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順天)

- 강은 길이다


큰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는 말을 왜곡한 토건족은 더 큰 도로를 내기 위해 운하 건설의 삽을 뜨는데, 이는 불필요한 항생제 남용으로 면역력을 저하시키듯 정비란 처방을 일삼아 강의 자정능력을 떨어뜨리는 일인데, 길은 도로가 아닌 골목길, 늙은길*임을, 늘 우리와 함께 해 온갖 것들을 감싸안고 그렇게 제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니 강물이 연 길에는 사람도, 짐승도, 나무도, 풀도, 돌멩이도, 흙도, 보이지 않는 것들도 모두 함께 하고 있음이니.


토건족에겐

길이란

도로일 뿐

쭉 쭉

씽 씽

곧게, 곧게

넓게, 넓게

빠르게,

쉬어야 한다고?

휴게소 건설

주변은 

방해물

주변을

살펴

달려!

오직

뚫음이

가둠이 되는

역천(逆天)


본디 강이란 직선이 아닌 곡선, 빠름이 아닌 느림, 젊음이 아닌 늙음으로 이것 저것 밀고 당기고 가두고 거두고 모든 것을 아우르며 보듬어 안는 것이나니, 이것이 비로소 길을 연 강물이었나니.


강물이 

길을 열기 위해선

밀어내고 떨궈내는 것이

아니라

다름과

함께 하고 있어야

함이니, 그것이

자연의 이치일지니.

 

 

*이육사, 광야에서

*김훈, 섬진강 기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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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7 08: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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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7 13: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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