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탄잘리 열린책들 세계문학 151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지음, 장경렬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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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알고 있는 작품이 참 많다. 그냥 너무도 많이 들어서 마치 읽은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들. 그래서 이 작품들을 끝까지 읽기는 힘들다. 그냥 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기 때문이다. 너무 친숙한 느낌을 주는 책.

 

타고르의 '기탄잘리'는 내게 그런 책이었다. 학생 때 동양인으로서 노벨문학상을 받았고, 일제시대때 우리나라를 동방의 등불이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던 작가. 그가 쓴 대표작으로는 '기탄잘리'가 있다고 배웠다. 이게 다다.

 

시 제목인 '기탄잘리' 뜻도 모른 채.

 

이런 작품에 도전해 보기로 한다. 책을 구해서 읽기 시작한다. 우선 '기탄잘리'의 뜻. 이 책 옮긴이의 말에 잘 나와 있다.

 

'『기탄잘리』는 103편의 시로 이루어진 영문 시집으로, 이 시집의 시편들은 시인 자신이 벵골어로 된 자신의 여러 시집에서 일부를 뽑아 영어로 번역한 것이다. 한편, 시집의 제목으로 남아 있는 벵골어의 단어인 <기탄잘리>는 <노래>를 뜻하는 <기트git>와 <바침>, <올림>을 뜻하는 <안잘리 anjali>를 합친 것이다. 즉, <기탄잘리>는 <노래를 바침>의 뜻을 갖는데, <바침>의 대상이 절대자 또는 신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신에게 바치는 노래>로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205쪽)

 

이게 시집 기탄잘리의 뜻이다. 언뜻 읽어보면 사랑시같지만 그 사랑이 절대자에 대한 사랑을 노래했다고 할 수 있다. 그냥 사랑이 아니라 신에 대한 사랑, 즉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시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를 읽다보면 자연스레 우리나라 한용운이 생각난다. 한용운이 낸 시집 '님의 침묵'에 나오는 수많은 님들... 그 님들을 해석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통상 세 가지로 나눈다.

 

그냥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님, 또 하나는 조국, 또 하나는 부처님(절대 진리)이라고 말이다.

 

이런 점에서 한용운의 '님의 침묵'은 사랑시이자 애국시이고 절대 진리를 추구하는 시가 되기도 한다.

 

타고르의 이 시들도 마찬가지다. 님이 나오는데 굳이 이 님을 한 가지로만 해석할 필요가 없다. 다양하게 해석이 되기에 더 넓고 깊은 울림을 주는지도 모른다. 

 

이 시의 첫번째를 보자. 시에는 각자 숫자가 붙어있는데 1부터 103이다.

 

1

 

  님은 나를 언제나 새롭게 하시니, 여기에 님의 기쁨이 있습니다. 빈약한 이 그릇을 님은 비우고 또 비우시며, 언제나 신선한 생명으로 채우고 또 채우십니다.

  언덕 넘어 골짜기 넘어 님이 가지고 다니는 이 작은 갈대 피리는 님의 숨결을 받아 영원히 새로운 가락을 울려 왔습니다.

  님의 불멸의 손길에 내 작은 마음은 기쁨에 젖어 그 한계를 잊고, 표현 불가능한 것들을 말로 바꾸어 놓기도 합니다.

  님이 나에게 주는 무한한 선물은 오로지 아주 작은 이 두 손으로만 옵니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님은 나를 채워 주시지만, 나에게는 아직 채울 자리가 남아 있습니다.  (23쪽)

 

그렇다. 님에게 나는 한없이 작은 그룻에 불과하겠지만, 님은 그것에 개의치 않는다. 님의 사랑은 내 그릇과 상관없이 늘 내게 베풀어진다. 영원히 쉬지 않고. 다만 우리가 그것을 깨닫느냐 깨닫지 못하느냐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런 님을 기리는 노래, 님에게 바치는 노래. 그것은 자신이 삶을 잘 살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이렇게 주기만 하는 님, 늘 채울 자리가 비어 있는 내게는 삶은 늘 새로울 수밖에 없다.

 

삶은 정해지지 않았고, 끝나지도 않았으며 고정되어 있지도 않다. 나는 끊임없이 님을 생각하며 님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 님이 사람이든, 신이든, 나라든 상관없다. 이런 마음, 이런 태도를 지니면 된다. 그것이 삶에 충실한 자세, 님을 사랑하는 자세다.

 

이런 타고르가 우리나라를 기리는 시를 썼다고 한다.

 

일즉이 아세아의 황금시기에

빗나는 등촉의 하나인 조선

그 등불 한 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비치 되리라  

 

1929(68세) 조선에 관한 시 한 편을 [동아일보]에 보냄. 주요한의 번역문이라고 이 책 213쪽에 실려 있다.  원문 그대로 표기했다. 이 책에 보면 영인한 사진이 나온다.

 

그러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천천히 한편 한편을 읽어보면서 삶의 자세를 가다듬어 보자. 비록 번역문이지만 말의 울림으로도 느끼기는 힘들겠지만 의미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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