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그림들의 인터뷰 - 미술품 도둑과 경찰, 아트 딜러들의 리얼 스토리
조슈아 넬먼 지음, 이정연 옮김 / 시공아트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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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그림들의 인터뷰. 어떻게 사라진 그림들과 인터뷰를 할 수 있겠는가? 원제목이 'HOT ART'인데, '뜨거운 미술'이라고 직역할 수 있는 제목을 붙이지 않고, 의역해서 제목을 붙인 이유는, 그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그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언론에 이중섭의 그림들이 대부분 위작이라는 기사가 난 적이 있었다. 이중섭의 아들과 전문감정사들 사이에 대립도 있었고.. 또 시중에 나온 박수근의 그림들이 가짜라는 말도 있었고...

 

이렇게 가짜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림들이 많은 값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되기도 한다. 이들은 가짜 작품을 통해서 돈을 벌려고 한다.

 

이런 가짜 그림을 통해 돈을 버는 방법 말고 또 뭐가 있을까? 그것은 그림을 사는 것이다. 정당하게. 그리고 보관해놓고 있는다든지, 아니면 경매에 내놓아 더 높은 가격을 받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좀 한다 하는 사람들이 그림을 가지고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고, 어느 집을 압수수색했는데, 고가의 그림들이 무더기로 나왔고, 그것을 경매에 내놓아 모두 처분했다는 것도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 아니던가.

 

가짜 그림을 파는 것은 불법인데, 자신의 돈을 주고 구매하여 되파는 일은 합법이다. 서로 다른 방법이긴 하지만 돈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에서 그림이 돈이 된다는 사실이 그림을 훔치는 범죄를 양산한다. 그리고 그림은 제때 제대로 추적되지 않아 범인을 잡기가 힘들어진다.

 

이 책의 저자는 여기에 착목해서 글을 썼다. 도대체 왜 비싼 그림들을 훔치는가? 훔친 그림들은 어떻게 유통이 되는가? 왜 이런 범죄들은 근절이 되지 않는가?

 

많은 그림 관련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그 결과를 기록한 책이 이 책이다. 결코 적지 않은 분량. 무려 460쪽에 달하는 분량인데, 미술 작품이 사라지고 나면 다시 나타나기까지 수십년이 걸리니 그를 추적한 책으로는 적당한 분량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림 도둑에 관한 변호사, 형사, FBI요원, 인터폴, 그리고 그림 도둑까지 광범위하게 인터뷰를 하고 그 내용을 기록한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세상에 그림 도둑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런 그림 도둑들 중에서 대다수가 잡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림이 엄청난 돈을 벌게 해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요즘에는 그림 도둑에 갱단까지 개입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럼에도 경찰인력들이나 전문가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영국이나 유럽에서 도둑들이 기승을 부리고 이를 미국으로 유통시켰다면 이제는 미국에서 도둑들이 기승을 부리고 다른 나라로 유통시킬 것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는데...

 

세계적인 명화의 도난뿐만이 아니라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 그림들의 도난은 수도 없이 일어난다는 사실, 이것은 돈세탁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는 것.

 

그런 사실들을 흥미진진하게 알아갈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나라도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이미 몇몇 화가들의 그림은 몇억을 호가하고 있으니, 이미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외국의 사례처럼 쉬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경찰에는 미술전담팀이 있을까? 세계에도 이런 미술 전담팀은 몇 안된다고 하는데... 잘 모른다고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미리미리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그래야 한다고, 그것이 정말로 중요한 일이라고, 우리나라 경찰에도 예술적 소양이 있고, 이를 전담할 수 있는 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알려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끔찍했다. 세계적인 명화들, 또는 좋은 미술품들이 이렇게 무방비로 도난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이런 예술품들이 고작 돈때문에 이렇게 수난을 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말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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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없는 천지에 꽃이 피겠나 - 김재규 평전
문영심 지음 / 시사IN북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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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다. 그것도 부정적인 모습으로만. 너무도 오래 전 이야기이고, 또 제대로 다뤄주지도 않는다. 사람들마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 제가 본 부분만으로만 이야기한다. 그런 사람이 바로 김재규다.

 

별로 흥미도 없다. 대통령을 죽인 사람. 이정도다. 알고 있는 사실은. 젊은시절에는 김재규가 사형당한지도 모르고 있었다. 아직도 감옥에서 살아있겠지 하고 말았는데...

 

대통령을 죽였다고 그가 혼자 일을 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미국과 교감이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이나 다른 외국으로 도피하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 그래서 그렇게 사형을 시켰겠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가 사형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뿐이었다. 왜냐하면 그가 대통령을 죽였다고 해도 그 역시 그 대통령 밑에서 그 체제를 유지하게 하는데 큰 힘을 발휘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권력다툼.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었다. 또는 질책을 두려워해서 저지른 일. 이정도. 참 정보가 없기도 했다. 도대체 재판기록을 본 적도 없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곳에서 본 적도 없으니 말이다.

 

잊혀진 사람. 아니 잊혀져야 할 사람. 그것이 바로 김재규란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을 우연히 장군이라고 부르는 글을 보게 되었다. 글이라기보다는 그런 구절을 보았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장군이라고? 그는 중앙정보부장 아니었어? 중앙정보부장은 민간인이 하고, 보안사령관은 군인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만큼 정보가 부족했다. 그가 군단장 출신의 3성장군이었다는 사실. 그를 보좌한 비서관인 박흥주가 현역 대령이었다는 사실. 어떻게 알았겠는가.

 

이렇게 빈약한 정보를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려고 했었나? 한홍구의 "유신"을 읽다가, 그 책의 저자가 김재규에 대해서 긍정적인 관점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무언가 모르는 부분이 있나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하들에게 겨우 30분 전에 거사를 알려주었다는 얘기를 "유신"에서 읽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됐다. 거사 직전 30분이라? 이게 말이 되나? 한 나라의 대통령을 제거하는 일인데...

 

사육신이 세조를 제거하기 위해서 얼마나 오랫동안 공모를 했는데... 그래도 실패했는데... 이상하다? 뭔가가 있나? 겨우 30분 전에 얘기했는데 그 말을 따라? 제 목숨이 사라질지도 모르는데... 거.. 참...

 

김재규에 관한 글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막 솟아올랐다. 김재규에 대한 글을 읽는다고 그에 대해서 다 알지는 못하겠고, 모든 글은 자신의 관점에서 쓰여지니 읽으면서 정리할 부분도 많겠지만, 지금은 너무도 정보가 없기에 찾아 읽어야 했다.

 

검색어로 김재규를 쳤다. 제법 책이 나온다. 이걸 다 읽긴 좀 그렇고? 최근에 나온 책을 읽기로 한다. 그래도 최근 것이 더 많은 정보를 정리해서 알려줄 거라는 생각에...

 

추천사에 함세웅 신부가 있고, 강신옥 변호사가 있다. 이거 만만치 않은데... 이 분들은 유신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분들인데... 유신의 중심에 있던 김재규 평전에 추천사를 쓰다니...

 

점점 흥미가 인다. 읽어보기 시작한다. '평전'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작가가 드라마 작가 출신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정말 흥미롭다. 장면 장면이 생생하게 눈 앞에 펼쳐진다.

 

그래서 그런지 전기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 때의 사건을 재구성한 '그때 그 사건"을 읽는 느낌이 든다.  김재규 평전이지만 이 책에 나오는 김재규의 시간은 1979년에서 1980년이다. 채 일년이 되지 않는다.

 

그가 대통령을 죽이기 바로 직전부터 사형당하기까지가 이 책의 시간적 배경이다. 여기에 김재규에 대한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 그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있었던 박흥주, 박선호에 대한 이야기도 곳곳에서 나온다.

 

이렇게 셋이 이 책을 이끌어가는 인물이 된다. 10.26 이후에는 변호사들도 중심 인물로 나온다. 이 때는 한 편의 법정드라마가 된다.

 

앞부분은 사건이 일어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본격 무협담같은 느낌을 준다면 뒷부분은 요즘 나온 영화 "변호인"을 보는 듯한 법정 장면이 긴박하게 펼쳐진다. 재판정에서 오고간 말들이 나오기에 객관적인(?) 자료가 제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장면에서 김재규라는 사람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식하게 된다. 그가 한 일과 왜 했는지...

 

그럼에도 그는 잊혀져갔다. 아니 잊혀져야 했다. 그는 유신의 심장을 멈추게 했지만, 또다른 유신의 자식들이 등장함을 막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의 비극이었고, 그의 명령을 따랐던 사람들의 비극이었다.

 

유신의 심장은 멈추었지만, 또다른 유신의 자식들은 여전히 존재했고, 그들 앞에 그는 세워졌던 것이다. 이런 역사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면 그의 말대로 4심이 있어야 한다.

 

유신시대에 있었던 인혁당재건위 사건(?)은 다시 심판을 받아 명예가 회복되었다. 이것이 바로 4심이다. 역사의 흐름에 의해서 올바름이 증명이 되는 것.  그는 그렇게 4심을 기대했다. 그 4심... 이제 30년도 넘게 흐른 지금... 서서히 준비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더 이상 자료가 사라지기 전에...

 

조금은 알겠다. 그에 대해서. 그는 10.26을 혁명이라 했지만, 그 자신도 바로 유신에 속한 사람이었음을 나중에는 알았겠지... 그것은 그가 벗어날 수 없는 멍에다. 그 멍에를 지고 그는 결행을 했다. 그 정도.

 

읽으면서 몇 가지 생각이 났는데...

 

하나는 삼국지가 생각났다. 삼국지.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남자라면 꼭 읽어야 할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명쾌하다. 여기에는 의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관계. 주군이 시키는 일이면 목숨을 걸고도 해야 하는 사람들.

 

겨우 30분 전에 부하들에게 통보했다고 하는데도 부하들은 그를 따랐다. 삼국지에 나오는 그런 유형의 행동들이다.

 

또 하나 채만식의 "태평천하"의 마지막 장 이름... '망진자 호야(亡秦者 胡也)'란 말. 진나라를 망하게 할 존재는 오랑캐라고 그래서 만리장성을 그렇게 쌓았다고 하는데, 그 놈의 호(胡)가 바로 진시황의 아들 이름이었다니...

 

절대권력은 역시 내부로부터 붕괴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김재규가 진정한 의인이 되기 위해서는 권력의 내부에 들어가 대통령을 설득해서 개혁을 하려고 해서는 안되었다는 생각도 했다. 왜냐면 안에 들어가는 순간, 자신도 이미 권력의 일부가 되어 그것에서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권력의 내부에 들어가 권력을 개혁하겠다는 사람...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이 책을 읽은 지금... 내게는 10.26은 두 개의 날로 기억될 것이다. 하나는 안중근 의사의 의거일.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이 날짜를 이 책에서 자주 언급을 한다. 그러니 우리 역사에서 10.26은 두 개의 사건을 담고 있는 날짜다.

 

마치 9.11이 칠레의 아옌데 정권을 쿠테타로 붕괴시킨 날과 미국 무역센터 테러가 일어난 날이라는 두 개의 사건을 담고 있듯이.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가 유신의 심장을 멈추게 한 것, 그리고 그것이 결코 사욕이 아니었음은 인정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지만...

 

역시, 역사라는 심판대에 4심을 맡겨야 할 듯하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모든 자료가 공개되고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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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민중비나리 - 2013년 저항시 80인 선집
백무산 외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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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는 진보했는가 라는 질문을 하면 누구는 진보했다고 하고, 누구는 후퇴했다고 할텐데...

 

역사는 반복되는가라는 질문에 역사는 반복한다고 대답을 한다면 도대체 진보란 무엇인지 의문이 들게 되고...

 

역사는 반복되지 않는다고 하기엔 무언가 찜찜하고...

 

그동안 이루어왔던 것들이 하나하나 사라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역사는 반복하기도 하는구나, 사람들이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애써왔던 것들이 한 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구나 하고 있는데...

 

역사가 반복되더라도 똑같은 모습으로 반복되지는 않을테니... 아무리 쓸어버리려 해도 그동안 쌓아왔던 것들이 모두 사라지지는 않을테니...

 

사라지더라도 흔적은 남을테고, 그동안 쌓아왔던 과정에서 축적되었던 힘들은 남아있을테니... 그냥 아무런 저항도 없이 사라지지는 않을테니...

 

우리 시대의 민중비나리.

 

민중들의 몸짓이 마음 속에 뭉쳐있던 감정들이 말을 통해서 밖으로 나온다는 얘기는 민중들이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얘기가 되는데...

 

민중들이 너무도 힘들어서 자신들의 이야기조차 하지 못할 때, 비나리조차 하지 못할 때, 그 때 민중들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지금 우리 시대는 시인들이 그 역할을 한다. 그들은 민중들의 삶을 노래할 줄 안다. 그래서 그들의 시를 읽으며 우리는 마음을 다스린다.

 

그냥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풀처럼 지금은 이리저리 흔들리지만 그 뿌리는 뽑히지 않는 그런 민중들이 있음을, 우리도 민중임을 깨닫는다.

 

바람이 계속될 수 없음을, 풀이 곧 푸르름을 유지하는 날이 옴을 시인들은 노래하고 있다.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우리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역사는 반복하더라도 똑같은 모습으로 반복하지 않는다. 우리가 그동안 쌓아왔던 것이 있기 때문에.

 

시인들의 노래를 읽으며 그 점을 생각한다.

 

80명의 시인들이 우리 시대의 민중비나리를 노래했다. 더 많은 시인들이 참여하려고 했으리라. 그래서 만약 2014년에도 민중비나리가 나온다면 더 많은 시인이 참여하리라고 하는데...(197쪽 이시집의 발문 참조)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시집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나올 필요가 없게 되었으면 좋겠다. 민중들이 비나리를 하지 않을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시인들이 시대의 아픔을 노래하지 않고 우리 시대의 희망을 노래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만약, 정말 만약, 또다시 시인들이 민중비나리를 노래해야 하는 사회가 유지된다면, 그 때는 우리들 모두가 민중비나리를 노래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삶을 위해서...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우리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지.

 

이 시집에 실려 있는 정희성의 시처럼, 부끄러워하지 않기 위해서.

 

부끄러워라

- 정희성

 

부끄러워라

더 이상 분노할 수 없다면

내 영혼 죽어 있는 것 아니냐

완장 찬 졸개들이 설쳐대는

더러운 시대에 저항도 못한 채

뭘 더 바랄 게 있어 눈치를 보고

비굴한 웃음 흘리는 것이냐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이제 그만

주민등록을 말소하고

차라리 파락호처럼 떠나버리자

아아 새들도 세상을 뜨는데(황지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에서 인용)

좀비들만 지상에 남아 있구나

 

송경동, 이도흠 엮음. 우리 시대의 민중비나리. 삶창. 2013년. 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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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읽기와 소설교육 푸른사상 현대문학연구총서 28
정래필 지음 / 푸른사상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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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현실이 소설보다도 더 긴박하고 박진감이 넘치는데, 누가 소설을 읽을까? 소설 속에 나오는 현실이나 인물들보다 현실 속의 사건들과 인물들이 더 흥미롭다면 소설은 제 역할을 하기도 전에 고사되어 버리고 만다.

 

이런 이유말고도 소설이 읽히지 않는 이유가 있다. 소설을 읽을 여유가 없다. 어른들은 먹고 살기 바쁘고, 아이들은 공부하기 바쁘니, 서로 바쁜 세상에서 책을 마주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조금의 여유가 있다면 자신의 지친 몸과 뇌를 쉬게 하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또 하나, 엄청나게 발달한 스마트 기기들이 소설을 읽지 않게 한다. 스마트 기기들로 소설보다도 더 흥미로운 것들을 언제든지 만날 수 있고, 또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래서 인문학의 위기도 위기지만, 소설 또한 고사 직전에 있다. 그럼에도 엄청나게 많은 소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현실이니, 소설은 늘 우리 곁에 있는데 우리가 소설에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 교육에서 소설을 배운다. 그들은 소설을 배우는데, 단지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 배운다.

 

소설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삶을 간접경험하고 자신의 삶과 비교하여 더 나은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실천해 간다는 자아실현으로서의 문학교육은 말로만 존재한다. 학생들에게는 이런 거창한 내용보다는 시험에 어떤 문제가 나올지가 더 중요하다.

 

그러니 학교를 졸업하면 시험에만 필요했던 소설 따위는 집어치워버리고 만다. 이게 소설의 운명이다.

 

소설의 운명? 이렇게 버려지는 것이? 그런데도 왜 소설이 꾸준히 나오고 있지? 작가 지망생도 많고, 그 많은 출판사들도 아직 소설 분야를 포기하지 않았는데,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대다수의 사람들이 소설은 이제 운명이 다했다고 생각해도 아직 소설의 운명은 끝나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는 여전히 소설이 주요한 교육내용으로 등장하고 있으니, 학생들은 앞으로도 계속 소설을 읽어야 할테고, 소설에서 무언가 의미를 발견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그런 사람들에게도 소설은 계속 필요하리라.

 

그러면  소설이 고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소설을 교육하는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 학생들에게 의미를 전해주는 소설 교육이 되어야 한다. 도대체 내 인생에서 소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야 읽을 것 아니겠는가?

 

삶과 동떨어진 가상의 세계를 보여주는 문학이 소설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삶이고, 내 삶임을 알게 해주는 문학이 소설임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

 

이것이 문학을 가르치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것에 대한 고민에 어느 정도 해답을 주는 책이 이 책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기억 읽기를 시도하라는 이 책. 기억 읽기가 왜 중요한지를 논증하고 있는 이 책은 기억을 통하여 자신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은 작가가 쓰면서 자신의 기억을 불러내어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독자는 작가가 형상화한 작품을 읽으면서 자신의 기억을 불러내어 재형상화해야 한다고, 그렇게 재형상화했을 때 그 소설은 자신에게 의미있게 다가온다고... 그런 재형상화 방법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학술적인 책이라서 전공을 하는 사람들이나 문학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이지만, 적어도 우리가 소설을 가운데 두고 작가와 작중인물과 대화를 할 수 있음을, 대화를 해야함을 인식하게 해주고 있기에 의미가 있는 책이다.

 

작가의 기억을 작품으로 형상화한 작품을 읽으면서 거기에서 촉발할 수 있는 자신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또는 숨어있던 기억이 자연스레 표출되어 기억을 언어로 다시 표현해낸다면, 이전의 자신과는 다른 자신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것이 소설을 읽는 이유이기도 할테니 말이다. 그래서 소설이 이런 의미가 있기에 시간이 없다고 핑계를 대지 말고 읽어야 한다.

 

소설을 읽으며 그동안 숨겨왔던, 또는 잃었던 자신을 만나야 한다. 그렇게 만나는 자신은 과거의 자신이 아니고, 현재의 자신도 아니다. 현재의 내가 불러낸 과거의 나이기에 그렇게 기억된 나는 미래의 나를 만들어가는 디딤돌이 된다.

 

스마트 기기에 얼굴을 박고 수시로 변하는 그 기기 속에서 자신의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조금 느리더라도, 조금 고통스럽더라도 소설을 읽으며 자신 속의 다른 자신들을 만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우리 인간은 단순한 존재가 아니기에, 그 복합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다른 나'들'이 산재해 있는 소설을 읽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소설을 더욱 잘 읽기 위해서는 내 기억도 읽어내야 한다. 내 기억과 소설에 나오는 기억이 만나는 순간, 다른 모습의 나를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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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멘토링 -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스토리텔링 교수법 행복한 교과서 시리즈
조정래 지음 / 행복한미래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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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어느 순간 우리에게 다가와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

 

이야기와 가장 거리가 멀 것 같은 수학에서도 스톨리텔링 수학이라고 할 정도니, 이제 교육에서 스토리텔링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자리잡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분야가 영상 분야라고 생각하는데, 영상 분야 말고도 교육에서 스토리텔링을 활용해야만 더욱 효과적인 교육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스토리텔링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스토리텔링이 왜 중요한지를 1부에서 다루고 있고, 2부에서는 스토리텔링을 실시하는 4가지 방법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이런 방법을 실행한다면 학생들이 스토리텔링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그 키워드는 '왜?라고 묻게 하라' '목표를 갖게 하라''육하원칙으로 시작하라''설계도를 그리게 하라'이다.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지만, 쉬운만큼 실천은 잘 안되는 요소들인데, 그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함으로써, 스토리텔링의 기본에 대해서 확고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다음에는 스토리텔링으로 나를 찾는다는 제목을 단 3부인데, 우리가 스토리텔링을 중시하는 이유도 바로 진정한 '나'를 발견하게 하는데,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이야기없이 살아가기는 힘들고, 또 이야기는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가지 계속 접하는 요소이니, 그런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발견해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민담이니, 소설이니 하는 것들은 다른 사람들의 삶을 통하여 나를 비추어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니, 스토리텔링을 통해서 나를 비추어보고, 나를 찾는 연습을 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4부는 스토리텔링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소개해주고 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 아니라,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기에, 실천 가능한 방법을 소개해주고 있는 것이다.

 

스토리텔링. 우리 주변에서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우리는 늘 접하고, 활용하고 있는 요소인데, 이를 의식적으로 활용하는 연습을 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그렇다.

 

미래세대는 스토리텔링의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다. 이것은 누구에게나 해당이 된다. 그렇다면 이 중요한 스토리텔링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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