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에 과연 노동자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 것이 국가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어느 개그 프로그램에서 "나라가 해준 게 뭐 있어?"라고 강변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그 코너의 말대로 우리의 행복을 국가가 만들어주고 있을까? 

어느 수준까지는 우리의 행복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국가가 해주기도 할테다. 복지국가라든지, 기본적인 사회보장을 국가에서 책임지는 경우가 있으니까. 

그렇다면 국가권력이 없으면 이러한 사회보장을 하지 못할까. 

지구가 세계화되어 지구촌이라는 소리를 듣는 요즘, 각 나라의 국경이 의미가 없어진 세계화시대, 신자유주의 시대에 국가는 최소한의 삶을 보장해주는 장치역할을 하기도 하고, 해야 한다는 주장들도 있다. 이런 주장들도 타당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소단위 삶을 추구하며, 그 삶들이 자본에 묶이지 않고, 서로간의 협동, 자치, 상호연대, 즉 호혜를 바탕으로 한 교환에 기반을 둔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지금 몽상가라고, 불가능한 꿈을 꾸고 있단 소리를 듣고 있지만, 이들의 논의도 한 번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인류의 발전은 불가능한 꿈을 현실로 바꾸는 데서 오지 않았던가.  

국가가 발전의 최종단계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아나키스트로 부른다. 한 때 우리나라에 무정부주의자라고 불리던 사람들인데, 이들에 대한 인식은 검은옷, 그리고 테러였다. 이런 부정적 인식을 벗어나고자 무정부주의라는 말보다는 영어 그대로 아나키즘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그리고 우리가 이러한 사상에 대해 공부를 할 기회도 더욱 많아졌다. 

기본적인 아니키즘 책을 읽어보자. 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폭력주의자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철저한 평화주의자들이다. 

1. 크로포트킨, 만물은 서로 돕는다, 르네상스  

(흔히 상호부조론이라고 알려진 책이다. 그냥 상호  부조론이라고 번역했으면 한 눈에 들어왔을 것을 상호부조론을 더 쉽게 우리말로 풀어 만물은 서로 돕는다고 했다. 세상의 모든 존재들은 경쟁보다는 협동을 중심으로 지낸다는 사실, 협동이 발전에 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자연과 인간의 여러 예들을 들어 잘 설명하고 있는 아나키즘의 고전) 

2. 크로포트킨, 아나키즘, 개신  

(아나키즘에 대한 크로포트킨의 글을 모아 놓은 책. 아나키즘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다.) 

3. 박홍규, 아나키즘 이야기, 이학사  - 하승우, 아나키즘, 책세상

(어쩌면 아나키즘 원전을 읽기보다는 이 책부터 시작하는 편이 아나키즘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더불어 쉽게 풀어 쓴 비타 액티바 개념사2로 나온 하승우의 책을 함께 읽으면 더욱 좋다)  

4. 안종수, 에스페란토, 아나키즘 그리고 평화, 선인 

(에스페란토라고 들어보았는가. 국제어라고 자멘호프가 만들어낸 언어. 세계의 갈등이 어쩌면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착안해 세계인 모두가 쉽게 배우고 쓸 수 있는 공통의 언어를 만들고자 한 그의 노력이 에스페란토라는 언어를 만들게 했다. 일제시대에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이 언어를 배웠는데, 지금은 아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 어느 특정 나라의 언어가 세계의 공통어로 쓰인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폭력임을 인식하고 에스페란토어를 배우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이 언어를 배우는 자체가 비폭력, 평화로 가는 길임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모순되는 이야기지만 세계 각국의 교육정책이 영어를 제2외국어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에스페란토어를 제2외국어로 삼고, 세계 모든 모임에서 이 언어를 공통어로 사용한다면 지금과 같은 영어광풍은 사그러지겠고, 미국의 영향력도 조금은 줄겠지) 

5. 톨스토이, 국가는 폭력이다, 달팽이 

(우리에게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리나라는 작품으로 잘 알려진 톨스토이. 그가 철저한 평화주의자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그의 사상은 아나키즘으로 분류가 될 수 있단 사실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의 작품 바보 이반을 보라. 얼마나 아나키즘적인 사고가 잘 나타나 있는가. 이 책은 톨스토이의 국가를 부정하며 평화를 추구하는 사상이 잘 나타나 있다) 

6. 이밖에도 매우 많은 책들이 있다. 고드윈을 이야기한 최초의 아나키스트, 엠마 골드만의 저주받은 아나키즘, 조세현의 동아시아 아나키즘 그 반역의 역사, 촘스키의 아나키즘, 숀 쉬한 우리시대의 아나키즘, 이호룡 절대적 자유를 향한 반역의 역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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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키즘 이야기- 자유.자치.자연
박홍규 지음 / 이학사 / 2004년 8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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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나키즘
하승우 지음 / 책세상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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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나키즘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 지음, 백용식 옮김 / 개신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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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주문하면 "2월 2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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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은 서로 돕는다-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론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 지음, 김영범 옮김 / 르네상스 / 2005년 4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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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011년 4월 30일) 한겨레 신문 1면에 난 기사 제목이다. 

"서울 지하철노조, 민주노총 탈퇴" 

과반수(94.9%)가 투표에 참여하여 과반수(53%) 찬성으로 민주노총 탈퇴가 결정되었다고 한다. 

이 노조는 (가칭) 국민노조를 만들어, 한국 노총- 민주노총과 더불어 노동계를 대표하는 제3노조가 되겠다고 한다. 노동절을 바로 앞둔 시점에서 노조가 또 갈라지다니. 

신자유주의 광풍으로 노조의 힘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 단결해도 일을 해결할까 말까 하는 때에 이래저래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왜 노조원들은 대동소이(大同小異)라는 생각으로 한 조직에 들어가되,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고 그 속에서 논쟁과 토론으로 더 나은 방향을 찾으려고 하지 않을까.  

밖에서보면 그들이 그들일텐데... 상대의 눈에는 어짜피 노동자일뿐인데, 이들은 자꾸 자신들을 근로자와 노동자, 사무직과 생산직, 정규직과 비정규직, 전투적 노동자와 타협적 노동자로 나누려고 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조직만을 지니려고 한다. 

백년도 넘은 과거에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외침이 공허하게 울려퍼지고 있다. 그 선언에서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떠돌아다니고 있다"고 시작하고 있는데, 지금 우리 시대에도 역시 하나의 유령이 떠돌아다니고 있지 않은가. 바로 경쟁만이 살길이라는 신자유주의. 

선언의 마지막은 "노동자가 혁명 속에서 잃을 것이라곤 쇠사슬 뿐이요, 얻을 것은 세계 전체이다"라고 했는데, 공허하다. 지금 혁명을 운운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동키호테 소리를 들을 뿐이요, 세계를 얻기는커녕 비정규직이라는 불안만을 얻고 있으니... 

이런 상황에서도 단결은 요원하다. 오히려 분열이 되고 있으니. 

아직도 그 선언은 유효하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방현석이 쓴 "아름다운 저항"이라는 우리나라 노동운동에 관한 책이 생각났다. 지금의 우리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의 투쟁과 피눈물이 있는지 잊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한국노동운동사"라는 조금은 오래된 책들도 생각났다.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서 치열하게 싸워왔던 과거, 이 과거는 역사 속에만 존재하지 않고 바로 지금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며, 우리 미래세대에게도 닥칠 현실이다. 

잊지 말고, 더 나은 삶을 위한, 누구도 불행한 사람이 없는 사회, 그게 사람이 살만한 사회가 아닐까. 그러기 위해선 약자에 대한 배려, 약자의 삶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회, 약자들은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 자신들의 삶을 유지해가려고 노력하는 사회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 근로자의 날이 아닌 노동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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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뉴욕으로 출근한다 - 뉴욕에서 12년, 평범한 유학생에서 세계 유수의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활약하는 아트디렉터가 되기까지 한국인 애니메이터 윤수정의 뉴욕 스토리 해외 취업 경험담 시리즈 (에디션더블유)
윤수정 지음 / 에디션더블유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애니메이터, 낯선 이름이지 않은가. 

애니가 만화라고 해석을 하고, 메이터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만화를 만드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만화라고 하면 범위가 너무 좁아지니, 이를 애니메이션, 또는 영상작업으로 해석을 하여 영상작업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좋을 듯하다. 

만화가 좋아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그 방면으로 계속 일을 하고 있는 윤수정 씨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1부에서는 본인이 참여했던 작업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고, 2부에서는 본인이 애니메이터가 되기까지 겪은 일들을, 3부에서는 애니메이터로 일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4부에서는 미국, 특히 뉴욕에서 애니메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1부를 보면 치열하게 작업하는 모습들이, 정말로 열심히 하는구나, 온갖 상상력, 창조력, 그리고 끈기까지 동원되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2부에서는 역시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지만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러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해서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니,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실력도 쌓아야 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잘 맺어야 한다는 것을 3부와 연관지어 알 수 있다.  

그리고 나서 애니메이션 쪽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게 조언하는 형식의 4부는 진로를 이 방면으로 정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처음에는 애니메이션하면 소위 만화영화라는 것만을 떠올렸는데, 그게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된 점에서 이 책이 좋았다고나 할까. 

이 방면도 정말로 다양하고, 진출할 수 있는 분야도 많고, 또 특히나 앞으로도 쓸모가 매우 많은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자신이 재능이 있어서만이 아니라, 사람들과도 잘 관계맺고, 또한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또 자기 의사를 제대로 표현해야지만 이 분야에서 살아남을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분야와 광고 분야가 다른 분야가 아니라 통하는 분야라는 사실도 중요한 점이다. 

애니메이터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싶은 사람,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자. 어렵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술술 풀어가고 있어 잘 읽히는 책이다. 그래, 어쩌면 이 책은 20대 초반까지가 읽어야 할 책일지도 모른다.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관심이 없더라도 이런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싶은 사람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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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이나 구글에서 위치 추적을 했다는 기사가 뜬다. 

이런 폰을 들고 다니면 이미 자신의 행적을 누군가에게 계속 수집해가고 있는 현실을 각오해야 한다니... 

길거리 곳곳에서 CCTV에 자신의 모습을 찍히기도 하는데... 

위치가 수집되었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조지 오웰의 1984가 생각났다. 

세상에 빅브라더가 이렇게 가까이에 있을 줄이야. 

그것도 빅브라더가 강요하지 않았는데도, 자발적으로 빅브라더에게 자신을 복종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게 된다. 

만약에 누군가가 이런 폰들과 CCTV를 연계해 위치 뿐만이 아니라, 그 위치에 있는 CCTV로 나를 볼 수 있게 된다면, 그 때는 진짜 빅브라더가 존재하게 되지 않을까. 

이런 걱정을 기우라고 할 수 있을까. 

전자기술은 어떻게 발전할지 예측할 수 없는데, 지금은 직장에서 자신의 집을 볼 수도 있는 시대인데, 좀더 무섭게 기술이 발전되고, 이 기술이 악용된다면, 우리는 유비쿼터스라고 자부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우리 모습이 감지되지 않을까. 

컴퓨터, 또 스마트폰 같은 기술의 발전은 어쩌면 유토피아로 가는 지름길이 아니라, 디스토피아로 가는 길이 되지 않을까. 

이건 정말 기우일까. 

조지 오웰의 책이 요즘 인기리에 번역되고 있는데, 그의 작품은 1984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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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인이다 - 시인 김규동의 자전적 에세이
김규동 지음 / 바이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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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동 시인은 이제 몇 명 남지 않은 우리나라 원로시인이다. 아니, 시인에게 원로란 있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원로란 이미 현역에서 은퇴한 뒤에 붙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시인에게 은퇴가 어디 있단 말인가. 

시인은 젊었을 때도 나이 들었을 때도 자신만의 세계를 지니고, 시를 쓴다. 그 시세계가 변해가기도 하고 평생을 유지하기도 하지만 시인은 언제나 세상을 새롭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이 책은 시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시인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할아버지가 자신이 살아온 내력을 어린 사람들에게 차분히 들려준다는 느낌을 준다. 

이는 아마도 이 글에서 사용하고 있는 '~지요'라는 말 때문일텐데, 이 말이 친숙하게 들리고, 마치 곁에서 해주는 이야기를 듣는 느낌을 주고 있다. 

격동의 현대사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근대를 살아온 시인이 자신의 삶과 당시 세상의 모습을 들려주고 있다. 

일제시대, 공부에 흥미가 없던 소년이 문학작품을 읽고,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고, 자연스레 공부에도 흥미를 느끼게 되는 과정이 1부에서, 공부하는 대신 원없이 놀았던 것이 시인을 더 시인답게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2부에 펼쳐지는 일제 말기 시인이 함흥고보에 다니던 시절 이야기는 일제시대에 우리 민족이 어떻게 지냈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다만, 일제시대라고 일본인은 다 나쁘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사람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점이 좋다. 일제시대, 함흥고보에서 한문을 가르쳤던 일본인 선생 이야기는 민족, 국가라는 이름으로 한 사람을 재단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고나 할까. 이것은 월남하기 전에 만났던 유채룡이란 분의 이야기에서 알 수가 있다. 

3부에서는 월남한 뒤, 6-70년대까지 시인이 겪은 일을 다른 시인들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박인환, 김수영, 천상병, 그리고 잘 모르는 박거용이라는 사람까지. 특히나 전쟁통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시인이 직접 겪은 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되어 있어, 지금까지 잘 몰랐던 일화가 나오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은 시인의 시가 곳곳에 인용되어 있다는 점이다. 가령 이런 시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많이 다가오지 않을까 한다. 

가는 데까지 가거라 

가다가 막히면 앉아서 쉬어라 

 

쉬다 보면 보이리 

길이. <돌파구를 찾아서> 이 책 42쪽

할 때까지 하고, 그러나 막막할 때, 그 땐 잠시 쉬자. 그러면 보이지 않던 길이 보인다. 무조건 나아간다고 해서 길이 보이고, 길이 되지 않는다. 이 단순한 진리를 이 시에서 이렇듯 잘 표현하고 있으니.  

그래, 시인은 그래서 가끔 쉬기도 했으리라.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찾아 꾸준히 걸어왔으리라. 그 걸어온 과정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나하나 끄집어 낸 글들이 이 책에 실린 글들이리라. 

분단의 비극으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나이들어 버린 시인이, 고향 땅을 밟고 고향에 있는 느릅나무를 만나는 날, 시인뿐만이 아니라, 우리들 모두가 행복해지지 않을까. 

이 책은 단지 김규동이라는 시인의 자서전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바로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 이야기인 것이다. 그 이야기를 나긋나긋하게 해주고 있다. 시 쓰고 싶은 사람, 문학 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들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궁금한 사람, 한 번 읽어보라. 

어렵지도 않고, 술술 읽히는 이 책, 시인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덧말 

올해 2011년 9월 28일 김규동 시인이 별세했다. 그가 꿈에도 그리던 고향을 하늘나라에서는 가보고 계실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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