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터베리 이야기(상) / 제프리 초서

캔터베리 이야기 - 상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19
제프리 초서 지음, 최예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6월

『캔터베리 이야기』

천일 동안 매일 밤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던 '천일야화' 같은 느낌의 책을 만났다. 누군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흥미롭고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하게 된다. 그래서 깊어가는 밤,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들었던 옛날이야기가 정겹기도 하고 그리운 이유일 것이다. 옛날이야기를 통해 그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삶의 지혜를 배우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들려주는 <캔터베리 이야기> 속에는 다양한 직업군에 속하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리버사이드 초서' 판본을 국내 최초로 원전으로 삼아 원문의 운문체를 되살린 완역본을 을유문화사에서 출간했다. 제프리 초서는 <캔터베리 이야기>를 완성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그가 이 작품을 완성했다면 지금 우리가 읽는 것보다 더 긴 내용의 책을 만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이 책의 내용과 형식에서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을 연상시킨다는데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이라 기회가 되면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4월이 되면 캔터베리 성지로 순례길을 떠나기 위해 영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든다. 캔터베리로 가는 길, 서더크 지방의 타바드라는 숙소에 스물아홉 명의 순례자들이 모였다. 숙소 주인은 캔터베리로 순례 여행을 하는 동안 갈 때 두 편, 돌아오는 길에 두 편의 가장 교훈적이면서도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를 드려주는 분에게 저녁을 대접하겠다는 제안을 한다. 숙소 주인도 함께 순례길에 올랐고 순례자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캔터베리 이야기> 상권에서는 기사, 방앗간 주인, 장원 감독관, 법정 변호사, 바스에서 온 부인, 수사, 법정 소환의, 대학생, 상인, 수습 기사, 시골 유지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직업도 다양하고 그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도 다양해서 읽는 재미가 있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서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어 재미를 더한다. 중세 문학은 지루한 느낌이 컸는데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라 그런지 크게 지루하거나 재미없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사랑에 눈이 멀어 결국 결투까지 벌였던 두 사내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시대 여성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던 이야기, 탐욕과 욕정에 눈먼 어리석은 인간들의 모습, 종교와 관련된 이야기 등 제프리 초서의 문장들을 접하다 보면 그 속에서 얻는 깨달음이 있다. 이야기를 들려주고, 들으면서 여러 명이 함께하는 순례길은 즐거움이 가득할 것 같은 느낌이다. 캔터베리 이야기 하권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들려줄지 기대가 된다. 저녁 식사를 대접받을 영광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지 하권도 빨리 만나보고 싶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 호랑이덫 / 무경

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2 - 호랑이덫 ㅣ 부크크오리지널 5
무경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7월

『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호랑이덫

'사라진 페도라의 행방'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두 번째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이 시리즈 구상하며 가장 먼저 쓴 이야기가 '호랑이덫'이라고 한다. 다시 다듬고 살을 더해 두 번째 이야기로 출간된 '호랑이덫'은 더운 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식혀줄 것만 같은 시원한 표지를 입고 우리 곁에 찾아왔다. 은일당으로 하숙하며 선화 과외 선생님이 된 에드가 오의 페도라가 사라지며 행방을 찾아 나섰다가 살인 사건에 휘말렸던 에드가 오. 이번 책에서는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될지 궁금함을 가득 안고 읽기 시작했다.

러시아와 만주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는 세르게이 홍을 만나기 위해 본정으로 향한 에드가 오. 궂은 날씨에 나선 외출길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남산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소문을 들려준 선화의 이야기가 생각나 돌아갈까도 했지만 이미 나왔으니 목적지로 가기로 했다. 산길을 가던 중 울린 총성, 이마에 구멍이 난 채 쓰러져 있는 옷이 풀어헤쳐진 남자, 총을 들고 죽은 남자를 내려다보던 순사, 총소리에 사람들과 에드가 오를 피해 포수가 숲에 숨어 있다며 순사는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뒤쫓았다.

총에 맞은 남자를 제일 먼저 목격했다는 이유로 경찰서로 연행되어 갔고 취조하던 남정호는 포수의 존재에 대해 의미 있는 언급을 하다 누군가의 호출로 잠시 자리를 비웠고 그와 나누는 대화에서 에드가 오가 만나려 했던 세르게이 홍의 이름이 언급되는 걸 듣게 된다. 그리고 돌아온 남정호는 더 이상 포수에 대한 언급도 하지 않고 이 사건에 대해 관심 가지지 말라는 충고를 하며 에드가 오를 돌려보냈다.

생각지도 못했던 사건으로 친구를 만나지 못한 에드가 오는 그 후에도 계속 어긋나며 만나지 못했고 에드가 오가 가는 곳에서 세르게이 홍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비를 맞으며 크고 무거워 보이는 나무 상자를 가지고 온 세르게이 홍. 호랑이 사냥꾼, 조선인을 죽인 남자가 세르게이 홍이 아닐까 의심이 생긴 에드가 오는 의문의 나무 상자를 들고 다니던 날의 행적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에드가 오는 이번 사건의 진실을 파헤칠 수 있을까?

'사라진 페도라의 행방'에서도 느꼈지만 이번 '호랑이덫'에서도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싶어 하는 에드가 오와 그에게 이런저런 가설을 들어가며 사건의 진실에 한 발 한 발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선화와 연주를 만날 수 있다. 경성 모던 탐정이란 타이틀은 에드가 오가 달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조력자들의 빛나는 추리에 힘입어 사건을 깔끔하게 해결하는 에드가 오. 일본 경찰에 맞서 한치의 망설임 없이 또박또박할 말 다 하고 범인까지 밝혀내는 장면들이 눈에 그려지는 것 같다. 뭔가 통쾌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 호랑이덫>이다.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어도 허당미 넘치는 캐릭터로 사랑받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클래식 감상 수업 - 하루 한 곡, 내 것으로 만드는 클래식 100

클래식 감상 수업 - 하루 한 곡, 내 것으로 만드는 클래식 100
유니쓰.루바토 지음, 김은하 감수 / 뜨인돌 / 2022년 6월

『클래식 감상 수업』

고등학교 입학식 때 어디선가 들렸던 스네어 드럼 소리에 녹음을 튼 것인지, 직접 연주하는 것인지 한참 찾았더랬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는 관악 밴드부가 있었고 학교 행사, 애국조회 시간에 직접 악기를 연주해 애국가, 교가를 불렀다. 스네어 드럼 소리에 반해 밴드부에 가입했는데 남성미 폴폴 풍기던 악장 언니의 모습에 트럼펫을 지원했더랬다. 그렇게 나의 금관악기 시대의 막이 올랐다. 1학년 중간에 호른으로 옮겨 고3이 되어서는 군악대 지원을 할까 고민할 정도로 악기 사랑이 컸었던 나의 고등학교 학창 시절은 지금 떠올려도 너무 즐거운 기억이다.

클래식 음악은 물론이고 가요, 트로트, 행진곡, 퍼레이드 곡 등등 다양한 곡을 연주했지만.. 여전히 클래식, 음악 감상이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어렵다'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뭔가 의미를 찾으려 할 때 이야기다. 장황한 클래식 제목은 기억에 남지도 않는다~^^;; 광고로 사용된 음악이나 지하철에서, 자동차 후진할 때 등 어디선가 들어본 클래식이 굉장히 많다. 곡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곡을 듣다 보면 '아~ 이 곡이구나!'하고 많이들 느꼈을 것이다.

중학생 때 우연히 지원한 서울시 예능영재교육원에서 작곡을 시작했다는 유니쓰, 작곡을 전공하고 작품을 쓰면서 '다카포 케이퍼'와 음악 스튜디오 '유니 클래식'을 운영하며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음악으로 인지하며, 이 소리들의 근원을 찾다 보니 어느새 곡을 쓰는 사람이 됐다는 루바토. 그들이 들려주는 클래식 이야기는 어렵지 않다. 곡을 듣는 느낌, 곡에서 찾으면 되는 포인트를 짚어주며 재밌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클래식 감상 수업>은 리듬, 선율, 화음, 구성, 음색, 테크닉 총 여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의 주제에 국한돼 음악을 들을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음악을 듣는 일은 음식을 먹을 때와 같이 개인의 경험이나 지식, 취향에 따라 느끼는 바가 다를 수 있다고 하니 너무 고민하며 듣지 말도록 하자! 클래식 100곡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책의 내용은 양념 같은 느낌이라 가볍게 읽고, 가볍게 들으며 즐겁게 느끼면 되는 것이다.

'음정이 불안하다'라는 이유로 오케스트라에 끼워 주지 않았던 색소폰, 쇼스타코비치 '버라이어티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왈츠 2번'에 2대의 알토 색소폰과 2대의 테너 색소폰이 들어가며 현대에 들어 색소폰을 다양하게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총 32곡의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번 1악장'은 일반적이지 않은 형태의 2개의 악장으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는 흥미롭고 재밌기만 하다. 책 한 권에 100 곡의 클래식을 담고 있기 때문에 내용이 길지도 않다. 즐겁게 감상해 보고 작가들이 들려주는 음악 이야기 한 장 읽고 나면 어느새 기분은 상쾌해진다. 아는 곡을 만나는 즐거움, 처음 들어보는 곡은 '이런 내용이구나'하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클래식,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듣고 즐겨보자. 거기에 클래식에 얽힌 이야기까지 들으면 금상첨화!! 클래식과 친해지고 싶다면 이 책을 꼭 펼쳐보시길 추천한다.

고양이 3부작 마지막 이야기 <행성>

[세트] 행성 1~2 - 전2권 ㅣ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고양이'를 시작으로 '문명', '행성'까지

집사와 생활하는 평범한 고양이 바스테트가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쥐 떼의 습격에 맞서기 위해,

인류를 다스리고 싶은 욕망에 의해

피타고라스처럼 제3의 눈을 이식하고

인류를 구원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물론 시행착오도 겪고

너무 잘난척하는 거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었던

바스테트였지만

임기응변에 능한 고양이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주옥같은 명언 제조기 바스테트의 엄마,

많은 걸 통달한 것 같아 보이던 피타고라스,

눈엣가시 같았지만 그녀의 진심이 전해졌던 에스메랄다,

철없는 아들 안젤로 등

많은 고양이와 동물들이 등장했고

강한 인상을 남겼어요.

이들에게 보였던 인간들의 모습은 참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은 읽다 만 게 많은데

차근차근 다시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

바스테트~ 그동안 즐거웠어~~^^

지구의 운명을 건 최후의 결전 <행성 2> / 베르나르 베르베르

행성 2 ㅣ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행성 2』

우리의 바스테트가 제3의 눈을 심어 준 폴과의 대화에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건물 지하에 폭발물을 설치할 계획임을 알게 된다. 스파이 노릇을 해 준 덕분에 티무르의 계획을 알 게 된 바스테트는 폴을 이용해 티무르와 알 카포네 사이에 갈등을 조장해 보자는 의견을 냈고, 둘 사이의 결투로 인해 알 카포네가 죽었다는 것이다. 티무르는 질산칼륨을 이용한 폭약을 만들어 사람들이 잠든 틈을 타 타워를 폭파할 계획임을 알게 된다.

바스테트는 '소통'을 내세우며 티무르와 소통을 통해 이 사태를 수습해 보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제시하는 조건은 103번째 고양이 부족의 대표로 인정해 달라는 것. 이 조건에 조롱을 퍼붓는 사람들과 자신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일임을 잘 알고 있는 바스테트다. 다시 눈앞에서 만나게 된 티무르와 바스테트는 ESREA(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확장판)을 넘기고 프리덤 타워의 사람들이 뉴욕을 떠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이 실험 쥐로 있을 당시 물에 빠져 버텼던 21분을 바스테트가 견디면 조건을 수락하겠다는 티무르에 맞서 악착같이 견뎌낸 바스테트는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하고 프리덤 타워로 복귀한다.

프리덤 타워 사람들은 그곳을 떠나 다이내믹스 공장으로 향했다. 로봇 고양이들이 지키고 있는 다이내믹스 공장에 도착한 프리덤 타워 사람들은 핵폭탄을 뉴욕에 터트리기로 결정했고 바스테트는 손을 써 핵폭탄을 막아냈다. 뉴욕을 떠나 멀리 이동해 조용히 살겠다는 약속과 달리 핵폭탄을 투하한 사실을 알게 된 티무르는 그들을 공격하기로 하는데... 바스테트와 프리덤 타워 사람들은 티무르의 최후의 공격을 무사히 막아낼 수 있을까?

고양이 삼부작 마지막 이야기인 <행성>에서는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로망의 아이를 임신한 나탈리는 그가 바람피울 것이라는 생각에 로망과 소통하려 하지 않았다. 권력을 쥐려는 사람들은 고양이 바스테트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존재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조금은 허무하게 티무르와의 전쟁을 끝낸 바스테트는 그들 무리의 통치자로 나섰지만 종간의 소통을 내세우고 탈락했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종간의 소통, 그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 제3의 눈을 사용하고자 했지만 무력으로 이끌려는 그랜트 장군의 승리로 끝나는 것을 보며 지금과 무엇이 다를까 생각하게 된다.

<행성>은 단순히 여왕이 되고 싶은 바스테트의 이야기만 담고 있지 않다. 정치 문제, 이민자 문제, 인종 갈등, 성 평등 등등..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뒷맛이 씁쓸했던 것 같다. 바스테트가 원했던 종간의 소통이 잘 이루어지는 세상이 오길 바라며... 바스테트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