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부부와 송광사로 갔습니다.. 

새벽 5시 30분에 출발해서 9시 안되어 송광사 입구에 닿았는데도 차량 통제와 함께 절에서 먼 입구에서부터 주차된 차들이 많았습니다. 

송광사에서 떨어진 천장암에 차를 추차시키고 2시간 남짓 산 하나를 넘어 송광사 경내를 통과해 다비식장으로 갔습니다.  

다비식을 하는 동안, 어제까지 느끼던 슬픔은 많이 가라앉았습니다. 

날씨도 맑고 청명하고, 불이 활활 잘 타올라 스님 살아계실 때 성품처럼 꼿꼿하고 깔끔하게 한 점 재도 남기지 않고 가실 것처럼 느껴져 마음이 오히려 가벼웠습니다. 

처음 불이 타오를 때, 제 앞의 보살이 혼잣말을 그러더군요. 

스님 뜨거워요, 얼른 나오세요, 라고. 

늙고 병든 무거운 몸 벗고 가벼이 잘 가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집에 오는 길엔 쑥도 캐고, 매화 마을도 들렀다 왔습니다. 

가시는 스님의 발걸음이 가벼웠으리라 생각하니 제 마음의 슬픔도 많이 가라앉았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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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3-14 0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법정 스님 가시는 길.. 보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이렇게 보게 되네요.
혜덕화님 고맙습니다.
스님 안녕히 가십시오.
_()_

혜덕화 2010-03-14 17:53   좋아요 0 | URL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그냥 정선된 두장만 올렸습니다.
가볍게 가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마음으로 작별 인사하고 왔습니다.
_()_

blanca 2010-03-14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이 납니다.

혜덕화 2010-03-14 17:54   좋아요 0 | URL
참 많이 슬펐는데, 저 순간을 함께 하는 동안 마음이 고요해졌습니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뜨겁게 느껴지기 보다는, 따뜻하고 가볍게 느껴진 것은 저만의 느낌은 아닐 것입니다.
잘 가셨으리라 믿어봅니다.
_()_

순오기 2010-03-14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렇게 가셨군요.
법정스님이 아들녀석 학교의 2회 선배라고 교문에 현수막 붙었다네요.
오늘 핸드폰으로 찍어 온다며 책에도 관심을 보였어요.

혜덕화 2010-03-14 17:56   좋아요 0 | URL
스님의 무소유는 정말 많이 구입한 책 중의 하나인데, 막상 저는 가진 게 없더군요. 주변에 좋다고 나눠주고 저는 한 권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스님 가시고 알았답니다. 이젠 구할 수도 없겠지요. 판매하지 말라고 하셨다니......
친정에서 예전에 사두었던 스님 책 몇 권을 챙겨왔습니다.
잘 간직하려구요.

폭설 2010-03-14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법정 스님 다비식에 다녀오셨군요.
저도 가고싶었는데... 거리를 산정하다 그냥 불교티비로 봤습니다.^^

법정스님은 마지막 모습이 그 누구보다 아름답고 향기롭군요.
이 여운 , 오래 갈것 같습니다.^^

저는 스님의 돌아가심이 슬프지는 않습니다.
앓으시다 가셨다니 고통 그쯤에서 멈추시고....
대신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그리움이 돌아가심으로서 새록새록
솟아나네요.

스님의 글과 말씀 다시금 새겨보고
보다 덜 후회하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비되던 모습도 아름다웠어요.
여느 장작불과는 다른 '신비'가 타오르는 느낌이었습니다.
스님도 아마 그 불길이 뜨겁지 않고 깨끗하게 소진되는 느낌에
개운하셨을 겁니다.^^

_()_



혜덕화 2010-03-14 17:58   좋아요 0 | URL
돌아오는 길이 봄 소풍 나온 듯 느껴진 저를 보고, 스님이 주신 마음의 선물이라고 느꼈습니다.
님이 느낀신 그 느낌을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느꼈을 거구요.
청빈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몸으로 보여주셨으니까요.
스님의 마지막이 참 소박하고 깨끗해서 감동이었습니다.
_()_

꿈꾸는섬 2010-03-14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로 보았는데 혜덕화님은 다비식장에 계셨군요. 법정스님의 유지가 잘 받들여졌으면 좋겠어요. 스님 마지막 가시는 길, 많은 사람들이 눈물 떨구었지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혜덕화 2010-03-15 20:14   좋아요 0 | URL
법정 스님의 책이 판매가 중지되었다는 빨간 글자를 보면서 내심 한 켠으로는 기뻤습니다. 읽고 싶은 책을 구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있으나, 스님의 뜻을 잘 따르는 대중이 있어 스님의 삶과 글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어서요.
감사합니다._()_

2010-03-15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혜덕화 2010-03-15 20:15   좋아요 0 | URL
마음만으로도 정말 감사합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_()_
 

오늘은 진여고 학부모 총회가 있는 날. 

결재를 받고 나가려다가, 교무실이 비어서 잠시 지키고 있었다. 

교무실 일을 봐주는 분의 책상 위에 강아지 모양의 토피어리 화분. 

물이 바짝 말라 있어서 컵에 물을 담아 붓다가, 문득 동생 생각이 났다. 

처음 뇌종양 알고 수술했을 때, 장사도 못나가고 혼자 집에서 부업한답시고 토피어리를 배워서 여러 가지 모양의 화분을 만들어 팔았던 적이 있다. 

물을 주는 순간, 동생이 아파도 그렇게 나름대로 살려고 발버둥쳤는데, 그렇게 생의 끈을 놓고 가버린 것에 생각이 이르자 갑자기 눈물이 툭 떨어졌다. 

아무도 없는 교무실에서 시작된 눈물이 차안에서도 진정이 되지 않아 혼자 한참을 앉았다가 시동을 걸었다. 

저녁을 먹다가, 멀리 동생이 사는 아파트의 불 빛을 보다가 갑자기 또 눈물이 툭.  베란다에 나와 앉았는데도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동생과 연관된 물건 하나에도 이렇게 사무치게 보고 싶은데 엄마와 올케는 어떻게 이 슬픔을 견딜까. 

'무정한 사람' 이라고 쉽게 말하지만 아프다고 말하면 올케와 엄마의 걱정과 근심이 깊어질까봐 수술 앞두고 늘 걱정말라던 지 맘은 얼마나 외롭고 무섭고 캄캄했을까 생각하면, 무정하다고 할 수도 없다. 

시간은 단 일초도 되돌릴 수 없어 냉정하고 엄정한데 

냉정한 시간을 사는 우리의 삶은 이렇게 구비구비 슬픔이 숨어서  

때로는 삶이라는 굴레가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젠 법정 스님 입적 소식이 들린 날. 

대학 시절 그 분의 '무소유'를 처음 만난 이후로 최근의 '일기일회'에 이르기까지 

내 마음의 성장을 그 분의 그늘에서 함께 했었다. 

슬픔이, 뜨거운 눈물을 생각지도 않은 자리에서 발 밑으로 툭 떨어뜨리더라도 

이 순간을 사는 것이  

견디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자의 특권임을 감사히 여기며 살겠습니다. 

스님 안녕히 가십시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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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0-03-12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는 것은 견디는 것이라고 제가 일전에 제 서재에 쓴 것을 보고 얼마나 어리석다 하셨습니까.
동생분은 여전히 혜덕화님 마음에 살아계시네요.
법정 스님은 더 오래 사실줄 알았어요. 저는 책만 읽었지 직접 뵈온 적은 없지만, 제 동생은 스님과 친분이 있어 송광사 암자 불일암에 계실 때 종종 가뵙곤 했던지라 스님에 대한 얘기를 동생으로부터 많이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안녕히 가시라는 혜덕화님의 마지막 줄 인사가 오늘 따라 가슴 속에 긴 여운을 남깁니다.
이 세상에 진정으로 '무정'한 사람이 있을까요...

혜덕화 2010-03-13 21:44   좋아요 0 | URL
스님 다비식 보고 이제 막 들어오는 길입니다.
스님의 계셨다는 것만으로도 은혜로운 스승의 존재를 마음에 가질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슬픔이 때로 우리 마음을 가득 채울지라도
오늘 보고 온 섬진강변의 매화처럼 슬픔을 도닥여줄 존재들이 이 지구상에
가득하다는 것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_()_

글샘 2010-03-13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들 병원에서 돌아가셨는데, 치료비 6000만원인가를 탕감해 줘 놓고는 대신 냈다고 꼴깝떠는 인종들 보면서 구역질이 났습니다. 설마 베스트셀러작가인 스님이 그 돈이 없었을까...
더러워서 확 낸다고 했으면... 싶더군요.
자꾸 스님 뉴스 자체도 싫증이 나곤 합니다.
'정'자체도 잠시 일었다 마는 것인데, 그것이 없다 한들...
4단 7정, 5욕 7정... 정은 짧고 순간적이지만,
사랑보다 더 슬픈 게 정이라는 유행가 가사가 생각이 나네요...
스님의 소멸에 합장을 드립니다... ()...

혜덕화 2010-03-13 21:51   좋아요 0 | URL
아주 소박하고 간결한 다비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좁은 다비식장에서 목을 빼고도 볼 수 없어 발길을 돌려 내려가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 생각없이 산길을 걸어 올라 갔습니다.
어떻게든 볼수 있겠지 믿으면서.
불 들어가고 일찌감치 내려가는 사람들의 빈자리를 운 좋게 찾아서 산비탈에서 까치발을 하고 반야심경을 함께 불렀습니다.
미끄러운 산비탈에서 한 사람만 넘어져도 엄청난 사고가 날 수 있는 협소한 자리였지만, 서로 서로 잡아주고 비켜줘서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스님이 우리 마음에 심어준 배려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_()_
 

엄마가 낮에 다녀가셨다. 

일년 전 오늘, 동생이 수술 끝나고 퇴원했던 날이란다. 

나는 잊고 사는데, 엄마는 동생 생각이 났는지 연락도 없이 집으로 오셨다. 

저녁을 드시고 가시라고 해도 기어이 아버지 저녁 챙겨드려야 한다고 낮에만 서너시간 계시다가 가셨다. 엄마의 흰 머리가 마음이 아팠다. 

 

이사를 하면서 시댁에서 아주 오래된 전축을 옮겨왔다. 

십년 넘게 듣지 않아 거의 고장난 것 같은 전축을 가져와 먼지를 털어내고 AS 기사를 부르니, 요즘 이런 전축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스피커도 크고, 전축도 얼마나 큰 지 서재 한 쪽 벽을 떡 차지하고 앉았다. 

시아버님 퇴직 기념으로 몇백만원 주고 산 전축이라 그런지, 옛날 전축임에도 CD를 넣을 수도 있다. 

저녁을 먹고 남편이 켜 둔 이미자 LP 레코드를 듣고 있으니 70년대로 돌아간 듯 하다.  엄마가 이미자 노래 좋아하시는데, 낮에 이 레코드를 들려 드리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

글샘 님의 법정 스님 관련 페이퍼를 보다가, 문득 오래되고 낡았으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도 물건도 오래되고 낡은 것은 가볍게 여기고 폐물처럼 생각하는 세상이지만, 부모님이 살아계시고 법정 스님처럼 나이 많은  스님이 계시고, 오래된 레코드가 남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싶다. 

용돈을 은행으로 송금하지 않고 일부러 드리러 간다. 용돈도 드리고 매 달 한 번씩 부모님 드라이브 시켜 드리고 맛있는 음식 대접하는 것으로 효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시어머니도 친정 부모님도 한 해 한 해 늙어 가시는 것을 보니, 우리 걱정 하느라 저렇게 늙으셨나 싶어, 우리가 드리는 그 모든 것이 부모님이 베풀어주신 은혜의 십만 분의 일도 되지 못하다는 것을 알겠다. 

부모님을 등에 업고 수미산을 수천 생을 오르내려도 부모의 은혜를 갚기 어렵다고 한다. 

태어나면 누구나 늙어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늙어가고, 낡아간다는 것은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끼라는 삶의 의미가 아닐까 싶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늙고 낡아서 힘 빠지고 제 구실을 못할 때,더욱 더 소중히 여겨서 제 생을 다할 때까지 거두는 것이 우리의 의무가 아닐까 싶다. 

"노인문제"라는 말이 그래서 나는 참 싫다. 

어째서 늙어가는 것이 문제란 말인가? 

그렇게 늙기까지,  지금 이 삶을 이룩해 놓은 공이 누구에게 있는지 생각해 볼 문제다.  

엄마가 다녀가시고 이미자 노래를 듣다보니  늙어가는 것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느끼게 된다. 

법정 스님도, 시어머니도, 친정 부모님도 오래오래 사시기를....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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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3-07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저께 이미자 노래를 들었어요.
전 요즘 노래보다 트로트 노래들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시어머님과 너무 먼 거리에 있다보니 잘 해 드리고 싶어도 그게 잘 안 됩니다.
작년에 시아버님 돌아가시고 혼자 되신 시어머님이신데...
7월에 가면 맛 난 음식도 만들어 드리고 집안 대청소도 해 드리고 오려고요.
무엇보다 시어머님과 소중한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혜덕화 2010-03-07 18:56   좋아요 0 | URL
결혼하면 부부가 닮는다더니, 부모도 이젠 시부모 친정부모 구분하는 마음이 없어지네요.
혼자 계신 시어머니께 전화라도 자주 드리면 좋아하시겠지요.
전화하기는 저도 싫어하는 일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달팽이 2010-03-07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법정스님이 사회에 드리운 덕이 크다는 생각을 기사를 읽으면서 했습니다. 그리고 제 삶에 드리운 흔적도 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름다운 마무리에서 보여주신 법정스님의 마음 그대로 쫓아보기를 바랍니다.혜덕화님의 글을 잘 읽고 갑니다.

혜덕화 2010-03-07 19:5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도 법정 스님의 책을 읽으며 성장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아주 오래 전 무소유를 처음 읽었을 때의 감동을 요즘 내신 법문집을 통해서도 다시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 뉴스 자막으로 스님 지병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글이 지나가더군요.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느낌이었습니다.
무상을 입으로 머리로 아는 듯 느껴도, 일상에서 만나는 소중한 이와의 이별 앞에서 그 모든 것이 아무 소용 없어지는 것은, 수행의 부족함 때문이겠지요.

세실 2010-03-07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댁이 걸어서 3분 거리임에도 그저 주말에 한번 찾아뵙고 인사드리는것이 다내요.
왜이리 바쁘게 사는지...
건강하게 오래사셨으면 좋겠습니다^*^

혜덕화 2010-03-07 19:02   좋아요 0 | URL
주말에 한 번 찾아뵈어서 얼굴만 보여주는 것도, 큰 효도라고 하더군요.
3월이라 바쁘시죠?
저도 시댁도 친정도 가깝답니다.
멀리 살지 않아 다행이예요. 멀리 살면, 한 번 보고 싶어도 찾아가는 일이 그야말로 '일'이 되어 버릴테니까요.^^

북극곰 2010-03-18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님의 글을 보면 맘이 참 평온해지는 것 같습니다. 일전에 '간디의 물레'라는 책 소개글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의 자연스러운 이치를 마치 쓰레기 치우듯 한다..라던 글귀를 봤었는데, 정말 그런 생각이 들었지요.

혜덕화 2010-03-19 19:56   좋아요 0 | URL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님의 마음이 평온하니까 제 글의 평온이 보이는 것이겠지요.
반갑습니다.^^
 

마흔 아홉이 되었다. 

2010년의 첫 기도를 딸아이와 함께 하게 되었다. 

노래방에 가서 놀자는, 저와 똑같이 철없이 밝기만 한 아이들의 유혹을 물리치고 권유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함께 가겠다고 해서 고마웠다. 

장마비처럼 내리는 봄비에도 불구하고, 백련암 계곡의 바람은 차갑고 흐렸다. 

이사를 했고 2월 내내 아팠던 것 같고 김연아의 벤쿠버 금메달 소식을 들었다. 

20살 그 예쁜 아이의 눈물을 보면서, 금메달의 기쁨 보다는 그 아이가 홀로 치러냈어야 할 자기와의 외로운 싸움이 떠올라 함께 눈물을 흘렸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김연아조차도 미움과 질시의 눈으로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그의 마음의 문제이지 김연아의 문제가 아니다. 

절에 가기 전, 여우님의 글에서 누군가가 여우님을 괴롭힌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의 잘못을 지적하고 대답을 하면, 그는 틀림없이 그 대답의 어느 한 구절만을 자기 식으로 해설해서 또 왜곡하고 질타할 것이다. 

법정 스님의 글에도 나왔지만, "묵빈대처" -침묵으로 대하는 것-이 최고의 지혜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자기와의 외로운 싸움. 그것이 어찌 김연아만의 일일까? 

누군가를 미워하는 그도, 미워하는 그 자신을 어쩌지 못할 것이리라.  

남을 미워하는 그 마음이 결국은 자신을 미워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를 바란다. 

 

매화가 꽃 봉우리를 연다는 2월이다. 

차가운 바람에도 꽃이 준비하고 있는 나뭇가지 속의, 땅 속의 치열함을 알기에  

감기 몸살 지나가듯 이 찬 기운이 사라질 것을 생각하면 행복하다.  

꽁꽁 언 땅 속의 찬 기운 속에도 봄을 준비하는 분주하고 설레이는 새싹들의 여린 힘이, 두텁고 찬 기운을 이겨내리라는 것을 알기에, 봄은 늘 설레이면서 기다리게 된다. 

세상의 모든 차갑고 냉정하고 힘 센 것들이, 새싹처럼 여리고 아름답고 부드러운 것에 자리는 내어주는 봄의 기운을 백련암에서 담뿍 담아왔다. 

글도 없는 서재를 잊지 않고 방문해 주시는 모든 알라디너들에게 이 봄 기운을 회향하고 싶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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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8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8 2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0-02-28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이 주시는 봄기운 잘 받아 안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묵빈대처, 저도 마음에 새기고 실천해야겠어요.
그리고, 마흔아홉의 봄을 맞이하시는 님에게 축복을요!!

혜덕화 2010-02-28 20:03   좋아요 0 | URL
프에이야님. 님의 이름에서 벌써 봄이 느껴져요.
봄이 오면 향기로 마음을 여는 프리지아 꽃을 참 좋아하거든요.
님의 이름에서 그 꽃의 향기를 느낀답니다.
묵빈대처 하기가 참 어려워요.
말로 대꾸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이미 내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을 비난하고 있는 자신을 볼 때가 참 많거든요.
진정한 침묵은 마음의 침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후애(厚愛) 2010-03-01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작년에 언니랑 처음으로 함께 팔공산 동화사에 갔다 왔어요.
언니랑 함께 기도를 드렸는데 저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지요.
이곳에 오면 제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고맙습니다.^^

혜덕화 2010-03-01 20:26   좋아요 0 | URL
아주 예전에 팔공산 갓바위에 간 적이 있었어요.
둘째 어릴 때니 까마득한 옛일처럼 느껴지네요.
둘째 심장 수술 앞두고 간절하던 마음이 떠오릅니다.
늘 빈 집 같은 서재에 와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은 님의 마음이 원래 따뜻해서 이겠지요.
고마워요.

2010-03-05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6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참 많은 사람들이 나를 위해서 일한다는 것을 느꼈다. 

집을 사고 파는 데 도움을 준 공인중개사로부터, 이사짐 센터의 직원들, 집의 내부 공사를 맡아 일하는 사람과 페인트 칠하던 아주머니들, 청소대행 업체의 아주머니들, 온갖 전기 제품의 설치 기사들과 주문 상품의 배달과 시공을 해 주던 직원들, 떡집 사람들과 택배원들까지.

수십 명의 사람이 며칠간 집을 들락거리며 전화를 해대는 통에 아마 휴대폰을 개통한 후 지금까지 받은 전화가 이사 기간 동안 받은 전화 통화수와 맞먹을 만큼 많았다고 하면 과장일까? 

정말 마음 깊이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비록 그들은 직업으로 하는 일이라고 할 지라도, 그런 직업이 없었다면 이사짐을 싸고 푸는 그 힘든 과정과 청소 등 도저히 엄두도 낼 수 없는 일들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상상하기도 어렵다. 

수 많은 사람들에게서 받은 도움 덕분에 나 한 사람의 오늘 이자리가 있다는 것을 새삼 아주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 경험이었다. 

<한 사람을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이라는 법정 스님의 책 제목 그대로 

한 사람을 위해 모두가 움직이고 사는 세상이 감사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내가 받은 이 많은 도움들이 돌고 돌아서,  나도 누군가를 위한 모두 속에 들어가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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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0-02-08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엔 이사 한번 하는데 뭔 사람이 그리 많이 필요한지... 그리고 버리는 것도 얼마나 많은지... 이사할 때 소비의 본색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옛날엔 이사해도 뭐 별로 달라질 것도 없었는데 말이죠. 이사간 집에서 행복하게 잘 사시길...

순오기 2010-02-08 0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하느라 수고가 많으셨네요~ 정리하고 정들면 되는 건가요.^^
살다보면 내가 할 수 없는 걸 돕는 사람이 참 많다는 걸 새삼 느껴요.
감사할 일이지요.

후애(厚愛) 2010-02-08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하시느라고 고생 많으셨어요.
새집에서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법정 스님의 책 <한 사람을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 보관함에 담아 놓았어요.^^

혜덕화 2010-02-08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순오기님, 후애님 감사합니다.
이사할 때 소비의 본색이 드러난다는 말은 정말 정확하게 보신 것 같아요.
10년 넘은 가전 제품 몇개만 바꾸어도 살림이 온통 새것 같기는 합니다.
고장 나지 않은 것, 멀정한 것을 새 집에 맞게 바꾸어 들어가라는 유혹을 잘 견디고 이사 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루체오페르 2010-02-09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가 참 큰일이긴 하죠.
그래서 사람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이겠죠. 입춘대길! 기원합니다.^^

혜덕화 2010-02-11 20:40   좋아요 0 | URL
입춘대길이라고 쓰인 것을 여러 장 받았는데, 이사하고 정신 없어서 한 장만 현관문에 붙이고 미처 주변에 나누어줄 시간이 없어 그냥 시간이 가버렸습니다.
입춘은 지났지만 설이 코 앞이니 만사형통하시는 한 해 되시길 바랍니다.

2010-02-11 0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1 2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0-02-27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러 왔다가 안부인사 남기고 갑니다.^^
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항상 건강하시구요.^^

혜덕화 2010-02-28 10:21   좋아요 0 | URL
서재 만들어 놓고도 가끔 들어오다 보니 후애님의 글도 자주 못보게 되네요.
이제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이니,
후애님도, 저도 아프지 말고 씩씩하게 생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