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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점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9월
평점 :
눈물점
미야베 월드 제2막이라는 <눈물점>을 만났다. 상당한 두께를 자랑하는 이 책에는 눈물점, 시어머니의 무덤, 동행이인, 구로타케 어신화 저택 네 편의 괴담이 실려 있다. 에도 시대 미시마초에 있는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에서는 괴담 자리를 마련해 왔고 가게 안쪽에 있는 '흑백의 방'에서 이야기꾼이 이야기를 하면 "이야기하고 버리고, 듣고 버리고" 하는 규칙으로 진행자에게 이야기를 하고 털어버리게 된다.
그동안 듣는 역할을 맡아 왔던 오치카가 결혼을 하면서 차남 도미지로로 바뀌었고 첫 번째 이야기꾼인 도미지로의 친구 하치타로가 '눈물점'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며 도미지로의 괴담 자리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 이야기로 시작된 '눈물점'은 두부 가게를 운영했던 하치타로의 가족의 이야기다. 버젓이 남편이나 약혼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에 씐 듯 큰 형수가 작은형의 방으로, 작은 형수가 셋째 누나의 남편이 될 사람 방에 들어가 남자들을 유혹했고 큰 누나 역시 아버지 방에 들어갔다가 같은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상한 행동을 보였던 여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된 것이 바로 눈 밑에 생긴 눈물점이었는데 그게 떨어지고 나선 기절을 하고 깨어났을 때엔 전혀 기억을 못 한다는 것이다. 이 일이 있은 후 가족들은 모두 흩어졌고 이 기이한 이야기를 도미지로에게 모두 이야기하고 털어버린다.
두 번째 이야기 '시어머니의 무덤'은 누에를 치는 집들 중 오하나의 집, 특히 그 집 여자들만 묘지 꽃놀이에 참여할 수 없다.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던 것이라 누구 하나 따지려 하지 않았지만 오하나의 오빠와 결혼한 새언니 오케이는 부당한 듯한 이런 사실이 달갑지 않다. 이유를 묻는 오케이에게 할아버지는 오래전 이야기를 들려준다. 위로 위로 거슬러 올라가 시어머니가 임신한 며느리를 쥐약 먹여 죽인 사건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다시 한번 느꼈던 것은 '여자의 적은 역시 여자!'라는 것과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절대 엄마와 딸 같은 사이가 될 수 없다'라는 것이다. 맞아본 사람들이 더 잘 때린다고 하던데.. 그걸 자기 대에서 끊어버릴 생각은 왜 못했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생겼던 내용이었다.
가족을 잃은 남자가 유령과 함께 유령과 함께 있었던 이야기를 풀어 놓는 '동방이인',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웬만한 책 한 권 분량을 자랑하는 '구로타케 어신화 저택'은 도박에 빠져 지냈던 긴자부로의 이야기로 돈을 빌리러 유모 집에 찾아가다가 괴물에 쫓겨 한 저택에 숨어 들어가고 거기서 술꾼 노인, 약재상 대행수, 지주의 아내라는 노파, 사무라이를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살기 위한 사투가 벌어진다.
이야기 하나하나 읽으면서 기이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섬뜩하기까지 한 소재들이 흥미롭게 다가왔지만 시대소설 특성상 그시대를 상징하는 것들이 많이 등장해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다. 미야베 월드 제2막 중에서도 여섯 번째 책인 <눈물점>을 읽으니 그전에 나왔던 괴담도 궁금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