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 더 부술 세계가 없다면 새로운 세계를 만들면 된다는 패기]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104768 현재 개봉 중인 이 영화에 관심이 생겨 고질라에 대해 찾아보는 중. 아래 글은 '국체론 - 천황제 속에 담긴 일본의 허구'가 출처이다.


일본영화 '킹콩 대 고질라'(1962) https://pedia.watcha.com/ko-KR/contents/mdRmXyO 고질라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64XXXXXXX274



어째서 괴수 고질라는 두려울 뿐만 아니라 애처로울까? 고질라는 남태평양에서 실시된 핵실험으로 깨어난, 방사능을 지닌 괴물이다. 거기에는 핵무기에 대한 공포만이 아니라 격전지에서 인류 전쟁사에서 보기 드문 비참한 모습으로 죽어간 무수한 동포들의 영혼이 투영돼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보면 어떤 의미에서 고질라는 살아남은 일본인들의 아버지와 형, 동생, 남편이나 아들들이다. 그들은 ‘뒤따를 것으로 믿는다’며 옥쇄했다. 그러나 살아남은 일본인들은 ‘뒤를 따르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들을 죽인 미국에게 복수조차 하려 들지 않았으며, 심지어 그들의 도움을 받아 살아가고 있었다. - 1 ‘이해와 경애’의 신화 / 제4장 천황과 미국의 결합 -‘전후 국체’의 기원 (전후 레짐 : 형성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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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거장 마우리치오 폴리니 별세···“예술은 사회의 꿈” https://www.khan.co.kr/culture/performance/article/202403241052001#c2b


피아니스트 폴리니가 지난 달 세상을 떠났다. 아래 글은 김문경의 '클래식 vs 클래식'이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쇼팽, 에튀드 작품10 제12번 ‘혁명’ [Chopin, Étude No. 12 in C Minor, Op. 10 ‘Revolutionary’]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163031&cid=40942&categoryId=33475


쇼팽 콩쿠르가 대중적 명성을 획득한 것은 1960년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Maurizio Pollini(1942~)가 1위를 차지했을 때부터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이전까지 쇼팽 곡을 연주할 때는 작곡가 특유의 ‘감성’을 중요시했습니다. 이와 달리 폴리니는 뛰어난 테크닉으로 중무장하고 쇼팽의 곡을 소화해 심사위원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과장을 좀 보태면 아예 피아노계 전체가 ‘비포before 폴리니’와 ‘애프터after 폴리니’로 나뉜다고 할 정도입니다. 이로 인해 피아노 테크닉이 상향평준화되었으니 그가 피아노 연주사에 한 획을 그은 셈이 되었습니다. - 17. 차이콥스키 콩쿠르 대 쇼팽 콩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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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 and Clouds, 1931 - Arthur Dove - WikiArt.org


'얼음 처녀'(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를 읽는 중. 안데르센 전집에도 실려 있다. 


날씨는 흐리고 비가 내려 으스스했어요. 무거운 구름이 검은 베일처럼 낮게 깔려 있어 산꼭대기가 부옇게 보였어요. 숲속에서 나무꾼이 도끼질하는 소리가 들리고, 커다란 나무들이 쓰러지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쓰러진 나무들이 산비탈을 따라 구르는 소리가 들렸어요. 높은 데서 보니, 그 커다란 나무들이 이쑤시개처럼 작아 보였어요. 가까이에서 보면 커다란 선박의 돛대로 써도 될 만큼 크고 튼튼한 나무들일 텐데 말이죠. 강물은 단조롭게 웅얼거리며 흘렀고, 바람은 부드럽게 속삭였으며, 구름들은 급한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지나갔어요.

눈은 여전히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쏟아지고 있었고, 구름은 그의 발밑에 놓여 있었어요. 그는 뒤를 돌아보았어요. 아무도 보이지 않았지만 조롱하는 듯한 웃음소리, 도무지 인간의 목소리 같지 않은 그 웃음소리는 여전히 들렸어요.  - 5.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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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식목일, 나무들에게 감사하며. 열린책들 '안나 까레니나'(이명현 역) 상권으로부터.

사진: UnsplashOlga KHARLAMOVA


「그러니까, 자작나무 골짜기 너머에서 토끼풀을 파종하고 있다는 거지? 가서 한번 봐야겠군.」 마부가 끌고 온, 몸집 작은 암갈색 말 꼴삐끄에 올라타며 그가 말했다.

「개울을 건너서는 못 가십니다, 꼰스딴찐 드미뜨리치.」 마부가 소리쳤다.

「그럼 숲으로 해서 가겠네.」

레빈은 순한 말의 씩씩한 발걸음에 의지하여 마당의 진창을 지나 문밖 들판으로 향했다. 한참을 마구간에 서 있던 말은 웅덩이만 나타나면 콧김을 힝힝 뿜으며 고삐를 재촉하였다.

가축우리와 곡물 창고에서도 즐거운 기분이 들었지만 들녘으로 나가자 한층 더 흥겨워졌다. 순한 말의 발걸음을 따라 고르게 흔들리면서, 청량한 눈의 향기와 따스한 대기를 들이마시면서, 군데군데 찍힌 발자국들이 희미해져 가고 유해처럼 파리해져 가는 잔설을 밟으면서 숲을 지나는 동안, 껍질 위에 이끼가 소생하고 싹눈이 부풀어 가는 나무들 한 그루 한 그루를 볼 때 마다 그는 기쁨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숲을 벗어나자 그의 눈앞에는 광활한 평원 속에 벨벳 융단같이 보드랍고 평평한 풀밭이 널리 펼쳐졌다. 공지나 습지라곤 단 한 군데도 없었고, 협곡에만 눈 녹은 자국이 점점이 얼룩져 있을 뿐이었다. - 제2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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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류이치 사카모토 지음 / 양윤옥 옮김)의 에필로그가 출처.


정말 행운과 풍요의 시간을 보내왔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내게 주신 분들은 우선 부모님이고 부모님의 부모님이기도 하고 숙부와 숙모이기도 하고, 또한 수없이 만난 스승과 친구들이며 일을 통해 만난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무슨 인연인지 나와 한 가족이 되어준 이들과 나의 파트너였다. 지난 57년 동안 그들이 내게 부여해준 에너지의 총량은 내 상상력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 생각을 할 때마다 한 인간이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빛조차 닿지 않는 칠흑 우주의 광대함을 흘낏 엿본 듯한 신비한 감정에 휩싸인다.

나는 왜 이 시대, 일본이라는 땅에서 태어났는지, 거기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아니면 없는지, 단순한 우연일 뿐인지……. 어린 시절부터 그런 의문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지만, 물론 분명한 해답을 만났던 적은 없다. 죽을 때까지 이런 물음을 던지는 걸까. 아니면 죽기 전에는 그런 물음조차 사라져버리는 걸까.

마지막으로 이런 인간의 개인사를 읽어야 하는 독자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과 함께 "고마워요"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2009년 1월
사카모토 류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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