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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7
에드워드 올비 지음, 강유나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평점 :
요즘 부쩍 관심이 생긴 희곡~ 금방 읽을 수 있어서 1주일에 한편 정도는 읽어야지 생각 중이다. 주말에 영풍문고 가서 책구경 하다가 <누가 버지니아울프를 두려워하라>를 구매했다. 당분간 책 안사려고 했는데...
희곡 마니아 잠자냥님 리뷰에도 이 책이 있었고, 제목에 "버지니아 울프"가 제목에 들어가 있길래 왠지 끌렸다. 사실 표지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름만 믿고...결론은 이 책은 "버지니아 울프" 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다.
이 작품은 미국의 대학교수와 그 부인이 살고 있는 집을 배경으로, 새벽시간에 일어난 에피소드를 그린, 술에 취해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 네명의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1. 마사 : 덩치 크고 사나운 여인. 52세이지만 다소 젊어 보인다. 풍만하나 지나친 편은 아니다.
2. 조지 : 마사의 남편. 46세로 말랐으며 머리가 세는 중이라고 한다.
3. 허니 : 26세이며, 자그마한 몸매에 금발이고 평범한 얼굴이라고 한다.
4. 닉 : 30세로 허니의 남편. 금발에 몸매가 좋고 잘생겼다.
(여기에 추가해서 실존하지는 않지만, "마사"와 "조지"의 아들이 종종 언급된다.)
대학 총장의 딸인 "마사"와 역사학과 교수인 "조지" 두 부부는 많이 취한 상태로 집에 들어와서는 서로 날선 비방과 함께 치열하게 말싸움을 한다. 그 이유는 서로에 대한 불만이 있기 때문인데, "마사"는 남편의 무능력을 탓하고, "조지"는 장인과 아내의 강압을 못견뎌 한다.
하지만 이런 불편한 관계의 내면에는 두 부부 각자의 아픔이 숨겨져 있는데, 결핍이 있는 두 사람은 술에 취하면서 서로를 배려하기 보다는 적대감을 드러낸다.
이러한 부부의 집에 신입 생물학과 교수인 "닉"과 "허니" 부부가 새벽 두시에 방문을 하게된다. 이유는 "마사"의 아버지인 대학총장이 잘해주라고 해서이다. 이미 저녁 만찬에서 만취된 상태의 네사람은 다시 그들의 집에서 술을 거하게 마시게 되는데, 점점 서로에 대한 비방의 강도를 높여가고 부부만이 알고 있는 비밀을 타인에게 누설하면서 두 부부의 갈등은 극에 달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도 술이 좀 깨서 인지, 지쳐서 인지 마지막에 가서는 누그러들게 되고, 그들은 다시 화해를 하면서 새벽을 맞이하게 된다.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 하랴는 말을 하면서...
그렇게 서로를 헐뜯고 비난하면서도, 마지막에는 화를 누그러뜨리고 그렇게 같이 살아가는건 애정이 있기 때문일까? 사랑의 반대말은 증오가 아닌 무관심이란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마사", "조지" 부부의 관계는 계속될거란 생각이 들었다.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비방과 욕설이 오가고, 모두 만취해 있어서 정상적인 부부와 손님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혼돈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한 대사(문장)는 언어유희와 같은 미국식 유머가 담겨 있어서 완벽한 이해를 하기에는 제한이 있었지만 나름 재미있었고, 이러한 특성 때문에 희곡 특유의 생생함이 잘 느껴진다.
다만 어떤 인상적인 대사가 없던게 다소 아쉬웠는데, 희곡 자체가 소설과는 다르게 대사 위주다 보니 어쩔 수 없는겠지밀...대신 그만큼 작품에 집중할 수 있었다. 밑줄 긋다가 연필 놓고 책에 푹 빠져 읽었다.
해설을 보니 이 작품이 '미국의 꿈이라는 허상에 대한 지독한 비판이면서도, 인간관계 속의 소통을 끈질기게 희망하는 드라마'라고 쓰여 있는데, 솔직히 난 그렇게 까지는 못느꼈다. 아직은 희곡에 대한 이해의 수준이 부족한가 보다. 이런 비슷한 작품을 좀 더 읽어보면 알 수 있겠지.
이 책을 다 읽고 아직 읽지 못한 "버지니아 울프"의 <델러웨이 부인> 책을 꺼내서 조금 읽었다. 난 버지니아 울프가 두렵지 않다~!!
이번주 희곡 1편 읽기 끝이다. 다음주는 어떤 희곡을 읽을지 행복한 고민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