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 게임 헝거 게임 시리즈 1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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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정교한 SF이자 모험소설. 스티븐 킹의 찬사가 달린 책이라도 읽고 나면 실망할 적이 많은데 이 책은 엔터테인먼트로는 거의 최고 수준이다. 

미래의 가상제국 캐피톨과 그 주위를 둘러싼 12개의 지역 판엠. 판엠은 캐피톨에 대한 복종의 표시로 매년 남 1, 여 1의 조공인을 바치고 24명의 청소년들은 한 곳에 모여 서로 죽이고 죽는 쇼를 연출해야 한다. 살아남는 1인만이 승자가 되는 잔인한 게임. 영화로도 제작된 일본소설 <배틀 로얄>을 떠올리는 스토리다. 

12구역에 사는 주인공 캣니스는 여동생을 대신해 조공인을 자원하고 피타와 함께 헝거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독자는 그저 TV Show를 감상하듯이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미래의 세계에 대한 묘사는 정교하고 흥미롭지만, 헝거 게임 시작 이후의 스토리는 조금 덜 자극적이랄까. 좀 순진한 모험소설처럼 보이기도 한다.  

독자층을 청소년까지 고려해도 될 정도로, 소재에 비해 잔인함은 덜하다. 하지만 주인공 캣니스와 피타에게는 사람을 당기는 매력이 넘치고, 그들의 운명을 걱정하느라 지루할 틈이 없다. 꽤 괜찮은 작가 하나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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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의 이틀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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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에 대해 난 편견이 있다. 이 대구 출신 작가를 좋아한 지도 20년이 넘어 간다. 고등학생 때 읽은 <햄버거에 대한 명상>이라는 시집으로, 대학입학 시험을 치른 날 읽은 <아담이 눈뜰 때>라는 소설로 시작된 오랜 편견. 

10년 만에 내는 소설이라 반가움이 앞섰지만 '우익 청년 탄생기'라는 출판사 홍보에는 그다지 끌리지 않아 좀 묵혀뒀다 주문을 넣었다. 받아보니 랜덤하우스 책 치고는 책의 모양새가 괜찮네. 흑백의 배경에 마젠타색 타이틀, 길게 펼쳐지는 독특한 표지 제본.  

한때는 동성애, 사도마조히즘 등 너무 센세이셔널한 소재들을 소설로 써대서 검열을 당하기도 했던 그. 이번 작품은 그에 비하면 참 온건하다. 그리고 가장 정치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책은 참 쉽게 읽힌다. 안정된 문장에, 인물을 알레고리화하여 묘사하는 능력, 금과 은이라는 주인공들의 운명이 궁금해 손에서 책을 떼기가 힘들다. 그리고 간간히 장정일다운 설정(여전한 동성애 묘사 등)도 흥미롭다. 

'구월의 이틀'이라는 제목은 류시화의 시에서 따왔다고 한다. 소설 속에 묘사된 현대문학 강의 첫 시간. 인간이 긴 인생을 살아가지만 의미있는 시간은 구월 중에 단 이틀이라는, 청년기의 중요성을 압축해서 묘사한 부분에 공감이 갔다. 은의 명석함을 보여주는 데 유의미한 장면이기도 했고. 금과 친구가 되는 계기이기도 하다. 

금과 은의 '구월의 이틀'은 이제 끝나버린 것이리라. 용광로 속에서 끓어 굳어진 형태로 뱉어내진 이후, 남은 인생은 굳어진 채로 그들은 살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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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문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주영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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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모치 아사미의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에 이어 읽은 책. 표지의 일러스트는 약간 조잡한 느낌을 주고, 12000원이라는 가격은 책의 장정이나 쪽수에 비해 좀 비싼 것 같다. 그럼 내용을 넘겨 볼까. 

오키나와의 어떤 청소년 치유 캠프 풍경으로부터 소설은 시작한다. 여기서 변화를 겪은 사람들은 캠프의 리더를 존경하며 계속해서 인연을 유지하는데, 이 리더가 오해로 체포된다. 그러자 3명의 남녀가 비행기를 납치하고 리더의 석방을 요구한다. 이 리더는 모월 모시 달의 뒤편으로 갈 수 있다고 주장하고, 그들은 그걸 위해서 납치를 감행한 것이다. '과연 그들은 무사히 달의 뒤편으로 떠날 수 있을까?'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환상 스릴러에 가까운 스토리.  

비행기 속에서는 납치와 무관한 살인사건이 한 건 일어나고, 납치범들의 요구에 의해 승객 중 한 명인 자마미가 이를 추리해낸다. 자마미는 납치에 휘말린 주변인이지만 어쩌다보니 엔딩까지 함께하며 이들의 운명을 지켜본다. 이런 요소마저 없었다면 참 심심한 소설이 되었을 것이다. 리더와 납치범들과의 조우 후 최후의 반전이 있지만, 설득력은 좀 떨어진다.  

전체적으로 논리적인 설득력은 좀 떨어지지만 속도감 있게 읽혔던 스릴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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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총새의 숲 살인사건 미스터리 야! 4
아시하라 스나오 지음, 김주영 옮김 / 들녘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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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미스터리의 걸작'이라는 홍보문구로 보았을 때 '학창시절에 벌어지는 살인사건과 그 해결'을 소재로 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츠하라 야스미의 <루피너스 탐정단> 시리즈라든지 요네자와 호노부의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 히구치 유스케의 <나와 우리의 여름> 같은 류. 

책의 2/3 지점까지는 미스테리다운 요소는 거의 없이 그저 명문사립 에이센 여고에 다니는 구와야마 미라와, 어느날 전학온 미소녀 사기리의 이야기가 소소하게 펼쳐진다. 사기리를 중심으로 뭔가 무서운 일이 일어날 거라는 암시 정도. 그러다가 책의 후반부에 제트코스터처럼 연속살인이 우수수 일어난다. 살인장면 하나하나가 기괴하여 오싹함을 안겨준다. 사건 해결의 키가 되는 것이 추리문학의 시조라 불리는 '에드거 앨런 포'라는 것도 흥미롭다.

마치 두 권의 다른 책을 감상하는 느낌도 준다. 책의 중반부까지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게 저자의 유머감각 덕분이다. 문장 중간중간에 묻어나는 지적인 유머. 92P에서 미라를 처음 만난 사기리의 할머니의 대사. "어쩜 이런 유연이! 과연, 넌 전혀 부자가 아닌 가정에서 자란 것처럼 보이는 데다 스포츠머리에 가슴이 작은 여자아이로구나. 딱하기도 하지."  

184~189P에서 추리소설작가 다카토가 형사를 대상으로 벌이는 추리. 가령, "(범인의) 성격은 발끈하기 쉬운 성격으로 앞뒤 생각하지 않고 폭력을 휘두르며, 손재주가 뛰어난 사람이오. 아니면 전기제품 회사에 근무한 경험이 있을 수도 있고, 상당히 우수한 아마추어 마술사든가, (중략) 어릴 때 수양아들로 보내져 그곳에서 받은 정신적인 충격으로 중년이 넘은 여성에게 심한 적의를 품고 있을 확률은 70퍼센트. (중략) 아, 감사 인사는 필요 없소이다. 정 보답을 하고 싶다면 하바나산 궐련과 코냑 한 잔이면 만족하오." FBI 식의 범죄 프로파일링을 교묘하게 뒤튼 이 대사를 보면서 킥킥 웃음이 났다.  

본격 미스터리로서의 완성도는 좀 떨어질지 몰라도 이 작가, 꽤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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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레시피
다이라 아스코 지음, 박미옥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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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살짝 가미한, 조금은 가벼운 여성적인 시각의 연애소설이다.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소설마다 '대합조개구이', '버터밥' 같은 단순한 레시피들이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남자, 여자가 연애하거나 결혼하면서 가장 부딪히는 문제가 '먹는 문제' 아닐까. 취향이 다르다든지, 그때그때의 욕망이 다르다든지 하는 문제. 이러한 갈등을 요리를 소재로 가볍게 다루고 있다.  

수록된 단편 중에서 '황홀한 관계'를 보면 중년의 남자가 주인공을 위해 '버터밥(따뜻한 밥에 버터와 간장을 올린 단순한 요리)' 만들어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 밥을 먹으며 그 전까지 별 감정이 없던 여자는 마치 밥에 녹아버린 버터처럼 무장해제되어 버린다. 어릴 때 남동생과 만들어 먹었던 '마가린밥 혹은 날달걀밥'이 떠오르면서 흐뭇한 웃음이 나왔다.  

다이라 아스코는 국내에서 5권의 책을 낸 작가다. 어떤 책들은 '다이라 아즈코'로 검색해야만 한다. 이름 통일 좀 하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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