가 축소되고 소비가 위축됨으로써 비롯된 것이고, 이러한 문제점들은 미국의 연방준비위원회와 민간 금융 기관들이 추가로 달러를 찍어내는 양적 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우려되 인플레이션 대신에 디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인구의 고령화로 인한 소비 동력의 상실이 원인인 이러한 현상은 노쇠한 과거의 주류 경제학 이론들로는 설명이 불가능하고, 오직 각 세대별 구성과 세대별 소비 동기와 패턴에 대한 분석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의 현주소는 유래없는 부동산 버블과 신용 버블이 붕괴되면서 개인의 경제 상황이 극도로 악화되고, 정부 역시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고 봅니다. 연방준비위원회는 이러한 자산과 신용 경색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막대한 달러를 새로 찍어 뿌리는 양적 완화에 의한 인플레이션 유도 정책을 펴고 있지만, 정부의 예상이나 바램과는 반대로 한 번 금융대공황을 겪은 개인과 은행은 소비를 극도로 줄이고 자산을 보유만함으로써 정반대인 디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러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이 실패하는 근본적인 이유로는 경제활동인구 구성이 변화되었기 때문인데, 이러한 근본적인 원인은 파악하지 못하고 무조건 돈만 푸는 정부의 잘못된 경기부양책 떄문에 근본적인 실업률은 개선되지 않고, 베이비부머들의 신용 버블 붕괴와 부동산 자산 붕괴가 겹쳐짐으로써 현재의 상황이 더 침체의 늪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고 말합니다. 거기에다가 여기에 무의미하고 과도한 과잉투자와 심각했던 부동산 가치 상승에 따른 부동산 버블 붕괴가 세계 경제를 글로벌 디플레이션의 늪으로 밀어넣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이런 장기 불황과 침체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자는 자금을 보존하고, 주식 대신 즉시 활용 가능한 채권을 구입하고, 불필요한 추가 지출과 각종 부담금을 최대한 줄이고,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며 2014년 중반 이후의 경제 회복기에 주식을 노리기를 권합니다. 누구에게나 다가올 신용위축 시대를 맞아 대출 받기가 어려워지고, 투지와 장비 가치가 하락하며, 고용이 줄어드는 악조건하에서도 경쟁업체들을 입수합병하는 식으로 사업 지배력을 서서히 확대해나가라는 조언도 내놓습니다.

 

저자는 2014년 중반 이후에서 2015년부터 서서히 경기 회복이 시작되고, 2020년 이후로는 인도를 중심으로 세계 경기가 다시 한 번 호황기를 맞을 것이라는 장기적으로는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 그 돌파구를 정보통신 기술에서 찾으며, 이러한 전지구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기구의 필요성과 불황은 혁신의 어머니라는 보편적인 견해를 끝을 맺습니다.

 

 

 

장기는 물론이고 불과 1년 단위의 장기적인 경기 예측마저 제대로 적중시키지 못하는 것은 세계 경제는 한 두 개의 커다란 변수로 인해 근본적으로 변화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제조업 산업이 일본에 밀려 침체되던 시기에 꽃을 피운 IT 산업은 순식간에 미국 경제를 최전성기로 끌어올렸고, 일본의 장기 침체로 미국 내 경기 회복이 시작되던 시기에 부시 행정부가 시도한 부자들을 위한 무리한 금리 상승은 결국 금융대공황을 일으켜 세계 경제를 일시에 대공황 속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거시적인 전망은 현재까지 나와있고 기간 내에 나올 것이 확실한 근거들에만 토대를 둔 제한적인 전망이자 현재 상황에 대한 분석으로만 읽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혁신과 공황은 아무런 예고없이 어느날 갑자기 닥쳐왔기 때문입니다.

모든 혁신은 불황 속에서 탄생했듯이 말입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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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1 09: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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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 효과]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낯선 사람 효과 - 《80/20 법칙》리처드 코치의 새로운 시대 통찰
리처드 코치 & 그렉 록우드 지음, 박세연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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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에 들어와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두 가지가 인맥관리맨토였습니다. 그중에서 인맥관리는 한동안 거의 유행이다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을 열을 내며 몰두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지나치게 이익만을 염두에 두고 계산적으로 운영한다는 비판과 함께 시들해지고 말았습니다.

<80/20> 법칙의 저자로 유명한 리처드 코치그렉 록우드와 함께 2010년에 발표한 <낯선 사람 효과>는 기본적으로는 인맥 만들기와 관리와 동일합니다. 다만 그 내용과 구조를 단순한 당위성만이 아니라 보다 체계적이고 설득력있게 구성했으며 현재의 인터넷 세상과 논리적으로 연결시켰다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책의 시작 부분에 나오는 우리가 작은 세상에 살고있다는 두 개의 예인 ‘6단계 분리 이론파일 전달 실험은 말콤 글래드웰의 책에서 이미 접한 바 있는 친숙한 실험입니다. 그것을 리처드 코치는 이 이론의 기원이 된 스탠리 밀그림의 1967년 실험에서부터 시작해 이후의 다양한 후속 실험과 다양한 이론들을 보다 깊이있게 나열합니다.

그리고 이 실험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을 각 단계 별로 나누어 세상은 네트워크라는 관계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네트워크에서 다양한 관계들의 중심에 위치하고 관계들의 연결을 돕고 주도하는 존재를 슈퍼 커넥터라고 규정합니다.

 

저자들은 네트워크 세상은 각 구성원들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강력한 허브가 존재하고,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성원들 간의 관계가 약한 것을 낯선 사람 관계라고 구분합니다.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에 기초한 정보 전달은 관계가 강력한 경우보다는 관계의 농도가 옅을수록 정보의 밀도는 짙어진다는 다소 뜻밖의 결론을 내립니다. 그리고 이 옅은 관계에 기초한 낯선 사람 효과가 가장 잘 나타나는 곳이 바로 무한대의 익명의 옅은 관계들의 연결인 인터넷이라고 말합니다.

 

저자들은 기본적으로 낯선 사람들의 연결로 이루어진 인터넷 세상 속에서 기회는 약한 연결을 통해 이루어지며, 이 인터넷을 매개체로 하여 옅은 관계들을 기초로 하여 보다 강력한 연결인 허브를 구축하고, 네트워크를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기 위해서는 이 허브를 중심으로 선택과 이동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비즈니스의 기회와 아이디어의 실현, 그리고 혁신의 토대는 약한 연결을 통해 이루어지고, 이 약한 관계들의 연속인 네트워크를 통해 전세계적인 가난을 구제하고 풍요로운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던 2차 대전 전후의 서양 사회가 개인주의를 중심 가치로 삼아 발전했지만, 주기적인 공황과 금융 대공황을 거치면서 사회 속에서 고립된 개인은 희생물이 되기 쉽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주목하기 시작하였지요. 그런데 사실 이런 점은 동양 사회에서는 오래 전부터 하나의 진리로 확립되어 있는 것이고, 서양 문화가 깊이 침투되어 있는 지금도 여전히 사회의 핵심적인 가치로 남아있습니다.

논리적이고 이익 중심적인 서양식 사회 구조와 논리가 결국은 한계에 부닥치고 그 탈출구로 발견한 것이 결국은 인화 人和라는 동양적인 가치라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동양인들에게는 그다지 새롭지 않은 이 책 속의 다양한 내용들이 서양 사회학과 경영학에서 일대 발견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사실도 재미있고요.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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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1 09: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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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이라는 착각 - 대한민국 양극화 쇼크에 관한 불편한 보고서
조준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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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통령 선거의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후보는 공약으로 중산층이 70%인 사회 재건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한 국가의 경제 피라미드에서 중산층이 70%인 경우는 미국이나 일본, 독일은 물론이고 북유럽 국가들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만큼 선거를 앞둔 뻔한 헛공약임이 분명하지만, 문제는 이런 거짓말에 혹하는 이들이 적지않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중산층이라는 단어가 갖는 달콤한 유혹은 여전하다는 사실입니다.

 

부산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인 조준현<중산층이라는 착각>은 바로 이 중산층이라는 달콤한 패러다임이 갖고있는 허구와 부조리의 실체를 낱낱이 밝히고, 그 배후에 숨어있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본질을 폭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사실 경제학책을 어느 정도 읽어보신 분들은 뻔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예사하실 테이고, 사실 이 책의 근본적인 내용은 뻔하다면 뻔한 이야기입니다. 사회적인 부와 계급의 양극화와 고착화가 중심적인 내용이니까요. 하지만 이 뻔한 내용을 풀어나가는 구체적인 사례와 수치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혀오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무서운 점입니다. 바로 그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일반 시민들이 처한 절박한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집 한 채와 자가용 한 대를 가지고, 자녀들의 교육비에 큰 부담이 없는 것이 일반적인 중산층의 정의라고 말한 후, 현재 우리나라의 개인과 가계가 처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분석해 보여줍니다. 20애는 등록금 부담으로, 30대는 주택마련 비용으로, 40대는 과중한 사교육 비용으로, 50대는 퇴직 위험으로, 60대 이상은 막막한 노부 보장 비용으로 자살에까지 이르는 힘든 현실을 이어가고 있고, 그 결과 현실의 우리 사회에서는 중산층이 붕괴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합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나라 전체의 부의 거의 대부분을 소유한 극소수의 재벌들은 그 자산을 토대로 막대한 자산을 벌어들이고, 교육과 문화마저 장악함으로써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중산층들과의 차이를 더욱 벌이고 있으며, 보수 정부와 보수 정당, 보수 언론이 그것을 더욱 부추키고 고착화사키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부정할 수 있는 현실임을 여러 자료와 통계, 수치들도 입증합니다.

 

저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고 난 후에 바뀐 서울시의 모습에서 나라가, 정부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를 직접적으로 말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의 상당 수의 구성원들은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믿으며, 중산층은 보수적이어야 한다는 이상한 자부심에 절어 있다는 것입니다. 의식이 깨어야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텐데, 의식 자체가 마치 마약처럼 중산층이라는 미혼약에 취해 있으면서, 극소수 재벌과 가진자들만을 위하는 보수(라기보다는 수구) 정치인들에게 또다시 표를 던지는 실수를 되풀이할 위험이 적지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책 한 권만 읽어도 자신의 경제적, 사회적, 계급적 위치와 지향점은 분명해질 테지만, 우리나라의 자칭 중산층들은 자신이 중산층이라는 달콤한 미혼약에서 깨어나기를 거부하고 있는 감이 역력하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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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1 1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진 2012-12-13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고 많으셨습니다.
좋은 연말연시 보내세요 ^^
 
레볼루션 2.0 - 어느 소심한 구글 직원이 이끈 혁명이야기
와엘 고님 지음,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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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학 시절 <한국정치사> 강의를 수강할 때 교수님이 인상적인 이야기를 해주셨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교수님은 동학혁명을 전문으로 연구하신 그 분야의 귄위자셨는데, 한 프랑스 정치학자가 쓴 책에서 혁명이 발생했을 때 수도의 중앙군이 도보로 하루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에서는 성공이 불가능하다라고 쓴 것을 보고 아 나는 아직 멀었구나라고 개탄하셨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혁명의 원인이나 배경, 전개 과정에만 집중해서 사료적인 결과물들을 일차적으로 모으고, 그것들을 토대로 정리하고 빠진 부분들을 추측으로 보충하고, 그 결과물들을 바탕으로 분석과 해석 작업을 하는 역사학적인 방법에만 치중하다보니 혁명의 사회적, 기술적인 측면에 대한 고찰이 빠져있었다는 것이지요.

 

그 교수님의 깨달음처럼 혁명은 단순히 동기와 전개만으로 설명되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한 사회적인 현상이고, 필연성에 못지않게 우연성에도 많이 지배되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생물과도 같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만큼 혁명이 일어난 그 시기에 해당 국가나 사회가 위치한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여건이 혁명의 전개와 성공 여부에 미치는 외부적인 영향은 어떤 위미에서는 매우 크고 결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휴대폰이 대중화되면서 5,16이나 10.26 때 같이 밤중에 전방에서 탱크를 몰고 서울로 들어오는 쿠데타가 불가능해졌다고 말하곤 하는 것은, 군부대의 유무선 통신보다 이동 광경을 목격한 일반인들의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이용한 소식이 훨씬 더 빨리 전해지기 때문이지요. 정부의 정보통신 포착과 전달 능력이 가장 앞서있는 미국에서조차도 사건이 일어나면 정보부서의 보고보다 CNN 채널을 먼저 트는 것이 분명한 현실이니까요.

 

가장 최근에 발생한 혁명인 작년에 아랍권에서 발생한 일명 자스민 혁명은 이런 IT 기술로 변화된 사회에서의 혁명의 전개 과정을 가장 적절하고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와엘 고남이 쓴 <레볼루션 2.0 당신은 또 침묵할 것인가>는 바로 이러한 전개 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전달해주는 중요한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와엘 고님은 이집트 출신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에서 자랐고, 카이로 대학 졸업 후 2008구글에 입사해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마케팅 담당자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와엘 고님은 2010년 여름에 한 이집트 청년이 경찰에 구타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 죽음에 분개해 사건의 발생을 알리며 인권과 정의를 호소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인터넷에 개설했습니다. 그 페이스북 페이지를 많은 사람들이 보고 소식을 주고받게 되면서 이 사이트는 자연스럽게 온라인 저항운동의 중심이자 상징이 되었고,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정보와 의견을 주고받던 100만명이 넘는 이집트 젊은이들은 2011125일에 마침내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을 가득 메우며 민주화를 외치는 행동에 나섰습니다.

고님은 이집트 국가보안국에 체포되어 지하감옥에서 심문을 받았지만, 11일 만에 풀려나 TV 프로그램에서 혁명을 호소했고, 나흘 후인 211일에 마침내 무바라크 대통령이 하야를 선언함으로써 철옹성같던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지는 역사의 한 장이 새롭게 씌여졌습니다.

 

고님은 이 책에서 이러한 자스민 혁명의 전개 과정들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들과 그 사이사이의 상세한 서술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섞어서 매우 생생하고 자세하며 흡입력있게 써놓았습니다. 그리고 카리스마있는 지도자가 민중들을 이끄는 과거의 혁명 방식이 <레볼루션 1.0>이었다면, 집단지성이 이끈 자발적인 방식을 <레볼루션 2.0>이라고 표현하며 인터넷과 IT가 탄생시킨 집단지성이 이끄는 새로워진 세계와 사회를 이야기합니다.

 

올해 여름 초대형 태풍이 우리나라를 향하자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들에서는 상시적으로 방송되는 뉴스의 태풍속보가 감히 따라오지조차 못할 만큼의 방대한 정보와 지식들이 소개되고 교환되었습니다. 그 결과 역대급의 어머어마한 초대형 태풍임에도 수도권에서는 거의 아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기적적인 일이 발생했고, 상대적으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부실한 지방에서는 상당한 피해가 발생해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보 교류의 막강한 위력을 실증적으로 입증했습니다.

 

이 정부에 들어와서 MBCYTN을 필두로 기전의 언론사들은 정부의 스피커로 전락하여 인기없는 드라마 수준의 시청률과 영향력 밖에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중동문으로 대변되는 보수 언론의 몰락도 오히려 이 정부에 들어와 가장 빠른 붕괴 속도를 보여주고 있고요. 이것은 모두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폭넓은 인터넷과 IT 문화를 보유한 우리나라의 가장 큰 강점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기성세대가 주류인 오프라인 사회와 40대 이하 IT 세대가 중심인 인터넷 세상은 완전히 다른 나라처럼 되어 버렸지요.

 

이 책의 부제인 <당신은 또 침묵할 것인가>라는 물음은 새로운 선택이 불과 한 달 보름 여로 다가온 현재의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대답을 제시하고 있고요.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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