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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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 대학 때 읽은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 <깊은 슬픔> 정도를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그녀의 팬은 아니다. <엄마를 부탁해>의 앞부분을 읽다가 내려놓을 정도였으니까.  이 소설을 선택한 이유는 최근 좋은 문장의 한국소설을 읽고 싶어져서다. 윤대녕이나 한강, 전경린을 읽는 이유와 비슷하다.  

이렇게 서두를 길게 쓰는 이유는, 이 책이 내게는 재미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대학을 보낸 1990년대를 추억하게 만들긴 했으나, 내용이나 관점이 낡았다는 생각을 거둘 수 없다. 

그때는 운동권이 있었고 최루탄 냄새 자욱한 시위가 있었고 의문사 천지인 군대가, 그리고 교환일기가 있었던 시절이다. 그런 시절을 통과한 이야기. 지방 출신 대학생 정윤과 언니를 시위로 잃고 두 손에 화상을 입은 윤미루, 그 중간에 끼인 남자 이명서와 정윤의 소꼽친구 단이의 이야기. 그들의 (시대의 우울로부터 오는) 대책없이 우울함과 서로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는 답답한 소통방식 등이 내게는 소설을 읽는 내내 답답증으로 다가왔다.  

소설의 중간에 삽입된 이명서 내러티브의 '갈색노트'라는 것도 효과적인 장치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건 뭐,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니까, 신경숙의 팬들에게 돌 맞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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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속물들
오현종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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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책장을 넘겨보니 '빈곤은 비둘기와 같다고 말한 사람은 지은이었다'로 시작하는 발랄한 문체가 눈에 띄었다. <본드걸 미미양의 모험>이라는 발랄한 소설이 기억나는데 그 책은 솔직히 잘 안 읽혔었다. 하지만 이 책은 참 잘 읽힌다. 마치 TV 미니시리즈를 보는 것처럼 부담 없이 술술. 젊은 여성작가인 정이현, 이홍 등과 유사한 분위기. 

대학 졸업반인 여대생 기린을 중심으로 그 친구들인 지은, 명의 이야기. 각기 다른 집안 분위기에서 자라 각기 다른 인생을 구가하며 반드시 더치페이하는 세 친구. 기린은 가난하고 글을 쓰고싶어하지만 스크립터를 좀 하다가 제 길을 찾아간다. 그런 의미에서는 성장소설이기도. 지은은 남자를 밝히고 성형수술을 해대고 명은 부잣집 딸답게 사치로운 일상을 보내다 미국 유학길에 오를 준비를 한다.  

가난에 대한 신랄한 묘사와 가난한 삶을 비꼬면서도, 그 가난을 그렇게 바라보는 시선을 또 한번 비꼬는 시선이 바닥에 자리하고 있어, 이 소설의 가벼움은, 약간의 무게추를 가지며 지상에 착륙한다. 젊은 인물뿐 아니라 기린의 부모님에 대한 묘사 등을 보면 인물의 캐리커처에도 꽤 재능이 있는 작가다.

조금 밋밋하게, 교과서적으로 끝맺음하는 결말이 아쉽지만, 이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은 재미에 있다.

 

 

 

솔직히 말하겠다. 가난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조금 불편한 것뿐이다, 라는 소리는 초등학교 운동장 조회에서조차 민망한 훈화다. 가난은 조금 불편한 게 아니라 죽도록 불편한 것이다. (중략) 하지만 당신이 가난해지고 싶은가? 그건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 수건돌리기의 수건처럼, 자신의 등 뒤에는 놓이지 않길 바라는 무엇.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등 뒤에 놓여, 나만은 술래가 안 되었다는 안도의 숨을 쉬게 해줄 무엇, 그것이 바로 가난이다.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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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 Medusa Collection 1
토머스 H. 쿡 지음, 김시현 옮김 / 시작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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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존재는, 요네하라 마리의 서평집 <대단한 책>에서 알게 되었다. 거기서 추천한 책은 토머스 H. 쿡의 <밤의 기억들>이었고 나는 <심문>을 먼저 읽었다. 추리소설이긴 하지만 사념적이고 묵직한 맛이 있어서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딱딱한 호밀빵처럼 씹을수록 깊은 맛이 있었다.  

12시간의 압축적인 시간을 다룬 이 책은 한 소녀의 죽음을 둘러싼 범인을 밝히는 과정을 시간 단위로 촘촘하게 그리고 있다. 사건을 추적하는 두 명의 형사 중 한 명은 어린 딸을 잃어버린 상처가 있는 남자. (이런 설정 형사소설에는 은근히 많다.) 용의자와의 심리싸움이 긴박감 있게 그려지고 있으며, 사건의 실체를 파헤칠수록 흥미로와진다.

전체적으로는 아이슬란드 작가인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을 연상시키는 분위기가 있다. 추천할 만한 작품이고, 작가다. 다음은 <밤의 기억들>을 읽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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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2010-07-28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대단한 책>에서 읽고 수첩에 적어뒀다가 <밤의 기억들>을 읽어보았는데요. 신선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가라앉기는 했지만 그것도 분위기 있더라고요. 이 책도 한번 봐야겠네요~

베쯔 2010-07-29 10:2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 새로운 작가를 발견하는 기쁨은 정말 큰 것 같아요.
저도 아직 밤의 기억들 못 읽었는데 꼭 읽어봐야겠어요!
 
잃어버린 천사를 찾아서 국민서관 그림동화 105
막스 뒤코스 지음, 길미향 옮김 / 국민서관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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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은 좋던데, 생각보다 그냥 그랬네요. 아이가 크면 어떨지... 책값이 비싸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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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여우들의 영양만점 홈베이킹
이지혜 지음 / 경향미디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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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베이킹 책이었네요. 레시피가 잘 정리되어 있어 나름대로 잘 활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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