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개의 쓰잘머리 없는 이야기들
최지운 지음 / 시현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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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개의 쓰잘머리 없는 이야기들』

제목은 쓰잘머리 없는 이야기들이라고 적혀 있지만 우리의 일상이 담긴 책 <서른 개의 쓰잘머리 없는 이야기들>입니다. 가볍게 보자면 가벼운 이야기지만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들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는 이야기들이라 마음이 편치 않은 이야기들도 많았어요. 정말 짧은 내용의 소설 속 주인공은 모두 남자나 여자입니다. 주인공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특이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가만히 읽다 보면 짧은 단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알게 모르게 이야기 속에서 모두 연관이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어요. 읽으면서 앞에서 언급되었던 사람이 이 사람이겠구나 짐작하며 읽는 재미도 있답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남자는 여자친구가 먼저 취업을 하게 되면서 헤어지게 되는데요. 평소 좋아하던 편의점 1+1 캔커피를 사들고 찾아간 곳에서 만난 여자친구 옆에는 편의점 커피가 아닌 전문점 커피를 손에 든 직장 동료가 있었네요. 자신의 처지와 여자친구 옆에 있는 남자와 비교는 어쩔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변변한 직장이 없으니 동생과 결혼할 상대가 와도 함께 저녁 식사를 할 수도 없고, 집에 들어가면 잔소리 폭탄이 떨어질게 분명하기에 좀비처럼 거리를 헤매기도 하고, 중소기업에 몸담고 있지만 계속되는 야근에 여자친구도 잘 만날 수 없는 처지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가 자신보다 나아 보이기도 하고, 끝장나는 아이템 하나로 게임 세계를 평정하기도 하는.. 쓰잘머리 없는 친구들 만날까 걱정하던 어머니는 딸 주변에 쓰잘머리 없어 보였지만 나름 잘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목격하게 됩니다.

한번 왔다 가는 세상이지만, 내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고 어떤 환경에서 살아갈지는 살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지요. 나를 비롯해 나의 주변 인물들 역시 도움이 될 사람인지, 쓸모 있는 사람인지 살아보고, 겪어보고, 일에 직면해 보지 않는 한 알 수 없습니다. 쉽게 판단해 버리고, 쉽게 비교하고, 쉽게 분류되어 버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특히 <서른 개의 쓰잘머리 없는 이야기들> 속 이야기들에서 가끔은 저를 발견하기도 해서 더 그렇게 느꼈나 봅니다.

동국대 예술대학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상업대학원에서 문예 창작을, 동국대 영상대학원에서 문화콘텐츠를 공부했다는 저자 최지운.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동화, 2013년 한경 청년 신춘문예에서 장편소설로 등단하며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합니다. '옥수동 타이거스', '시간을 마시는 카페', '트라이아웃' 등의 장편소설과 '책임지는 용기, 징비록'의 역사 교양서를 집필했다고 하는데요. 담담한 필체가 작가의 다른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키네요. 다음에는 어떤 작품으로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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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없는 검사의 분투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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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여왕 나카야마 시치리의 검찰 소설~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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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모 저택 사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기웅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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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속에 숨은 역사의 진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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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3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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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

'타임스' 선정 '1945년 이후 가장 위대한 50인의 영국 작가'에 이름을 올린 작가 이언 매큐언은 '첫사랑, 마지막 의식'으로 데뷔해 서머싯 몸 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암스테르담'으로 부커상을 수상했고 <속죄>로 LA 타임스 도서상을, 원작 소설을 배경으로 한 영화 '어톤먼트'를 제작해 큰 사랑을 받았다고 하네요. 전 아직 이언 메큐언 작가의 책도, 영화도 만난 적이 없어서 이번에 만난 <속죄>로 그의 작품은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일방적인 오해는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보여주는 예가 되는 소설이지 않나 해요. 속죄란 '지은 죄를 물건이나 다른 공로 따위로 비겨 없애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이 소설 속 주인공 브라이어니는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한 속죄의 뜻으로 소설을 집필하고 그 안에 자신의 뜻을 담았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이루어진 속죄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일이라면 분명 묻고 넘어갔더라면 좋았을 것을, 자신이 본 것에 대한 확신이 있는지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볼 수 있는 이성적인 사람이었다면 두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달라졌을지..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네요.

상상력이 매우 풍부한 탤리스가의 막내 브라이어니는 소설 쓰기를 즐거워하는 소녀입니다. 오빠 로언이 초콜릿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친구 폴 마셜과 함께 집에 온다는 소식에 들떠 있습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탤리스가에 와 있는 사촌 롤라와 쌍둥이 동생들과 오빠에게 선보일 연극을 준비하던 중 언니 세실리아와 가정부의 아들 로비의 애정행각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소녀는 세실리아와 로비의 모습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것이 아닌 뭔가 강압에 의한 관계로 보는 것 같습니다. 로비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브라이어니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촌 롤라가 강간 당하는 장면을 브라이어니가 목격을 했고 그 범인을 로비라고 지목한 부분이죠. 자신이 목격한 것을 진실인 양 단호하게 로비가 한 것이 틀림없다고 대답합니다.

감옥으로 보내진 로비는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조기 석방을 조건으로 전쟁에 투입되었고 피폐한 삶을 살아가게 되네요. 세실리아를 따라 브라이어니도 간호사의 길을 걸었고 결국 두 사람 앞에서 잘못에 대한 용서를 비는 장면이 나오지만 쉽게 용서될 것 같지 않네요. 미래가 촉망되는 청년이었던 로비는 의대 준비를 하고 있었고 브라이어니로 인해 모든 것이 틀어져 버리고 말았죠. 브라이어니의 진술이 아니었다면 언니 세실리아와 로비는 예정대로 학업을 마치고 결혼을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브라이어니는 깨달았을까요? 진심 어린 사과라도 했다면 좋았겠지만 마지막에 드러난 반전에 또 한 번 화가 치밀어 올랐던 <속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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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소리를 듣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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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소리를 듣다』

'어리석은 자의 독'을 시작으로 '전망탑의 라푼젤'까지 두 작품을 미리 만나봤던 작가 우사미 마코토. 두 책 모두 재밌게 읽었던 책이라 우사미 마코토의 신작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은 반갑기만 했습니다. 이번에 만난 <밤의 소리를 듣다>는 청춘 미스터리를 보는 느낌이어서 그런지 너무 무겁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밝은 분위기에서 즐겁게 읽을 수 있지 않았나 해요. 이번에 만난 우사미 마코토의 책까지 세 권 모두 너무 재밌어서 다른 책들은 언제 국내에서 번역이 되어 만날 수 있을지 내심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한 채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가던 류타 앞에 커터칼로 자신의 손목을 긋고 하얀 원피스를 새빨갛게 물들이는 유리코를 만납니다. 일명 리스트 커터로 불렸던 유리코는 '아직 살아 있다'는걸 확인하고 싶어 손목을 긋는, 살기 위해 갈등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마 그때 자신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임을 느꼈을 류타는 유리코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합니다. 유리코를 통해 사회적으로 소외당한 이들이 다닌다는 하루노부 고등학교 야간부 과정에 다니게 됩니다. 료타는 하루 고등학교에서 말 많고 가벼워 보이는 다이고를 만나게 되고 그가 숙식하며 일하는 재활용품점 겸 심부름센터 '달나라'를 알게 되죠.

무뚝뚝하고 정 없어 보이는 '달나라' 주인 다카에와 그런 가게에서 숙식하며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 떠나지 않는 다이고 사이에는 숨겨진 사연이 있었습니다. 11년 전 마을에서 일어난 일가족 살인 사건에 관한 일이었는데요. 표면적으로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였던 그들이었는데요. 과연 진실은 무엇일지 궁금함을 느끼게 합니다. 어느 날 달나라로 찾아온 다쓰노로 인해 목공소 부업으로 장수풍뎅이 애벌레가 모두 죽는 일이 발생하고 유리코의 숙부 자살 사건의 실마리를 찾던 료타는 자살 사건과 애벌레가 죽은 사건이 연결되어 있음을 밝혀냅니다. 그 후 달나라에 의뢰가 들어오는 사건에 함께하는 류타입니다.

일상 미스터리에 대한 의뢰가 들어오며 가볍게 해결하는 류타와 다이고의 모습은 두 사람이 이제 친구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가던 류타 앞에 유리코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래서 고등학교 야간부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다이고를 만나지 못했다면.. 류타는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11년 전 마을에서 발생한 일가족 살인 사건에 대한 비밀이 드러날수록 안타까운 마음이 커졌습니다. 다이고가 세상을 잘 헤쳐나가길 응원하는 마음도 커졌고요. 우사미 마코토의 <밤의 소리를 듣다>는 가벼워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무겁고 어둡지 않았던, 게다가 희망적인 결말이라 더욱 마음에 들었던 책으로 기억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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