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는 작은 제목이 '디지털 원주민과 리터러시 교육'이다. 아무래도 올해부터는 중학교에서부터 코딩 교육이라고, 컴퓨터 교육이 의무가 되었으니, 디지털이 학교 교과목으로 들어온 원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아이들은 스마트폰으로 디지털 원주민이 된 지 오래인데, 가까스로 디지털 생활에 들어온 디지털 이주민으로 불리는 기성세대들은 디지털도 기존의 학교 교육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4차산업혁명 운운하면서도 여전히 교육은 학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19세기식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으며, 하나만 잘해도 먹고 살 수 있다는 말이 나온 지가 벌써 20년이 되어가는데도, 하나만 잘해서는 도저히 먹고 살 수 없다고 인식하고 모든 것을, 특히 학교 성적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는 우리 현실이다.
하나만 잘해서는 먹고 살 수 있다와 지금 세대들은 적어도 두세 개 이상의 직업을 가질테니 하나만 잘해서는 먹고 살 수 없다는 의견으로 나눌 수 있지만, 적어도 지금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지금의 세상과는 너무도 다를 것이라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한다.
지금과 다른 세상, 그 세상이 어떤 세상일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만 예측만 할 뿐인 상황에서 기성세대들은 자신의 관점에서 새로운 세대들을 교육하려 한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상황, 새로운 기술에서 새로운 세대들이 무엇을 어떻게 배우려고 하는지를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자신들이 지금껏 배워왔고 지내왔던 것을 통해서 새로운 세대들에게 무언가를 주입하려고 한다.
학교에 '코딩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들어온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들레 이번 호에서 이런 디지털 문제는 적절하게 잘 다루어줬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디지털 세상이라고 해서, 또 디지털 리터러시라는 이름을 지닌 교육이라고 해서 인간 생활의 본질을 벗어나지는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학교가 지닌 명백한 잘못은 배움보다는 교육을 앞세웠다는 것인데, 이를 디지털 교육에서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배움은 스스로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 배움은 지혜와 연결이 된다. 이런 지혜를 이번 호 우치다 타츠루의 글에서는 '교양'이라는 이름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스스로 깨우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 바로 지혜, 교양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교육은 지식과 관련이 된다. 타츠루가 이야기하는 온갖 퀴즈 프로그램에서 측정하는 것이나, 우리나라 학교 시험에서 측정하는 것, 그리고 수많은 무슨무슨 지식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책들은 지식만을 추구한다. 이런 지식을 외우게 한다. 이게 교육이다.
컴퓨터에 관해서, 디지털에 관해서 많이 알게 하는 것이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목표는 아니리라. 목표는 바로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하는 디지털 사용법, 또는 디지털 사용 환경이리라.
이것이 바로 배움이고 교양이고, 지혜가 될 것이다. 이런 것들이 다를까? 전통교육과 디지털 교육은 다를까? 아니다. 본질은 같다. 배움이 우선하면서 그것을 외우기보다는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실생활에 적용하는 것, 그런 지혜를 갖춘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것.
그러므로 디지털 교육이라고 해서 위축될 필요가 없다. 디지털 이주민이라고 해서, 디지털을 잘 모른다고 해서 새로운 세대들과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디지털은 세대를 아울러, 공간을 아울러, 계층을 아울러 모두가 잘 소통되도록 하기 위해서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교육 역시 마찬가지고, 디지털 리터러시는 이런 디지털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호를 읽으면서 공자의 말을 떠올렸다. 논어 어느 편인지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오도 일이관지(吾道 一以貫之)'라는 말.
공자도 자신의 도는 하나로 관철될 수 있다고 했다.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디지털이라고 아날로그와 다르지 않다. 그 점을 이번 호를 읽으면 깨달을 수 있다.
우리는 교육보다는 배움을 우선해야 하고, 지식보다는 지혜를 우선해야 한다는 것, 그런 사람들로 새로운 세대들이 자라도록 환경을 조성해야줘야 한다는 것. 이번 호를 읽으며 한 생각이다.
이번 호에서 마음이 아픈 글이 하나 있다. 이게 어쩌면 우리나라 제도권 교육, 학교의 현실이라는 생각. 상호 불신, 자신의 욕심만이 판치는 학교 현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 교사들 역시 하루라도 빨리 학교를 벗어나고 싶어한다는 마음이 잘 드러난 글
양영희 '가르치는 이들의 자리는 어디일까' 자신을 가르치는 교사를 존중하지 않으면 그만큼 자신의 아이들 역시 존중받기 힘들다는 사실... 많이 생각해 보아야 할, 학교 현실에 대한 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