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과의 대화 - 넬슨 만델라 최후의 자서전
넬슨 만델라 지음, 윤길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넬슨 만델라는 우리나라의 김대중 전 대통령님과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 필리핀의 코라손 아키노 여사와 함께 1980년대에 전세계적으로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물이셨죠. 이 네 분은 한결같이 청년기 이후 생애의 대부분을 반민주적인 독재 정권에 맞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오랫동안 투쟁했지만, 그 댓가로 기나긴 세월을 옥고와 연금 생활로 보내야만 했습니다. 현재는 김대중님과 넬슨 만델라, 코라손 아키노 세 분은 오랜 감옥 생활과 자택 연금에서 풀려난 후 대통령이 되어 각 국의 민주주의를 현격하게 발전시켰고, 만델라와 김대중 두 분은 노벨 평화상도 받으셨지만, 다른 한 분인 아웅산 수치 여사는 1991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이후로도 무려 20년 동안이나 긴 강제 연금에 시달리다가 최근인 2010년에야 비로소 풀려났지만, 아직도 민주화 투쟁에 헌신하고 있는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네 분 중 세 분은 우리와 가까운 아시아 국가들의 민주화 운동 지도자들로써 우리의 80년대 민주화 투쟁 과정괴 비슷한 궤적을 겪어온 국가들로써 김대중 대통령과의 관계를 통해서도 우리에게도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만, 넬슨 만델라는 아시아와 거리적, 문화적으로 먼 남아프리카라는 사실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민주화 투쟁에 대해 상대적으로 잘 모르는 까닭에 세계적으로는 가장 널리 알려진 민주화의 상징적인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의외로 잘 알려져있지 않은 인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대중들 사이에서 만델라의 삶에 대한 인식과 평가이 다소 엇갈리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물론 무지에 기초한 것이지만 단순히 오랫동안 감옥생활을 했다는 것 뿐이라고 폄하하는 시각도 분명히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만델라는 추장의 손자로 1940년대 남아프리카에서는 이례적으로 법과대학을 나왔고, 대학 재학 중에 아프리카 민족회의(ANC)에 들어가 청년동맹을 설립하고 반 아파르트헤이트 운동을 벌였습니다. 50년대에는 민권 변호사로 일하면서 ANC 부의장에 취임했고, 60년대에는 군사조직 민족의 창을 만들어 첫 사령관이 됩니다. 그런 활동의 결과로 62년에 체포되었고, 64년에 국가반역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아 로벤 섬에 수감되었고, 82년에 케이프타운 교외의 포르스모아 형무소로 이감되었다가, 대통령과의 대담을 거쳐 72세가 된 19902월에야 비로소 27년 간의 긴 수형 생활을 끝내고 석방됩니다.

 

그러니 만델라는 단순히 오래 감옥 생활을 했을 뿐인 상징적인 인물도 아니고, 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단순히 오래'도 아닙니다. 장래가 보장된 추장의 손자에 1940년대에 법과대학을 나와 변호사가 된 사람이 무장 투쟁까지 하게되고, 이후 일생의 거의 1/3에 달하는 기나긴 기간을 좁고 거친 감옥 속에 갇혀있었으니까요.

 

만델라 대통령이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는 2009년의 영화 <인빅터스>에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주인공인 맷 데이먼이 동료들과 함께 만델라 대통령을 이해하기 위해 그가 갇혀있었던 교도소를 찾아가 비좁은 감옥방을 둘러보면서, 이 사람은 이 좁은 감옥과 비좁은 마당에서 27년 간 갇혀있으면서 무엇을 생각했을까? 왜 신념을 꺾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그 답은 모건 프리먼이 연기하는 만델라 대통령의 첫 만남에서 간접적으로 보여집니다. 만델라 대통령은 50명이 넘는 럭비 선수들의 얼굴과 이름을 일일이 외워서 선수 한 명 한 명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각자의 이름을 부르면서 손을 굳게 잡습니다. 그러면서 감옥에서는 외울 얼굴도 이름도 많지 않았고, 그나마도 모두 증오스러운 사람들이었다. 그에 비하면 지금 이 일은 오히려 행복한 일이다 라고 말이지요. 평생의 1/3을 타의에 의해 구금되어 살았지만 그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잃지않았던 것이 바로 만델라 대통령을 그토록 존경받게 만든 뿌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맷 데이먼과 동료들은 물론이고 그 장면을 보는 관객들에게도 공감하게끔 만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석방 후 인종틍록법 철폐를 통해 350년 간 지속되어 온 인종분규와 아파르트헤이트를 종식시키고, 94년 남아공화국 역사상 최초로 모든 인종이 참여해 실시된 총선에서 승리해 대통령이 된 후에에 연립 정권을 국민 통합 정부를 수립한 후, 화해와 관용의 정신으로 민족 화해를 주창하며 흑백의 대립과 격차 해소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노력했고,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통해 과거의 인종 탄압 희생자들의 무덤에 비석을 세워 그들의 희생을 잊지않도록 하면서도, 과거에 탄압했던 국가 폭력 가해자들이 진심으로 죄를 고백하고 뉘우친다면 그들을 사면하는 관대한 화해 정책을 시행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만델라는 1994년 자서전인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을 출간하였고, 그 책은 전세계적으로 600만부 이상이 판매되는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출간된 만델라의 또다른 자서전인 <나 자신과의 대화><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과는 상당히 다른 내용과 형식의 자서전입니다.

 

만델라는 무엇이든 버리는 법 없이 모든 것을 기록하고 보관하는 엄청난 정리벽의 소유자였는데, <나 자신과의 대화>는 바로 만델라의 이 개인 문서 보관소에 보관되어 있던 단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만델라의 개인 기록에 근거하여 만델라의 생애를 시기별, 관계별로 새롭게 조망하고 있습니다.

60년대부터 써온 일기장과 27년의 수감 생활 동안에 쓴 편지와 일기들, 노트와 사적 대화의 녹취록, 각종 서한과 연설문 등 넬슨 만델라 재단이 수집한 자료들을 토대로 정리해 놓은 이 책을 통해서는 그의 험난했던 일생과 그 기간 동안의 고뇌와 갈등 등 다면적인 내면을 진솔한 고백으로 읽어낼 수 있는데, 그 자체가 개인의 회상과 고백을 넘어 우리 시대의 중대한 역사적 기록으로써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대학생 시절 아파트르헤이트 종식 운동을 했고, 막 상원위원이 된 작후에 로벤 섬의 감옥으로 가서 만델라의 삶의 의미를 돌이켜 보았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 책의 서문을 쓴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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