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아이들
양석일 지음, 김응교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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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재일동포 작가인 양석일의 이 책은 동남아의 아동 성매매, 장기매매 같은 충격적인 소재를 다룬다. 예전에 <피와 뼈>라는 양석일 원작 영화를 본 적 있다. 남성적이고 거친 분위기의 이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도 거침없다. 표현의 수위에서 왜 '19세 미만 구독불가'인지 이해가 된다. 성적인 표현들이 걸러지지 않은 채 튀어나오는 중반부까지, 보통의 독자들은 당황하게 된다. 

이야기는 크게 2가지 축으로 전개된다. 태국에서 아동을 밀매하는 조직이 운영하는 프티가토('작은 과자'라는 뜻의 프랑스어) 호텔을 배경으로 한 아동 성매매 실태, 그리고 NGO 조직에서 일하는 일본인 오가와 게이코와 태국인 봉사자들의 아동 보호를 위한 노력- 이렇게 반대편 라인에 서 있는 두 그룹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이 중에서 소설 묘사로서 박진감 넘치는 쪽은 전자이며,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긴 쪽은 후자이다.   

일본에서 태어난 어떤 아이는 생명 연장을 위해 몇 억을 투자하는 수술을 받고, 태국에서 태어난 어떤 아이는 8살에 팔려나가 성매매를 강요당하다가 산 채로 장기들을 적출당한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그런 문제에 관심을 가져본 적은 없다.

소설로서 이 작품의 완성도는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거칠게 할말을 해나갈 뿐이다. 하지만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는 100% 공감한다. 작가는 할 말을 다 했다. 

책 디자인은 단정한 문학동네 분위기가 아니다. 좀 거칠고 대충 만든 것 같은, 양석일과 어울리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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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손하's 소소한 도쿄 - ソナ‘s 細-しい東京
윤손하 지음 / 페이퍼북(Paperbook)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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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손하라는 배우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도쿄에 관한 이야기라면, 관심이 가고 손이 간다. 음- 도쿄에 사는 배우이자 생활인 윤손하는 어떤 생활을 하나 들여다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음- 이 책은 도쿄의 몇 개 지역을 중심으로 산책하고, 그녀가 좋아하는 가게를 간단히 안내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가령 지유가오카의 소품 전문점이라든지 키치조지의 메론빵 원조빵집, 하는 식이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윤손하의 개인적인 이야기(라기보다는 주장)이 조금씩 나온다. '일본 친구와 한국 친구의 차이점' 이런 식이다.  

그러니 내용은 새로울 게 별로 없다. 윤손하의 집, 요리, 인테리어, 가족 이야기- 이런 건 안 나온다. 그냥 어떤 가게들은 꽤 참신하고, 사진은 잘 나왔고, 글은 부담없이 술술 읽힌다.  

책을 예쁘게 잘 만들었다. 소장가치는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서 보긴 아깝지만 한번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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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불의 집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시작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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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 유스케라면 <유리망치>, <푸른 불꽃>의 그 작가. 하지만 사실 단편집은 큰 기대를 안 하게 된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이 책은 어, 사서 볼 걸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네 편 모두 밀실살인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유리망치>의 변호사 아오토 준코와 도둑 에노모토 케이 콤비의 치고 받는 매치가 상당히 좋았다.

책에는 4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이 중에서 마지막 '개는 알고 있다'는 마치 한 편의 떠들썩한 연극-블랙 코미디를 연상시키는 소품이므로 논외로 하고 나머지 세 편은 밀실 살인을 제대로 다룬 개성 넘치는 단편들이다.

1. 도깨비불의 집 : 아버지가 최초 발견자인 딸의 시신. 그녀는 착하고 성실했으며, 아버지는 딸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범죄 현장은 밀실인데, 누가 살인을 저질렀나? 결말이 애잔하고 슬프다.

2. 검은 이빨 : 거미 수집이 취미인 남자가 독거미에 물려 사망한다. 그의 아내와, 남자의 독거미에 집착하는 어떤 수집가. 둘 중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 오싹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3. 장기판의 미궁 : 프로 장기 기사가 호텔 방에서 칼에 찔려 죽는다. 방은 도어체인이 안에서 걸려 있는 밀실. 그 밀실은 누가, 어떤 이유로 만들었나. 극한에 달한 인간의 심리를 제대로 보여준다.

4. 개는 알고 있다 : 음- 이 코미디는 그냥 패스. 

밀실살인 하면, 밀실을 위한 밀실을 만들었을 뿐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기시 유스케의 이번 작품집은 '인간이 꼭 필요해서 만든 밀실'이어서 무척 설득력이 있었다. 거미나 장기, 모두 전문적인 분야지만 작가의 연구 덕에 현실감이 살아났다.  

웅진씽크빅 임프린트인 시작에서 펴냈는데, 표지가 좀 허접하다. 제목도 왠지 고풍스러워서 다른 작품을 표제작으로 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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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게임
카린 알브테옌 지음, 임소연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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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북유럽 소설을 읽고 깜짝 놀라는 일이 많아졌다. 아날두르 인드리다손(목소리 등)이 그렇고, 카밀라 레크베리(얼음공주 등)가 그랬는데, 바로 이 작가 카린 알브테옌도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점점 빠져들었고 다 읽고 나서도 에스프레소처럼 쓰고 진한 여운에 시달려야 했다.  

소설은 홀로 사는 노인 예르다가 죽고 주택관리사인 마리안네가 사후 처리를 위해 집안을 살펴보는 데서 시작한다. 그녀의 집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악셀 랑네르펠트의 친필 사인본이 여러 권 나오고, 이를 이상히 여긴 마리안네가 예르다와 노작가와의 관계를 추적해 나간다. 랑네르펠트의 아들인 얀-에리크는 아버지의 업적을 칭송하는 연설을 하면서 크게 명성을 떨치고 있는데, 그의 가족 구성원 면면을 들여다보면 모두 불행하기만 하다. 어릴 적 사고로 죽은 여동생이, 사실은 다른 이유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거기에는 놀랍고 끔찍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소설-문학성을 추구하는 작가를 다루기에 이 작품은 마치 예술가를 다룬 작품(모차르트-살리에르)처럼 보이기도 한다. 악셀 랑네르펠트라는 온 국민이 사랑하는 작가가 죽음 직전까지 껴안고 있는 '추악한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알고 나면 머리를 쿵 하고 맞은 것처럼 띵해지게 된다. 음- 사람이 그렇게까지 할 수 있구나, 라는 느낌일까? 그의 가족의 불행은 어떤 의미에서 독자를 위로한다.   

장마다 각기 다른 주인공들을 교차 서술하는 시점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카밀라 레크베리의 방식과 유사하다. 다만 등장인물 수가 좀더 적기에 스토리를 따라잡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라기보다는 순문학에 가까운 서술방식을 취하고 있어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류의 소설이 나는 너무나 마음에 든다. 미스터리 형식을 빌렸기에 읽는 내내 긴장감도 있었고,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의 무거운 감동도 있었다.  

그녀의 다른 작품이 진심으로 기대된다.

P.S. 스웨덴 소설을 읽고 나면 반드시, 잘 구운 계피향의 시나몬 롤이 먹고 싶어진다. 그 나라에서는 거의 주식인 듯.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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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재기 외 을유세계문학전집 33
히구치 이치요 지음, 임경화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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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6년에 태어나 25세에 생을 마감한 여류작가 히구치 이치요. 가끔 을유세계문학전집을 한 권씩 사곤 하는데 참 단정하게 책 잘 만들었다는 느낌이다. 번역이나 해설, 각주, 연보가 충실해서 소장할 가치가 높은 을유문학전집.거기서 고른 일본작가 작품. 총 6편의 단편이 실려 있어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다. 좀 고리타분한 분위기가 아닐까 하며 책장을 넘겼는데, 문투는 약간 그랬지만 스토리 전개는 무척 현대적이었다. 일본 근대의 가난하고 봉건적인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으며,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주인의 눈치를 보며 가난한 저희 집에도 잘 못 들르는 하녀의 슬픔을 드라마틱하게 그린 '섣달 그믐', 유곽을 배경으로 예비 유녀 미도리와 그 주변 아이들의 발랄한 놀이와 갑작스러운 소녀의 성장을 그려낸 '키 재기', 부잣집으로 시집 갔지만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한 여자의 친정 방문기, 그리고 밝혀지는 첫사랑 '십삼야', 우산가게 종업원인 키 작은 소년 기치조의 짝사랑을 그린 '갈림길', 귀하게 자란 부인이 남편의 바람 때문에 갈등하다 놀랍게도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는 내용을 담은 '나 때문에'.  작품마다 개성이 살아있고 마치 근대 단편소설의 전형을 보는 듯 '놀라운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표제작이면서 분량이 가장 긴 편인 '키 재기'는 약간 지루하기도 했지만.  

히구치 이치요는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생계를 책임지는 소녀 가장이었다. 그녀가 택한 길을 소설 쓰기였다. 근대의 여성으로 소설로 돈을 벌고자 결심했다는 부분이 내겐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16세의 나이에 호주가 되어 빚에 시달리는 일가의 생계를 이끌어 가야 했던 그녀에게, 같은 가숙의 선배인 미야케 가호가 쓴 <덤불 속의 꾀꼬리>(1988)의 성공과 가호가 받은 고약의 원고료는 '소설가 이치요'의 탄생을 재촉한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그녀는 당시의 '여류 소설가'를 대표했던 고등여학교 졸업생이나 현역 여학생들과는 달리 생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소설 창작에 발을 들여 놓았다. 그녀는 빚더미 속에서 신문을 열심히 구독하고 도서관에 다니며서 소설 창작에 몰두했고, 그녀의 어머니와 여동생도 호주의 이 '사업'의 조력자가 되었다. 이치요는 소설이 득세해 가는 시대의 흐름에 뜻하지 않게 조우했던 것이다. -261쪽(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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