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출판사에서 시집을 500권을 내기 힘든데... 게다가 40년 동안 쉬지 않고 시집을 냈으니.

 

500호 기념 시집이라고 해야 한다. 그동안 발표된 시집 중에서 사람들에게 많이 읽힌 시집을 고르고, 그 중에서도 다시 두 편 정도를 골라 총 130편의 시를 모아 놓은 시집이다.

 

어느 시를 읽어도 출간될 당시 꽤 읽혔던 시들이고, 지금도 꽤나 알려진 시들이다.

 

이 시들을 엮으면서 엮은이는 황지우의 시(이 시집에도 수록되어 있다. '게 눈 속의 연꽃'이란 시다)에서 구절을 따와 제목으로 삼았다.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 이는 독자가 시를 불렀기 때문에 시집들이 이렇게 계속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있다는 의미도 되고, 시가 독자들을 불렀기 때문에 독자가 시를 떠나지 않았다는 의미도 된다.

 

이렇게 시는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하고 힘들어도 시는 우리 곁에 있다. 시집을 엮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시를 읽거나 쓰는 일이 우리의 삶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만들지는 못해도,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도록 할 수는 있었던 것이다. (256쪽)

 

그렇다. 이것이 바로 지금까지 우리 곁에 시가 있게 된 이유겠다. 또한 우리가 끊임없이 시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고, 시가 우리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만이 아니라 미래, 즉 가능성을 보고 살아가는 존재, 그것이 바로 인간 아니던가. 그런 가능성을 믿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시라는 것.

 

그런 역할을 충실히 한 시들이 여기에 있다. 꽤나 긴 시간에 걸친 시들이니, 공통점과 더불어 차이점도 느낄 수 있다. 천천히 시 하나하나를 음미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시집이 우리를 부르고 있으므로, 우리도 읽어줌으로써 다시 시를 불러내야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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