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속물들
오현종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회사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책장을 넘겨보니 '빈곤은 비둘기와 같다고 말한 사람은 지은이었다'로 시작하는 발랄한 문체가 눈에 띄었다. <본드걸 미미양의 모험>이라는 발랄한 소설이 기억나는데 그 책은 솔직히 잘 안 읽혔었다. 하지만 이 책은 참 잘 읽힌다. 마치 TV 미니시리즈를 보는 것처럼 부담 없이 술술. 젊은 여성작가인 정이현, 이홍 등과 유사한 분위기. 

대학 졸업반인 여대생 기린을 중심으로 그 친구들인 지은, 명의 이야기. 각기 다른 집안 분위기에서 자라 각기 다른 인생을 구가하며 반드시 더치페이하는 세 친구. 기린은 가난하고 글을 쓰고싶어하지만 스크립터를 좀 하다가 제 길을 찾아간다. 그런 의미에서는 성장소설이기도. 지은은 남자를 밝히고 성형수술을 해대고 명은 부잣집 딸답게 사치로운 일상을 보내다 미국 유학길에 오를 준비를 한다.  

가난에 대한 신랄한 묘사와 가난한 삶을 비꼬면서도, 그 가난을 그렇게 바라보는 시선을 또 한번 비꼬는 시선이 바닥에 자리하고 있어, 이 소설의 가벼움은, 약간의 무게추를 가지며 지상에 착륙한다. 젊은 인물뿐 아니라 기린의 부모님에 대한 묘사 등을 보면 인물의 캐리커처에도 꽤 재능이 있는 작가다.

조금 밋밋하게, 교과서적으로 끝맺음하는 결말이 아쉽지만, 이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은 재미에 있다.

 

 

 

솔직히 말하겠다. 가난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조금 불편한 것뿐이다, 라는 소리는 초등학교 운동장 조회에서조차 민망한 훈화다. 가난은 조금 불편한 게 아니라 죽도록 불편한 것이다. (중략) 하지만 당신이 가난해지고 싶은가? 그건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 수건돌리기의 수건처럼, 자신의 등 뒤에는 놓이지 않길 바라는 무엇.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등 뒤에 놓여, 나만은 술래가 안 되었다는 안도의 숨을 쉬게 해줄 무엇, 그것이 바로 가난이다.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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