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읽는데... 시골 마을에 택배기사로 일하는 화자가 시골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시를 통해 들려주고 있다.

 

  쇠락해간다고 밖에는 할 수 없는 시골, 아마도 경상도 영양인가 보다. 시인의 말을 읽으니. 그런 시골에서 노인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 마을에 택배기사로 마을 어른들을 만나면서 화자는 여러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는데...

 

  시인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귀한 삶을 받아쓴 이 시집이 싸늘한 세상 가운데 사람의 온기를 지키고자 애쓰는 누군가의 손난로라도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135쪽) 라고. 

 

그럼에도 이런 시를 읽으면 슬퍼진다. 이것이 먼 미래가 아닌, 곧 닥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빈 들

 

망초꽃 가득한 묵정밭 바라보며

대천댁 할매 한마디 던진다

 

그 어른 가고 나니

들이 빈다

 

최진, 배달 일기, 한티재, 2016년. 83쪽.

 

곧 이렇게 되리라. 농촌에서 젊은 사람이 살기가 힘드니. 농사를 지어서 먹고 살기가 힘드니. 그래서 농민 기본소득을 주장하기도 하는데, 뜻있는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들어가 살려고 해도 생계가 막막하니, 어떻게 농촌이 유지되겠는가.

 

시골 어른들 하나 둘 돌아가시고 나면 농촌은, 산촌은 텅 빈 들이 되고 말테니, 수많은 밭들이 묵정밭이 되고 말지니. 그렇게 되지 말아야 하는데...

 

이런 시골이 얼마나 늙어가는지, '신원리 마을회관'이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갓 환갑을 치른 사십 년 묵은 막내 새댁이가' (48쪽) 라는 표현. 이렇게 시골은 늙어가기만 한다. 젊은이들이 모두 떠나고 남은 사람들이 그대로 늙어가는 곳. 50이면 청년 소리를 들어야 하는 곳.

 

그럼에도 여전히 농촌에 대한 대책은 별로 없다. 그냥 이렇게 사그라지게 할 것인지...

 

시집은 4부로 나뉘어 있다. 겨울-봄-여름-가을 순으로. 이렇게 계절 순으로 택배기사인 화자가 마을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슬프지만 그곳에서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으니. 그래서 이 시집에는 쇠락해가는 시골의 모습도 담겨 있지만, 그 속에서도 정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아주 따스한 시선으로.

 

그들 삶에 얼마나 정이 넘치는지. 이렇게 정을 받기만 하지 않고, 정을 주기도 한다는 것을. 택배기사인 화자는 물건을 배송하는 것이 아니라 정을 배송하는 것이다. 정을 주고 받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런 정 주고받음을 시로 표현했다. 이 시집은 그 결과물이고. 그러므로 이 마을은 시의 마을이자 시인의 마을이 된다. 시란 바로 정 아니겠는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시인의 마을

 

아이고마 이 시간꺼정 배달하니껴

힘들어서 우야니껴

 

잠시나마

고추 꼭다리 따다가 택배 받으러 나온

할매와 내가 다르지 않다

 

너와 내가 같지 않고서

은유는 일어날 수 없다

 

붓고 곱은 손이

멀리 타향살이 하는 막내아들 배웅하듯

택배기사의 등을 따라나서다

할머니의 팔에 붙들려 흔들흔들 바라만 본다

 

추석 앞둔 늦은 밤 배달길

만나는 이마다 모두 몸으로 시를 쓴다

여기가 시인의 마을이다

 

나는 시인의 마을

택배기사이다

 

최진, 배달일기, 한티재, 2016년. 126-127쪽.

 

이런 정이 사라지지 않게 해야겠다. 정이 없는 세상은 너무도 삭막하니까.  어렵지 않고 담백하게 시골 어른들의 모습을, 그들이 이야기를 써 나간 시집이다. 따스해서 좋다. 그렇게 정이 시집 전체를 통해 전달되어 온다. 시인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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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0 08: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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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1 00: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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