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아홉이 되었다.
2010년의 첫 기도를 딸아이와 함께 하게 되었다.
노래방에 가서 놀자는, 저와 똑같이 철없이 밝기만 한 아이들의 유혹을 물리치고 권유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함께 가겠다고 해서 고마웠다.
장마비처럼 내리는 봄비에도 불구하고, 백련암 계곡의 바람은 차갑고 흐렸다.
이사를 했고 2월 내내 아팠던 것 같고 김연아의 벤쿠버 금메달 소식을 들었다.
20살 그 예쁜 아이의 눈물을 보면서, 금메달의 기쁨 보다는 그 아이가 홀로 치러냈어야 할 자기와의 외로운 싸움이 떠올라 함께 눈물을 흘렸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김연아조차도 미움과 질시의 눈으로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그의 마음의 문제이지 김연아의 문제가 아니다.
절에 가기 전, 여우님의 글에서 누군가가 여우님을 괴롭힌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의 잘못을 지적하고 대답을 하면, 그는 틀림없이 그 대답의 어느 한 구절만을 자기 식으로 해설해서 또 왜곡하고 질타할 것이다.
법정 스님의 글에도 나왔지만, "묵빈대처" -침묵으로 대하는 것-이 최고의 지혜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자기와의 외로운 싸움. 그것이 어찌 김연아만의 일일까?
누군가를 미워하는 그도, 미워하는 그 자신을 어쩌지 못할 것이리라.
남을 미워하는 그 마음이 결국은 자신을 미워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를 바란다.
매화가 꽃 봉우리를 연다는 2월이다.
차가운 바람에도 꽃이 준비하고 있는 나뭇가지 속의, 땅 속의 치열함을 알기에
감기 몸살 지나가듯 이 찬 기운이 사라질 것을 생각하면 행복하다.
꽁꽁 언 땅 속의 찬 기운 속에도 봄을 준비하는 분주하고 설레이는 새싹들의 여린 힘이, 두텁고 찬 기운을 이겨내리라는 것을 알기에, 봄은 늘 설레이면서 기다리게 된다.
세상의 모든 차갑고 냉정하고 힘 센 것들이, 새싹처럼 여리고 아름답고 부드러운 것에 자리는 내어주는 봄의 기운을 백련암에서 담뿍 담아왔다.
글도 없는 서재를 잊지 않고 방문해 주시는 모든 알라디너들에게 이 봄 기운을 회향하고 싶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