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과 정신병원이 있는 한, 누군가 거기에 갇혀 있어야 합니다.˝

열린책들 35주년 세트 열번째(딱 절반)로 읽을 책을 오랫동안 고민했었다. 10이라는 숫자는 왠지 의미가 있기 때문이고, 뭔가 반환점에 도달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자축하는 의미에서 재미있는 작품을 읽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 ˝안톤 체호프˝의 <6호 병동> 이었다.

이 책에는 내가 처음 읽는 <6호 병동>과, 그동안 많이 읽었지만 읽을때마다 좋은, 그래서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등 두편이 실려 있다.



1. <6호 병동>

‘사람 한 순간에 미친x 만든다‘는 말이 딱 들어 맞는 작품인 <6호 병동>은 지방병원 의사였던 ˝안드레이 에피미치˝가 결국 자신이 맡던 정신병동인 ‘6호 병동‘에 감금되게 되는지를 모여주는 중편 작품이다.

책을 좋아하고 사유를 즐기는 지방의사 ˝안드레이˝는 너무 한적한 시골에서, 매일 반복되는 지겨운 일에, 아무 교양도 없는 주변 사람들 틈에 살면서 점점 인생의 재미를 잃어가게 되고 점점 자신만의 세계에 빠지게 된다.

[그와 함께 무슨 이야기를 시작하더라도 늘 한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이 도시에서 사는 것은 답답하고 따분하며, 이 사회에는 고결한 관심이 없고, 흐리멍덩하고 무의미한 생활이 지속될 뿐이며, 폭력과 난잡한 방탕과 위선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P.16


그러던 어느 날 그는 <6호 병동>에 갇혀 있던 정신병 환자인 ˝이반˝과 대화를 하게 되고, 그의 수준높은 지적능력에 감탄한 의사 ˝안드레이˝는 정신병지로 취급되는 ˝이반˝과의 대화에 상당한 흥미를 갖게 되고 매일 그와 만나게 되며, 다른 일성적인 것들을 멀리 하게 된다.

[당신은 믿지 않지만, 나는 믿소.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인지 볼테르의 작품인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작품속의 누군가가, 신이 없다면 사람이 신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지. 만일 불멸이 없다면 사람의 위대한 지성이 언젠가 불멸을 발명해 낼 거라고 나는 굳게 믿고 있소.]  P.58


하지만 의사인 ˝안드레이˝가 정신병자인 ˝이반˝을 만난다는 사실이 주위 사람에게 좋게 보일리 없다. 게다가 점점 주변을 멀리하고 자기만의 세게에 빠져있던 ˝인드레이˝는 주위 사람들에게 정신병이 난 것처럼 보이게 된다. 결국 그는 자신이 관리하던 병원의 정신병동인 ˝6호 병동˝에 같히게 된다.

[그 사람들을 믿지 마십시요. 다 속임수입니다. 나의 병은 20년 만에 우리 도시 전체에서 유일하게 지적인 사람을 발견했는데, 그 사람이 정신병자라는데 있을 뿐입니다.  내가 병든게 아닙니다, 나는 어떤 일에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P.104


단지 자신만의 생각을 사유화 하는 걸 즐겼을 뿐이고 지적인 대화를 갈망하였을 뿐인데 주위 사람과 다르다는 이유로, 주위 사람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안드레이˝는 정신병자 취급을 받게 된다. 그런데 그가 자주 만났던 정신병자 ˝이반˝ 역시 그러한 이유로 ‘6호 병동‘에 감근된 사람이었으며, 그의 지적능력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마을에 사는 어떤 사람보다도 뛰어났다.


생각과 행동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다수가 소수를 잘못되었다고, 정신병자 취급하는게 과연 맞는 것일까? 다수가 언제나 옳지는 않다. 오히려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를 희생시키는 불합리함을 우리는 더 자주 보게 된다. 이 작품속에서도 사람들은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사람들의 치료에는 관심이 없고, 단지 병원의 유지에 대해서만 열을 올린다.


˝안톤 체호프˝의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전문 의학지식이 잘 녹아들어 있는 멋진 작품 <6호 병동>은 독자에게 ˝당신도 어느날 갑자기 정신병원에 갇힐 수 있다˝는 섬뜩힐 경고를 하고 있다.

[감옥과 정신병원이 있는 한, 누군가 거기에 갇혀 있어야 합니다. 당신이 아니라면 나라도, 내가 아니면 다른 누구라도.]  P.57




2.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이 작품은 그냥 말이 필요없는 작품이다. 읽을때마다 좋고, 새로운 느낌을 받는다. 문장 하나하나에 감정을 담을 수 있는 체호프는 정말 천재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에 대한 평가로,

<당신의 ‘개를 데리고 다 부인‘을 읽고 나니 다른 사람들의 작품은 펜이 아는 막대기로 쓴 것처럼 여겨집니다> 라는 ˝고리키˝의 편지가 있으며,
˝나보코프˝는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을 가장  위대한 단편 소설의 하나로 꼽았다.

혹시 안읽어 보신 분이 있으시다면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아직 안읽어 보신 분이 너무 부러울 뿐이다.



이렇게 열린책들 35주년 세트 열번째 책을 완독 했다. 벌써부터 반환점의 첫 시작인 열한번째 책은 어떤 책으로 읽을지 행복한 고민이 된다.

지금까지 읽은 책들 : 10권

MIDNIGHT(6권) : 도둑맞은 편지, 죽은 사람들, 비겟덩어리, 이방인, 변신, 6호 병동
NOON(4권) : 노인과 바다, 행복한 왕자, 토니오 크뢰거, 푸른십자가



ps 1. 체호프의 명작을 읽으니 갑자기 다른 체호프의 작품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1. 체호프 단편선(민음사)

2. 사랑에 관하여(펭귄)

3. 벚꽃 동산(열린책들)

4. 지루한 이야기(창비)

이렇게 네권을 읽었는데 전부 별 열개짜리 작품이었다. 오늘 서점을 가야겠다.


ps 2. 플친님들 즐거운 한가위 보내시고 책도 많이 읽으세요 😊 🌕









댓글(39)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딩 2021-09-18 09:2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6호 병동, 개를 데리고 다닌 부인
모두 희미하지만 결코 꺼지지 않은 채 남게되는 신기한 작품들 같아요.
좋운 하루 되세요~

새파랑 2021-09-18 10:44   좋아요 2 | URL
역시 초딩님도 읽으셨군요. 오늘 리뷰 쓰려고 다시 읽었는데도 너무 좋더라구요 ㅜㅜ

막시무스 2021-09-18 09:3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추석연휴 첫날부터 러시아문학의 열정!ㅎ 남은 시리즈도 즐독하시면서 행복한 연휴되시구요!ㅎ

새파랑 2021-09-18 10:45   좋아요 3 | URL
어제 오전에 다 읽었는데 좀 게을러져서 오늘 올리네요 😅 이렇게 시차를 두고 리뷰를 쓰면 책을 다시 찾아보게 되어 좋은 점이 있더라구요. 막시무스님 즐거운 추석 명절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09-18 09:4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늘 서점에 가실거군요^^*
데려오실 책들 기대합니다.

새파랑 2021-09-18 10:47   좋아요 3 | URL
저 서점가면 보통 1권만 사요 😅 대량구매는 알라딘에서 ㅎㅎ
서점에 가면 사는것보다 구경하는게 좋더라구요.

그레이스님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

러블리땡 2021-09-18 09:4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6호 병동,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안읽어봤는데 전 행복한 사람이군여 ㅎㅎ 읽어봐야겠어요 ㅎㅎ 새파랑님도 즐거운 한가위 되시고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새파랑 2021-09-18 10:48   좋아요 3 | URL
안읽어보셨다니 러블리땡님 너무 부럽네요. 기회가 되면 꼭 읽어보세요. 완전 좋아요~!! 즐거운 추석 연후 보내시고 즐거운 독서 하세요 😊

stella.K 2021-09-18 13: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저도 한 세트 샀는데 출판사에서 잘 뽑은 것 같어요. 아직 절판안된 거 보면 많이 만든 것 같습니다. 근데 문제는 제가 언제 읽을지 모르겠다는 것.

새파랑 2021-09-18 10:49   좋아요 4 | URL
이거 책이 문고본 같고 얇아서 가지고 다니면서 보기에 딱 👍

스텔라님 즐겁고 알찬 추석 보내시길 바랍니다 😊

stella.K 2021-09-18 11:55   좋아요 1 | URL
앗, 추석인사도 함께 남긴다는 걸 잊어버렸어요.ㅋ
새파랑님도 즐건 추석 되어요.^^

페넬로페 2021-09-18 10: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안톤 체홉의 명작이 들어 있군요.
벌써 이 시리즈 반을 도셨네요
역시 대단하심^^
새파랑님
추석 명절 잘 보내세요♡♡♡

새파랑 2021-09-18 10:54   좋아요 3 | URL
6호 병동 완전 좋아요. 이젠 읽은 책들이 많이 남아서 고비에요 ㅎㅎ

페넬로페님 즐거운 추석 명절보내시고 책도 많이 읽으세요 😊

행복한책읽기 2021-09-18 10: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0권 완독 축하해요. 저 이 세트 새파랑님이 20권 완독할즈음 구매할지 모르겠음. 세뇌당해서. ㅋ 저도 체호프 언젠가 몽땅 읽고파요. 전 도선생보다 체선생이 더 당겨요^^ 6호 병동 저 문장만 알고 있었는데 줄거리까지 입력 완료.^^ 새파랑님 추석 명절 즐휴하세요~~~^^

새파랑 2021-09-18 10:57   좋아요 3 | URL
책읽기 님은체선생 파군요? 저도 두 선생님 너무 좋아서 책을 다 읽고 책을 품에 안게 되더라구요 😅

책읽기님 즐거운 고창 여행 보내세요. 장어도 많이 드시고 ^^

미미 2021-09-18 10: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음..<6호 병동>솔깃하네요!😆
의사가 입원을 하다니ㅋㅋ저도 오늘은 이 시리즈! 새파랑님 서점 가시면 사진이랑 후기 올려주심 너무 좋을것 같아요.😉

새파랑 2021-09-18 11:00   좋아요 4 | URL
이 책 완전 강추에요. 미미님~!! 열린책들 35주년 다음 읽기는 이 책으로~!
서점가면 사진과 후기를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

미미님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시고, 책도 즐겁게 읽으세요~!! 너무 많이 읽으시진 마시고요. 기계도 가끔은 쉬어야 합니다 🤗

scott 2021-09-19 01:08   좋아요 2 | URL
후기! 기대 합니다!
책쇼핑과 책탑 사진
오맹불망
ʕ ି ڡ ି ʔ

새파랑 2021-09-19 07:03   좋아요 2 | URL
이번달 책쇼핑 자제중이라 책탑은 힘들거 같아요 ㅎㅎ 그래도 살거같은 기분이 드는건 왜일까요? 🙄

mini74 2021-09-18 10: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개를 데리고 ~ 넘 재미있게 읽었었어요. 누가 안톤체호프는 따뜻한 인간애를 가진 냉소주의자라고 하던군요 ㅎㅎ 새파랑님 오나독 축하드려요 ~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고 계시죠 ? *^^*

새파랑 2021-09-18 11:01   좋아요 3 | URL
미니님 이번 연휴때 스피츠 한마리 데리고 산책을? ㅎㅎ 미니님의 추석맞이 알라디너 티비가 기대됩니다 ㅋ

미니님 즐거운 추석명절 보내시고 송편도 많이 드세요 😊

페크pek0501 2021-09-18 14: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랑에 관하여, 단편 너무 슬펐어요, 단편이 다 좋았어요. ^^ 체호프는 천재^^

새파랑 2021-09-18 14:55   좋아요 3 | URL
체호프 단편은 읽고나면 다음편을 바로 못읽겠더라구요. 왠지 생각이 남아서 ㅎㅎ 천재 맞는거 같아요~!! 페크님 추석 잘 보내세요 😄

bookholic 2021-09-18 19: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꾸준한 새파랑 님을 반만 닮았으면 좋겠어요~~
새파랑님, 슬기로운 독서생활과 함께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새파랑 2021-09-18 19:33   좋아요 4 | URL
저보다 북홀릭님이 더 많이 읽으시는거 같은데 😄 북홀릭님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scott 2021-09-19 01:06   좋아요 4 | URL
오! 새파랑님 프로필 문구 추가! 하삼 333

초보 단어 빼 뻐리고~~

슬기로운!을 추가 하삼 333

새파랑님의 슬! 독 ! 서재방!
v。◕‿◕。v

새파랑 2021-09-19 06:57   좋아요 4 | URL
오~!! 프로필 문구 바꿔야 겠네요 ㅋ PC버젼으로 들어가봐야 겠습니다 😄

서니데이 2021-09-18 21: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오늘은 추석연휴 첫 날입니다.
가족과 함께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세요.^^

새파랑 2021-09-18 21:30   좋아요 3 | URL
연휴 첫날이어서 좋네요 ㅋ 앞으로 나흘을 더 쉴수 있다니 좋네요 ^^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희선 2021-09-19 01: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 열린책들 35주년 기념책 열권 보신 거 축하합니다 많은 사람과 다르게 생각한다고 해서 틀린 건 아닐 텐데, 다른 생각도 받아들이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나온 책이지만 지금하고도 그리 다르지 않네요

새파랑 님 책과 함께 명절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새파랑 2021-09-19 06:54   좋아요 2 | URL
다른게 틀린건 아니죠 ^^ 너무 좋은 책이었어요 ㅋ 희선님 명절 잘 보내세요 😆

scott 2021-09-19 01: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은 새파랑님 열책 미니미니 리뷰 이달의 당선작으로 뽑아 달롸!!
35번 (*•̀ᴗ•́*)و ̑̑

새파랑 2021-09-19 06:56   좋아요 2 | URL
35번이면 떨어지는거 아닌가요? 😅 미니미니 책 완전 좋아요~!!

2021-09-19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19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Jeremy 2021-09-19 1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글 읽은 덕분에 어제랑 오늘 짬짬이
Anton Chekhov 의 ˝Ward No. 6˝ 와 ˝The Lady With The Little Dog˝,
두 편을 제가 가지고 있는 종이책, ˝Selected Stories of Anton Chekhov˝
에서 다시 찾아 읽었습니다.

1899년에 쓰인 이렇게나 오래 된 단편인데도,
다른 사람 칭찬하는데 정말 인색했던 Vladimir Nabokov 마저도,
가장 위대한 단편 중의 하나라고 찬양하고
일단 읽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Two Thumbs Up!하는
˝The Lady With The Little Dog˝.

아무리 취향이 다르다해도 위대한 작품에는
역시 Universal consensus, 보편적 동의가 따르나 봅니다.

저는 이 단편의 배경이 Yalta Conference,
한국역사에서 중요한 1945년 얄타회담이 열렸던 유명한 휴양지,
Yalta 였다는, 잊어버렸던 trivia 를 재발견해서
책 이야기 하다가 남편이랑 역사 토론까지 벌렸다는 후담이...

새파랑 2021-09-19 13:45   좋아요 2 | URL
와우 나보코프가 칭찬에 인색?한 작가였군요~!! 이번에 읽는 두편은 다 장난이 아니게 좋더라구요 😄 좋은 작품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는거 같아요~!!

파이버 2021-09-19 11: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벌써 절반까지 읽으셨군요! 제가 열린책들 관계자라면 정말 기분 좋을 것 같아요ㅎㅎ 아직 연휴 두번째 날이네요~ 새파랑님 닉네임처럼 푸르고 높은 가을하늘과 뜻깊은 명절 보내세요~^^!

새파랑 2021-09-19 13:46   좋아요 2 | URL
파이버님 감사합니다 ^^ 제가 열린책들 35주년 세트 판매에 기여한게 많았으면 좋겠네요~!! 날씨 좋네요. 명절 잘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