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과 고양이 - B愛259
조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직 형사인 카와사키는 혼자서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결혼 사기 조사, 외도 조사, 길 잃은 고양이 찾기, 행방불명자 수색 같은 일들을 의뢰 받아 해결하는데, 언제부터인가 카와사키의 곁에 한 청년이 머문다. 여장이 잘 어울려도 너무 잘 어울리는 이 청년의 이름은 오카치마치. 조수가 되어 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는데 조수를 자처하며 탐정 사무소로 출근하는 오카치마치에게 카와사키는 불편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부러 그를 내쫓지는 않는다. 오카치마치는 자신을 내치지 않는 카와사키에게 더 다가가도 되는지 확신하지 못해 점점 더 애절한 마음이 된다. 과연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조제의 만화 <탐정과 고양이>를 구입한 건 작화와 장르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BL 장면을 제외하면 남성 탐정과 남성 조수가 의뢰 받은 사건을 함께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 미스터리 버디물로도 볼 수 있는 만화라서 해당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읽어볼 만하다. 물론 BL 만화로 분류되는 작품답게 로맨스 요소도 낭낭하다. 외모도 성격도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오카치마치가 카와사키에게 먼저 반하고, 서로의 마음이 연결될 듯 말 듯한 과정이 설렘 가득한 느낌으로 잘 그려져 있다. 단권이라서 가볍게 읽고 산뜻한 기분으로 책장을 덮을 수 있는 점도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룸 조교님 1
지붕 지음 / 유어마나(거북이북스)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만화는 SNS(구체적으로 현 X, 구 트위터) 광고에 하도 많이 떠서 어쩌다 한 번 눌렀는데 읽어보니 취향이라 단행본을 구입하게 되었다. 작화와 내용에 대한 약간의 정보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구입했는데 뒤늦게 알아보니 원작인 BL 웹툰이 상당히 유명한 작품이다. 2024 서울국제도서전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으로 선정되었다는 뉴스를 작가님 SNS(구체적으로 현 X, 구 트위터)에서 봤는데 확실히 재미있다. 어떻게 보면 BL 장면보다 개그 장면이 더 많아서 영상화해도 좋을 것 같다.


이야기는 서울 소재의 모 대학 생명과학과 2학년 학부생으로 복학한 송우윤이 본교 대학원생이자 행정실 조교인 우진형과 같은 원룸에서 동거를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우윤은 진형이 얼음 왕자 같은 외모인 데다가 성격도 안 좋다는 소문이 자자해 동거 제안을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넙죽 받아들여서 깜짝 놀란다. 그런데 며칠 같이 살아 보니 집에서 보는 진형은 학교에서 보던 진형과 전혀 다른 사람인데...!


1권에서는 우윤과 진형이 동거를 시작하는 과정과 우윤의 과거가 주로 그려진다. 우윤은 원래 외모 꾸미기에 관심 없는 평범한 남학생이었는데, 고등학교 시절 우윤의 여동생의 친구가 집에 놀러 와서 우윤을 보고는 잠재력이 있다며 그를 남자 아이돌처럼 꾸며줬다. 그때 '개발된' 미모를 바탕으로 우윤은 대학에서도 '생명과 남돌'로 불리고 있는데, 진형이 이를 놀리면서도 다른 사람이 우윤을 가로챌까 두려워 하는 모습이 귀엽고 재미있다. 2권도 읽어 보는 것으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 上
와야마 야마 지음, 현승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작인 <가라오케 가자>를 워낙 재미있게 봐서 주인공 오카 사토미와 나리타 쿄지의 4년 후를 그린 신작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가 출간되자마자 구입해서 읽었다. 처음에 이 책을 읽었을 때는 기다림에 비해 사토미와 쿄지의 분량이 너무 적다고 느꼈는데, 리뷰를 쓰려고 책을 여러 번 반복해 읽어 보니 분량의 적음이 오히려 작가의 노림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쿄 소재 대학교에 진학한 사토미는 24시간 영업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야간 근무조라서 손님이 적고 하는 일도 별로 없다고 기뻐한 것도 잠시. 매장에는 조폭처럼 생긴 아저씨 둘이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와 수상한 만화를 그리고, 교대할 때 잠깐 마주치는 아르바이트 선배는 사토미로선 관심도 없는 화제로 끝없는 수다를 늘어놓아 사토미를 괴롭게 한다.


꽃다운 대학 신입생이건만 '꽃다운' 일은 하나도 안 하는 사토미의 일상의 유일한 낙은 가끔씩 쿄지와 만나서 비싼 밥을 얻어먹는 것이다. 사토미의 지루하고 피곤한 일상을 묘사한 장면에 비해 사토미와 쿄지가 만나는 시간을 묘사한 장면이 턱없이 적은데, 그래서 사토미와 쿄지가 함께 있는 순간들이 더 소중하고 애틋하게 느껴지는 효과가 있다. 쿄지가 등장할 때 사토미가 느끼는 반가움이 어느 정도일지 분량만으로도 짐작이 된달까.


사토미의 신분이 바뀌고(중학생에서 대학생으로), 두 사람이 있는 장소가 바뀌면서(오사카에서 도쿄로) 생긴 변화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처음에는 사토미의 일상에 우연히 끼어든 엑스트라 배우 정도로 생각했던 인물들이 쿄지 또는 사토미와 의외의 인연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장면들도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만화가 BL이 아니라는 의혹을 가볍게 날려주는) 마지막 에피소드의 임팩트가 아주 셌다. 어서 하권을 읽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백루프 창비교육 성장소설 11
박서련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른바 청소년소설로 분류되는 소설을 종종 읽는다. 청소년소설인 만큼 청소년들이 읽기에 적합한 내용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인들이 읽기에 부적합한 내용이 담겨 있는 작품은 거의 없다. 오히려 청소년소설이라는 분류 때문에 더 많은 성인 독자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 아깝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 작품들이 더 많다.


박서련 작가의 첫 청소년소설집 <고백 루프>를 읽으면서 청소년소설에 또 다른 분류가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청소년소설에는 '청소년이 주인공인 소설', '주인공이 청소년은 아니지만 청소년이 보기에 적합한 소설', '청소년이 직접 쓴 소설'이 있다. 보통 첫 번째와 두 번째를 청소년소설로 분류하는 경우는 많지만 세 번째는 "모르거나 잊고 있거나 고의로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어떻게 보면 첫 번째와 두 번째보다 당사자성이 더 높은데도 말이다.


"나는 청소년소설에 몇 가지 갈래가 있다고 보는데, 청소년이 주인공인 소설, 주인공이 청소년은 아니지만 청소년이 보기에 적합한 소설, 청소년이 직접 쓴 소설로 나눈다. 많은 사람이 세 번째 갈래의 존재를 모르거나 잊고 있거나 고의로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청소년기부터 소설을 써 온 나조차도 간혹 내가 쓴 세 번째 갈래의 청소년소설을 쑥스러워하니 크게 할 말은 없다. 다만 청소년은 소설을 쓸 수 있고, 소설 쓰던 청소년이 결국 소설가가 되는 일도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201쪽)


그래서 박서련 작가는 이 책에서 자신이 청소년이었던 시절에 쓴 소설 두 편을 공개한다. 한 편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쓴 단편 <발톱>이고 다른 한 편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쓴 <가시>이다. 두 작품 모두 대산청소년문학상이라는 유명한 대회에서 각각 동상과 금상을 수상했지만, 그 때로부터 대략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작가 자신이 이제는 청소년문학상 심사를 맡기도 하는 입장이다 보니 공개하는 데 큰 용기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용기 덕분에 독자는 이 책에서 두 번의 기쁨과 감동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의 1부와 2부를 읽으며 <체공녀 강주룡>처럼 울림 있는 소설부터 <마법소녀 은퇴합니다>처럼 재기발랄한 소설까지 다양한 장르와 분위기의 작품을 선보여온 박서련 작가의 최근 단편들을 만날 수 있어서 기뻤고, 작가가 청소년 시기에 쓴 소설 2편이 실린 3부를 읽으면서는 아마도 성숙 단계에 접어든 '박서련 월드'의 원형 내지는 프로토타입을 마주한 듯해 설렜다.  


총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단편은 <안녕, 장수극장>이다. 작가의 고향인 강원도 철원이 배경이라는 점에서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작가 후기를 보니 실제로 작가 자신의 초중고 학창 시절이 두루 조금씩 담겨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지금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과 조만간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될 것들에 대한 아련함을 애틋하게 여기는 독자라면 이 작품이 매우 마음에 들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열공간 5
아오키 우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오키 우메의 만화 <미열공간>은 부모의 재혼으로 남매가 된 아마네와 나오야가 서로 좋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지난 4권에서 아마네는 나오야에게 "가족 앞에서는 분명하게 '누나'와 동생'으로 행동할 것"을 당부했다. 그 말을 들은 나오야는 그 말이 꼭 "부모님이 안 계실 때는 마음껏 꽁냥대자"라는 뜻으로 이해되어 머릿속이 복잡하다. 이제까지 우리 두 사람은 남매라고 확실하게 선을 긋는 듯했던 아마네의 마음에 어떤 변화가 생긴 걸까 하는 기대도 생긴다. 


이런 나오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오야와 단둘이 있는 집에서 아마네는 친누나처럼 편한 모습을 보인다. 이건 아마네가 나오야를 친동생처럼 편하게 생각한다는 뜻일까, 아니면 편한 모습을 보일 정도로 나오야를 좋아한다는 뜻일까. 한편 개학 첫 날 같은 반 친구인 이쿠노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수다를 떨던 아마네는 이쿠노로부터 놀라운 제안을 받는다. 이 다음부터의 전개가 엄청나서 1권부터 다시 읽어보려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