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손가락이 나을때까지 미루었던 옷장정리를 며칠전 끝내고 겨울에 입을 폴라스웨터를 살까 해서 백화점에 갔었다. 청바지와 주황색 면티위에 검정 후드 집업을 걸치고 화장기 없는 얼굴로 용감하게(?) 갔는데, 결국 이 용감한 행동때문에 마음상하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
어느 여성복 매장 매대에서 목폴라 스웨터 이월상품을 싸게 팔길래 울100% 제품과 혼방제품중 어느걸 살까 망설이는데 샵마스터가 울100% 제품을 적극 추천하는것이었다. 가격은 만원 더 비싸지만 품질이 훨씬 좋다는것이었다. 그닥 내 주장을 강하게 밀고나가는 스타일이 아닌지라 나는 그녀의 말대로 만원 더 비싼 울제품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매장안에 들어가 계산을 기다리던 중 꽤 패셔너블해 보이는 모피코트가 보이는 것이었다. 많이들 입고 다니는 부피감 있는 디자인이 아니라 캐쥬얼하게 입을 수도 있겠다 싶어 가격도 물어보고 만져도 보고 결국 입어보는데까지 간것이었다.
그냥 입어보지 말걸....옷을 걸치고 보니 거울에 비친 모습이 생각보다 예쁘지 않아 "음...그냥 보는것보다는 별로 안 예쁘네요....나하고 잘 안 어울리는거 같아요"라고 했더니 샵마스터가 하는 말... "손님이 오늘 깨는 옷을 입고 오셔서 그렇지 이거 진짜 예쁜 모피에요."
아니... 내 옷이 깬다고??? 청바지에 티를 걸치면 깨는 옷이었어?? 아무리 내가 모피코트를 사지 않을 손님으로 100% 확신이 들더라도 (물론 난 모피코트 살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긴 했다!! 그저 너무 예뻐서 만져보고 입어본것이다) 꼭 그렇게 얘기 해야 하나? 같은 말이라도 "손님이 오늘 화장도 안 하고 편하게 입으셔서 그래요."라던가 "그럼 다른 디자인으로 한 번 입어보실래요?"라고 해도 될 것을...그렇게 콕 집어서 "깨는 옷을 입었다"고 말해야 돼??
흘끗 그녀 얼굴을 보니 "당신이 그런 옷 살 능력이나 돼?"라는 문장이 내가 행여 눈치챌세라 억지 미소 밑에 숨어서 줄줄이 지나가고 있더라....기분이 확 상하면서 요즘 같은 세상에 아직도 손님을 행색에 따라 다르게 대하는 직원이 있나 싶어 한심하기도 하고, 좀 더 부지런 떨어 꾸미고 나올걸 그랬나 후회도 되고... 나 원....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기분이 나빠있다가 다음 날 뽀샤시 화장하고 잘 갖춰입고 가서 스웨터도 그냥 환불해버렸다. 그나마 내가 모피에 대한 욕구는 심드렁한편이라 약간 마음 상하고 분개한정도로 끝났지, 정말 모피를 사고 싶었다면 그녀의 말에 급좌절, 초절정 우울 모드로 들어갔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