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루프 창비교육 성장소설 11
박서련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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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청소년소설로 분류되는 소설을 종종 읽는다. 청소년소설인 만큼 청소년들이 읽기에 적합한 내용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인들이 읽기에 부적합한 내용이 담겨 있는 작품은 거의 없다. 오히려 청소년소설이라는 분류 때문에 더 많은 성인 독자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 아깝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 작품들이 더 많다.


박서련 작가의 첫 청소년소설집 <고백 루프>를 읽으면서 청소년소설에 또 다른 분류가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청소년소설에는 '청소년이 주인공인 소설', '주인공이 청소년은 아니지만 청소년이 보기에 적합한 소설', '청소년이 직접 쓴 소설'이 있다. 보통 첫 번째와 두 번째를 청소년소설로 분류하는 경우는 많지만 세 번째는 "모르거나 잊고 있거나 고의로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어떻게 보면 첫 번째와 두 번째보다 당사자성이 더 높은데도 말이다.


"나는 청소년소설에 몇 가지 갈래가 있다고 보는데, 청소년이 주인공인 소설, 주인공이 청소년은 아니지만 청소년이 보기에 적합한 소설, 청소년이 직접 쓴 소설로 나눈다. 많은 사람이 세 번째 갈래의 존재를 모르거나 잊고 있거나 고의로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청소년기부터 소설을 써 온 나조차도 간혹 내가 쓴 세 번째 갈래의 청소년소설을 쑥스러워하니 크게 할 말은 없다. 다만 청소년은 소설을 쓸 수 있고, 소설 쓰던 청소년이 결국 소설가가 되는 일도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201쪽)


그래서 박서련 작가는 이 책에서 자신이 청소년이었던 시절에 쓴 소설 두 편을 공개한다. 한 편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쓴 단편 <발톱>이고 다른 한 편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쓴 <가시>이다. 두 작품 모두 대산청소년문학상이라는 유명한 대회에서 각각 동상과 금상을 수상했지만, 그 때로부터 대략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작가 자신이 이제는 청소년문학상 심사를 맡기도 하는 입장이다 보니 공개하는 데 큰 용기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용기 덕분에 독자는 이 책에서 두 번의 기쁨과 감동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의 1부와 2부를 읽으며 <체공녀 강주룡>처럼 울림 있는 소설부터 <마법소녀 은퇴합니다>처럼 재기발랄한 소설까지 다양한 장르와 분위기의 작품을 선보여온 박서련 작가의 최근 단편들을 만날 수 있어서 기뻤고, 작가가 청소년 시기에 쓴 소설 2편이 실린 3부를 읽으면서는 아마도 성숙 단계에 접어든 '박서련 월드'의 원형 내지는 프로토타입을 마주한 듯해 설렜다.  


총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단편은 <안녕, 장수극장>이다. 작가의 고향인 강원도 철원이 배경이라는 점에서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작가 후기를 보니 실제로 작가 자신의 초중고 학창 시절이 두루 조금씩 담겨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지금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과 조만간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될 것들에 대한 아련함을 애틋하게 여기는 독자라면 이 작품이 매우 마음에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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