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총새의 숲 살인사건 미스터리 야! 4
아시하라 스나오 지음, 김주영 옮김 / 들녘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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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미스터리의 걸작'이라는 홍보문구로 보았을 때 '학창시절에 벌어지는 살인사건과 그 해결'을 소재로 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츠하라 야스미의 <루피너스 탐정단> 시리즈라든지 요네자와 호노부의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 히구치 유스케의 <나와 우리의 여름> 같은 류. 

책의 2/3 지점까지는 미스테리다운 요소는 거의 없이 그저 명문사립 에이센 여고에 다니는 구와야마 미라와, 어느날 전학온 미소녀 사기리의 이야기가 소소하게 펼쳐진다. 사기리를 중심으로 뭔가 무서운 일이 일어날 거라는 암시 정도. 그러다가 책의 후반부에 제트코스터처럼 연속살인이 우수수 일어난다. 살인장면 하나하나가 기괴하여 오싹함을 안겨준다. 사건 해결의 키가 되는 것이 추리문학의 시조라 불리는 '에드거 앨런 포'라는 것도 흥미롭다.

마치 두 권의 다른 책을 감상하는 느낌도 준다. 책의 중반부까지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게 저자의 유머감각 덕분이다. 문장 중간중간에 묻어나는 지적인 유머. 92P에서 미라를 처음 만난 사기리의 할머니의 대사. "어쩜 이런 유연이! 과연, 넌 전혀 부자가 아닌 가정에서 자란 것처럼 보이는 데다 스포츠머리에 가슴이 작은 여자아이로구나. 딱하기도 하지."  

184~189P에서 추리소설작가 다카토가 형사를 대상으로 벌이는 추리. 가령, "(범인의) 성격은 발끈하기 쉬운 성격으로 앞뒤 생각하지 않고 폭력을 휘두르며, 손재주가 뛰어난 사람이오. 아니면 전기제품 회사에 근무한 경험이 있을 수도 있고, 상당히 우수한 아마추어 마술사든가, (중략) 어릴 때 수양아들로 보내져 그곳에서 받은 정신적인 충격으로 중년이 넘은 여성에게 심한 적의를 품고 있을 확률은 70퍼센트. (중략) 아, 감사 인사는 필요 없소이다. 정 보답을 하고 싶다면 하바나산 궐련과 코냑 한 잔이면 만족하오." FBI 식의 범죄 프로파일링을 교묘하게 뒤튼 이 대사를 보면서 킥킥 웃음이 났다.  

본격 미스터리로서의 완성도는 좀 떨어질지 몰라도 이 작가, 꽤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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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레시피
다이라 아스코 지음, 박미옥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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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살짝 가미한, 조금은 가벼운 여성적인 시각의 연애소설이다.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소설마다 '대합조개구이', '버터밥' 같은 단순한 레시피들이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남자, 여자가 연애하거나 결혼하면서 가장 부딪히는 문제가 '먹는 문제' 아닐까. 취향이 다르다든지, 그때그때의 욕망이 다르다든지 하는 문제. 이러한 갈등을 요리를 소재로 가볍게 다루고 있다.  

수록된 단편 중에서 '황홀한 관계'를 보면 중년의 남자가 주인공을 위해 '버터밥(따뜻한 밥에 버터와 간장을 올린 단순한 요리)' 만들어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 밥을 먹으며 그 전까지 별 감정이 없던 여자는 마치 밥에 녹아버린 버터처럼 무장해제되어 버린다. 어릴 때 남동생과 만들어 먹었던 '마가린밥 혹은 날달걀밥'이 떠오르면서 흐뭇한 웃음이 나왔다.  

다이라 아스코는 국내에서 5권의 책을 낸 작가다. 어떤 책들은 '다이라 아즈코'로 검색해야만 한다. 이름 통일 좀 하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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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시 - 글도 맛있는 요리사 박재은의 행복 조리법
박재은 지음 / 지안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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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박재은의 요리 에세이라, 예전에 케이블TV의 요리 프로그램에서 본 가수 싸이의 누나 '박재은'과 같은 사람인가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겼다. 책날개의 단아한 흑백사진을 보아도 확신이 잘 안 선다. 글을 다 읽고 책장을 덮고 나서도 긴가민가다.   

TV 속의 그 사람은 화려하고 톡톡 튀고 요리법도 퓨전에 가까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 에세이들은 담백하고 정적이고 포근한 쪽에 가깝다. 지금 찾아보니 동일인물이다. 하. 책에도 싸이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떡볶이를 맛있게 먹어주던 남동생' 에피소드가 하나 들어 있을 뿐.  

요리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면서도 글 쓰는 솜씨 또한 좋아서 재미있게 읽히는 에세이집이다. 요리책이라고 하기엔 그렇고. 글쓰기의 내공이 느껴진다. 소장할 정도는 아니라서 구입하기는 좀 아깝지만 빌려 읽거나 중고로 구한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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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움직이는 미식의 테크놀로지
츠지 요시키 지음, 김현숙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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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세계 3대 조리학교 중 하나인 일본 츠지조리학교 교장 츠지 요시키다. 그는 선대 교장이었던 아버지 츠지 시즈오에 의해 어릴 때부터 영국에서 교육을 받고 미국에서 학위를 받는 등 등 요리 영재로 키워졌다. 이 책은 '미슐랭 가이드'에서 높게 평가하는 스타 쉐프 6인의 요리 세계와 성공 스토리를 그리고 있다.  

인터뷰를 바탕으로 하여 저자의 시각이 담긴 에세이로 보면 될 것이다. 요리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 만하고, 특히 프랑스 요리에 치중하고 있으므로 그쪽에 대해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기에 좋다. 저자가 교육자이자 요리를 직업으로 하는 전문가로서의 시각을 견지하고 있어서, 단지 미식가의 입장에서 쓴 글들(가령 안휴의 <세계의 별들을 맛보다>)과는 차별화된다.

6인의 쉐프 중에 미셸 브라스가 가장 흥미로왔다. 프랑스 오베르뉴 지방 라기올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그는, 연간 200여 종의 채소와 허브를 이용해 접시 위에 '라기올의 정경'을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봄에는 다양한 색감의 어린 채소가 많이 나기 때문에 '생명감'을 표현합니다. 여름에는 활기찬 '약동감', 가을이 깊어갈 때는 부드러운 '안정감', 만추가 가까워질 무렵에는 따뜻한 '충족감' 등 계절에 따라 표현을 달리합니다."라고 그는 이야기한다. 그는 홋카이도의 '윈저 호텔 도야'에 지점을 냈는데, 그 이유는 단지 도야의 풍토가 라기올과 닮았다는 한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프랑스보다 가까우니 일본 여행길에 한번 찾아가 볼만 하겠다.)  

이 책을 읽고 츠지 요시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선대 츠지 시즈오의 일생을 그린 소설 에비사와 야스히사의 <미식 예찬>을 읽어보면 좋다. 츠지조리학교가 어떻게 세계 최고의 조리학교로 우뚝 설 수 있었는지 생생하게 그린 재미있는 소설이다. 츠지 요시키에 대한 이야기도 아주 살짝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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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와정 살인사건 2 - 시마다 소지의 팔묘촌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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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을 읽고 그다지 큰 인상을 받지는 않았다. 시체를 토막내어 부활시킨다는 엽기적인 상상력과 장광설 정도로 기억된다.  

<용와정 살인사건>을 처음 보고 이렇게 두꺼운 책 2권일 줄은 몰랐다는 생각. 음 그래도 시간이 많아서 도전해 봤다. 비리비리하고 덜 떨어진 듯 보이는 소설가 이시오카와 명탐정 미타라이 콤비라는 설정은 교고쿠 나츠히코의 작품 계열을 떠올리게 한다.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건 불안불안한 이시오카뿐. 미타라이는 외국에 체류 중이라는 설정이다. 

외딴 마을의 용와정이라는 여관에 우연히 끌려가 머물게 된 이시오카는 잔인한 연속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2권의 초반까지 거의 아무런 단서나 추리 없이 그 사건들이 어떻게 벌어지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서 거기까지는 좀 지루하다. 범인은 왜 그렇게까지 시체 유기나 훼손에 집착하는 걸까? 피해자들의 이마에 써 있는 7이라는 숫자는 뭘 의미할까? 

드디어 2권 초반에서 이시오카는 도서관의 옛날 자료에서 그 단서들을 조금씩 포착해간다. 그리고 2권 중반에 이르러 드디어 범인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과거의 살인자 무츠오의 이야기가 자세히 그려진다. 이 소설의 핵심은 바로 이 무츠오의 이야기에 있다. 전란의 와중에 우등생이었던 심약한 무츠오가 어떻게 광란의 살인마로 변해가는가, 이 이야기는 흥미롭기도 하지만 이 소설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마다 소지의 팔묘촌'이라는 출판사의 홍보 문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요코미조 세이시가 즐겨 다루는 폐쇄된 마을에서의 부도덕함에 대해 작가는 따끔히 지적한다.  

1권은 좀 지루하고 장황해서 2권을 손에 들 때 좀 망설였지만 그래도 범인이 궁금해 끝까지 다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2권 중반부터는 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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