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로 된 무지개 - 다시 읽는 이육사
도진순 지음 / 창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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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로 된 무지개' 이육사 시 '절정'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구절을 제목으로 삼은 것은 이 구절에 대한 해석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지개인데 강철로 되었다니, 이 말로 안되는 역설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로 이육사 시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고심을 했다. 다양한 해석을 하고, 교과서에서 통용되는 해석도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을 쓴 도진순은 역사 지식을 바탕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바로 무지개에 대한 해석. 이 시에 나오는 무지개를 사마천이 쓴 "사기"에 나오는 형가에 대한 이야기에서 해석하는 단초를 찾아온 것.

 

흰무지개. 이는 반역이라는 것. 당시 일제시대에 흰무지개라는 표현은 금지되었다는 것. 그렇다면 이육사가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라고 한 것은 겨울이 일제시대를 가리킨다면 강철로 된 무지개는 이런 일제시대를 깨부술 아주 강한 무기 또는 신념이라는 것이다.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육사는 일제에 대항하는 삶을 살았는데, 시에서 일제에 굴복하는 듯한, 절망적인 표현을 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겨울로 상징되는 혹독한 시련은 오히려 그 시련을 이겨낼 의지를 벼려내고, 무기를 마련하는 계기로 작동한다고 이육사가 이야기했다고 할 수 있다.

 

백척간두에서 한 발을 더 내디뎌낼 수 있는 사람, 그것이 바로 이육사였을테고, 그런 삶을 시로 표현한 것이 '절정'이고, 절정의 마지막 부분 표현이 바로 이런 '강철로 된 무지개'라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이육사 시에 대해서 역사 지식을 바탕으로 새롭게 해석한 부분이 많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시 '청포도, 절정, 광야'에 대한 해석이 새로워서 읽으면서 감탄을 할 때가 많다.

 

상당히 타당성이 있다고 받아들여지지 때문이다. '청포도'에서 '청'자에 관한 문제... 푸른 포도를 의미하지 않고 '풋'이란 의미를 지닌 아직 익지 않은 포도라고 하는 것. 결국 청포도는 미래를 노래하는 시라고 할 수 있다는 것.

 

여기에 교과서에서 배웠던 글자가 하나 잘못되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참, 마찬가지로 '광야'에서 광야를 넓은 들로 이해하기 쉬운데, 그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다고...

 

결코 광활한 의미를 지닌 말이 아니고 삶을 살아가던 터전인 광야라는 것. 이 광야를 잃어버렸는데, 이제 다시 찾아 먼 미래에 그곳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는 해석.

 

좋다. 이렇게 이육사 시에 대해서 새로운 해석이 하나 더 덧붙여졌다. 단지 덧붙여지는 것이 아니라 이육사 시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게 해준다.

 

이육사가 한시에, 불교에도 관심이 많았다는 것, 이런 면을 이육사 시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 그런 것을 새롭게 알려주고 있다.  

 

하나 더 시를 꼭 문학을 연구하는 학자들만이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역사를 전공한 학자가 이육사 시가 지닌 본질에 더 가까이 갈 수도 있다는 것, 그런 것을 알려주는 책이니, 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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