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마영신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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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잡지 <bogo>에 연재되었던 마영신 작가의 <엄마들>이 휴머니스트에서 나왔다.

이렇게까지 리얼하게 묘사될 수 있을까 싶은, 혼자인 엄마의 삶.

용역 청소부로 일하면서 친구들과 나이트에 드나들며 연애를 도모하고 남자를 두고 싸우는 엄마란, 

그런 엄마를 바라보는 자식의 시각으로 만화는 진행된다.

 

 

노동 현실을 묘사한 만화로는 최규석의 웹툰 <송곳>이 유명한데,

이건 철저히 송곳의 주인공 이수인보다 밑인 용역인들의 삶을 과장 없이 보여준다.

술 먹고 찌질한 지식인을 그리기로는 홍상수 영화가 최고인데,

그와 비슷한 궤에서 구질구질한 삶을 여과 없이 보여주기로는 마영신 작가다.

 

아주 잘 그리는 그림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 전작들보다 훨씬 나아진 듯. 여전히 취향을 타긴 할 것 같지만.

<남동공단>, <빅맨>, <뭐 없나> 같은 전작들도 모두 읽었는데

가난과 사회 구조에 대한 관심-이라는 주제의식을 계속해서 가져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가장 재미있는 건 <엄마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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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필 - 2016년 제61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김채원 외 지음 / 현대문학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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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제61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베를린 필>에 실려 있는

권여선의 단편 '삼인행'은 이혼 직전의 부부와 그들의 친구가 떠나는 짧은 강원도 여행 이야기다.

40대 정도로 돼 보이는 그 오랜 친구들은, 여행을 가서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가장 골몰하고

술을 마시며 다투고, 그 비슷한 쓸데없는 다툼이 예전에도 늘 그렇게 있었을 것 같이.

그러면서 다음날 또 멀쩡하게 서로 커피를 타 준다.


그들도 젊은 시절에는 좀더 형이상학적인 고민들을 했을 것 같아

그 지점이 서글프다.

나이를 먹으면 노회해지고 세상도 좀 알겠고 그렇게 변하는데,

그만큼 더 세상에 기대가 없어지고 사소한 것들이 중요해진다.  

그걸 받아들이면서 그 지점에서 출발, 뭔가 더 나은 삶을 살아야지 각오하지 않으면

금방 스르르 녹아 뭉개지는 것이 매일의 삶인 것이다.

 

 

 

왜 안 된다는 거야?
저녁에 대게 뺨치게 맛있는 홍게를 먹어야 하거든. 규가 말했다.
저녁은 저녁이고, 지금 좀 먹으면 어때서?
안 돼. 햄버거는 포장해가서 밤에 맥주랑 먹기로 계획이 다 잡혀 있어. 여행 와서 먹고 싶을 때 제멋대로 먹다가는 정작 맛있는 건 하나도 못 먹고 가게 된다고. 1박 2일 동안 몇 끼나 먹을 수 있나 한번 따져보라며 규는 오른손을 펼쳤다. 봐라, 오늘 끽해야 세 끼. 내일 끽해야 두 끼. 도합 다섯 끼밖에 더 먹겠냐 하고 손가락 다섯을 꼽더니, 그중 한 끼는 이미 먹었고, 한 끼는 포장했고, 하며 몹시 아쉽다는 듯 손가락 두 개를 폈다. 따져보니 이번에도 햄버거를 사기 위해 22킬로나 우회한 셈이었는데, 훈은 그렇게 오래 만나왔으면서도 규와 주란에게 이토록 이상한 식탐과 기계적인 계획성이 있는 줄 몰랐다는 게 놀라웠다.
70p

너도 진짜 지겹다. 훈아.
나도 너희들 지겹다.
나도 나도! 나도 너희들 지겨워. 너도 독재. 나도 독재. 주란도 독재. 알고 보면 우리 다 독재다. 그러니까 우리의 그 무엇이냐, 그 뭐냐, 여행을 하면 알게 된다는 그런 거, 그런 거 있잖아? 그런 거 너무 싫다! 너희들 그런 거 너무 싫다!
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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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서점에 <미생 메이킹 스토리> 리뷰를 올렸는데

위즈덤하우스에서 당첨되었다면서 미생 벽시계를 보내 줬다.

이런 이벤트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윤태호 작가님 친필 싸인이 들어 있는!  

사무실 자리 옆에 걸어 두었다.

 

 

 

 

 

다음 웹툰에서 미생 시즌2도 시작했던데,

잘 만든 책 <미생 메이킹 스토리>도 많이 팔렸으면 좋겠네. 

 

다음은 일전에 올린 <미생 메이킹 스토리> 리뷰 전문.

 

국민 웹툰 미생이 탄생하기까지 다양한 인터뷰와 자료를 담은 책

<미생 메이킹 스토리>가 나왔다.

여기까지 공개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깨알 같은 팁들이 많이 들었다.

인물 분석 코너에서는 장그래를 백지, 바둑, 승부, 정규직, 좋은 상사, 안타까운 로맨스-라는 키워드로

오차장을 충혈된 눈, 돌격대, 원칙, 내 사람-이라는 말들로 정리했다.

정적으로 보이는 장그래가 갑자기 승부수를 던지는 장면에서 놀랬었고

처음 만화를 볼 때 오차장의 늘 충혈된 눈이 참 어색했었다.

웹툰 <먹는 존재>로 유명한 들개이빨의 미생에 대한 짧은 만화로 시작해,

만화 속 배경으로 그대로 옮겨진 골목길, 식당 같은 자료들도 흥미롭고

재미로 보는 미생능력검정시험-도 승부욕 있는 사람이라면 도전해 볼 만.

만화를 그리거나 창작, 기획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자료가 될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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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식사 - 국경 없는 식욕의 향연!
나카무라 가즈에 지음, 홍성민 옮김 / 작은씨앗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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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요리에 대한 에세이라도, 저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책이 좋다.

그냥 음식에 대한 지식을 떠드는 것이라면 깊이가 있어야겠고

그보다는 인문학적, 문화점 담론들이 얽혀 있고 툭툭 튀어나오는 책이 좋다.

 

나카무라 가즈에의 <지상의 식사>는 그런 점에서 합격.

 

 

저자 소개를 보면

​"도쿄대학교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전공하고 2014년 현재 메이지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정통 문학가이자

일본의 도쿄와 삿포로와 오사카, 러시아의 모스크바, 호주의 멜버른, 영국의 런던 등 여러 특색 있는 도시들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다"고 하는데

그런 경험들이 잘 녹아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대구부터 빵나무, 통조림의 유래까지 역사와 국경을 넘나드는 흥미로운 재료들이 가득하고

재기발랄한 문체도 마음에 든다. 일본인이지만, 세계를 떠도는 무국적자의 느낌이 강하게 풍긴다.

 

비슷한 계열의, 일본 저자 책으로 <맛없어?>와 <차별받은 식탁>이 있는데

전자의 장난스러움과 후자의 진지함 사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다.

 

 

김은 우선 뜨거운 열이고, 실제로는 물이다. 아지랑이처럼 순식간에 사라지는 희미한 증발물로, 무서운 독일 때도 있지만 내 눈에는 한가롭고 행복하게만 보인다. 갑자기 종적을 감춘 사람이 돌아올 기미가 없을 때 ‘누구누구가 증발했다’고 말한다. 실종이나 행방불명과 달리 증발은 사건과는 관계가 없다고 여긴다. 행방은 모르지만 분명 어딘가에 있다. 본인의 의사로 종적을 감췄을 뿐 마법처럼 사라진 것은 아니다. 휘리릭.
어릴 적부터 증발은 꿈꿨던 나는 세계 각지의 여행기와 탐험기, 조난과 표류, 부랑자나 망명자, 슈바이처 박사와 로빈슨 크루소 등의 이야기를 ‘증발 입문서’로서 즐겨 읽고 들었다. 7p

카리브 해에 떠 있는 섬 출신 작가들 가운데 섬에 계속 남아있는 사람은 얼(Earl Lovelace) 정도다. 나머지는 모두 이 고요한 바다를 떠났다. 그러나 그는 반세기 동안 이 섬에 살며 글을 쓰고 있다.
"당신 말은 알겠어요. 그래서 나는 포트오브스페인에서는 하루에 한 가지 일만 하죠. 가령 나는 오늘은 생선을 사요. 그 외의 일은 생각하지 않아요. 생선을 사러 그 가게에 간다, 그것이 내가 할 일이죠."
오늘은 대학 도서관에 가서 그 책을 복사하고, 국립고문서관에서 신문을 확인하고, 우체국에 가서, 하는 식이다. 여러 일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 안달하고, 그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일 하나하나에 시간이 걸리는 것에 질려 하는 내게 그는 그렇게 말했다. 44p

당신이 선보인 요리는 역시 고민한 흔적이 있는, 지역의 식재료를 이용해 정중히 조리된 것들이었지만 솔직히 말해 박력이 부족하다. 열대의 밤에 땀범벅이 되어 모기에 물려가면서도 한 그릇 더 먹고 싶어지는 그런 자극성이 부족하다. 프랑스 요리법과 보르도 와인이 어디서든 늘 보편적으로 맛있을 거라는 생각은 망상에 불과하다. 위장은 생생한 현재의 상태에 반응해 순간순간 변화하는 현상, 유전(流轉)하는 불이며 김이다. 즉, 더운 곳에서는 더운 곳에 맞는 밥상이 있지 않느냐는 얘기다. 그게 전부다. 69p

흥미로운 것은 학술계에서 이런 논쟁의 중심은 여전히 서양인 학자라는 점이다. 세계는 아직 백인이 물주 역할을 하는 게임이다. 아마 학문의 세계는 그 ‘전통’을 가장 고집하는 영역일지 모른다. 그래도 예전 같지는 않다. 50년이 지나면 더욱 달라진 경관이 나타날 것이다. 105p

동생은 나를 보며 언니는 차를 끓인다면서 주전자를 올려놓은 난로 앞에서 책 읽는 것 외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 동물도감 속의 나무늘보 같은데, 음식 앞에서는 민첩하게 움직이니 놀랍다고 감탄했다. 게으름벵이에다 슈바이처 포지티브인 나는 하루 종일 난로 앞에서 몸을 움츠린 채 세상을 비관하며 어디론가 탈출을 꿈꿨다. 최소한의 짐 가방을 들고 어느 날 혼자 어딘가로 떠난다. 무얼 갖고 갈까. 늘 그 가방을 생각했다. 지금도 짐 꾸리기, 특히 짐 목록 쓰기를 좋아한다. 짐만 꾸릴 수 있으면 굳이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만족이다. 1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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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2015년판) - 김영하와 함께하는 여섯 날의 문학 탐사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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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문학동네에서 내고 있는 김영하 산문 삼부작이 <읽다>로 완결되었다.

보다-말하다-읽다 세 편 중에서

문학의 독자에게는 가장 충족감을 주는 책이었다.

부제 '김영하와 함께 하는 여섯 날의 문학 탐사'라는 주제에 걸맞게

소설(이야기)의 본질과 매력과 존재 이유를, 작가 특유의 간결한 논조로 쓰고 있다.

 


여기서 다뤄진 텍스트들도 익숙하지만 매력적이다.

중고교 시절 탐독했던 세계문학전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다시 읽으면 또 어떤 새로움을 던져줄지 궁금한.


오디세이아
오이디푸스왕
돈키호테
보봐리부인
롤리타
죄와 벌
파리대왕

소송
이방인
프랑스 중위의 여자
본격소설 (미즈무라 미나에)

셜록 홈즈


꿈에 대해 다뤘다는 소설 <하자르 사전>은 생소하기에 읽을 리스트로 추가해둔다.

 

무엇보다도 독서는 우리 내면에서 자라나는 오만(휴브리스)와의 투쟁일 겁니다. 저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을 읽으며 `모르면서도 알고 있다고 믿는 오만`과 `우리가 고대로부터 매우 발전했다고 믿는 자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독서는 우리가 굳건하게 믿고 있는 것들을 흔들게 됩니다. 독자라는 존재는 독서라는 위험한 행위를 통해 제 믿음을 흔들고자 하는 이들입니다.
31p

우리가 소설을 읽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헤매기 위해서일 겁니다. 분명한 목표라는 게 실은 아무 의미도 없는 이상한 세계에서 어슬렁거리기 위해서입니다. 소설은 세심하게 설계된 정신의 미로입니다. 그것은 성으로 향하는 K의 여정과 닮았습니다.
104p

독자들에게 문학작품 속의 등장인물은 각각의 유형에 따라 매우 일관성 있는 성격을 지닌 사람으로 보이기 마련인데, 사람들은 흔히 친구들에게도 그런 일관성을 기대하는 경향이 있음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중략) 그래서 늘 별 볼 일 없는 교항곡만 작곡하던 X가 느닷없이 불멸의 명곡을 내놓는 일은 없어야 한다. Y는 절대로 살인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다. Z는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렇게 마음 속으로 모든 것을 정해두고 어떤 사람이 그대로 고분고분 행동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만족감을 느끼는데, 자주 만나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만족감도 커진다. 반면에 우리가 판단한 운명에서 벗어나버린 경우는 파격을 넘어 파렴치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롤리타> 中에서
110p

소설의 역사는 괴물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중략) `단순하게 나쁜` 인물의 이야기를 오래 읽어줄 사람은 없습니다. `복잡하게 좋은` 사람의 이야기는 그보다는 흥미롭겠지만 `복잡하게 나쁜` 사람의 이야기만은 못할 것입니다.
173p

만약 어떤 형벌을 받게 되어, 읽기와 쓰기 둘 중 하나만 해야 한다면 뭘 선택하게 될까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 (중략) 내 경우에는 완벽하게 행복한 풍경에는 반드시 두 가지가 있어야 한다. 재미있는 책과 차가운 맥주. 그중에서도 책이다. -작가의 말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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