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슨의 미궁
기시 유스케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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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시 유스케의 신작. 한눈에 확 들어오는 표지와 타이틀. 낯선 땅에서 여덟 명의 남녀가 생존을 위한 게임을 벌인다는 설정은 충분히 유혹적이다. <배틀 로얄>이나 <헝거 게임>과 유사한 설정. 요네자와 호노부의 <인사이트 밀>도 이 범주에 넣을 수 있겠다.  

이 소설은 충분히 재미있지만 세부가 많이 생략된 거친 선의 크로키화 같은 느낌을 준다. 어느 날 난데없이 황무지에 버려진 남자는 그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생존 게임을 시작하지만, 허약한 중년의 남자일 뿐 메리트가 별로 없는 그는 대부분 우연이나 행운의 의존해 게임을 해나가는 느낌이다. 작가는 끝까지 이러한 게임을 주최한 측의 정체에 대해 톡 까놓고 말해주지 않는다. 단지 주인공의 입을 빌어 몇 줄의 추측을 하고 말 뿐.  

주인공과 그 파트너인 아이 외에 6명의 캐릭터는 너무 대충 그려져서 그저 체스판의 말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점도 소설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그리고 소설을 다 읽은 후에도 "아이는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이 찌꺼기처럼 남는다.   

설정이 매력적인 만큼 더욱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지금까지 읽은 기시 유스케의 베스트 리스트는- 푸른 불꽃 / 천사의 속삭임 / 유리 망치 / 크림슨의 미궁 / 검은 집 순이다. (신세계에서1,2 / 13번째 인격은 완독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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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 앤 나이트 블랙 캣(Black Cat) 3
S. J. 로잔 지음, 김명렬 옮김 / 영림카디널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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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루한 순간을 참아가며 밤 깊도록, 책장이 너덜거리도록 넘기는 이유는- 멋진 대단원이 기다릴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 작품도 그러한 종류 중 하나였다. 다행히 엔딩은 독자를 배신하지 않고 묵직한 감동을 준다.

560쪽의 이 소설은 주인공인 탐정(빌 스미스)가 사건에 휘말리고 해결해 나가는 5일간의 추적과 여정을 그리고 있다. 하루에 거의 100쪽을 할애한 셈이라서 그의 행동과 심리가 세세하게 묘사된다.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특히 고등학교 커뮤니티는 풋볼 선수와 치어리더가 가장 상위계급이고, 그 아래에 모범생들과 괴짜, 왕따들이 순서대로 자리한다. 이 소설에서는 탐정의 15살짜리 조카를 등장시켜 그러한 커뮤니티의 불합리함을 파헤친다.  

그리고 현재의 사건과 교차하는 23년 전의 유사한 사건. 미드 'Cold Case(미해결 사건)'을 연상시키는 편집이다. 마침내 과거의 사건도 현재의 사건도 골격을 드러내고(마치 조심스러운 발굴작업처럼) 우리의 탐정 스미스는 집으로 돌아가 버번 한 잔 마시며 푹 쉴 수 있게 된다. 

블랙캣 시리즈는 유수한 추리소설상을 받은 작품들을 출간하는 만큼 안정감 있는 작품의 질을 보여준다. 가볍지 않은 내러티브를 따라가다 보면 묵직한 메시지와 마주치기도 한다. 흔히 통속적이고 자극적인 영미 스릴러들에 비해 좀더 문학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읽는 과정은 비록 고통스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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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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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라는 제목에는 많은 함의가 담겨있다.  한가족이지만 각자의 '동굴'을 짓고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어느 가족은 막내딸의 실종이라는 비일상적인 사건 앞에서 무너져 내린다. 어떤 의미로 불행한 사건이지만, 그로 인해 동굴에서 나와 소통을 시작한다. 서로의 치부가 낱낱이 드러나고 막내딸 유지를 찾기 위해 발버둥치며 서로를 보듬게 된다. 가족 여러 명의 시선으로 교차 편집되어 '너는 모른다'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데, 이러한 명제는 소설의 끝으로 달려갈수록 점점 해체된다.

전작 <달콤한 나의 도시>가 말 그대로 달콤쌉싸름한 한국의 미혼여성의 삶과 연애를 그렸다면, 이번 작품은 방향이 좀 다르다. '스릴러 요소가 가미된 가족소설' 정도가 맞겠다. 중국 화교의 정체성 문제, (스포일러를 우려해 밝힐 수 없지만) 어떤 사회적인 병리 등에 메스를 들이댄다는 점에서 사회파 미스테리로 볼 수도 있겠다.   

이 소설은 주인공 스무살 혜성의 성장소설로도 읽히는데 이 과묵한, 하지만 가족의 축이기도 한 남자아이의 캐릭터는 꽤 매력적이다. 아빠도 엄마도 누나도 막내동생도 그에게는 그저 휴대폰에 저장된 이름이었지만, 사건을 겪으면서 변화는 일어난다.

정이현은 스토리를 구축해 나가는 데 꽤 소질이 있다. 말하자면 다음 챕터를 계속해서 넘기게 만드는, 소설가로서 가장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 손에 잡은 지 3시간 여만에, 무척 재미있게 읽었지만, 초중반부에 비해 후반부의 뒷심이 조금 딸린다고 느꼈다. 아뭏든 그녀의 방향 전환은 꽤 성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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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주영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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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국내 출간된 이시모치 아사미의 작품 3편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라는 제목에 모든 내용이 함축되어 있는데, 하룻밤 동안 살인을 계획하고 저지르는 젊은 남자의 처절한 스토리가 펼쳐진다. 특히 이 작가의 작품들에 공통적인 건 살인의 모티프가 '정의(正義)' 실현에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독자는 살인자의 심리에 일정 정도 공감하게 되고 따라서 공포보다는 연민을 느끼며 책을 읽게 된다.  

살인의 대상인 세 명의 아리따운 소녀들- 그녀들을 죽여야 하는 이유는 양파 껍질 벗기듯이 중반부를 넘어가면서야 하나씩 밝혀진다. 하룻밤에 살인을 해치워야 하는 당위성(소설 초반에 장치되는), 그리고 그 소녀들을 보호하려는 사람들 또한 존재하므로 스릴은 더욱 커진다. 살인의 과정이 의학적, 범죄학적, 심리적 지식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것 또한 이 소설의 매력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니체의 유명한 경구가 마음에 남는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몬스터>에도 이런 상황이 연출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래동안 들여다 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 보게 될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선악의 저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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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0권 박스 1 세트 (빨강) - 전10권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문학동네 편집부 엮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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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가치 있는 문학전집 세트로군요, 빨간 케이스가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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