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칼날』
"우리가 정의의 칼날이라고 믿는 것이, 정말 올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나?"
종종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청소년 범죄에 대한 기사를 볼 때마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고민이 많이 되었다. 딸내미 육아하던 시절 '인성교육' 붐이 일었었다. 물론 인성교육은 기본적으로 모든 교육과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요즘 육아의 초점은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 궁금할 때가 참 많다.
사회파 작가라고 알려져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많이 만나보진 못했지만 사회적인 문제를 자연스럽게 녹아낸 작품 <방황하는 칼날>을 만나고 더 좋아진 작가라 하겠다. 역시~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작가의 작품을 다 읽고 나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너무 빨리 끝내버린 것 같은 허전함이랄까..
하이에나처럼 사냥감을 노리는 가이지, 아쓰야는 마코토의 아버지 차량을 이용해 사냥감을 물색하러 다녔다. 불꽃놀이가 있던 그날 밤, 나가미네의 딸 에마는 이들의 표적이 되었고 약물을 이용한 강간을 당한 뒤 죽음에 이르게 된다. 다시 마코토의 차를 이용해 에마의 시신을 강에 유기했고 그게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사회적인 이슈가 되기 시작했다. 아무런 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나가미네에게 익명의 제보자가 등장했고 그의 제보로 인해 아쓰야의 집에 잠입, 에마의 강간 동영상을 보게 되고, 그 순간 집으로 돌아온 아쓰야를 무참히 살해하고 만다. 그리고 달아난 공범 가이지를 찾아 나서는데...
"오히려 법원은 범죄자를 구원해 준다. 죄를 저지른 인간에게 갱생할 기회를 주고 그 인간을 증오하는 사람들의 눈에 닿지 않는 곳에 숨긴다. 그게 헌법일까? 게다가 그 기간이 놀랍도록 짧다. 한 사람의 일생을 빼앗았는데 범인의 인생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니."
차량을 제공했던 마코토가 수사선상에 오르자 어떻게든 자기 자식만 감싸려 드는 부모들,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르고 처참히 살해당한 아쓰야의 부모 역시 문제아라 눈앞에서 치워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자식이 뭔지 무조건 감싸고돈다. 가이지라고 다를 것 없었다. 내가 가해자의 부모 입장이라도 일단 감싸고 보자 하는 마음이 발동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아이들이 이렇게 엇나가고, 무슨 일을 저지르던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못하는 아이로 성장하게 한 게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도 생각해 봤다.
이제 살인 용의자가 된 나가미네를 도와주는 펜션 주인이나 가이지와 아쓰야가 찍어 놓은 성폭행 동영상 속 피해자의 가족이 나가미네를 응원하게 되는 마음, 무슨 일이 있어도 결코 살인은 용납될 수 없다 말하는 사람들, 피해자의 입장이 되었을 때 심리상태 등 너무 가슴에 와닿게 잘 녹여 놓은 작품이라 더 안타까웠던 것 같다. 범인이 붙잡히면 인권침해 운운하며 얼굴도 다 가리고 구치소에서 나랏밥 먹으며 형 마칠 때까지 국가의 보호를 받지만 피해자에 대한 배려는 1도 없는 '법'이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인지 깊은 탄식이 새어 나온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순간까지 뭔가 '통쾌함'을 느낄 수 없어 더없이 씁쓸했던 <방황하는 칼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