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할수록 모르겠어. 섣달 그믐날 밤 잠을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지 않어? 그래서 꼬바기,음,자정까지 있어도 말이야. 어디 세월이 찾아와서 한 해를 보내고 떠난다는 작별 인사를 한 일이 있었나? 어째서 세월은 간다 하는고? 정월 초하룻날 떡국을 먹으면 한 살을 더 먹는다 하는데 마찬가지 아냐? 세월이 찾아와서 한 해 동안 함께 있게 되었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어? 그래도 사람들은 한 해가 가고 한 해가 온다고 말들 한단 말이야. 날마다 해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고,그게 세월이란 말일까? 그래서 사람들은 늙어가고 죽고 또 아기가 태어나고 자라는 걸까? 세월, 시간, 그게 뭐길래? 해가 뜨고 달이 뜨고 또 지고 사람이 죽고 아기가 태아나고 알 수 없군? 정말 윤회라는 게 있다면 왜 사람이나 짐승이나 벌레나 초목이나 그런 것들이 빙빙 돌아야 하는 걸까? 세월은 바람일까? 바람이 사람들을 이 세상에 있는 것을 어디로 자꾸 몰고 가는 걸까?"
" 아니야. 끝이 없을 건데, 시작도 없을 건데 어째 시간이 있단 말이야? 사람들은 해시니 술시니 하고 길이를 재어서 시각에 이름들을 붙이지만 이 천지가 꼼짝않고 있는데 세월이 어디 있다고 금을 긋고 길이를 재느냐 말이냐."
공룡 이빨 같은 성깔도 세월에 못이겨서 둥글 둥글해졌단다.
휘 불면 날아갈것 같은 몸뚱아리도 세월에 못이겨서 이제는 태풍에도 끄덕없게 되었단다.
노친네들 한 마디에 밤새 울던 새색시는 이제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 듣는 귀구멍은 닫히고 들은 말 나가는 귀구멍은 고속도로 보다 더 훤하게 뚫히었단다.
그래 세월이다............작년 한 해가 무척이나 아슬아슬하더니만 곰곰히 눈 감아 생각해보면 고마울 따름이다.
요 쥐새끼만한 밤 톨 둘이 안 아프고 잘 커준것 만해도 고맙구, 울 시어머니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친척들, 주위 사람들. 건강한 것만해도 고맙구........욕심이 과하면 "귀녀"같이 된다는 옆탱이, 힘겨운 한 해 가족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건강한 것 고맙구.....지나고 보면 고마운것 투성이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우리들. 2005년 올 한해에도 대나무 같이 살기보단 야들야들 쏟아오르는 죽순같이 살고 너무 욕심 부리며 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