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해서 모두가 전문가연 한다. 그러나 삶에 전문가는 없다. 우리 모두는 삶을 반복할 수 없다. 우리의 삶은 단 한 번.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삶에 관해서는 아마추어다.
그냥 자신의 삶을 살 뿐이다. 여기에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삶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전문가는 없다.
신을 믿는 사람들은 신의 뜻에 의해 살아간다고 한다. 신의 뜻, 그것을 아는 사람은 전문가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신의 뜻을 안다고 해도 그것은 그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일이다.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때는 자신이 신이 아니므로 다시 아마추어가 될 수밖에 없다.
신의 언어가 아닌 자신의 언어로, 신의 삶이 아닌 자신의 삶으로 번역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신을 믿든, 믿지 않든 우리 모두는 삶에 대해서 아마추어다. 단 한 번의 삶을 살 뿐이다. 이런 단 한 번의 삶. 아마추어임을 인정하면 잘하는 일도 있겠지만 못하는 일도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전문가로서 인정받겠다는 생각없이 자신이 살고자 하는 대로 즐겁게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지닐 수 있다.
전문가, 즉 프로라고 하는 사람들에겐 실수가 치명적이라면 아마추어에게는 실수는 늘 있는 일, 그 실수가 더 아마추어답게 만들어준다.
삶에서 이런 아마추어라는 생각을 지니면 좀더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재무의 "저녁 6시"라는 시집에서 '전문가'라는 시를 읽으며 생각한 것이다.
전문가
밥 짓기 위해 쌀 푸러 갈 때마다
눈에 띄게 줄어 있는 자루 예사롭지 않다
우리가 달에 한 번 비우는 자루처럼
삶과 죽음은 심상한 것
내게서도 시간의 낱알 한 알 두 알
시나브로 새어나가 어느새
몰라보게 생의 자루 홀쭉해졌다
어제는 낱알들 한꺼번에 쏟아놓은, 밑 터진 자루
탁탁 털어 반듯하게 개어서는
마음의 창고 안에 고이 모셔놓았다
날마다 빈 자루들 늘어가지만
신이 정해놓은 길 바꿀 수 있는
전문가는 없다
낱알 하나가 또 소리 없이 자루를 빠져나간다
이재무, 저녁 6시, 창비, 2010년 초판 4쇄. 44-45쪽
그래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련다. 내일을 오늘에 끌어들이지 않고 그냥 오늘을 살겠다. 이게 아마추어의 자세다.
삶에서 프로는 없다. 프로가 없으니 프로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다. 그냥 아마추어로 살아가겠다.
살면서 겪게 되는 희노애락이 바로 삶임을 생각하면서 그렇게... 내 삶의 자루에 있는 낱알들이 모두 빠져나가기 전에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