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1
제리 스피넬리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칠판위에 번져있는 분필 글씨 "문제아"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공교육 시스템인 학교를 못 견뎌하는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나이 정도의 청소년과 그를 끝없는 사랑과 인내로 감싸 안는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하겠거니 지레 짐작하고 말았다. 아마 선생님과 부모님 둘 중 하나는 주인공에 대해 이해해 보려는 시도조차 않는 기성세대로 나오겠지 하는 추측만으로 이 책을 읽어보기를 꽤나 오랜 시간 망설여 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망설임 끝에 책을 펼쳐들고 만난 징코프는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도 이제 막 밝고 넓은 세상을 향해 달리기를 시작하며 "야호"소리치는 꼬마아이가 아닌가!! 그 꼬마 징코프가 자라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졸업할 때까지의 모습을 저자는 간결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문체로 보여주고 있었다.

징코프가 학교 생활을 하면서 보여주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는 때로는 키득거리는 웃음을 참지 못하게도 하고 때로는 마음 한 구석에 따뜻함을 선물하기도 했다. 확실히 징코프는 이 세상 사람들과 어울려 무난히 살아가기에는 힘든 구석이 많은 녀석이다. 입학식때 엄마가 쓰고 가지 말라고 50번은 넘게 말한 기린모자를 쓰고 가서 바로 담임선생님께 눈도장을 찍는 징코프. 글씨는 개발괴발인데다 운동능력은 거의 전무한터라 서로 자기팀에 올까봐 두려워하게 만드는 징코프. 거기다 위까지 약해 툭하면 먹은것을 토해내곤 하는 징코프.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징코프는 이미 어릴 때부터 패배자의 조건을 모두 갖춘 아이였다. 징코프의 마음 속 가득히 들어차 있는 자신의 삶과 가족, 친구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학교에 대한 맹목적일정도의 사랑을 들여다 보는 것이 아니라 그가 보여줄 수 있는 능력만으로 그 아이를 패배자로 규정짓고 마는 친구들과 비즈웰 선생님....자신을 패배자로 여기고 비웃는 친구들의 마음을 눈치채지도 못하는 징코프는 그래도 늘 주어진 삶에 열정적으로 다가가고자 애쓴다. 결과가 좋게 나온 적은 별로 없었지만....

그나마 다행인것은 담임선생님 중에 이런 징코프의 순수함을 인정해 주는 미크 선생님, 얄로비치 선생님이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다른 아이들과 남다른 아들을 끝까지 응원하는 부모님이 있다는 사실이다. 교실에 쓰고 온 기린모자를 벗게 하면서 혹시나 마음상해 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워하는 미크 선생님. 엉망으로 기어다니는 징코프의 글씨를 보고 "Z선생, 선생께서 종이위에 연필을 움직일 때마다 끔찍한 일이 일어나는군요."라고 야단은 치지만 다른 선생님과 달리 웃으며 그 말을 해 주는 얄로비치 선생님. 남들 다 하는 평범한 일도 "천번 축하해"라고 말하는 엄마. 자신때문에 운동회에서 져서 의기소침해 있는 아들과 함께 가스만 많이 낭비하면서 드라이브를 해주는 아빠.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징코프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을 사랑했던 징코프의 마음과 끊임없이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손을 내밀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이분들에게서 비롯된 것이리라.

남과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아이 징코프. 글쎄....아마도 나는 징코프를 책 속 주인공으로 만난 터라  "남과는 약간 다른" 아이라고 여길 수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만약 징코프가 우리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실제 다니는 아들 친구였다면, 아니 실제로 내 아들이었다면 징코프를 그저 '남과 약간 다를 뿐이지....'라고 여길 수 있었을지 자신할 수는 없다. 아니...부끄럽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을 읽기전 나였다면 분명 나도 그 아이를 약간 모자라는 아이로 여겼겠지... 하지만 책의 첫머리에 "우리는 그 아이와 함께 자란다."라고 했던 저자의 말대로 나 역시 징코프가 자라는 동안 내  마음이 함께 자랐음을 말하고 싶다. 우리 아이들의 행동을 놓고 천 번 축하해 주기보다 잘잘못을 따지며 야단치는 엄마였던 나. 그런 내가 징코프와 미크선생님, 얄로비치 선생님, 그리고 징코프의 부모를 만나고 나서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을 다시 깨닫게 되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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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1-30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아라는 일본 소설로 생각했었어요.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고 싶네요.

책향기 2007-12-01 10:05   좋아요 0 | URL
아.. 같은 제목의 일본 소설도 있나보죠? 몰랐네요. 저도 애들 보고 읽어보라 했답니다^^

뽀송이 2007-11-30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괜찮죠.^^
전 이 책이 유쾌하게 읽혔답니다.^^
그게 매력인 작품이기도 하다고 생각했지요.^^;;

책향기 2007-12-01 10:08   좋아요 0 | URL
뽀송이님 저도 이 책 읽으며 많이 웃다가 찡하다가 그랬어요. 마지막에 본스라는 친구가 징코프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으로 결론을 내린 것도 너무 좋았구요^^

미즈행복 2007-12-09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말씀대로 책 속의 주인공일때는 이해가 가고 공감이 가는데, 만약 내 아이라면 아니면 내 아이의 친구라면 그런 반응을 보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네요. 내 안의 이중성이겠죠?

책향기 2007-12-11 16:22   좋아요 0 | URL
미즈행복님 책 읽고 저도 그런 이중잣대때문에 약간 마음이 불편하달까...우리 애가 징코프같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순오기 2007-12-15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향기님 축하드려요.
저는 이 책이 참 가슴 아픈 독서였어요. 우리 아들이 생각나서...

책향기 2007-12-24 09:44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뭘 축하하신다는 말씀인지....? 저 열흘동안 여행갔다가 지금 들어왔거든요. 그리고 이 책에 대한 님의 리뷰 읽고 저도 참 마음이 짠했더랬어요.

책향기 2007-12-24 13:05   좋아요 0 | URL
에공... 찬찬히 둘러보고 나니 순오기님 축하의 의미를 알겠군요. 저는 그저 다른 분들이 리뷰를 많이 안 쓰셔서 올라간 듯 싶은데요^^;; 정작 축하받으실 분은 님이시던걸요. 늦었지만 많이많이 축하드려요!!!

순오기 2008-01-14 00:44   좋아요 0 | URL
제가 그동안 님의 서재에 안 왔었나 보군요. 님의 댓글을 이제서 보는걸보니...여행후기를 보니 부럽군요. ^^
 

얼마 전 신청한 서평단 책 <그늘의 계절>이 도착했다. 책표지가 산뜻하고 재미있다. 한동안 귀차니즘에 빠져있느라 서재를 들여다 보고만 있었다. 아... 얼른 이 고질병에서 헤어나와야 할텐데 ... -.-;;  알라딘에서도 나의 이 게으름을 눈치챈 모양이다. 절묘한 타이밍에 서평단으로 뽑아주셔서 지지부지 별반 다를 것 없는 생활에 활력을 주다니....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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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행복 2007-11-30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고 문구가 매우 인상적이네요. 음, 과대과장광고인가, 불후의 명작인가~

책향기 2007-11-30 10:40   좋아요 0 | URL
훗... 그러게요. 얼른 읽어보고 말씀드릴께요^^
 

다친 손가락이 나을때까지 미루었던 옷장정리를 며칠전 끝내고 겨울에 입을 폴라스웨터를 살까 해서 백화점에 갔었다. 청바지와 주황색 면티위에 검정 후드 집업을 걸치고 화장기 없는 얼굴로 용감하게(?) 갔는데, 결국 이 용감한 행동때문에 마음상하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

어느 여성복 매장 매대에서 목폴라 스웨터 이월상품을 싸게 팔길래 울100% 제품과 혼방제품중 어느걸 살까 망설이는데 샵마스터가 울100% 제품을 적극 추천하는것이었다. 가격은 만원 더 비싸지만 품질이 훨씬 좋다는것이었다. 그닥 내 주장을 강하게 밀고나가는 스타일이 아닌지라 나는 그녀의 말대로 만원 더 비싼 울제품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매장안에 들어가 계산을 기다리던 중 꽤 패셔너블해 보이는 모피코트가 보이는 것이었다. 많이들 입고 다니는 부피감 있는 디자인이 아니라 캐쥬얼하게 입을 수도 있겠다 싶어 가격도 물어보고 만져도 보고 결국 입어보는데까지 간것이었다.

그냥 입어보지 말걸....옷을 걸치고 보니 거울에 비친 모습이 생각보다 예쁘지 않아 "음...그냥 보는것보다는 별로 안 예쁘네요....나하고 잘 안 어울리는거 같아요"라고 했더니 샵마스터가 하는 말... "손님이 오늘 깨는 옷을 입고 오셔서 그렇지 이거 진짜 예쁜 모피에요."

아니... 내 옷이 깬다고??? 청바지에 티를 걸치면 깨는 옷이었어?? 아무리 내가 모피코트를 사지 않을 손님으로 100% 확신이 들더라도 (물론 난 모피코트 살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긴 했다!! 그저 너무 예뻐서 만져보고 입어본것이다) 꼭 그렇게 얘기 해야 하나? 같은 말이라도 "손님이 오늘 화장도 안 하고 편하게 입으셔서 그래요."라던가  "그럼 다른 디자인으로 한 번 입어보실래요?"라고 해도 될 것을...그렇게 콕 집어서 "깨는 옷을 입었다"고 말해야 돼?? 

흘끗 그녀 얼굴을 보니 "당신이 그런 옷 살 능력이나 돼?"라는 문장이 내가 행여 눈치챌세라 억지 미소 밑에 숨어서 줄줄이 지나가고 있더라....기분이 확 상하면서 요즘 같은 세상에 아직도 손님을 행색에 따라 다르게 대하는 직원이 있나 싶어 한심하기도 하고, 좀 더 부지런 떨어 꾸미고 나올걸 그랬나 후회도 되고... 나 원....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기분이 나빠있다가 다음 날 뽀샤시 화장하고 잘 갖춰입고 가서 스웨터도 그냥 환불해버렸다. 그나마 내가 모피에 대한 욕구는 심드렁한편이라 약간 마음 상하고 분개한정도로 끝났지, 정말 모피를 사고 싶었다면 그녀의 말에 급좌절, 초절정 우울 모드로 들어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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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7-11-09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ugly marketting이라고 판매기법의 하나라고 하면 더 기가 막히시려나요? 여자들의 허영기를 자극하는 건데, "손님, 이건 손님이 사시기에 좀 부담스러운 제품이에요. 다른 제품을 보실래요?"라고 하든지, "손님이 지금 입고 계신 옷이 격이 안 맞네요. 청바지에는 안 어울리는 고급 제품이거든요."라는 식. 순간 화르륵 불타올라 내가 이 정도는 살 수 있거든요? 라고 호기있게 카드를 꺼내들게 하거나, 무이자할부 대신 일시불 구매를 하도록 유도하거나, 코트 안에 받춰입을 옷까지 한꺼번에 지르게 하거나 하는 게 목적이죠.

비로그인 2007-11-09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샵마스터라는 사람이 쓰는 말이 고작 "깨다" 정도의 수준이라니 진짜 한심합니다.

아영엄마 2007-11-09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민서님 말씀처럼 샵마스터라는 사람이 사용하는 어휘가 참 수준 이하이군요. 사온 옷도 환불해버리셨다니 기분 나쁜 일 담아두지 마시고 그냥 잊어버리셔요.

순오기 2007-11-10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래서 우리나라는... 운운하게 되는 거 아닌가요?
샀던 옷도 환불했다니, 제가 다 시원하네요! ^^

마노아 2007-11-10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정도면 백화점 홈페이지로 직행할 수준인걸요. 진짜 너무 해요. 버럭!

프레이야 2007-11-10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럭버럭.. 뭐 그런 '혀'가 다 살고 있대요?
조선인님 말씀대로 진짜 그런 마케팅이었을까요?
기본이 안 되어있네요. 머리끄댕이 잡으러 같이 가드려요? 책향기님.
샵마스터는 무슨.. 버럭! (분 좀 풀리셨어요? 풀고 주무세요)

뽀송이 2007-11-10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버럭버럭!!!
이런... #%@%*&#$% ^^;;
그 백화점 옷 환불해 버리신거 잘~~ 하셨어요!!
근데 그런 말 듣고 그냥 오셨어요? ㅡㅜ
하여튼... 기본도 안된 것들!!
향기님~~ 지금은 기분 괜찮으신거죠??
주말 즐겁게 보내시고 잊어버리셔용.^^

책향기 2007-11-10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분들 위로에 기분이 한결 나아지네요. 어글리 마케팅 기법이라는게 있다는 말은 조선인님께 처음 들어요. 그게 마케팅 기법이었던, 직원의 수준이 그 정도였던간에 저 확 지르지 않고 온건 잘 한거 같아요.*^^*

미즈행복 2007-11-18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요, 그것도 세상 어디나 마찬가지인것 같아요. 여기 아는 엄마 하나가 친정 엄마가 한국서 오셔서 큰 맘 먹고 루이비통 매장에 가셨대요. 근데 정말 화장 안하고 그냥 청바지에 잠바 걸치고 가신거죠. 매장 직원이 응대도 안하더래요. 보통 와서 물어보고 설명해주고 막 그러잖아요. 근데 인력이 남아도는데도 아무도 상대를 안하더래요. 그러다가 이 엄마와 친정 엄마분이 뭘 요구하고 살 것 같으니까 그제서야 상대해 주더라는데요? 그러면서 그 엄마가 '한국이랑 똑같아' 하더라고요. 백화점이나 좀 비싼 매장에 갈때는 화장을 꼭 해야한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아울러 드레스업도!- 근데 저는 화장을 잘 안해서 원래 화장품도 별로 없는데다가 여기 오면서 다 버리고 왔거든요. -안 쓴지 너무 오래되어서 변질되었을 것도 같고, 쓸 일도 없을 것 같아서- 그래서 저는 비싼 매장 안가고, 못가요^^

책향기 2007-11-28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즈행복님 오랜만이죠?^^;; 저 그 때 비싼 매장 간거 아니었는데....그냥 캐쥬얼 숙녀복 브랜드였거든요... 저두 비싼 매장 안가요^^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 - '이해의 선물' 완전판 수록
폴 빌리어드 지음, 류해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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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위그든씨의 사탕가게>를 다 읽고 나서 떠오른 단어는 바로 추억이라는 단어였다. 저자 폴 빌리어드가 담담한 필체로 묘사하는 그의 어린시절과 청년시절의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이 사람만큼 추억이 많은 사람이 또 있을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살짝 부러운 마음이 들기까지 하는 것이다.

어릴때부터 컴퓨터게임, TV프로그램등 영상매체에 길들여지고, 학교와 학원 오가다 보면 노는것이라곤 부모따라 콘도나 펜션에 가서 노는게 대부분일 우리 아이들에겐 과연 어떤 추억이 남겨져 있을까....? 나만 해도 어릴 때 혼자 해돋이를 보겠다고 겨울 새벽 바닷가 등대에 가서 오돌오돌 떨던 시간, 여름방학 할아버지댁 평상에 누워 쏟아질것 같은 별무리를 바라보던 시간, 아침에 일어나 동생 손잡고 엄마 아빠 가게까지 가서 밥먹고 등교했던 시간등...꽤 많은 아날로그적 추억이 마음속에 저장되어 있는 세대인것 같다.

그런데 이 사람 폴 빌리어드가 풀어놓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읽어보면 문명이 발달할수록 추억은 점점 사라지는것이 아닐까 하는 염려가 생길정도로 20세기 초에 보낸 그의 유년시절은 온갖 재미있고도 기발한 장난으로 가득차있고 또한 마음 훈훈해지는 정이 넘쳐흐른다.

<이해의 선물>은 사탕을 사며 은박지로 싼 체리씨로 값을 지불하려 했던 어린 소년에게 거스름돈까지 내어주었던 위그든씨에 대한 이야기로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이야기다. <사랑에는 끝이 없다>는 첫사랑 담임선생님께 선물한 야생화환에 독이 든 담쟁이가 섞여서 선생님이 입원까지 하게 되지만 선생님은 "아들을 낳으면 꼭 너처럼 키우고 싶어."라고 위로해주는 내용이다. 바지에 오줌을 쌌다고 일학년 아이를 세시간이나 교실 한 구석에 세워놓았다는 어떤 선생님께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내용이기도 하다. <안내를 부탁합니다>는 전화교환원과의 교감이 감동적이고, <양배추머리>는 이웃집에서 양배추농사를 짓는 아저씨의 드러나지 않는 배려가 따뜻하다.

이렇듯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내 아들이었다면 정말 속 꽤나 끓였겠다 싶을 정도로 만만치 않은 개구장이로서의 면모도 다분하다. <방화범>에서는 공원에서 감자를 구워먹다가 불을 냈던 추억(?)이 나오고 <감기약 도둑>은 사탕처럼 맛이 좋은 감기약 드롭스를 훔쳐서 한꺼번에 먹고 토해버렸다가 들킨 내용이다. <위험한 불장난>은 이모부네 집 4층에서 이종사촌과 쓰지않는 세면대위에다 불을 지펴 감자를 구워먹으려다 소방차가 출동하게 된 이야기다. 진상을 알게 된 소방관은 매우 언짢은 표정으로 돌아갔고 저자는 어머니에게 단단히 꾸중을 들었고 이종사촌은 이모부에게 두들겨 맞았다고 한다. ㅋㅋ 게다가 <롤러코스터>에서는 형과 함께 집 마당에 나무로 롤러코스터를 설치해서 직접 탔다가 속력을 이기지 못해 석탄광에 나가떨어져 다리가 부러지고 만다. 결과는?? 형이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는다...^^;; 이 외에도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도 꽤 재미있다. 완고했던 아버지를 결국 이해하는 모습과 생활력 강했던 어머니에 대한 추억은 위트넘치면서도 마음 한 켠이 따스해지는 힘을 갖고 있다. 

저자 폴 빌리어드는 열네살의 나이에 세상에 나와 공학자, 수의학자, 생태연구가,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그가 이렇게 다방면에서 활동할 수 있었던 힘은 분명 어릴적 그가 자라온 환경과 무관치 않을것이다. 숲속을 다니며 벌레와 식물을 관찰하던 일, 늪지대에서 낚시를 하던 일, 형과 롤러코스터를 만들었던 일등이 차곡차곡 그에겐 경험으로 쌓여 그가 가잔 여러가지 달란트의 바탕이 되었을테니까... 광활한 자연, 부모님의 사랑, 형제애, 그리고 주변 어른들의 따뜻한 배려...소년을 둘러싼 이런 환경들은 어린 소년의 넘치는 호기심과 에너지가 일으키는 일련의 사건 사고들이 개구장이의 말썽이 아니라 좀 더 성숙한 어른으로 커가는데 필요한 성장통으로 여겨지도록 하는 이유이다.

며칠 전 컴퓨터 온라인 게임을 하다가 자신의 아이디가 해킹당해서 그동안 모아온 무기며 돈이 다 사라졌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던 아들을 바라보며 참 심란했던 적이 있다. 살아 숨쉬는것이 아닌, 가상의 공간에 저장되어 있던 것들이 사라졌다고 마음상해 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 아이가 그렇게나 마음 둘 데가 없는것인가 얼핏 두려운 생각마저 들었던 것이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은 밤마다 다리만 아프고 마는 육체적 성장통만 느끼며 자라는것은 아닌지 문득 걱정이 된다. 저자가 소년이었던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점점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오늘날의 사회는 우리 아이들에게 성장통을 느끼며 커 가는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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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11-05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악! 이해의 선물은 제 인생 최고의 감동깊었던 소설이에요. 이 책이 안 나와서 상심했는데 출간됐군요. 너무 기뻐요^^

책향기 2007-11-06 14:31   좋아요 0 | URL
음 마노아님은 이 책 알고 계셨군요. 전 신문에서 보고 구입했는데 우리 딸도 이해의 선물을 알고 있더라구요^^

미즈행복 2007-11-06 0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그래도 저는 낙관적입니다. 기원전에도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고 했다니까 말예요.
환경은 우리가 보기엔 각박하게 바뀌어가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자생적으로 커간다고 믿습니다. 하긴 그렇게 생각 안하면 너무 절망적이겠지요?

책향기 2007-11-06 14:36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미즈행복님의 믿음처럼 우리 아이들이 잘 클거라고 생각해요.^^

뽀송이 2007-11-10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해의 선물' 이 이야기는 중학생인 아들녀석 국어책에 있었는데 꽤 감동적이었어요.^^
저런... 아들아이 마음이 무지 안좋았겠어요.ㅡㅜ
중학생인 저희 아들도 작년에 해킹당해서 현금으로 육십만원정도 되는 무기들을 잃어버려서 꽤나 마음 상해 했었는데... 많이 달래 주셔요.^^;;
아이들에겐 게임공간도 나름 소중한 것 같아요.^^ 깊이 빠지지만 않는다면 괜찮을듯 합니다.

책향기 2007-11-10 22:35   좋아요 0 | URL
사실 게임공간에 있던 것들이 없어졌다고 속상해 하는게 이해는 잘 안가는데... 뽀송이님 말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해 봐야겠어요^^
 

지난 주말에 언제나 함께 뭉치는 혜지 유치원 친구 가족들과 평창에 다녀왔다. 금요일밤에 내려가 하룻밤은 그냥 자고 둘째날 삼양목장이랑 평창무이예술관을 다녀오고 셋째날엔 허브나라에 들렀다. 삼양목장은 가려고 간게 아니라 원래 양떼목장에 가려던것이었는데 네비게이션 안내대로 가다보니 얼결에 도착한 곳이었다. 입장권을 사온 남편 왈, "여기가 양떼목장이 아니래..."  에잉?? 알고봤더니 네비게이션에 양떼목장이 두군데로 나오는데 그 중 하나가 삼양목장이었고 우리가 목적지로 설정한 곳이 삼양목장이었던것.... 주차장에서 언덕 꼭대기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했는데, 그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여기저기서 "여기가 양떼목장이 아니라는데?!..."하는 말이 들리는걸 보니 우리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던듯...^^;


풍력발전기 앞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늘이 너무 예쁘다.


원재가 친구를 데려가고 싶어해서 함께 갔었다. 나중에 좋은 추억이 될 듯!^^


볼링장에서 아빠에게 공굴리는 법을 배우는 혜지. 아이들이 무척 재미있어 했다.

  
오후에 들른 평창 무이예술관의 여러 모습들. 조각가, 서예가, 도예가등 5분이 폐교에 여러 작품을 전시해 놓은 곳이다. 운동장에는 여러가지 조각들이 전시되어 있어 아이들과 사진찍기에도 참 예쁜곳이다.

 
친구들과 함께 밝게 웃는 혜지. 그림이 그려진 건물벽과 조각품들이 예쁜 배경이 되어준다^^


마지막날 들른 허브나라의 입구에 걸린 안내판.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지만 가을보다는 봄이나 여름에 가는것이 더 좋을 듯 싶다. 식물들이 다 시들시들해 보는 재미가 덜했다.


그나마 화사하고 생생했던 시클라멘 화분들.


혜지가 4살때 만나 10년째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친구들. 이 녀석들이 커서 어른이 되면 각자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궁금할 때가 많다.^^ 어른이 되어서도 지금의 우정 변치말기를!!


물감을 찍어놓은듯 예쁜 나무들^^ 차를 타고 가며 급하게 찍어서 사진이 별로지만 실제로는 환타~~스틱한 단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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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10-31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과 가을 나들이 잘 하고 오셨네요.
사진으로나마 보고 가요. 하늘색이 어쩜 저리 파란지요.^^

책향기 2007-11-01 09:09   좋아요 0 | URL
아이들 중간고사 끝나고 함께 간 여행이라 더 즐거워했던거 같아요. 하늘색은 정말정말 예쁘죠?^^

뽀송이 2007-10-31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보기만해도 가슴이 설레이는 가을나들이 잖아요.^^
행복한 아이들의 미소에 제 마음도 덩달아 즐거워집니다.
늘 지금처럼 행복한 날들 되셔요.^.~ 멋져요!!

책향기 2007-11-01 09:13   좋아요 0 | URL
뽀송이님~ 요즘 시댁일로 바쁘신 님의 마음도 덩달아 즐거우셨다니 저도 기뻐요^^ 늘 지금처럼 행복하라는 말씀도 감사합니다

순오기 2007-11-01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좋아요~~ 사랑은 '추억'이 있어야 계속되는 거 같아요.
아이들도 사랑을 위한 좋은 추억 만들어가는 중이겠죠 ^^

책향기 2007-11-02 22:14   좋아요 0 | URL
어릴 때 추억이 많은 사람으로 키우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미즈행복 2007-11-02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년된 친구라, 정말 앞으로도 계속 만나게 해주세요. 하긴 이제 자기들끼리 만날수 있는 나이가 되었구나~
좋으셨겠어요.
양떼목장은 저는 작년에 갔었어요. 8월 땡볕에 나무도 없는 그 곳에 도착해 난감했었는데 바람이 어찌나 시원하던지 언덕을 오르면서도 하나도 덥지 않았어요. 나중에 가보세요^^

책향기 2007-11-02 22:14   좋아요 0 | URL
아.. 양떼목장 가보셨군요. 저도 다음엔 꼭 가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