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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슨의 미궁
기시 유스케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기시 유스케의 신작. 한눈에 확 들어오는 표지와 타이틀. 낯선 땅에서 여덟 명의 남녀가 생존을 위한 게임을 벌인다는 설정은 충분히 유혹적이다. <배틀 로얄>이나 <헝거 게임>과 유사한 설정. 요네자와 호노부의 <인사이트 밀>도 이 범주에 넣을 수 있겠다.
이 소설은 충분히 재미있지만 세부가 많이 생략된 거친 선의 크로키화 같은 느낌을 준다. 어느 날 난데없이 황무지에 버려진 남자는 그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생존 게임을 시작하지만, 허약한 중년의 남자일 뿐 메리트가 별로 없는 그는 대부분 우연이나 행운의 의존해 게임을 해나가는 느낌이다. 작가는 끝까지 이러한 게임을 주최한 측의 정체에 대해 톡 까놓고 말해주지 않는다. 단지 주인공의 입을 빌어 몇 줄의 추측을 하고 말 뿐.
주인공과 그 파트너인 아이 외에 6명의 캐릭터는 너무 대충 그려져서 그저 체스판의 말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점도 소설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그리고 소설을 다 읽은 후에도 "아이는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이 찌꺼기처럼 남는다.
설정이 매력적인 만큼 더욱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지금까지 읽은 기시 유스케의 베스트 리스트는- 푸른 불꽃 / 천사의 속삭임 / 유리 망치 / 크림슨의 미궁 / 검은 집 순이다. (신세계에서1,2 / 13번째 인격은 완독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