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 (2015년판) - 김영하와 함께하는 여섯 날의 문학 탐사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문학동네에서 내고 있는 김영하 산문 삼부작이 <읽다>로 완결되었다.

보다-말하다-읽다 세 편 중에서

문학의 독자에게는 가장 충족감을 주는 책이었다.

부제 '김영하와 함께 하는 여섯 날의 문학 탐사'라는 주제에 걸맞게

소설(이야기)의 본질과 매력과 존재 이유를, 작가 특유의 간결한 논조로 쓰고 있다.

 


여기서 다뤄진 텍스트들도 익숙하지만 매력적이다.

중고교 시절 탐독했던 세계문학전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다시 읽으면 또 어떤 새로움을 던져줄지 궁금한.


오디세이아
오이디푸스왕
돈키호테
보봐리부인
롤리타
죄와 벌
파리대왕

소송
이방인
프랑스 중위의 여자
본격소설 (미즈무라 미나에)

셜록 홈즈


꿈에 대해 다뤘다는 소설 <하자르 사전>은 생소하기에 읽을 리스트로 추가해둔다.

 

무엇보다도 독서는 우리 내면에서 자라나는 오만(휴브리스)와의 투쟁일 겁니다. 저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을 읽으며 `모르면서도 알고 있다고 믿는 오만`과 `우리가 고대로부터 매우 발전했다고 믿는 자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독서는 우리가 굳건하게 믿고 있는 것들을 흔들게 됩니다. 독자라는 존재는 독서라는 위험한 행위를 통해 제 믿음을 흔들고자 하는 이들입니다.
31p

우리가 소설을 읽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헤매기 위해서일 겁니다. 분명한 목표라는 게 실은 아무 의미도 없는 이상한 세계에서 어슬렁거리기 위해서입니다. 소설은 세심하게 설계된 정신의 미로입니다. 그것은 성으로 향하는 K의 여정과 닮았습니다.
104p

독자들에게 문학작품 속의 등장인물은 각각의 유형에 따라 매우 일관성 있는 성격을 지닌 사람으로 보이기 마련인데, 사람들은 흔히 친구들에게도 그런 일관성을 기대하는 경향이 있음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중략) 그래서 늘 별 볼 일 없는 교항곡만 작곡하던 X가 느닷없이 불멸의 명곡을 내놓는 일은 없어야 한다. Y는 절대로 살인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다. Z는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렇게 마음 속으로 모든 것을 정해두고 어떤 사람이 그대로 고분고분 행동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만족감을 느끼는데, 자주 만나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만족감도 커진다. 반면에 우리가 판단한 운명에서 벗어나버린 경우는 파격을 넘어 파렴치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롤리타> 中에서
110p

소설의 역사는 괴물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중략) `단순하게 나쁜` 인물의 이야기를 오래 읽어줄 사람은 없습니다. `복잡하게 좋은` 사람의 이야기는 그보다는 흥미롭겠지만 `복잡하게 나쁜` 사람의 이야기만은 못할 것입니다.
173p

만약 어떤 형벌을 받게 되어, 읽기와 쓰기 둘 중 하나만 해야 한다면 뭘 선택하게 될까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 (중략) 내 경우에는 완벽하게 행복한 풍경에는 반드시 두 가지가 있어야 한다. 재미있는 책과 차가운 맥주. 그중에서도 책이다. -작가의 말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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