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흐르는 곳에 / 스티븐 킹

피가 흐르는 곳에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8월

『피가 흐르는 곳에』

그동안 스티븐 킹 작가와 인연이 없었는지 통~ 만나볼 기회가 없었다. 드디어!!!! 만나볼 기회가 생겼으니~ ㅎㅎ 신작 <피가 흐르는 곳에>를 통해서다. 처음 만난 스티븐 킹의 <피가 흐르는 곳에>에는 '헤리건 씨의 전화기', '척의 일생', '피가 흐르는 곳에', '쥐'까지 총 네 편의 중편이 실려있다. 이중 표제작 '피가 흐르는 곳에'가 제일 길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갑부 해리건 씨가 크레이그가 사는 할로로 이사를 왔다. 해리건 씨의 부탁으로 그의 집에서 책 읽어주는 일을 하며 가끔 집안의 허드렛일을 도와주며 돈을 벌 기회가 생겼다. 헤리건 씨는 크레이그에게 특별한 날이 되면 복권을 선물했고 그가 선물한 복권 중 조금 큰 금액에 당첨되 어디에 투자할지도 상의하게 된다. 상금으로 뭔가 보답하고 싶었던 크레이그는 해리건 씨에게 아이폰 1세대를 선물하고 사용 방법도 알려준다. 병원도 잘 가지 않던 해리건 씨가 어느 날 갑자기 사망하고 크레이그튼 관 속에 누운 해리건 씨의 자켓 속에 해리건 씨의 아이폰을 넣는다. 자신을 괴롭히던 케니 얀코, 크레이그를 도와주던 하겐슨 선생님 부부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에 대한 은밀한 소망을 해리건 씨에게 건 전화 메시지로 녹음한 다음이면 그 바람이 이루어졌다?! 사실은 죽지 않았는데 땅 속에 묻은 건 아닌지 의심되었던 해리건 씨에게서 크레이그만 알 수 있는 은밀한 메시지.. 워매~ 뭐지? <해리건 씨의 전화기>

3막부터 시작해 1막까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진행되는 이야기는 종말이 다가오는 현실에서 척에 대한 감사의 표현을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데.. 이 문구에 대한 주인공도, 왜 쓰여진 건지도 모르는 채 척의 일생을 따라간다. 그의 일생을 따라가며 공감하고 추리하는 재미가 있는 <척의 인생>. 전작 '아웃 사이더'의 후속작이라는 <피가 흐르는 곳에>. 전작을 몰라도 이해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중학교 폭발 사건 관련한 이야기로 온도스키라는 인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흥미가 폭발한다. 한적한 시골, 작가 드류가가 태풍으로 꼼짝할 수 없는 상황에서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는 쥐를 만나는 독특한 소재의 <쥐> 까지..

처음 만난 스티븐 킹의 소설이지만 그의 매력에 홀딱 빠져버렸다. 특히나 제일 재미를 느꼈던 첫번째 작품 해리건 씨의 전화기는 그 상황을 상상하며 읽는 동안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고나 할까? 이 세상에 없는 이가 받는 전화, 그리고 그의 응답.. 생각만해도 소름이 돋는다. 이렇게 또 스티브 킹과의 즐거운 인연을 맺으며.. 다음 작품은 어떤 이야기를 선물해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방황하는 칼날 / 히가시노 게이고

방황하는 칼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7월

『방황하는 칼날』

"우리가 정의의 칼날이라고 믿는 것이, 정말 올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나?"

종종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청소년 범죄에 대한 기사를 볼 때마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고민이 많이 되었다. 딸내미 육아하던 시절 '인성교육' 붐이 일었었다. 물론 인성교육은 기본적으로 모든 교육과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요즘 육아의 초점은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 궁금할 때가 참 많다.

사회파 작가라고 알려져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많이 만나보진 못했지만 사회적인 문제를 자연스럽게 녹아낸 작품 <방황하는 칼날>을 만나고 더 좋아진 작가라 하겠다. 역시~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작가의 작품을 다 읽고 나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너무 빨리 끝내버린 것 같은 허전함이랄까..

하이에나처럼 사냥감을 노리는 가이지, 아쓰야는 마코토의 아버지 차량을 이용해 사냥감을 물색하러 다녔다. 불꽃놀이가 있던 그날 밤, 나가미네의 딸 에마는 이들의 표적이 되었고 약물을 이용한 강간을 당한 뒤 죽음에 이르게 된다. 다시 마코토의 차를 이용해 에마의 시신을 강에 유기했고 그게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사회적인 이슈가 되기 시작했다. 아무런 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나가미네에게 익명의 제보자가 등장했고 그의 제보로 인해 아쓰야의 집에 잠입, 에마의 강간 동영상을 보게 되고, 그 순간 집으로 돌아온 아쓰야를 무참히 살해하고 만다. 그리고 달아난 공범 가이지를 찾아 나서는데...

"오히려 법원은 범죄자를 구원해 준다. 죄를 저지른 인간에게 갱생할 기회를 주고 그 인간을 증오하는 사람들의 눈에 닿지 않는 곳에 숨긴다. 그게 헌법일까? 게다가 그 기간이 놀랍도록 짧다. 한 사람의 일생을 빼앗았는데 범인의 인생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니."

차량을 제공했던 마코토가 수사선상에 오르자 어떻게든 자기 자식만 감싸려 드는 부모들,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르고 처참히 살해당한 아쓰야의 부모 역시 문제아라 눈앞에서 치워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자식이 뭔지 무조건 감싸고돈다. 가이지라고 다를 것 없었다. 내가 가해자의 부모 입장이라도 일단 감싸고 보자 하는 마음이 발동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아이들이 이렇게 엇나가고, 무슨 일을 저지르던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못하는 아이로 성장하게 한 게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도 생각해 봤다.

이제 살인 용의자가 된 나가미네를 도와주는 펜션 주인이나 가이지와 아쓰야가 찍어 놓은 성폭행 동영상 속 피해자의 가족이 나가미네를 응원하게 되는 마음, 무슨 일이 있어도 결코 살인은 용납될 수 없다 말하는 사람들, 피해자의 입장이 되었을 때 심리상태 등 너무 가슴에 와닿게 잘 녹여 놓은 작품이라 더 안타까웠던 것 같다. 범인이 붙잡히면 인권침해 운운하며 얼굴도 다 가리고 구치소에서 나랏밥 먹으며 형 마칠 때까지 국가의 보호를 받지만 피해자에 대한 배려는 1도 없는 '법'이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인지 깊은 탄식이 새어 나온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순간까지 뭔가 '통쾌함'을 느낄 수 없어 더없이 씁쓸했던 <방황하는 칼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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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러운 세상 속 혼자를 위한 책 / 데비 텅

소란스러운 세상 속 혼자를 위한 책 - 혼자가 좋은 나를 사랑하는 법 ㅣ INFJ 데비 텅 카툰 에세이
데비 텅 지음, 최세희 옮김 / 윌북 / 2021년 1월

혼자가 좋은 나를 사랑하는 법

『소란스러운 세상 속 혼자를 위한 책』

책 읽는 것 좋아하세요? 혼자만의 시간이 생길 때 대체로 무얼 하며 지내는 편인가요? 당신의 가방 속에 빼놓지 않고 넣는 것이 있다면 그건 뭘까요? 엄청 무료하고 심심한 날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뭔가요? 없으면 허전한 건요? 이 질문들에 딱 떠오르는 답은 한 가지입니다. 바로 '책'이죠. 20대 때까지만 해도 책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어요. 누군가 추천해 주면 읽어보고 선물해 주면 읽어보고~^^ 집에 있는 책들은 제목만 보다가 아이 낳고 산후조리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읽기를 시작했는데 책을 잘 안 읽던 시기에도 찾아보던 책이 바로 카툰집입니다. 그림과 짤막하지만 여운을 남기는 글들이 너무 좋았거든요.

소란스러운 세상 속 혼자를 위한 책의 작가 데비 텅도 카툰 작가예요. 혼자가 제일 좋은 내향인들을 위한 카툰 에세이인 '소란스러운 세상 속 혼자를 위한 책'의 저자가 INFJ인데 저랑 같더라고요~^^ 뭔가 공통점을 찾은 것 같아 더 반갑게 느껴집니다. 평생 ‘내향인 중의 내향인’으로 살아온 저자가 있는 그대로의 스스로를 인정하기까지 3년간의 이야기를 유머러스한 글과 생활 일러스트로 담은 책이라고 해요. 이 책의 시작은 블로그였는데, 어느 날 텀블러 블로그를 열고 자신의 일상을 담은 만화를 한 장씩 업로드했고, 외향성을 장점으로 여기는 사회에서 ‘뼛속까지 내향인’으로서 살아가는 삶의 단면들이 만화의 주요 소재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내향적인 저 역시 크게 공감하며 읽지 않았나 해요.

'혼자를 위한 책'이라고 해서 책 이야기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대인관계를 통한 저자의 성격적 어려움이 담겨있어요. 대인기피증은 아니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과의 관계를 힘들어하는 모습이 엿보이네요. 저보다 훨씬 심하긴 합니다. 읽고 싶은 책이 많아 하나만 고르기 힘들어하고, 읽은 시간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항상 가방 속엔 책이 들어 있는, 파티보다는 집에서 편안해 책 읽는 것을 더 좋아하는 데비. 작가 데비 텅 처럼 내향적인 성격이라면 나를 자책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책 제목처럼 소란스럽기만 한 세상 속에서도 나를 위로하는 시간, 바로 책과 함께하는 그 순간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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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지 않는 수학자 / 모리 히로시

웃지 않는 수학자 ㅣ S & M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 3
모리 히로시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12월

『웃지 않는 수학자』

'S & M'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 세 번째 도서 <웃지 않는 수학자>는 별자리를 관찰할 수 있는 삼성관에서 벌어진 사건을 담고 있다. 12년 전 크리스마스이브로 거슬러 올라간다. 덴노지 가 사람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 할아버지 덴노지 쇼조 박사는 삼성관 앞에 있는 오리온 동상을 사라지게 만든다. 그런 다음날 제자리로 돌아와 있는 동상!! 이 비밀을 푸는 사람에게 삼성관을 주겠다고 하는데...

12년이 흐른 후 모에는 가타야마 가즈카로부터 삼성관에서의 덴노지 가 사람들 모임에 초대를 받고 사이카와 교수와 함께 가게 된다. 12년 전과 같은 상황, 같은 모임, 안개 낀 밤이었다. 덴노지 박사는 목소리로 등장해 뜬금없이 수학 문제를 출제하더니 삼성관 내부에서 별자리를 보여주다 모에의 부탁으로 오리온 동상을 사라지게 만든다. 모두가 의아해하던 그날 밤, 술에 취해 방으로 들어갔던 덴노지 리쓰코는 오리온 동상 아래에서, 그녀의 아들 덴노지 슌이치는 리쓰코의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삼성관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스즈키 기미에는 두 사람이 숨진 뒤 처음 동상이 사라졌던 날 쇼조의 장남 덴노지 소타로도 사고로 사망했던 사실을 전하며 동상이 사라지면 누군가 죽임을 당한다는 편지를 받았다고 사이카와에게 털어놓는다. 그리고 소타로가 사망하고 시간이 흐른 후 그가 썼던 책 원고를 역시 사라졌던 남편 스즈키 아키라 이름으로 쇼조의 딸에게 보내오는데...

삼성관에 방문했던 사이카와와 모에는 오리온 동상이 사라진 수수께끼를 풀고 싶었지만 뜻하지 않았던 살인사건이 벌어지며 일단락되는 듯했다. 오리온 동상이 다시 제자리에 있는 것을 확인한 모에가 동상 밑에 쓰러진 리쓰코를 발견할 당시는 새벽 시간이었고 오토바이 엔진 소리를 들었다. 가정부 기미에의 아들 노보루의 소유였던 오토바이가 그날 사라졌는데 덴노지 모자를 죽인 범인과 오토바이가 관련이 있을까?

살인사건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으며 지하에서 은둔하던 쇼조 박사를 취조할 때의 느낌은 '차가운 사람'이었다. 이게 수학자의 이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식과 관련한 일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는 모습에 섬뜩함도 느껴졌다. 사건이 오리무중인 상태에서 모두 흩어져 일상생활을 하던 중 사이카와의 다른 인격과 마주하던 그 순간.. 풀리지 않을 것 같았던 수수께끼는 샤르르~ 풀리는데, 그 과정을 함께하는 여정이 참 즐겁다.

아직 두 권째인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지만 사건이 벌어지고 뭔가 사건과 관련된 무언가가 막~ 펼쳐지지만 풀리지 않는 상황이 거의 막바지까지 이어지다 한순간 팡~ 터지는 패턴을 보인다. 이러니 한순간도 한눈을 팔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 철철 넘치는 S & M 시리즈다. 빨리 다음 권으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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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걷는 독서

걷는 독서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1년 6월

진정한 독서의 완성은 삶이란 글이 와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