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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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서 딱 한 가지 배운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올바름에 집착하면 결혼 생활 따위 유지할 수 없다. 나는 남편이 내게 어리광을 피우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올바르지 않아도 마음껏 어리광을 피우게, 남편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주면 여기에 있는 것이 나의 필연이 되고, 반대로 그렇지 않으면 나는 여기에 있을 필연성이 없어지고 만다. 이웃에 사는 연인처럼 행세해서 안 될 것이 무어란 말인가?

나는 가능한 한 그렇게 하고 있다. 어리광을 피우고 어리광을 피우게 하는 것은 어른의 특권이라고 생각하니까.

예를 들어 남편은 제 손으로 물을 마시지 않는다. "물"이라고 말한다. "마실 거"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청소를 하고 있든 반찬을 만들고 있든, 책을 읽고 있든 비디오를 보고 있든 당장에 하던 일을 중단하고 남편에게 물을 갖다준다. 구운 생선은 뼈채 발라주지 않으면 먹지 않고, 포도는 껍질을 까서 씨까지 발라내줘야 먹는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지금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래서 행복할 수 있다면 아주 손쉬운 일이다. 서로를 행복하게 해주는 편이 서로를 길들이는 것보다 훨씬 멋진 일이니까.

(중략)

나는 남편과 함께 있을 때는 무거운 것은 절대로 들지 않는다. 무거운 것은 남편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밤길은 같이 걸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안에 벌레가 들어오면 잡아줘야 하고, 때로 사치스런 초콜릿을 사다주면 좋겠고, 무서운 꿈을 꾸면 안심시켜 주기를 바란다.

올바르지 않아도 전혀 상관없으니까 그래주었으면 한다. 결혼은 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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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덴데케데케데케~
아시하라 스나오 지음, 이규원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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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하라 시나오의 <물총새의 숲 살인사건>을 읽고 이 작가 청춘 묘사에 꽤 일가견 있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고교 음악 밴드를 다룬 소설로,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관심이 가서 읽게 되었다. 역시 즐거운 청춘들이 경쾌하게 펼쳐진다. 그저 기타와 고물 앰프와 공연할 장소만 있어도 행복한 네 명의 청춘들! 연애는 양념처럼 조금만, 음악이 전부인 네 녀석들의 그저 신기할 것 없는 일상과 음악 이야기.  

여기 나오는 올드 팝송들이 꽤 많은데 아는 곡이라곤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여서 그게 좀 아쉬웠다. 그 노래들을 즐겨 들은 세대라면 더욱 공감할 수 있었을 텐데. 아래의 문장은 이 책의 세계를 요약해 주는 것 같다. "이 세상에 악의라는 것은 없어!"

   
 

 이 세상에 악의라는 것은 없어, 있다고 해도 아주 조금이고, 선의가 훨씬 더 많은 것 같다......는 둥 나는 멍한 머리로 문득 그런 허튼 생각을 하다가, 이야계곡의 포근한 어둠에 싸인 채 어느새 깊은 잠으로 떨어졌다.                 -1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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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신혼여행
고스기 겐지 외 지음, 정태원 옮김 / 문학의문학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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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책이다. 장편에 비해 단편집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데다가 여러 작가의 모음집이라니. 그러다가 요즘 남아도는 시간 탓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게 되었다. 11편의 단편이 실려 있고, 내가 아는 작가는 히가시노 게이고, 고이케 마리코, 노나미 아사 정도다.  

읽어보니 작품들의 수준이 꽤 고르게 좋았다. 그 중에 '기묘한 신혼여행', '결혼식 손님', '한 마디에 대한 벌' 세 편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기묘한 신혼여행'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으로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와서 신부를 죽이고 싶어하는 남자의 심리적 갈등이 잘 녹아 있고 그 해결도 부드럽다. '결혼식 손님'은 자신의 결혼식에 찾아온 노파를 보고 두려움에 떠는 남자가 나오는데 결말 부분이 코믹해서 절로 웃음이 났다.  

이 중에서도 최고라고 생각되는 '한 마디에 대한 벌'은 오래된 여자 친구들간의 심리를 어쩜 그렇게 절묘하게 그려냈는지. 아, 여자들은 참, 하고 싶은 말을 직설적으로 뱉어내지 않고도 상대방에게 자기 의사를 전달하는 데 도사들이라니까. 그 가운데서 미묘한 오해도 생겨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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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혼식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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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삶(연애와 결혼)을 주로 쓰는 작가 야마모토 후미오. 그녀의 작품 중에 개인적으로 <연애중독>을 최고로 치지만 대부분의 작품이 고른 편이다. 이 책 <지혼식>에도 결혼을 소재로 한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낯선 두 사람의 결합인 결혼, 그 후의 인생에는 어느 정도의 삐걱거림이 늘 있게 마련이고, 그걸 현명하게 극복해 나간 후에야 비로소 둘만의 공간이 완벽해질 것이다. 여기 실린 단편들은 그 삐걱거림을 근사하게 포착해내고 있다. 여성이라면, 그리고 여성의 심리에 관심있는 연애하는, 혹은 결혼한 남자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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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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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다 소지의 최신작을 이제야 읽었다.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아야츠지 유키토의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을 연상시키는데, 두 작품 모두 홋카이도의 겨울 혹한을 배경으로 외따로 떨어진 기이한 저택, 연속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야츠지 유키토보다 시마다 소지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 이유는, 저택을 건축한 주인 하마모토의 캐릭터랄까. 비뚤어져 있으면서도 재미있는 것에는 무작정 관심을 보이는 그의 장광설이 마음에 든다. 그는 딸의 결혼에 대해서도 고난도의 퀴즈를 내서 젊은이들을 대결시키는 캐릭터다. 시마다 소지는 확실히 개그에 소질이 있다. 역시 개그에 재능이 있는 미타라이 탐정은 사건을 해결할 의욕이 없어보이면서 슬슬 어느새 '짠!' 하고 범인을 밝혀 보인다. 하마모토의 딸과 저택에 초대된 자산가의 정부(비서) 간의 옥신각신도 역시 개그스럽다.

완벽한 연속 밀실 살인을 해결하는 키가 전혀 엉뚱한 곳에 있었다. '오랜 집념'이라고 해야 할까.  

사람 크기의 인형이 살인을 하고 돌아다니는 줄 알았다. 인형이란 꽤 집념을 가진 존재이고, 오래되고, 한곳에 모아놓으면 꽤 으스스한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매력은 기이한 저택이다. 원형의 탑과 본체 건물 사이를 잇는 도개교. 그리고 홋카이도의 최북단 오호츠크해를 마음껏 바라볼 수 있는 통창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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