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특수청소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2월
평점 :
『특수청소부』
언젠가 처음으로 며칠 동안 집에 홀로 남게 된 적이 있었어요. 5년 전 즈음이었을 거예요.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와 홀로 저녁 상을 차려서 앉았는데.. 분명히 먹고 싶었던 음식 위주로 차렸는데도 불구하고 맛이 하나도 없는 거죠. 혼자라는 건 참 쓸쓸하고 입맛도 떨어지게 하는구나 하며 가만히 생각하다 이렇게 나이 들어 혼자가 되면 고독사하는 게 아닐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일었던 기억이 납니다. 최근 1인 가족이 늘어가면서 고독사 비율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세상에 태어날 때는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인생을 시작하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홀로 떠나야 하는 것도 슬픈데 내가 죽었는지도 모르고 한참 방치되었다 발견된다면 그것만큼 가슴 아픈 일도 없겠다 싶네요.
나카야마 시치리의 신작 <특수청소부>는 고독사한 사람들의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특수청소업체 '엔드 클리너'는 쓰레기 집이나 시신이 발견된 집 등 사건 사고가 발생한 집을 청소하는 일을 말하는데요. 집 청소뿐 아니라 공양, 유품 정리, 가구 매입, 집 매입까지 의뢰를 받아 처리하는 곳입니다. 가스미는 대표 이오키베와 시라이와 함께 집 청소를 하며 고독사한 이들의 사연이 무엇일지 관심을 가지며 알아가려 합니다. 그것이 고인의 넋을 기리기 위한 방식인 것 같네요. 신중함과 둔감함이 필요하다는 이 일을 가스미는 매 의뢰마다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처리해나갈 수 있을까요?
<특수청소부>에는 갑자기 집 안으로 숨어버린 후 뇌경색으로 사망한 평범한 회사원의 사연을 담은 '기도와 저주', 완전히 녹아내리듯 욕조에 잠겨 숨진 벤처기업 사장의 사연을 담은 '부식과 환원', 음악인의 꿈을 키웠던 이들의 사연을 담은 '절망과 희망', 자산가의 유언장을 놓고 벌이는 전쟁 같은 사연을 담은 '엇갈린 유산' 총 네 편의 사연을 담았습니다. 여기 실린 이야기를 통해 '고독사'에 대해, 홀로 죽어감에 대사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데요. 무엇보다도 첫 번째 편에서 만났던 마리나의 이야기는 성 정체성 혼란으로 가족에게도 외면당하고, 결국 유해로 돌아온 딸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어머니의 모습이 충격으로 남습니다.
각각의 이야기마다 엔드 클리너 직원들을 통해 죽음과 연결된 사연을 찾아가는 휴먼 미스터리 <특수청소부>. 이 책에서 만나는 이야기가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되었기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직업에 관심도 가지게 됩니다. 누군가는 해야 했고, 또 누군가는 하고 있는 일이기에 우리 생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겠죠? 디테일한 묘사로 생생하게 특수청소부의 이야기를 전해준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노력이 엿보이는 작품입니다. 시리즈로 출간되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작가의 다음 책은 어떤 이야기로 찾아올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