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주영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지금까지 국내 출간된 이시모치 아사미의 작품 3편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라는 제목에 모든 내용이 함축되어 있는데, 하룻밤 동안 살인을 계획하고 저지르는 젊은 남자의 처절한 스토리가 펼쳐진다. 특히 이 작가의 작품들에 공통적인 건 살인의 모티프가 '정의(正義)' 실현에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독자는 살인자의 심리에 일정 정도 공감하게 되고 따라서 공포보다는 연민을 느끼며 책을 읽게 된다.  

살인의 대상인 세 명의 아리따운 소녀들- 그녀들을 죽여야 하는 이유는 양파 껍질 벗기듯이 중반부를 넘어가면서야 하나씩 밝혀진다. 하룻밤에 살인을 해치워야 하는 당위성(소설 초반에 장치되는), 그리고 그 소녀들을 보호하려는 사람들 또한 존재하므로 스릴은 더욱 커진다. 살인의 과정이 의학적, 범죄학적, 심리적 지식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것 또한 이 소설의 매력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니체의 유명한 경구가 마음에 남는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몬스터>에도 이런 상황이 연출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래동안 들여다 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 보게 될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선악의 저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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