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의 건너편 / 시미즈 하루키

작별의 건너편 ㅣ 작별의 건너편 1
시미즈 하루키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3년 5월

『작별의 건너편』

영원한 이별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한 번은 꼭 찾아옵니다. 시한부 인생을 산다면 삶을 마무리할 시간이 있겠지만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는 삶에 대한 정리도, 사랑하는 가족과의 인사도 할 수 없이 그냥 떠날 수밖에 없죠. 그런데 그렇게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 누군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떨까요? 하루의 시간이 주어지면 누굴 만나고 싶으세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하는 가족이라고 답할 것 같은데요. <작별의 건너편>에서는 나의 죽음을 모르는 사람만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이 기회는 나에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될 것 같은데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 수 있네요.

작별의 건너편에는 안내인이 존재합니다. 이 '작별의 건너편'에 서게 된 사람은 최후의 문 너머로 가기 전, 현세에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데요. 하루 24시간 동안, 내가 만날 수 있는 이는 나의 죽음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내가 현 생에서 존재했던 모습 그대로 주어진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나의 죽음을 아는 이와 만난다면 기억과 인식이 심하게 어긋나며 현세에서의 모습을 유지할 수 없어 바로 작별의 건너편으로 소환되어 버리죠.

완결이 없는 가제본에서 만난 주인공들은 총 세 명(?) 이었습니다. 길을 건너는 아이의 반려견을 구하고 목숨을 잃은 아야코의 이야기 '히어로'. 반려견을 구한 아야코는 히어로라고 주변에서 이야기하지만 과연 누구를 위한 히어로였을지, 남겨진 네 살 아들을 두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을 아야코의 심정이 이해가 돼서 짠했던 내용입니다. 오랜 시간 아버지와 연을 끊다시피하고 살다 알코올중독으로 세상을 떠난 아들 야마와키 히로카즈의 이야기 ' 방탕한 아들'은 남에게 피해 주지 말라며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 아버지와 어렸을 적 추억을 다시 재회하고 그 뒷말이 있음을, 아버지는 항상 아들을 기다렸다는 아버지의 진심을 알고 떠나는 아들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볍지 않았을까 여겨졌던 이야기입니다. 밥투정하며 집을 나왔다 돌아가던 중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열아홉 살 고타로 이야기까지 흔히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죽음을 겪은 이들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데요. 세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의 정체는 좀 의외여서 3년 전 떠난 소중한 아이가 생각났답니다.

가제본에서 다루지 않은 본책의 결말이 궁금해지는 <작별의 건너편>입니다. 몇 편의 이야기가 더 남아 있을지 모르겠지만 왠지 안내인의 사연도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짐작에 나머지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집니다. 빨리 본책이 출간되었으면 좋겠네요~^^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맛있는 디자인 포토샵 CC 2023

맛있는 디자인 포토샵 CC 2023 - 핵심 기능을 담은 기본편 + 실무 예제가 풍부한 활용편 ㅣ 맛있는 디자인 시리즈
윤이사라.김신애 지음 / 한빛미디어 / 2023년 3월

『포토샵 CC 2023』

예전에는 그래픽 전공하고, 웹디자이너로 일하는 분들이 거의 사용하던 그래픽 프로그램 중 하나인 '포토샵'. 이젠 많은 분들이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아닐까 해요. 보통 SNS에 올릴 사진을 편집할 때 많이 사용하실 텐데요. 툴 사용법이나 조금 더 나은 퀄리티의 작업물을 올리고 싶을 때면 으레 찾는 프로그램이 바로 포토샵이죠. 사진 보정은 물론 편집에 타이포그래피까지 널리, 두루두루 사용되는 프로그램이라 저도 자주 애용하는 프로그램이랍니다.

포토샵 프로그램이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는데요. 이번 도서는 포토샵 CC 2023 신기능부터 알려주네요. 개체 선택 도구가 개선되었고, 클릭 한 번으로 삭제 및 채우기가 가능, 사진 복구 기능, 마스크 한 번에 적용 등 편리한 기능들이 추가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느 프로그램이든 처음 사용하는 분들이 계시죠. 첫 사용자를 위해 포토샵에 대한 궁금증을 파헤쳐 놓았는데요. 포토샵은 어디에 활용하는 것인지, 포토샵은 어떻게 생겼는지, 꼭 알아야 할 그래픽 기초 지식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어요. 보통 사진 리터칭과 합성, 그래픽 작업에 많이 사용하는 포토샵입니다. 그런데 저는 손글씨, 캘리그래피에 관심이 있다 보니 포토샵 기능 중 타이포그래피에 중점 해서 보게 되네요.

포토샵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기능을 알아야겠죠? 포토샵 기본 기능 19가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차근차근 살펴보면서 따라 해보고 익혀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미지 크기 조절하는 것도 참 유용한 기능이랍니다~^^

저는 웹디자인 기능사 자격증이 있어서 기본적인 포토샵 활용은 가능해요. 그런데 이 자격증을 취득한 게 벌써 15년 전이네요. 거기다 컴퓨터와 무관한 일을 한 것도 벌써 12년이나 돼서 포토샵의 새로운 기능은 생소할 정도인데요. 이렇게 새로운 버전의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이 가득한 그래픽 도서가 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답니다.

맛있는 디자인 포토샵 CC 2023 중에서도 저의 최대 관심사인 타이포그래피와 캘리그래피 관련 내용이 수록되어 있는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포토샵 활용편'을 살펴봤는데요. SNS에 서평도서 올릴 때나 카드 뉴스 만들 때, 북 디자인을 해보고 싶을 때 활용하면 좋을 유용한 팁이 수록되어 있어 너무 좋네요. 조금 더 업그레이드된 이미지를 활용할 날을 기대하며 하나씩 따라 해 봐야겠습니다.

한빛미디어 <나는 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표정없는 검사의 분투 / 나카야마 시치리

표정없는 검사의 분투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4월

『표정없는 검사의 분투』

반전의 제왕 나카야마 시치리의 신작 <표정없는 검사의 분투>는 '표정없는 검사'에 이은 검사 시리즈 두 번째 도서입니다. 현재도 그렇고 과거에도 그랬지만 '검사'라는 직업에 대한 이미지는 썩 좋지 않습니다. 최고 권력자의 위치에 서고 싶어 한다는 이미지도 강하고, 드라마에서 비치는 검사의 모습이라던가(실제가 더하면 더했지 덜 하리란 생각은 없어서..) 비리의 온상이라는 생각이 커서 인지 더 신뢰할 수 없는 부류라고 할까요? 정의롭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열혈 검사의 이야기가 나오는 드라마를 볼 때면 우리나라에 저런 검사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그런 의미에서 표정 없는 검사 후와는 딱 이상적인 이미지의 검사가 아닐까 합니다.

미하루는 오사카지검 후와 슌타로 검사의 사무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을 해도, 어떤 일이 있어도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후와 검사는 '표정 없는 검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런 재미없고 무뚝뚝한 검사 후와를 보필하며 일하는 미하루입니다. 얼굴에 감정이 드러나던 시절, 증인 한 명과 증거를 잃고 마는 사건이 발생했고 오사카지검으로 좌천되면서 후와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렇게 얻어진 별명답게 어느 누구와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일관된 모습을 보이는 검사가 되었네요. 직업적인 면에서는 객관적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로서는 종잡을 수 없는 표정과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동료 같아 별로라는 생각도 듭니다.

초등학교 부지로 사용할 국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매입한 금액(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매입됨)에 의혹이 불거졌고 국민의 관심을 끌면서 대형 사건으로 번지게 됩니다. 국유지 매각을 담당하는 재무국 소속 직원들 사이에서 이익 공여가 있을 가능성이 시사됐고 오사카지검 특수부에서 수사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국회의원까지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수사하는 과정에서 특수부 담당 주임 검사가 결재문서 조작 가능성이 발견되며 특수부를 조사해야 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오사카지검 특수부 수사를 위해 대검에서 수사팀을 파견했고 그 팀에 후와 검사도 합류해 조사를 진행하네요. 이미 오사카지검은 증거 조작 사건으로 최악의 스캔들을 일으켰던 전적이 있어 이번 사건을 잘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어 보입니다. 후와 검사는 문서 조작 사건을 잘 해결할 수 있을까요?

후와 검사가 국유지 매입 사건의 진실에 한 발짝씩 다가갈수록 과거의 숨겨진 또 다른 사건을 만나게 되네요.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사건을 마주하는 독자는 놀랍기만 합니다. 자신의 출세보다는 객관적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해결하려는 검사 후와 슌타로. 후와 검사를 통해 현시대에 만연해 있는 부정부패 실상을 미스터리 소설 속에서 해결해 나가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센스가 단연 돋보입니다. 후와 검사와 미하루 콤비의 다음 시리즈도 기대하게 됩니다.

내가 너의 행복이 될게 / 김미묘

내가 너의 행복이 될게 - 혼자일 때 손 내밀어주는 다정한 말들
김미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내가 너의 행복이 될게』

나이가 들어도 예쁘고 귀여운 것이 좋은 1인입니다. 그림 에세이나 포토 에세이를 너무 좋아해서 일부러 찾아 읽는 편인데요. 위즈덤하우스에서 몽글몽글 귀여운 주인공들이 전해주는 '행복'에 관한 그림 에세이가 출간되었어요. 혼자일 때 손 내밀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나에게 큰 힘이 되지요. 그런데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다면 다정한 말을 전해주는 이런 책을 만나보는 것도 좋겠단 생각입니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인 작가 김미묘는 제가 좋아하는 몽글몽글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입니다.

<내가 너의 행복이 될게>에 등장하는 캐릭터예요. 너무 귀엽지 않나요? 미묘, 꾸꾸이, 행곰, 우비, 공뇬이 각 캐릭터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들도 담겨 있어요. 너무 주위 사람들 이야기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흘려듣는 법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이것도 연습이 필요해 보여요. 행복이 뭔지 고민하다 보면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게 바로 행복입니다. 비가 내리면 우울한 사람도 있지만 비를 즐기는 사람도 있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기도 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비는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밖에 나갈 일 없을 때만 비가 내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이 책은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1장 크든 작든 행복한 일은 항상 있어. 2장 가끔은 그냥 누워 있는 것도 괜찮잖아. 3장 충분히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거야. 4장 인생사 새옹지마라탕 5장 우리가 함께인 것만으로도 행운이니까. 제목만 봐도 힐링이 되는 것 같지 않으세요? 살짝 게을러 보이는 곤뇽이 이야기는 지금의 저로서는 너무도 공감 가는 이야기가 많았답니다. 딱 저를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ㅋㅋ 주말이면 자꾸 뒹굴고만 싶고, 오늘 할 일은 내일로 미루고 싶고, 집에 있는데 집에 가고 싶어 하는 곤뇽이를 보면서 웃고 공감하고 또 귀엽다 느끼는 절 발견합니다.

남들에 비해 보잘것없는 것 같고 앞날이 캄캄하다 느껴질 때, 잘 하고 있는지 나 스스로 의심이 될 때, 가끔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 놓고 늘어지고만 싶을 때, 무조건 내 편이 필요할 때, 귀여운 게 마구마구 보고 싶을 때 <내가 너의 행복이 될게>를 펼쳐보세요. 곤뇽이, 행곰이, 미묘, 꾸꾸이, 우비가 캐릭터에 맞게 자신들의 성격과 개성을 살려 마음에 쏘~옥 들어오는 이야기를 들려줄 거예요~^^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가모 저택 사건 / 미야베 미유키

가모 저택 사건 ㅣ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기웅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3월

『가모 저택 사건』

미미여사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은 '영혼 통행증'을 통해서 처음 접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후로 하나씩 찾아보거나 서평단을 통해서 만나봤는데요. 이번에 만난 <가모 저택 사건>은 시간을 거슬러가는 이야기와 동시에 과거 역사인 2.26 군부 쿠데타 사건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서 흥미가 생겼답니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에서 자동차를 이용한 시간여행자가 과거로 가 미래에 벌어질 사건의 범인을 알아 내려는 내용인데요. 이야기 결이 비슷한 <가모 저택 사건>을 읽으면서 과연 과거는 바뀔 수 있을까, 바뀐다면 어긋나버린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많이 생겼답니다. (물론 드라마나 책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지만요.)

다카시는 예비교 시험을 치르기 위해 낡은 호텔에 머물고 있는 학생입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 엘리베이터 옆에 걸려 있는 액자를 발견하네요. 서양식 건물의 이름은 가모 저택으로 집 소유주였던 육군대장 가모 노리유키의 사진과 유서를 남기고 자결했다는 가모 대장의 사연이 적힌 장문의 문서도 걸려 있네요. 이곳에서 다카시는 뭔가 어둠에 휩싸여 있는 듯한 기분 나쁜 투숙객을 만나게 됩니다. 이 어둠의 투숙객이 비상계단에서 뛰어 내리는 모습을 목격했지만 아래엔 뛰어내린 이도, 뭔가 다른 흔적도 발견할 수 없는 다카시입니다. 그러고 얼마 후 호텔에 화재가 발생하고 다카시는 의문의 남성으로 인해 58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게 돼죠.

다카시를 다른 세상으로 데리고 간 남자는 히라타라는 이름으로 이곳에서 머문다고 합니다. 자신이 있어야 할 호텔이 아닌 눈이 펑펑 내리는 거리에 도착한 다카시는 어떻게 된 상황인지 캐묻지요. 히라타는 어머니 쪽 혈통에서 시간 축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고 능력을 받은 아이는 예외없이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할 숙명을 지닌다고 설명합니다. 히라타의 이모 이후 자신이 시간을 여행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난 것이죠. 그렇게 이들은 58년전, 2.26 쿠데타가 일어나기 한 해 전 가모 대장의 저택으로 들어갑니다.

2.26 군사 쿠데타와 가모 대장의 죽음. 가모 대장은 정말 장문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에 의한 타살일까 하는 궁금증을 남깁니다. 히라타는 왜 하필 58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것일까요? 궁금증만 한가득 안은 채 미미여사가 이끄는 대로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은 흥미롭습니다. 검색을 통해 확인한 2.26 군사 쿠데타가 성공했다면 지금의 일본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봅니다. 그 당시 인신매매에 끌려간 어린 소녀들이 눈 앞에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지나온 역사는 돌이킬 수 없지만 같은 과오를 겪지 않기 위해 우리는 역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미야베 미유키 역시 그런 의미를 담고 <가모 저택 사건>을 집필한 것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다카시가 과거로 가 만난 사람들과 그들의 사연, 모르고 지나쳤을지 모를 역사적인 장면을 보고 느낀 이야기들이 내가 직접 겪은 것은 아니지만 비단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아 씁쓸함이 몰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