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진여고 학부모 총회가 있는 날. 

결재를 받고 나가려다가, 교무실이 비어서 잠시 지키고 있었다. 

교무실 일을 봐주는 분의 책상 위에 강아지 모양의 토피어리 화분. 

물이 바짝 말라 있어서 컵에 물을 담아 붓다가, 문득 동생 생각이 났다. 

처음 뇌종양 알고 수술했을 때, 장사도 못나가고 혼자 집에서 부업한답시고 토피어리를 배워서 여러 가지 모양의 화분을 만들어 팔았던 적이 있다. 

물을 주는 순간, 동생이 아파도 그렇게 나름대로 살려고 발버둥쳤는데, 그렇게 생의 끈을 놓고 가버린 것에 생각이 이르자 갑자기 눈물이 툭 떨어졌다. 

아무도 없는 교무실에서 시작된 눈물이 차안에서도 진정이 되지 않아 혼자 한참을 앉았다가 시동을 걸었다. 

저녁을 먹다가, 멀리 동생이 사는 아파트의 불 빛을 보다가 갑자기 또 눈물이 툭.  베란다에 나와 앉았는데도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동생과 연관된 물건 하나에도 이렇게 사무치게 보고 싶은데 엄마와 올케는 어떻게 이 슬픔을 견딜까. 

'무정한 사람' 이라고 쉽게 말하지만 아프다고 말하면 올케와 엄마의 걱정과 근심이 깊어질까봐 수술 앞두고 늘 걱정말라던 지 맘은 얼마나 외롭고 무섭고 캄캄했을까 생각하면, 무정하다고 할 수도 없다. 

시간은 단 일초도 되돌릴 수 없어 냉정하고 엄정한데 

냉정한 시간을 사는 우리의 삶은 이렇게 구비구비 슬픔이 숨어서  

때로는 삶이라는 굴레가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젠 법정 스님 입적 소식이 들린 날. 

대학 시절 그 분의 '무소유'를 처음 만난 이후로 최근의 '일기일회'에 이르기까지 

내 마음의 성장을 그 분의 그늘에서 함께 했었다. 

슬픔이, 뜨거운 눈물을 생각지도 않은 자리에서 발 밑으로 툭 떨어뜨리더라도 

이 순간을 사는 것이  

견디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자의 특권임을 감사히 여기며 살겠습니다. 

스님 안녕히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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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0-03-12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는 것은 견디는 것이라고 제가 일전에 제 서재에 쓴 것을 보고 얼마나 어리석다 하셨습니까.
동생분은 여전히 혜덕화님 마음에 살아계시네요.
법정 스님은 더 오래 사실줄 알았어요. 저는 책만 읽었지 직접 뵈온 적은 없지만, 제 동생은 스님과 친분이 있어 송광사 암자 불일암에 계실 때 종종 가뵙곤 했던지라 스님에 대한 얘기를 동생으로부터 많이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안녕히 가시라는 혜덕화님의 마지막 줄 인사가 오늘 따라 가슴 속에 긴 여운을 남깁니다.
이 세상에 진정으로 '무정'한 사람이 있을까요...

혜덕화 2010-03-13 21:44   좋아요 0 | URL
스님 다비식 보고 이제 막 들어오는 길입니다.
스님의 계셨다는 것만으로도 은혜로운 스승의 존재를 마음에 가질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슬픔이 때로 우리 마음을 가득 채울지라도
오늘 보고 온 섬진강변의 매화처럼 슬픔을 도닥여줄 존재들이 이 지구상에
가득하다는 것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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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0-03-13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들 병원에서 돌아가셨는데, 치료비 6000만원인가를 탕감해 줘 놓고는 대신 냈다고 꼴깝떠는 인종들 보면서 구역질이 났습니다. 설마 베스트셀러작가인 스님이 그 돈이 없었을까...
더러워서 확 낸다고 했으면... 싶더군요.
자꾸 스님 뉴스 자체도 싫증이 나곤 합니다.
'정'자체도 잠시 일었다 마는 것인데, 그것이 없다 한들...
4단 7정, 5욕 7정... 정은 짧고 순간적이지만,
사랑보다 더 슬픈 게 정이라는 유행가 가사가 생각이 나네요...
스님의 소멸에 합장을 드립니다... ()...

혜덕화 2010-03-13 21:51   좋아요 0 | URL
아주 소박하고 간결한 다비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좁은 다비식장에서 목을 빼고도 볼 수 없어 발길을 돌려 내려가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 생각없이 산길을 걸어 올라 갔습니다.
어떻게든 볼수 있겠지 믿으면서.
불 들어가고 일찌감치 내려가는 사람들의 빈자리를 운 좋게 찾아서 산비탈에서 까치발을 하고 반야심경을 함께 불렀습니다.
미끄러운 산비탈에서 한 사람만 넘어져도 엄청난 사고가 날 수 있는 협소한 자리였지만, 서로 서로 잡아주고 비켜줘서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스님이 우리 마음에 심어준 배려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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