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기담집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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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키는 그때까지 마쓰나카 유코와 단둘이 무릎을 맞대고 얘기해본 적이 없어서

그녀가 사적인 대화를 하려고 자신의 방을 찾아오리라고는 예상도 못 했다.

그녀는 의자를 권하고 보온병의 물로 티백 홍차를 타주었다.

"미즈키 선배, 질투의 감정을 경험해본 적 있어요?" 마쓰나카 유코는 별다른 전제도 없이 그렇게 물었다.

돌연한 질문에 미즈키는 더욱더 놀랐지만, 그래도 그 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았다.

"없는 거 같은데." 미즈키는 말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도쿄 기담집>, 시나가와 원숭이, 180p

 

 

 

요코하마의 괜찮은 사립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미즈키에게

여학생 후배가 방으로 찾아와 난데없는 질문을 던진다.

그 상황에서 보온병의 물로 탄 티백 홍차는 꽤나 상식적인, 그리기 쉬운 맛이다.

여고생이니까 립톤 같은 무난한 상표의 티백이 아니었을까.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데는 커피보다 꽤 적절한 선택이고,

그 배경이 여자아이들이 모이는 여자사립학교여서 더 어울리는 느낌이다.

 

그건 그렇고, 소설 속 미즈키처럼 나도 질투를 거의 해본 적이 없는 타입이다.

그냥 평범한 인생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러겠지만,

"음 그래? 좀 부럽네" 하고 말아 버린다.

그것이 좋은지 안 좋은지는, 내 인생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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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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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커 부부의 집에서 내놓는 식사는 어김없이 역겨운 것이었다.

아침으로는 얇은 베이컨 두 조각과 빛깔 흐린 계란 프라이 하나, 그리고 버터 바른 빵이 나온다.  

빵은 대개 전날 잘라둔 것이며, 어김없이 시커먼 손도장이 찍혀 있다. (중략)

브루커 부인은 식사를 따로 했지만, 사람들이 뭘 먹고 있는 걸 보면 언제든 간식 삼아 함께 먹었고,

놀라운 솜씨로 '찻주전자 바닥 것'을(제일 진한 차를 말한다) 챙겨 마셨다.

 

-조지 오웰. 위건 부두로 가는 길. 24p

 

 

조지 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은 서른 세 살의 작가가 영국 북부 탄광지대를 체험하고 쓴 르포다.

브루커 부인은 그가 묵었던 하숙집 여주인으로 나온다.

우리나라로 치면 일용직들이 많이 머무는 쪽방에 해당하는 최저 수준의 하숙집이다.

지저분한 환경에 좁은 방, 딱딱한 빵과 맛없는 음식을 제공하는 곳에서 생활하면서

작가는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영국에서 홍차는 일상적으로 식사와 함께 혹은 후에 마셨던 음료다.

홍차를 우려내면 바닥에 진한 차가 가라앉는데, 그래서 번갈아 따르면서 농도를 맞추기도 한다.

이를 반드시 챙겨먹는다는 표현으로 브루커 부인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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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 후유미 <시귀>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는데

시귀 리뷰 : http://blog.aladin.co.kr/783014133/6939697

 

장르 전문 출판사 엘릭시르(문학동네)에서 <십이국기>를 출간한다는 소식.

서평단 뽑히면 가제본으로 먼저 읽을 수 있고, 엘릭시르 도서 2종도 받을 수 있으니

오오 정말 좋은 이벤트네요!

 

서평단 신청은 여기서 할 수 있어요.

http://blog.aladin.co.kr/culture/7163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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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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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최근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을 완독했다.

작품이 실린 순서대로 짧은 평을 남겨본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은 '드라이브 마이 카'와 '기노'다.

 

 

드라이브 마이 카

(내가 보기에) 완벽주의자인 한 남자가 여성 운전수를 고용한다. 이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묘한 긴장감이 흥미롭다.


예스터데이 

섹스를 하지 못하는 남자, 여자 사이라는 건 하루키의 오래된 주제 같다. 그 사이에 끼인 와타나베 스타일의 반듯한 젊은 남성 캐릭터도. 게다가 그 여자는 외모와 지성, 모든 것이 완벽하다는 함정도. 

 

독립기관  

여러 여자를 가볍게 만나고 지내던 독신남이 어떤 변화를 겪는다. 스토리의 끝이 무척 시시하다. 별로다.

 

셰에라자드  

어떤 상황 때문에 갇힌 공간에 있는 남자에게 어떤 여자가 찾아와 들려주는 천일야화 같은 이야기. 재미는 있는데 남는 게 없네.

 

기노   

이야기는 흥미로운데 설정의 어떤 부분이 비현실성을 띄고 있어서 아쉽고, 마무리가 붕 뜨는 느낌.

하루키의 환상문학 설정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런 건 장편에서 나오는 게 더 좋다.

기노가 운영하는 '기노'라는 이름의 바. 고양이가 어슬렁거리고 주인장과 손님 사이에 적당한 거리감이 있는 그 공간은 마음에 든다.

 

사랑하는 잠자 

카프카의 '변신'을 차용. 주인공 이름마저 그레고르 잠자. 읽다가 관뒀다. 짜증나서. 

 

여자 없는 남자들

수필로 쓸 걸 왜 소설로 썼나 싶은, 여자에 대한 그냥 막 뜬구름 잡는 이야기.

 

 

 

어떤 사람들을 하루키를 좋아하는 걸 부끄러워한다고 한다.

특히 작가층이나 식자층. 그러고 보면 국내 판매량에 비하면 비중있게 다뤄지지는 못하는 것 같다.

순문학도 아니면서 뭔가 분위기로 승부한다는 오해(혹은 진실)가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 이후 줄곧 따라다니는 느낌.

나는 그런 견해는 잘 모르겠고 하루키의 어떤 소설은 굉장히 재미있고, 나는 그런 재미있는 장편들이 좋다. 약간 설정이 비현실적인.

힘을 뺀 에세이도 꽤 좋아한다.

 

<여자 없는 남자들> 총평 : 하루키 월드는 여전하다는 걸 증명했으나 실망스러운 작품이 섞여 있었음.

 

 

사족 : 미안하지만 이번 표지 디자인은 정말 별로다, 라고 생각하며

일본어판을 찾아보니 이런 모습이다.

 

 

일본어판은 실린 단편 중에 '기노'의 바와 고양이에서 모티프를 따왔고

한국어판은 '여자 없는 남자들'의 달의 뒷면 운운하는 부분에서 따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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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달 사이에 주문해서 읽고 있는 책들.

아사오 하루밍. 3시의 나 : 매일 오후 3시의 일상을 일러스트와 짧은 글로 기록한 책. 제법 귀엽다.

무라카미 하루키. 더 스크랩 : 잡지에 연재한 글을 모은 하루키 산문집

아베 야로. ​심야식당 부엌 이야기 : 심야식당의 저자가 쓴 일본 음식에 대한 시시한 잡담.

조지 오웰. 동물농장/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 : 한승태의 <인간의 조건>이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을 따라했고, 그 원전이 궁금했음.

​조지 오웰.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이 체험한 밑바닥 하층민의 생활을 그린 논픽션

​오두진,강준만.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 : 제목의 유치함은 접어두고, 대한민국 커피의 사회사를 알 수 있는 괜찮은 책

요모타 이누히코. 라블레의 아이들 : ​천재적인 예술가들이 즐겨 먹었던 음식을 재현하여 먹어보고 그들의 사상과 정서를 유추하는 에세이집. 굿.

무라카미 하루키. 여자 없는 남자들 : 작가의 최신 단편 소설집. 몇 편 읽었는데 여자가 '없지' 않다. 다 읽어보고 평하겠음

천명관.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 노동자 : 천명관 단편 소설집. 비참한 인생을 가볍게 사뿐사뿐 그려낸다

김혜진. 중앙역 : 서울역의 노숙자 인생. 반쯤 읽었는데 평범함. 불필요한 문장이 많다.

무라카미 하루키. 도쿄 기담집 : 하루키 단편 소설. 기담이라지만 살짝 차용만 했을 뿐이다.

임범. 내가 만난 술꾼 : 어떤 블로그나 다른 책들에서도 흥미로운 책이 발견되면 찜하고 사본다. 문화계의 술꾼들에 대한 크로키 같은 묘사

​이다혜. 책 읽기 좋은 날 : 일종의 독서록인데 나와 겹치지 않는 목록들이 많아서 좋음. 책에 대한 소개는 부족하지만 나름의 시각은 인정.

​김경훈. 뜻밖의 음식사 : 한국 음식 재료에 대한 에세이집. 평도 괜찮고 반값 행사 중이어서 구입.

기타모리 고. 벚꽃 흩날리는 밤 : 그 전작인 <꽃 아래 봄에 죽기를>이 괜찮아서 후속작도 구입함. 요리점을 배경으로 한 일상계 미스테리.

김영하. 보다 : 김영하의 최신 에세이집.

허지웅. 버티는 삶에 관하여 : 매력있는 인간 허지웅이 본인이 이야기하듯 정말 '글 쓰는 허지웅'인지 궁금해서.

김찬별. 한국음식 그 맛있는 탄생 : 저자의 블로그를 방문했다가 찬찬히 읽어보다가 책까지 구입하게 되었음

주영하. 식탁 위의 한국사 : 한국음식을 다룬 책 중에 가장 수준 있다고 함. 기대 중

 

요즘 책들이 표지 두께가 점점 얇아지는 건 경기 불황 장기화의 영향일까.

김영하의 '보다'도 김혜진의 '중앙역'도 그렇고 신간들은 책 만드는 데 돈을 아끼는 느낌이다.

다 읽은 책도 있고 넘겨보는 중인 책도 있다.

예전에는 한 권을 붙잡으면 쭉 달렸는데

요즘은 짬짬이 나는 시간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드는 마구잡이 식 독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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