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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최소한의 정치 상식 - 국회 기자들이 들려주는 대한민국 국회 정치의 모든 것
양윤선.이소영 지음 / 시공사 / 2014년 1월
평점 :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정치의 연속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요즘은 이 말의 앞 뒤를 바꾸어서 '정치는 전쟁의 연속이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만큼 정치는 전쟁과 비슷한 면이 많다는 얘긴데, 일례로 전쟁과 마찬가지로 지도부가 있고, 또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때가 있으며, 상대방을 이겨야 하는 목표가 있다. 이것보다도 더 중요한 공통점은 자기들이 지켜야 할 대상이 있다는 점인데, 전쟁은 대체로 한 국가, 한 민족을, 정치는 자신들의 지지집단을 지켜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전쟁이든, 정치이든 자신들의 목적을 잃은 셈이 된다. 그래서 전략과 전술이 중요하고, 커다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작은 것을 양보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지켜야 할 집단을 잃는다면 그 다음에는 전쟁이든 정치든 할 수가 없게 된다.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전쟁이든 정치든 거기에 관계되는 당사자들은 일반 사람들이다. 국민이라고 해도 좋고 민족구성원이라고 해도 좋고, 민중이라도 해도 좋다. 사람들이 전쟁과 정치의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심하게는 자신의 목숨과 자신의 생활방식, 그리고 자신의 가치관까지 잃을 수도 있는 지경에 처하기도 한다.
이만큼 정치는 중요하다.
하지만 중요한 만큼 정치에 대해서 사람들이 전쟁만큼이나 관심을 가질까? 아니 정치의 영향력을 전쟁에 비유한다는 것 자체를 거부하지 않을까. 그렇게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토록 정치에 무관심한 것 아닐까.
아니면 정치에 관심을 가져봤자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어차피 변하지 않을 거고, 자신에게는 어떤 영향력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치를 책임지고 있는 국회에 대해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냉소적 시선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냉소적 시선만이 아니라 아예 자기들만의 리그라고 무관심하지 않은가. 선거 때만 반짝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 실상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집단이 국회의원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럼에도 국회의원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 우리의 일상생활에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는지를 생각하지 않고 무심하게 지내지 않았는가.
이 책은 이 점에서 참고할 사항이 많다. 국회에 대해서 우리는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만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고, 여기에 더한다고 해도 뉴스에서 보는 그런 비판을 받는 국회의 모습이 전부인 경우가 많다.
국민을 대변한다고 하는 국회가 국민에게서 멀어진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국회가 국민의 대의기관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직접민주주의가 힘들다고 하는 이 때(꼭 그렇지도 않다고 오히려 지방자치를 확대해서 직접민주주의를 확대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국민을 대변한다는 국회는 현대 우리나라 정치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통령이 실질적인 권한을 쥐고 막강한 권려을 휘두르는 대통령 중심제인 우리나라에서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국회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적어도 알아야 우리가 무언가를 제대로 주장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여 이 책에서는 국회의 모든 것이 설명되어 있다. 그것도 국회방송의 기자들이 자신들이 가까이에서 지켜본 국회를 이야기해주고 있으므로,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어서 국회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선거에서부터 지역구 관리, 출판기념회, 그리고 현충원 참배, 미용실, 식사하는 곳, 하다못해 '목욕당'이라는 모임까지... 또 국회에서 일하는 사무처 직원들이라든지, 국회의원 보좌관, 그리고 국회방호직원에, 통역사까지...국회에 관련된 직업에 관해서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두 가지를 알게 되었는데... 하나는 국회방송이 있다는 것. 케이블 텔레비전을 설치하지 않은 나로서는 이런 방송이 있는 것조차도 몰랐는데... 국회방송의 시청률이 0.067%가량(이 책 288쪽)이라고 하니, 국민들 중에서 국회방송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도 태반일 것이고, 또 알더라도 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국회방송은 국회의 일상을, 국회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알려주는 공영방송으로 존재한다는 점,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국회방송의 시청률도 오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국민들은 자신들이 신뢰하는 정치인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그런 정치인들이 어떻게 활동하는지도 알고 싶어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국회방송의 존재가 미미한 것은 어쩌면 국회의원들의 지금 모습이 국민들의 신뢰에서 좀 멀어져 있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또 하나 알게 된 사실은 호칭 문제. 그렇게 어른 대접을 받고 싶어하는 국회의원들이,이 책에도 나오지만 국회의원, 또는 정치인들의 패션부분에서 유시민 전 의원이 당선된 다음 처음 등원했을 때 다른 국회의원들의 반발로 선서를 하지 못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는 나로서는, 그런 그들이 기자들에게 불리는 호칭이 '선배'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고는 씁쓸한 마음이 들 뿐이었다.
어떻게 한 나라의 입법기관에 종사하는 정치인이라고 하는 국회의원들이 언론에 종사하는, 그것도 자신들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선배'라고 불릴 수 있는지... 선배란 호칭은 적어도 같은 직종에서 먼저 근무하거나 또는 가까운 사이에서나 불릴 수 있는 호칭이 아닌지.
의원님이라고 깎듯이 존칭을 쓰는 일도 좀 그렇지만, 기자들이 '선배'라고 부르는 호칭보다는 차라리 의원님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을 대변하는, 대표하는 의원이니 기자들도 의원님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 지금도 기자들이 국회의원을 '선배'라고 부르나? 이 책이 2014년 판이니 아직도 그렇겠지.
이 책을 쓴 사람들은 국회방송 기자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그런 자부심이 그들 스스로 '의정전문기자'라고 하는데서 나타나는데... 이런 자부심이 계속 유지되고, 국회의 활동을 일반 국민들도 잘 알 수 있도록 이들이 계속 노력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이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국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지.
국회의원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 국민의 생각을 대표해서 행동하는 사람이니까.
덧글
읽으면서 나랑 생각이 다른 부분이 조금 있었는데.. 이걸 생각 차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사실관계의 문제라고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79쪽. '이명박 정부 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내걸고 당시 야당인 통합민주당이 주도한 촛불집회는 유모차, 넥타이 부대까지~'라고 되어 있는데... 나는 이 때 촛불집회는 시민들이 주도했고, 민주당 등 정치인들은 나중에 합류했다고 기억하는데... 분명 통합민주당이 촛불집회를 주도하지 않았는데.. 그들은 그냥 합류했을 뿐인데...
126쪽. 단일화에 대해 설명하면서 단일화의 위력에 대한 징크스에서... '가깝게는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라고 했는데... 이들이 단일화에 합의한 것은 맞다. 그러나 투표일 직전 정몽준이 단일화 합의를 파기하는 선언을 했다. 결과가 이렇게 되었는데... 이것을 단일화라고 해야 하나? 단일화의 위력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287쪽. '결국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후광을 노리고 문재인 의원을 후보로 밀었다' 민주당 경선을 통하여 문재인 의원이 후보가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후광을 노리고'란 표현은 글쓴이의 주관적인 판단이다. 즉 이 문장에는 사실과 주관이 섞여 있다. 이런 표현은 하지 않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왜냐하면 이들은 자신들을 리포터(사실을 취재만 하는)이지 저널리스트(분석 평가까지 하는)가 아니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말은 다음에 292쪽 '기자의 또 다른 이름은 '역사가'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역사가'는 단순히 사실만을 나열할 수가 없다. 역사가는 자신의 관점에서 과거의 사건들을 재구성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기자의 또 다른 이름이 역사가란 말은 기자는 어떤 사건을 자신의 관점에서 해석해서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임무를 지닌 사람이라는 뜻으로 해석이 되는 말이다.
앞과 뒤가 좀... 차라리 '역사가'라고 하지 말고 조선시대의 '사관'처럼 사실을 기록하여 남기는 사람이라고 했으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