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의 오빠인 스치바의 부인이자, 레빈과 결혼한 키티의 언니인 돌리가 나오는 장면이다.

Self-portrait, 1910 - Zinaida Serebriakova - WikiArt.org


「이 마을에서 7베르스따를 더 가야 한다고 합니다.」

마차는 마을 길을 따라 작은 다리 쪽으로 내려갔다. 짚을 꼬아 만든 새끼줄을 어깨에 걸친 한 무리의 쾌활한 아낙들이 낭랑한 목소리로 흥겹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지나갔다. 그들은 다리에서 멈춰 서더니 호기심 어린 눈길로 마차를 살펴보았다. 일제히 다리야 알렉산드로브나를 향하고 있는 그 얼굴들은 모두 다 건강하고 명랑했으며, 넘치는 삶의 기쁨으로 그녀의 약을 올리고 있었다. 〈모두 살아가고 있구나. 삶을 즐기고 있어.〉 마차가 아낙네들을 지나쳐 언덕으로 들어선 다음 다시금 빠른 속도로 달리자 다리야 알렉산드로브나는 부드러운 용수철 위에서 기분 좋게 흔들리며 계속해서 생각을 이어 나갔다.

〈사람들은 안나를 비난하지. 왜들 그럴까? 과연 내가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 나에게는 적어도 사랑하는 남편이 있긴 하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는 아니지만, 어쨌든 나는 그이를 사랑해. 반면에 안나는 자기 남편을 사랑하지 않아. 그런데 도대체 그녀가 뭘 잘못했다는 거지? 그녀는 살고 싶은 거야. 하느님께서 그런 마음을 우리의 영혼 속에 심어 놓으셨잖아. 나 역시 똑같이 처신했을 가능성이 커. (중략) 나는 그이를 존경하지 않아. 나에게 필요하니까(그녀는 남편을 떠올렸다) 그이를 견디고 있는 거라고. 그런데 이게 더 낫다고? 그때만 해도 사랑받을 만했지. 나 나름의 예쁜 구석이 남아 있었으니까.〉 다리야 알렉산드로브나의 상념은 계속해서 이어졌고, 그녀는 거울을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가방 속에 여행용 거울이 들어 있었기에 그걸 꺼내려 했다. 그러나 마부와 흔들거리는 사무소 서기의 등을 본 순간, 둘 중 누군가 뒤를 돌아보면 창피할 것 같아 거울을 꺼내지 않았다. - 제6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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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4-07 1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안나 카레니나군요. 요즘 읽고 있는데 진도가 잘 안 나가더군요. 여ㅇ화처럼 사랑과 불륜에 관해서만 보여주면 좋을텐데 왤케 곁가지가 많은지. 언제 완독을 할지 모르겠네요. 부활은 재밌게 읽었는데. ㅠ
휴일 마무리 잘 하십시오.^^

서곡 2024-04-07 19:51   좋아요 1 | URL
아 그러시군요 ㅎㅎ 재미 있는 부분만 읽으셔도 되지 않을까요 ㅋㅋ 네 감사합니다 일요일 저녁 잘 보내시길요~~
 



폴로네이즈 ‘영웅’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97XXXXXXX811 Polonaise in A♭ Major Op.53 “Heroic Polonaise” (쇼팽)



"일단, 어둡고 열정적인 눈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들어오자마자 커피를 달라고 하더군요. 커피를 한 잔 내오자 마르타는 단숨에 들이켜고 한 잔을 더 부탁했습니다. 나는 아예 커피 주전자 하나를 가득 채워서 스튜디오에 준비해주고 음향실로 건너갔습니다. 처음에는 피아노를 시험해보는 것처럼 손가락으로 무심하게 건반을 쓸어보더군요. 그러고 나서 곧바로 〈폴로네즈 Op. 53〉를 쳤어요. 나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도 모르게 ‘지이이저스!’라고 외쳤습니다. 옆에 앉아 있던 음향기사도 ‘와우!’라고 바로 화답했고요."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왜 그렇게 빨리 치는가?"라는 질문에 쇼팽 연주의 대가 블라도 페를뮈테르Vlado Perlemuter는 늘 이렇게 대답한다. "마르타는 그렇게 할 수 있으니까요."

쇼팽은 연주자를 독점하려는 작곡가인데 마르타는 이런 유형의 인간관계를 아주 질색했다. 그러면서도 쇼팽에게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루어질 수 없는 내 사랑이지요."

그렇지만 마르타는 독주회에 쇼팽 작품이 하나만 들어 있어도 독보적인 소리가 나온다는 것을, 객석에서 즉각 행복에 겨운 신음이 터져나온다는 것을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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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마르타 아르헤리치 - 삶과 사랑, 그리고 피아노'가  출처.




마주르카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07m0872a



마우리치오 폴리니의 1960년 우승은 모든 면에서 빼어난 한 아티스트를 부각시켰을 뿐 아니라 한층 더 엄격하고 객관적인 해석 스타일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폴리니의 테크닉은 비교 상대가 없을 만큼 완전무결했고 청중이 비르투오소에게 기대할 만한 수준을 몇 단계 높여놓았다.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1965년 우승은 이 수준을 결코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낭만의 바람을 다시 몰고 왔으며 음악 연주에서 자연스러움과 직관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새삼 일깨웠다고 평가된다. 폴리니는 경쟁 개념을 매우 싫어했지만 결국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함으로써 결실이 들쑥날쑥했던 몇 년의 시기를 끝내고 음악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그녀는 이미 8년 전에 국제적으로 알아주는 두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유럽에서 순회 연주도 했으며 발표한 음반은 만장일치로 호평을 받았다. 그럼에도 정작 그녀는 심한 슬럼프에 빠져서 자신감과 의욕을 다 잃었다. 우울증 수준의, 그야말로 실존적인 위기였다.

1965년 3월 13일에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쇼팽 콩쿠르의 역사에 일곱 번째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남아메리카 출신 피아니스트가 이렇게 큰 상과 격찬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당연히 특별한 자부심을 느꼈다.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폴란드 라디오 방송사가 주는 마주르카 최고연주상도 함께 받았다. - 11. 바르샤바: 1965년 쇼팽 콩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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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 -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도시의 역사로 보는 인류문명사'의 뉴욕 편 중 영화 '킹콩'에 관한 부분을 가져온다.


[네이버 지식백과] 킹콩 [KING KONG]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 2005. 9. 15., 스티븐 제이 슈나이더)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971927&cid=42619&categoryId=42619


영화 '킹콩' (1933) King Kong 1933 Promotional Image -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네이버 지식백과] 마천루 [Skyscraper] (1%를 위한 상식백과, 2014. 11. 15., 베탄 패트릭, 존 톰슨, 이루리)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4368873&cid=59926&categoryId=59926

블록버스터 영화 〈킹콩〉(1933년)에서 맨해튼 섬은 킹콩의 고향인 해골섬Skull Island과 흡사한 일종의 산악지대로 변신한다. 해골섬에서 생포되어 뉴욕으로 끌려온 킹콩은 난동을 부리다가 앤 대로Ann Darrow를 움켜쥐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기어 올라간다. 킹콩이 보기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해골섬 산꼭대기의 보금자리를 빼닮은 곳이다. 킹콩은 사슬을 끊고, 뉴욕 거리의 촘촘하고 시끄러운 협곡으로 나와 6번가의 고가철도를 부순다. 〈킹콩〉의 감독 메리언 C. 쿠퍼Merian C. Cooper는 어릴 적에 그 고가철도를 지나다니는 열차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한다. "그 빌어먹을 것을 부숴버리고 싶다고 생각하곤 했다."

〈킹콩〉은 그런 환상을 채워준다. 킹콩은 도시를 자유로이 누비는 자연적인 생명력이다. 복수가 필요한 킹콩의 원시적 힘은 대공황의 진원지인 세계적 금융 중심지를 위기로 몰아넣는다. 킹콩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위시한 뉴욕의 여러 건물에 올라가는 장면은 지금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기차를 때려 부수고, 인간들이 세운 가장 높은 고층건물을 기어 올라가는 모습을 통해 킹콩은 비인간적 창조물들을 압도하고, 인공적 환경에서 마구 날뛰는 모습을 보이며 산꼭대기에 올라가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채워준다.

킹콩과 뉴욕의 아찔한 만남은, 1930년대의 마천루 스카이라인이 점점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점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증거였다.

맨해튼의 그 콘크리트 절벽은 기진맥진한 1930년대에 할리우드식 환상을 투영하기에 완벽한 배경이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마천루의 유혹에 넘어간 뉴욕은 한 번 더 매력과 꿈의 장소, 미국의 부흥을 상징하는 곳이 되었다. 1933년 3월 2일, 〈킹콩〉이 뉴욕에서 개봉했다. 이틀 뒤,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미국의 32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 11장 마천루가 드리운 그림자 / 뉴욕, 1899~193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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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난감에 탐닉한다'(김혁)로부터


[네이버 지식백과]킹콩은 SF일까, 판타지일까? (KISTI의 과학향기 칼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409322&cid=60335&categoryId=60335



<킹콩 King Kong>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33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기법을 사용해 흑백 영화로 제작된 킹콩은 70년이 지난 지금 봐도 재미있고 완성도가 높다. 킹콩의 인기와 카리스마를 말해 무엇할까?

이후 킹콩은 세계적인 괴수 특수촬영 영화 붐을 이끌었고, 그 아류들도 끊임없이 생산해냈다. 저작권이 강화되는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어지간한 나라에서는 모조리 킹콩의 아류작들을 만들어냈다.

1934년 미국 <콩의 아들>, 괴수 고지라와 한판 싸움을 붙인 일본의 <킹콩 대 고지라>(1962년)와 <킹콩의 역습>(1967년), ‘내게 오리지널 ‘킹콩’은 의미가 없다!’며 큰소리를 치고 만들어냈던 존 길라민 John Guillermin 감독의 <킹콩>(1976년)과 <킹콩2>(1986년), 홍콩의 <성성왕(猩猩王)>(1977), 여기에 한미합작이라 우기며 이낙훈, 조춘 등 한국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던 한국형 입체 영화 <킹콩의 대역습>(1977년)까지 숫자는 부지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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