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별자리 당신의 별자리 시리즈
린다 굿맨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의 별자리>는 왜 양자리가 순수하고 자기본위인지, 쌍둥이자리는 호기심이 많고 사자자리는 위신에 신경쓰며, 황소자리는 변화를 싫어하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해주는 책이다.
중국의 사주명리학, 주역만큼이나 서양의  점성술astrology은 역사가 깊다. 그 둘 다 나는 무척 흥미롭다. 한때 타로카드를 취미로 리딩한 적이 있는데 타로도 여기에 뿌리를 둔다.

미국의 astrologist 린다 굿맨의 이 책은 784쪽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을 담는데, 각 별자리 별로 양자리를 알아보는 방법/양자리 남성/양자리 여성/양자리 어린이/양자리 사장/양자리 직원 이런 구성이다. 
시각이 따뜻하고 사례 위주로 되어 있어서 별자리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읽힌다. 심리학적인 책으로 봐도 무방할 듯.
주위 사람 누군가 잘 이해되지 않을 때 재미삼아 이 책을 넘겨보면 약간의 위안을 얻을 수 있다. 나에 대해 좀더 알고 싶은 사람도 물론이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뜨거운 피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산에 구암이라는 조그만 항구 마을이 있었다.

모자원에서 자란 희수라는 사내가 있었다.

구암의 실질적 주인 손영감의 관광호텔 지배인이자 행동대장 건달로 먹고 산다.

596쪽에 달하는 장편소설 <뜨거운 피>는 부산 촌동네 건달들에 대한 이야기다.

느와르 장르인데, 촌발 날린다. '뜨거움' 따위는 옛날의 코드지만 그래도 건달은 뜨거워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작가의 말에서 '희수의 삶에 관심이 가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그렇다.

희수라는 인물이 자기 욕심도 없고 주변이나 챙기고, 나쁜 건달이고 폭력적이지만 진짜로 사람이 나쁘지는 않아서일까.

그의 인생 한 단면을 들여다본 것 같은 몇 시간이었다.

이야기의 재미는 덤이다.

 

김언수 작가는 이 소설을 위해 건달을 따로 취재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 구암이라는 동네는 없다고 한다.

영화 '신세계'나 '차이나타운'이 떠오르는데, 바로 영화화돼도 될 것 같은 이야기다.

 

 

인터넷서점에서 일찍 주문했더니 사인본이 왔다.

그에 비하면 구암은 토박이들로 이루어진 곳이었다. 그게 왜 자랑거리가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구암의 건달들에겐 자신이 부산 토박이라는 게 굉장한 자랑거리이자 자부심의 원천이었다. 아버지의 아버지가 이 바다에서 태어나서 빈둥거렸고, 그 아버지의 아버지도 이 바다에서 태어나서 빈둥거렸다는 것 말이다. 온천장, 동래, 해운대 같은 곳의 토박이 건달들이 뜨내기들에게 자기 구역을 다 빼앗겼지만 구암만큼은 여전히 뿌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그네들의 자랑이었다. 사실 구암 바다가 지금까지 토박이들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것은 온천장이나 해운대처럼 화려한 동네와는 달리 너무나 초라해서 애써 먹어봐야 먹잘 것도 없는 동네라는 이유 단 하나뿐이었다.
68p

바닷바람에 흩날리는 달자의 머리카락이 허옜다. 그래도 믿을 만한 놈은 달자밖에 없다고 손영감은 말했다. 슬프게도 구암 바다에서 쓸 만한 것들은 모두 늙었다. 쓸 만한 칼잡이도, 쓸 만한 건달도, 쓸 만한 밀수업자나 중개업자도 모두가 늙었다. 그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같이 일했고 경찰의 협박이나 다른 지역 건달들의 유혹 때문에 배신을 한 적도 없었다. 정작 믿을 수 없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늙었다는 것 그 자체였다.
늙은 창녀처럼 늙은 건달도 갈 곳이 없다. 건달이 늙으면 겁이 많아지고 겁이 많아지면 일을 가리기 시작한다. 건달이 일을 가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똥파리들이 달라붙는다. 똥파리들이 소똥 위에 알을 낳고, 알에서 깨어난 파리들이 소똥을 먹다가 급기야 소를 잡아먹는다, 우스갯소리 같겠지만 정말 그렇다. 이 바닥은 수고롭고 더러운 일을 하는 놈들이 주인이다. 그리고 수고롭고 더러운 일을 하는 놈들은 대체로 잃을 게 없는 놈들이다. 그놈들은 한 걸음 물러서면 두 걸음씩 치고 들어온다. 그런 놈들이 늙은 건달 따위를 겁내겠는가.
223p

희수가 바다에서 시선을 거두고 탁자 위에 있는 소주잔을 비웠다. 이 구암 바다가 지겹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바다가 뭣이 좋습니까. 소매치기에, 사기꾼에, 포주에, 창녀에, 양아치들하며, 만날 싸우고 지지고 볶고, 기껏 화해시키려고 자리 마련하면 이야기 쪼매 하다가 결국 욕하고, 술판 뒤집고, 소주병 날아다니고, 대가리 깨지고, 울고, 그래놓고도 또 술 처마시면 서로 껴안으면서 사랑한다, 우리가 남이가, 이 지랄이나 하고 자빠지고. 영감님, 저는 마 요즘엔 신파가 딱 싫습니다." 희수가 농담처럼 말했다.
"나는 만난 싸우고 지지고 볶아서 이 바다가 좋다."
"취향 참 특이합니다."
"나는 이 구암 바다가 천 년이고 만 년이고 계속 이런 촌스러운 모양새면 좋겠다."
414p

"영감님이야 돈 많으니까 이 바다가 좋지예. 다른 사람들은 빨아묵을 것도 없는 이 바다, 다들 미워합니다. 갈 데가 없어서 할 수 없이 붙어 있는 거라니까요."
희수 말에 손영감이 빙긋 웃었다.
"그건 니가 몰라서 하는 소리다. 나이가 들어봐라. 만날 지지고 볶아도 미운 마누라가 황금보다 낫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 바다를 못 떠나는 기라."
"에이, 설마. 미운 마누라 마누라보단 황금이 낫지예."
"미운 마누라가 낫다."
"확실합니까?"
"확실하다."
415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이크 미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잭 리처 시리즈가 이번 여름에도 나와줬다.

작가 리 차일드의 사랑받는 영웅 잭 리처는 퇴역한 군인으로, 미국 전역을 떠돌며 온갖 사건을 만난다.

신작 <메이크 미Make me>는 Mother's Rest 라는 시골 마을을 지나치다가 겪는 이야기로,

전직 FBI 여성 요원 장과 함께 사건을 헤쳐나간다.

리처는 만능이니까, 죽기 전까지는 죽은 게 아니니까 하며

어떤 무서운 악당을 만나도 살짝 두근대며 보는 묘미가 있다.


리 차일드의 문장은 경쾌하고, 위트가 가득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여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음.


오픈하우스의 잭 리처 컬렉션이 지난번 책 <퍼스널>부터 판형과 디자인이 바뀌었다.

판형은 작아지고, 표지는 마치 세계문학전집 같은 분위기-여서 좀 어색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지 색깔이 옅은 회색빛이라 어두운 침실 불빛 아래서 읽으면 가독성이 떨어진다.

예전 디자인으로 돌아가면 안 되겠니?

 

장이 한손으로만 운전을 하면서 다른 손으로는 휴대폰을 더듬어댔다. 리처가 말했다. "다음에 나오는 휴게소로 빠집시다. 진짜로 교통사고가 나기 전에. 일단 커피도 마셔야겠고."
장이 말했다. "그 많은 커피가 다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네요."
"중력의 법칙." 리처가 말했다. "잔을 기울이면 커피가 쏟아지게 돼 있소. 마실 수밖에 없지."
"당신 심장은 늘 쿵쾅거리고 있을 거예요."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할 수 있소."
리처와 장은 각각 중간 사이즈의 뜨거운 블랙커피와 아이스 밀크커피를 주문했다.
104p

권총의 명중률에는 많은 변수가 있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실탄의 속력과 총신의 길이다. 총신 내부의 나선형 홈이 만들어내는 실탄의 회전력과 같은 유체역학적 변수는 부차적이다. 실탄의 종류에 따라 효과적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권총의 제작 방식 또한 중요하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전체를 하나의 주조 틀에서 찍어내는 것보다는 서로 어울리는 양질의 금속 소재들을 부분별로 제작해서 조립하는 방법이 선호되고 있다. 하지만 표적이 사람의 얼굴이고 거리가 2미터라면 어떤 변수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383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낮의 목욕탕과 술
구스미 마사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지식여행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낮에 목욕탕에 갔다가 술집에 가서 낮술을 마신다-는

뻔뻔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에세이집인데, 저자가 <고독한 미식가>의 원작자 구스미 마사유키다.

사실 요즘은 목욕탕이 흔하지도 않고 낮술 마시는 아저씨가 흔하지도 않다.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술집, 술 집 안 풍경, 안주, 심리에 대한 묘사가 흥미롭다.

굳이 사볼 것까지는 없으나 애주가라면 좋아할 책.


일드 <고독한 미식가>를 보면, 매 회 마지막에 음식점 탐방을 하는 1분짜리 코너가 있다.

원래 <고독한 미식가> 속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는 술을 못 먹는 설정인데,

구스미 마사유키는 애주가인지 꼭 술을 곁들여 마시는데, 그 설정이 이해가 되는 책이다.


지식여행이라는 출판사는 처음 보는데, 책 편집이나 디자인이 조금 아쉽다.

 

행복하다. 이것을 행복이라 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위한 인생일꼬.
마셔야지. 봄날의 저녁나절, 활짝 핀 벚꽃에 건배.
돼지내장조림과 뽀빠이가 먹는 시금치나물을 시킨다. 멀쩡한 꼰대가 뽀빠이.
맥주를 다 마신 후에는 사케를 시켜야지. 다음 안주는 이 집에서 손수 만든 고등어가 어떨까. 회도 좋고, 초에 절인 조개도 있다. 붕장어튀김도 괜찮겠네.
이 순간이라면 뭐든 될 수 있다. 무엇이든 어떻게든 될 수 있다. 나는 자유다.

기본안주로 가다랑어 다타키와 꼴뚜기유채된장식초절임이 나왔다.
가다랑어는 살짝 식초 맛이 나는 간장과 간 생강을 뿌려 풍미가 있다.
나는 가다랑어라면 봄다랑어도 가을다랑어도 다 좋아한다.
다타키도 회도 식초에 절여서 밥에 섞은 회덮밥도 좋아한다.
가다랑어 내장을 소금에 절인 ‘술도둑’도 최고지. 술도둑을 안주로 내놓는 술집은 대체로 좋아한다.

가게 안을 둘러본다. 너덜너덜하다. 기쁘다. 왜 그럴까. 손님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가격으로도 여태까지 버텨낸 그 역사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만 너덜너덜한 분위기에 맛이 없으면 그 가게는 거의 백퍼센트 망한다.
무너지지 않았던 배경에는 오랜 시간 가게를 꾸려온 주인의 한결 같은 ‘오늘’이 있었다. 이 가게가 좋아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었다.
번뜩이던 젊은 시절의 욕망이 다 빠져나간 다음의 여유로움도 있다. 맛에도 서비스에도 한눈에 보기에도.
나는 만화나 음악을 대하며 그런 생각을 한다.
이 일에서 ‘멋’, ‘돈’, ‘지혜’를 바라서는 재미없다고.
만화잖아. 노래잖아. 읽는 순간, 듣는 순간 잠시 즐기면 그만이잖아.

오, 노렌의 디자인 감각이 상당히 근사한 내장구이 ‘도리카츠’다.
오래된 듯하다. 꽤 후줄근하다. 그러나 이 또한 믿음이 가는, 기대할 수 있는 후줄근함이다.
술꾼은 한눈에 알아보는 법이지. 사랑받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후줄근함을.

"어떻게 할까?"
나도 시치미를 뚝 뗀다. 당장이라도 마시고 싶은 주제에. 그래서 이쪽으로 걸어아고 있소만.
"어쩐지 좀."
점잔 빼며 운을 띄운다.
"그러게요."
구리 짱도 무슨 말인지 뻔히 알면서 은근히 견제한다. "마시자"는 말이 내 입에서 먼저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어디 문 연 가게 없을까?"
이윽고 내가 속내를 드러낸다. ‘마시자’거나 ‘술’이라는 말을 바로 내뱉고 싶지는 않다.
술꾼이란 늘 이렇다.
결국 마시고 만다. 반드시 마신다. 술집이 보이지 않으면 편의점 주류 코너로라도 돌진하면서. 솔직하게 마시러 가자고 말하지 못하는 멍청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복의 랑데부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코넬 울리치 지음, 이은선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넬 울리치의 <상복의 랑데부> 완독.

1948년에 나왔다고 하는데 고전적 추리소설의 냄새가 짙게 난다.

사고로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남자 조니, 그 이후 매년 같은 날 여자들이 살해당하는데

처음에는 별 연관성 없어 보이는 사건들이 쭉 이어지면서 비극이 완성된다.

멜랑꼴리한 계열이라는 점에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어떤 작품들과 유사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오랜만에 고전 추리, 인상적으로 읽었다.

 

세계 3대 미스터리인 <환상의 여인>을 쓴 윌리엄 아이리시와 같은 작가다. 필명만 다르고.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시리즈.

예전에 추리소설이 주로 해문출판사, 동서문화사에서 나왔는데 사실 번역의 질이 그리 좋지 못하다.

엘릭시르에서 그런 절판된 책들을 다시 내주니 고맙기만 할 뿐이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