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소리 - 일본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나쓰메 소세키 외 지음, 서은혜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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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세계문학 <일본편>은 8명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掌篇 3편을 제외하고는 작가당 한 작품씩 선정되어 있다. 나쓰메 소세키, 다니자키 준이치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작품들은 읽어본 적 있으나 나머지 5명은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다. 

인상적인 작품은 다음 세 편이다. 가난의 비참함을 생생하게 그린 구니기타 돗포의 '대나무 쪽문', 미스테리를 차용하여 인간 생사의 갈림을 가벼운 터치로 그린 나쓰메 소세키의 '이상한 소리', 여인의 불행한 운명을 색다른 형태로 진술한 오오카 쇼헤이의 '모닥불'. 

<영국편>이 대표 작품을 잘 선정했다는 느낌이 들었던 반면, <일본편>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분량이 가장 많은 '오오쯔 준끼찌'(지나치게 사소설적이며 내용이 산만한)와 '가난한 사람들의 무리'(마치 이광수의 농촌 계몽소설 같은 분위기의)가 근대 일본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적당한가 의아했다. 

편집자 해제의 수준도 너무 교과서적이어서 고유의 컬러가 없었다. 일본어 표기도 최근의 흐름과 다르게 되어 있어 좀 거북했다. 한마디 더, 표지의 게다 이미지도 좀 구태의연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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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의 기사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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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다 소지의 처녀작으로 본격 추리물이 아니라는 홍보문구에도, '이시오카 + 미타라이 콤비의 첫 만남'을 그렸다기에 호기심이 일었다. 쩔쩔매고 어리버리한 이시오카와 능청스러운 미타라이의 콤비야말로 참 걸작이란 말이지. 

기억을 읽고 벤치에서 깨어난 한 남자,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 채 아름다운 여자를 만나 낯선 곳에서 생활하게 된다. 그(이시오카)는 이방에서 뻔뻔한 점성술사를 만나 위안을 얻는데 그가 바로 미타라이다. 그러다가 자신의 기억을 찾아줄 단서를 발견하는데 그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다. 과연 그는 왜 기억을 잃었을까? 그는 살인자인가, 아닌가를 밝히는 이후의 빠른 전개는 재미있었는데, 소설의 전반부는 그저 평온한 생활을 그리고 있어서 좀 지루한 감도 있다. 하지만 시마다 소지 작품 치고는 낭만적인 분위기가 가득해서 나름의 매력도 있었다.  

시공사에서 나왔는데 표지도 멋지고 겉표지를 벗기면 안의 장정이 단단하고 아름답게 제본되어 있다. 제목인 '이방의 기사'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양각 처리해서 맛이 살아났다. 잘 만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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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합
타지마 토시유키 지음, 김미령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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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게 범인이 맞는지, 반전은 대체 뭔지-? 내겐 그저 로맨스 소설 같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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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빵집
이병진 지음 / 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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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의 외관은 '갈색의 잘 구운 빵'을 연상시킨다. 재생지 느낌의 크래프트지를 두른 단정한 느낌. 출판사 이름을 보는 순간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를 낸 그 출판사 아닌가 싶었는데 역시나다. 꽤 믿음 가는 책을 만드는 곳이다.

전국 빵집 중에 자기 이름을 건 베이커리들의 대표 빵들 하나씩을 소개한 책. 빵 매니아라면 피해가기 어려운 책 아닐까! 구입한 후 저자 이력을 확인하니 제과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고 관련 잡지 편집장을 지냈다고 한다. 호오, 더욱 믿음이 가는 걸.  

마음에 드는 제과점에 들러 빵 하나를 고르고, 설레는 맘으로 집에 돌아와 한입 베어무는 순간이 난 너무 좋다. 이 책은 마치 그런 느낌으로 빵 하나씩을 소개한다. 맛을 음미하듯 책장을 넘긴다. 팔랑팔랑 잘도 넘어가네. 언젠가 한번 들러보고 싶은 빵집들. 오랜 동안 그 자리에 있는 빵집들의 대표선수를 조곤조곤 소개해 주고 있다. 급조해서 만든 콘셉트 북이 아니라, 빵 마니아인 저자가 오랫동안 이용해본 경험이 녹아있다는 느낌?!

한 가지 아쉬운 건 제품 사진이 제대로 안 나온 것도 있다는 것. 그 빈 자리는 상상으로 메워야 한다.

P.S.  여기 소개된 집 중에 김영모, 리치몬드 두 곳밖에 가보지 못했다. 그런데 동네(상도동) 빵집으로 토모니 베이커리가 소개되었다. 오늘 확인한  토모니의 '모찌모찌 크림치즈빵'의 맛은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다. 쫄깃하면서 폭신한 식감의 빵 속에 상큼하면서 진한 크림치즈! 앞으로도 빵집 탐험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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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주의보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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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가끔 챙겨 읽게 되는 윤대녕. 이번 작품집에는 총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40대 남성의 쓸쓸한 로맨스를 그려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의 거의 모든 단편에서 주인공 남자는 소설을 쓰거나 광고문구를 쓰거나 여행작가를 밥벌이로 하는 '자유로운 영혼'이고 그에 비해 현실적인 아내와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 그 가운데 등장하는 젊은 여성과의 연애, 혹은 혼외정사라 칭할 만한 사건들.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그런 내용일까" 하며 시비를 걸다가도, 아름다운 문장과 정갈한 묘사에 취하게 된다.  

7편 중에 쓸쓸하고 아름다운 '보 리', 왠지 여운이 많이 남는 '꿈은 사라지고의 역사', 남녀의 엇갈림을 그린 '대설주의보' 등이 절창이었다. 우리나라의 四季라든지 바다나 山寺 등의 자연 풍경, 미술 등 문화에 대한 그의 취향이 그의 소설을 더욱 구체적으로 만들고 읽힐 만하게 포장한다.

작가 전경린이 40대 여성의 로망을 그려낸다면, 윤대녕의 이번 소설집은 남성의 로망을 대변한다. 공교롭게도 <대설주의보>에 실린 단편 제목 중에도 '풀밭 위의 점심'이 있고 전경린의 최근 장편소설 제목 역시 <풀밭 위의 점심>이다. 마네의 그림에서 다들 '한 여성과 두 남성 사이의 불균형한 로맨스'라는 영감을 얻고 있는 것. 

최근 유행하는 표지에 버금가는 넓은 띠지를 두르고 있는데, 특히 속의 책이 아름답게 제본되었다. '눈으로 뒤덮힌 듯한' 백색의 오돌토돌한 종이를 사용하였고, 연회색의 제호가 정갈하다. 

생각도 못했는데, 윤대녕 작가의 사인본이 도착하여 깜짝 놀랐다. 사인 옆에 책도장도 찍혀 있어 흐뭇. 

   
 

그녀는 비가 내리듯 조용히 어깨를 흔들며 잠깐 흐느꼈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고 말했다. "내가 뭘 해주면 좋을까. 목걸이라도 사줄까?"  

그녀가 손수건으로 눈을 콕콕 찍어내며 말했다.  "부장님 저 정말, 좋아하세요?"  

"거듭 말하면 숲에 숨어 있는 새들이 모두 날아갈 텐데."  -147P

 

 

 
   
 

"항상 조금은 차갑고 서글펐지만 그래서 더 달콤한 꿈 같았어요. 한밤중에 깨어나 딱 하나 남은 겨울 사과를 냉장고에서 꺼내 먹을 때처럼 말예요."  -1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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